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주총회, 노조 반대에도 독립 스튜디오 체제 출범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 박병무)가 28일 판교 R&D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위한 4개의 자회사 설립을 확정했다.
앞서 엔씨는 10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의결사항인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가결되었다.
임시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박병무 공동대표는 “독립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속도감, 유연함, 창의성을 갖춘 혁신적인 개발 문화를 만들고, 글로벌 신규 IP를 적극 발굴할 것”이라며 “신설 법인이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엔씨소프트 모두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노조 '우주정복'과 민주노총 IT위원회 소속 노조들은 주주총회장 앞에서 반대 시위를 전개했다.
우주정복 송가람 지회장은 주주총회 시작에 앞서 박병무 공동대표를 향해 "정상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경영진이라면 다들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 하니 분사를 시켜야겠다가 아니라, 리니지만 만들고 싶어 하는 그런 간신 같은 조직장과 임원들을 쳐내고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을 조직장이나 임원 자리에 앉혀 웰메이드 게임을 만들어서 위기를 극복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박병무 대표는 이 회사에 오래 있을 게 아닌, 단발성으로 3년 정도 있으면서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성과보수를 받은 후 나갈 사람으로 예상되기에 그렇다"며 "박병무 대표는 이 회사를 구조조정 해서 성과보수를 받아나가는 것 그 이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이 없을 것, 김택진 대표도 그것을 목적으로 박병무 대표를 불러들인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송 지회장은 "박병무 대표는 분사시키는 목적이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해서라고 했는데, 정작 분사한 이후에도 분사시킨 법인의 게임 개발 관련 결정은 본사의 신작 평가 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자율성은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데, 이 무슨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분사하지 않고도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경영진은 이제 그만 귀를 열고 소통을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비전과 철학 없이 계산기만 두들겨서는 결국 엔씨소프트가 망하는 길로 이끌 뿐"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노조원들은 구호로 "누굴위한 분사인가, 불안해서 못살겠다", "경영실패 전가말고, 고용안정 보장하라"고 외쳤다.
넥슨노조 배수찬 지회장은 우주정복 지지 발언에서 "이게 다 김택진 때문"이라며 "실적이 좀 나쁠 수 있고, 위기가 찾아올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 임원에 대한 성찰부터 하는 것 아니라 직원들 밥그릇부터 건드리는 것, 결정권자가 왜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을 분사시키는 것,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지도 일의 능률을 올리지도 못하는 이 방향은 위기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망하자는 길이고 이 길을 선택한 건 오로지 오너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택진이 형, 그냥 집에 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설 회사는 3개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FirstSpark Games) △빅파이어 게임즈(BigFire Games) △루디우스 게임즈(Ludius Games)와 AI기술 전문기업 △엔씨 에이아이(NC AI)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신설 법인 4곳은 2025년 2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퍼스트스파크 게임즈는 TL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TL은 10월 1일 글로벌 론칭 이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오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통해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TL을 글로벌 IP(지식재산권)로 육성한다. TL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TL Camp 최문영 캡틴이 대표를 맡는다.
빅파이어 게임즈는 LLL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LLL은 슈팅 장르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을 지닌 IP다. 스튜디오 체제에서 장르에 대한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한다. LLL 개발을 총괄하는 LLL Seed 배재현 시더가 대표를 맡는다.
루디우스 게임즈는 TACTAN(택탄)의 사업 부문을 담당한다. 택탄 역시 글로벌 흥행 가능성이 높은 전략 장르의 게임이다. 독립 스튜디오만의 창의적인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속도감 있는 게임 개발에 나선다. 택탄 개발을 총괄하는 Project G Seed 서민석 시더가 대표를 맡는다.
엔씨 에이아이는 AI기술 전문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등의 AI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게임 개발에 AI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선다. 대표는 엔씨소프트 AI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NC Research 이연수 본부장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