[인터뷰] 허은아의 개혁신당, 게임정책 시동 건다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허은아'라는 이름이 게임정책에서 나타난 때는 지난 2021년 6월이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허은아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에게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며 입장을 물었다. 10여 년 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이 제정한 법안을 폐지하겠다고 나서자 여러 지역구 의원이 허 의원에게 만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내 반대에도 허 의원은 셧다운제 폐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당내에서 '비주류'로 평가받은 것이"라고 허은아 전 의원은 말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허은아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는 비례대표였기에 바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이준석이 창당한 개혁신당에 합류하며 총선을 준비했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서울 영등포갑에서 3위로 낙선해 재선에는 실패했다. 다만, 당 차원에선 함께했던 이준석이 경기 화성시을에서 당선되고 비례대표 2번까지 당이 지지를 얻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어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른 허은아는 계속해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실수도 있었다. 대선 직전 당시 국민의힘 이용 의원의 대표발의했던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일이다. 이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근거를 법적으로 규정해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의원실 관계자의 실수였지만, 결국 책임은 의원에게 있다. 곧바로 잘못된 것이라 인정한 허은아 의원은 공동발의를 철회했다. 이에 발의 조건이 무너진 전부개정안은 자연스레 폐기 수순을 밟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허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법안이 폐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개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게임정책을 펼친다. 허은아 대표는 "우리 당은 2030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써, 아무래도 게임산업에 관심이 많다"며 "타겟 유권자를 위해 서비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소개했다. 이어 "의원 평균 연령이 38.6세인데, 갤러그나 테트리스만 하던 세대와는 다르다"며 "당연히 양당(의석 순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의원이 못하는 것을 먼저 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의도에서 개혁신당은 '비대칭 전력' 이준석 의원을 보유한 당이다. 허 대표는 앞으로 이 의원을 통해 유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 의원에 대해 허 대표는 "의원이 아닐 때는 나를 통하거나 하태경 의원을 통했는데, 이제 배지를 달았으니, 본인이 직접 하고 싶어 하더라"며 "예전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이준석 의원이 앞으로 많은 활동을 할 것이다"고 예고했다. 관련해 이준석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조직한 국회 게임정책포럼에 참여한 상태다.
"e스포츠 토토 추진, 약속 지키겠다"
개혁신당은 총선 공약으로 스포츠토토에 e스포츠 종목 추가를 내세웠다. 당시 공약을 발표했던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e스포츠는 이미 아시안 게임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추세"라며 "이에 발맞추어 스포츠토토에 e스포츠를 추가하여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고 기금을 통한 e스포츠 육성을 지원한다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허은아 대표는 "얘기했던 것이니 약속을 지키겠다"며 국회 내에서 e스포츠 토토 추진의 뜻을 밝혔다. 허 대표는 "이준석 의원이나 천하람 의원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본다"며 "당장 당론으로까지 결정은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게임과 e스포츠에 관심을 두는 이준석 의원이 잘 연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e스포츠는 자생이 불가능한 고비용 산업으로 평가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선수만 돈을 벌고 사실상 모든 구단이 손해를 감수하며 운영 중이다. 배틀그라운드나 eK리그(과거 피파온라인)는 게임사의 후원으로 유지된다. 마케팅 관점으론 이해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제든 축소, 중단 우려가 있다. 정부 지원은 예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큰 규모의 자금 수혈이 가능한 e스포츠 토토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 이미지 실추, 승부조작 가능성, 전통 스포츠계의 반대 입장, e스포츠 팬덤 내 엇갈리는 의견 등으로 스포츠 토토에 e스포츠 종목 추가 논의는 답보 상태다.
허 대표는 "개인적으로 e스포츠는 게임이 아닌 산업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생각한다"며 "산업이 유지되고 계속 흥행할 수 있어야,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으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e스포츠 토토는 음지에서 활성화되어 있는데, 양지로 끌어 올려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산업이 건강해진다"며 "승부조작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기존 스포츠 토토 종목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상식과 법정 관리 안에서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의 모든 의원이 추진하더라도 문제는 의석수다. 개혁신당이 원내에 확보한 자리는 3석이다. 거대 양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인 전용기 의원, 장경태 의원 등 젊은 세대를 우선 설득하겠다고 전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에 e스포츠 토토를 스포츠 토토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서 e스포츠 토토 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쥐고 있다. 현재 문체부는 e스포츠 토토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세대가 흘러간다면 이해시킬 필요가 없겠지만, 아직 기성세대가 주를 이루는 정부 관료들은 e스포츠를 비교적 부정적으로 보는 거 같다"며 "기성세대 관료들이 e스포츠를 공부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 대표는 e스포츠 토토로 수익금이 산업 발전 투자에 쓰일 것이라 기대했다. 현재 운영, 건립 중인 지역 e스포츠 경기장 유지 지원과 학교 e스포츠, 아마추어 e스포츠에 투자 등이다. 개혁신당 내 정책연구소장은 이준석 의원이다. 허 대표는 e스포츠 토토 추진을 위한 데이터 근거 마련 연구를 우선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게임산업 진흥,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지난 5월 문체부는 콘솔게임 육성을 주축으로 하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우리 게임산업이 다소 약세를 보였던 콘솔게임 점유율을 높여 전체 매출규모를 늘리는 게 목표다. 세계 시장에서 콘솔게임 비중은 모바일게임 44%에 이은 28%로 두 번째지만, 국내 콘솔게임의 세계시장 비중은 1.5%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 게임사는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처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게임을 내놨다. 이와 같이 확률형 아이템 BM처럼 P2W 요소가 없는 패키지게임을 집중 육성하는 게 정부의 방향이다.
허은아 대표는 정부가 게임산업을 기존 '부국강병' 식의 정책으로 육성하려 한다는 게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게임사가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기들이 잘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게 유리하다. 이에 우리나라는 모바일과 PC 온라인 게임 개발에 강점을 보인다. 정부 정책에서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가 부실하다는 게 허 대표의 아쉬움이다.
정부 방향성이 콘솔게임이라는 점도 우리 정책에 맞지 않다는 평가다. 허 대표는 "결국 정부 정책의 최종수혜자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콘솔 플랫폼을 외국 게임사가 점유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 게임사가 최종 수혜자인 정책이 만들어진 것은 다소 의아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콘솔게임, 패키지게임의 플랫폼은 스팀(Steam), PS의 소니, Xbox의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가 선점한 상태다. 모바일게임 시대의 구글과 애플을 겨냥한 '소작농' 이슈가 반복될 수 있다.
허 대표는 "콘솔게임 진흥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우선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만약 콘솔게임이 아니라 게임과 인공지능(AI) 개발 발전을 연결 지은 미래 정책을 세워 제시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산업 세제혜택에 허 대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 게임산업 세제혜택 부여는 기획재정부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업계로부터 게임 제작비 부분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액 공제 요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세제당국과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허 대표는 게임사에 세제혜택을 부여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반 이용자에 혜택이 돌아간다면 당연히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게임산업 자체가 사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적다"며 "단순히 게임사의 이득으로만 귀착되면 당에서 도울 필요는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다변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좀 있다"라고 덧붙였다.
"원하는 게임정책, 개혁신당에 제보해주길"
허은아 대표는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와 게임물에 대한 검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에 따라 일부는 유저 입장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과 사회적 합의에 따를 게 있다고 봤다.
예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추진하는 확률형 아이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고의에 한해 2배까지 배상할 수 있고, 입증책임 전환을 골자로 한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여전히 손해액 자체에 대해 엄격한 입증을 요하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실질적으로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한다.
허 대표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지금의 징벌적 손해배상 안은 악의를 품은 유저의 오남용 소지가 있어서다.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 허 대표는 확률형 아이템 이슈를 일반 유저가 입증하는 것은 자동차 급발진 원인을 운전자가 밝혀내야 하는 거처럼 어려운 일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문제의 입증은 게임사가 해야 한다고 본다"고 입장을 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질병코드화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했다. 허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사회적으로 게임과몰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며 "이분들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나 치료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의학계에서 게임산업을 질병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국가가 게임을 검열하는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정부는 게임물 등급분류 권한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허 의원은 '성인이 성인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란 입장이다. 다만, 성인물과 '음란물'은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성인 게임물이란 표시를 붙여 음란물이 유통되는 건 다른 문제여서다. 허 대표는 "성인물과 음란물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대표는 "개혁신당은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풀어내기보다는, 기존에 풀지 못했던 이슈를 발굴해 풀도록 하겠다"며 "기존 정치권에서는 화두만 던지고 신경 쓰지 않는 일들이 더러 있었는데, 우리는 역량이 충분히 있고 게임산업과 e스포츠 산업 진흥에 대한 의지도 투철한 의원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허 대표는 게임유저, e스포츠 팬들이 개혁신당에 문제점을 제보해 주길 바랐다. 제보는 개혁신당 공식 홈페이지 또는 허 대표 개인 메일로 하거나, 온라인 라이브 방송에서 채팅으로도 할 수 있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잘하겠다"며 "지난 국회 4년 내내 게임산업 진흥, 규제 철폐를 주장했고 셧다운제 폐지라는 성과도 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 이슈, e스포츠 토토 등 계속해 새로운 문제를 주시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이준석이라는 핵버튼을 누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