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있어 소리는 많은 역할을 한다. 게임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거나, 주요 정보를 전달하는 가이드로도 작용한다. 특정 게임에서는 소리가 주요 콘텐츠로 쓰이는 만큼, 게임에 있어 소리는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렇다 보니 게이밍 헤드셋은 대부분 가상 7.1 채널을 지원하며 게임을 즐기기 좋은 환경을 구축한다.

그런데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게이밍 스피커라는 말은 크게 들어보지 못했다. 궁금함에 게이밍 스피커를 검색하면 대부분 사운드 바 제품만 나오며 RGB가 화려한 저가 제품만 보인다. 보통 게임을 할 땐 특정 영역의 소리가 강조돼야 하고, 음성 채팅도 해야 하다 보니 스피커보다는 헤드셋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서 그런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싱글 플레이 중심의 게임을 하거나 음성 채팅을 주로 하지 않는 경우, 헤드셋이나 이어폰처럼 신체에 직접적으로 맞닿는 게 싫다면 스피커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왜 게이밍 스피커는 그렇게 콕 집을만한 제품이 없을까. 아니 애초에 게임에 사용하기 좋은 스피커란 어떤 걸까?

여기에 대한 답은 사실 정해져 있다. 비싼 제품을 사면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만 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십만 원은 넘는 스피커를 사기엔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성비 스피커로 뭐가 있을지 추려보며,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간단히 알아보았다.


사운드 바는 저희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사운드 바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주제가 게이밍 스피커인 만큼, 사운드 바는 제외했다. 사운드 바는 PC방과 일반 가정집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같이 설명하는 게 맞을까 싶었지만, 사운드 바와 스피커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고 판단해 그냥 제외하기로 했다.

스피커는 최적의 소리를 감상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물론 사운드 바도 좋은 품질의 소리를 재생하려는 목적은 같겠지만, 제품의 물리적인 특징으로 인해 두 제품의 의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스피커는 '좋은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하는 반면, 사운드 바는 '최소한의 공간'을 사용하면서 소리를 재생해 주는 기기에 가깝다.

스피커는 본디 크면 클수록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그런데 사운드 바는 '적은 공간'이라는 제약에 막혀 크기가 큰 우퍼 유닛을 탑재할 수가 없다. 물론 비싼 제품을 본다면 분명 돈값을 하는 제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제는 게이밍에 쓰기 좋은 저렴한 스피커니 저가 사운드 바를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

▲ 물론 비싼 사운드 바는 다른 얘기겠지만, PC로 게임을 할 때 사용을 기준이니 이건 논외다


게이밍 스피커를 살 때 어떤 걸 봐야 할까?
'게이밍'이란 단어에 낚이지 말자


게이밍 스피커를 사려면 어떤 부분을 봐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게이밍 스피커와 일반 스피커의 차이점이 대체 뭘까? 이 문제를 먼저 다루려면 '게이밍'이라는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 컴퓨터 등 웬만한 게이밍 제품군은 확실히 일반 사무용과 달리 높은 성능과 독특한 디자인 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스피커는 왜 다른 제품군과 달리 '게이밍'에 특화된 제품이 없는 걸까?

스피커는 다른 제품과 성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모니터는 굳이 높은 주사율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 웬만한 OTT는 60Hz, 웹 서핑이나 사무업을 한다고 해도 120Hz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보다 더욱 높은 주사율을 선호하게 된다. 키보드는 어떨까, 일반적으론 그냥 버튼이 잘 눌리거나 타건 감이 좋으면 되지만 게이밍 키보드는 0.1초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반응이 빨라야 한다. 그래서 반응 속도가 짧은 제품이 여럿 나왔으며, 이제는 입력값에 따라 유동적으로 반응하는 래피드 트리거 기능이 탑재된 키보드가 유행 중이다. 이처럼 다른 제품들은 게임 용도가 아니면 지나치게 높은 사양일 필요가 없었기에 '게이밍'에 특화된 제품이 나왔었다.

하지만 스피커는 다르다. 스피커는 애초에 게임용이 아니더라도 음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좋은 스피커를 갈망해 왔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스피커 시장은 고가의 제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굳이 게이밍 용도가 아니더라도 수준 높은 품질의 제품이 여럿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게임과 미디어 음향이 요구하는 음색은 다르다. 음악, 영화 등은 저음, 고음 모두 밸런스가 있으면서 뭉개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반대로 게임은 발소리 등의 저음의 강조가 중요하다. 보통 발소리와 같이 게임에 중요한 소리는 저음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게이밍 헤드셋 등을 보면 미리 지정된 튜닝 값이 적용되어 저음이 강조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피커를 굳이 그렇게까지 튜닝할 필요가 없으며, 원할 경우 사용자가 직접 튜닝할 수 있기에 굳이 제조사가 게이밍에 특화된 설정으로 튜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마우스나 키보드 등 여러 게이밍 제품과 달리 스피커는 시선을 달리해야 한다


그러면 스피커를 살 때 무엇을 봐야 할까?


스피커를 볼 때는 가장 먼저, 케이스의 모양과 크기를 봐야 한다. 스피커의 모양은 음질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만약 스피커가 직사각형 모양이라면 스피커 내부에서 파장끼리 부딪혀 소리가 깨지는 듯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웬만한 스피커는 둥근 모양을 하고 있거나,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깎아 음파가 최대한 맞부딪히지 않도록 한다.

두 번째는 크기가 커야 한다. 물론 케이스 자체의 크기보다는 우퍼 유닛의 크기를 뜻하는데, 보통 케이스가 크면 그만큼 큰 우퍼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아 훨씬 풍성한 음향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크기가 크다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하니 손해 볼 일은 거의 없다.

그 외로 저음 표현력이 좋은지, 왜곡률이 높지 않은지 봐야 하는데, 사실 큰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이밍으로 쓰기 위해서라면 역시 저음 표현력이 좋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웬만한 스피커가 다 표현할 수 있다. 왜곡률은 게이밍이라기보단 스피커 자체의 품질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적을수록 안정적인 소리가 출력된다는 뜻이다.

▲ 스피커 성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우퍼 유닛

▲ 직사각형 모양의 스피커들도 자세히 보면 모서리 쪽이 모두 곡선 처리되어 있다


추천 가성비 스피커
이제는 모르는 게 이상한 MR4와 페블 V2


가성비 스피커라 하면 딱 생각 나는 게 있을 것이다. 2년 전부터 가성비 스피커로 유명해진 에디파이어 MR4가 그 주인공으로, 아직도 명실상부 가성비 스피커 자리의 1등을 지키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2년이 지난 현재도 MR4를 뛰어넘는 가성비의 제품이 없다는 것인데, 오히려 수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인증한 만큼 안정적인 제품이 MR4만 한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MR4는 가성비 스피커 중에서 최고라는 것이지, 몇십만 원이 훌쩍 넘는 스피커에 비하면 급이 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어중간한 가격대의 스피커를 구매할 것이라면 차라리 10만 원도 하지 않는 에디파이어 MR4 스피커를 구매하길 권장한다.

▲ 가성비 스피커 하면 가장 먼저 꼽히는 MR4


하지만 모니터 암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책상 위에 여러 가지 놓여 있어 부피가 큰 스피커를 놓기 어려운 환경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겐 페블 스피커를 추천한다. 페블 스피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피커와 달리 아담한 크기에 동글동글한 디자인이 큰 특징이다. 그래서 스피커를 사용하고 싶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게이머 사이에선 유명한 제품이다.

페블은 V2, V3, Pro 라인업이 있지만, 그중 V2 또는 V3 제품을 추천한다. 세 가지 제품 모두 가격이 다른데, V2가 가장 저렴하며 V pro가 가장 비싸다. 전부 10만 원을 넘진 않으나 가성비라면 모름지기 가격이 저렴할수록 좋을 것이다. 게다가 성능 차가 엄청나게 크지 않다면 더욱 그럴 것이고 말이다.

V Pro는 9만 원 정도의 가격이며 위에서 추천한 MR4보다 약 1만 9천 원 더 비싸다. 페블은 일반적인 스피커보다 체격이 작다 보니 물리적인 성능 차가 발생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MR4와 비교해도 좋다고 하기 애매하다. 페블은 공간에 제약이 있지만 스피커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제품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V2와 V3가 남게 되는데, 이건 쓰임새에 따라 고르면 된다. V2와 V3의 사양은 차이가 없으나, V3가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된 제품이다. V2와 V3의 가격 차이는 2만 1천 원 정도 하므로 블루투스를 많이 사용한다면 V3를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V2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 귀여운 디자인과 부담 없는 크기가 특징인 페블 V2


돈 좀 써도 될 것 같은데 뭐 사지?
10만 원대를 보고 있다면 이 제품을 보라


가령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오히려 영 승에 차질 않는데?'. '조금만 더 보태서 괜찮은 걸 살까?' 말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10만 원대의 스피커 중 나름대로 신뢰도가 있는 제품을 세 가지 찾아왔다.

PreSonus Eris E3.5는 13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스피커로, 이 정도 가격대에서 손에 꼽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깔끔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에 블랙 색상을 찾는다면 이 제품이 괜찮을 것이다. 80Hz~20kHz의 주파수 응답을 하며, 3.5인치의 우퍼를 탑재해 저음역대가 풍부한 게 큰 특징이다. 다만 볼륨이 크고 저음도 풍부하다 보니 소리를 조금만 올려도 크게 들린다는 평이 있어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다.

BonoBoss BOS-H1은 12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다. 4인치의 커다란 스피커가 탑재되어 있으며 20Hz~20kHz의 주파수 응답을 해 깊은 저음도 무리 없이 표현한다. 왜곡률도 0.17% 이하로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걷은 나무 재질의 케이스로 포장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멋이 더해져 있다. 다만 스피커 크기가 160x270x220mm로 책상 위에 사용하기엔 다소 큰 편이다.

▲ 10만 원대 스피커 중 좋은 평가를 받는 PreSonus Eris E3.5. 2세대도 있다

▲ BonoBoss BOS-H1은 1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제품


돈은 얼마를 써도 좋아. RGB 게이밍 감성을 원한다면!
게이밍을 절대 놓치기 싫은 사람을 위해


이러니저러니 가성비 스피커를 추천했지만 게이밍 감성, 특히 RGB의 화려함을 절대 못 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격은 무시하고, RGB의 감성을 챙길 수 있는 스피커를 몇 개 가지고 왔다. 이 목록에서 소개할 제품은 모두 2개의 스피커와 1개의 서브 우퍼가 세트인 점, 그렇기에 가격대가 이전에 소개한 제품보다 큰 제품임을 미리 말한다.

우선 로지텍의 로지텍G G560 라이트싱크는 정식 가격이 30만 원에 육박하지만 현재 20만 초반, 운이 좋다면 10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저음이 강력한 서브 우퍼가 큰 특징이다. 서브 우퍼가 바닥을 향해 음향을 쏘는 다운 파이어링 구조인데, 그래서 방 전체가 울리는 듯한 강력한 저음을 느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층간 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큰 특징으로는 2개의 스피커 후면에 RGB가 탑재되어 벽을 통해 간접적인 RGB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광량이 상당히 높은 데다, 지원하는 게임에서는 여러 환경에 따라 RGB의 색상이 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RGB의 감성을 느끼기 좋다. 물론 지원하지 않는 게임도 스크린에서 특정 구간을 설정해 RGB의 색이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설정할 수 있으니 RGB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빵빵한 음향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제품도 없다. 주파수 응답은 40Hz~18kHz로 무난하지만 조금씩 아쉬운 정도다.

▲ 출시한 지 꽤 지났으나 여전히 좋은 평을 받은 로지텍G G560 라이트싱크


그다음은 크리에이티브의 페블 X 플러스다. 스피커는 기존 V 시리즈와 동일한 구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조금 더 커졌으며, 드라이버도 조금 더 큰 2.75인치를 탑재했다. 서브 우퍼는 158.5x156x165mm로, 로지텍G G560의 서브 우퍼 사이즈인 404x255x207mm와 비하면 정말 작다.

스피커 자체에서 특정한 패턴으로 RGB가 비친다. 물리적인 크기 차이와 더불어 40만 원이 넘는 가격대를 고려하면 스피커의 성능이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페블 시리즈가 적은 공간을 사용하되 좋은 성능을 출력하는 제품임을 고려하면, 공간 제약이 큰 사람에겐 괜찮은 수준일 것이다. 특히 너무 큰 출력이 부담스럽다면 도리어 이 정도의 제품이 무난하고 적당히 어울릴 것이다. 주파수 응답은 45Hz~20kHz로 적당히 괜찮은 정도다. 다만 출력 파워가 각 최대 15W인 점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 작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는 페블 X Pro


마지막으로 게이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레이저의 놈모 V2 Pro 제품이다. 레이저 놈모 V2 Pro는 V2 라인업 중 가장 상위 제품이다. 전작 V1은 쓴 소리를 들은 만큼, 이번 제품은 상당히 좋은데, 우선 로지텍G G560처럼 스피커 후면에 RGB가 비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만약 G560의 RGB는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놈모 V2가 마음에 들 것이다.

놈모 V2 프로의 서브 우퍼도 다운 파이어링 구조로, 받침대를 제외하면 265x265x300.5mm의 깔끔한 정사각형 모양이다. 이 서브 우퍼는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어 선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다운 파이어링 구조기 때문에 웅장하고 단단한 저음을 즐길 수 있다.

기본 구성품 중 노브 형태의 무선 컨트롤 패드도 있어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 간편히 볼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주파수 응답은 40Hz~20kHz로 소개한 게이밍 스피커 중 가장 좋은 편이다. 다만 그만큼 가격도 높은 편인데, 6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판매 중이다.

▲ 전작의 단점을 개선해 완벽해진 레이저 놈모 V2


마치며
비쌀수록 좋은 건 당연. 하지만 게이밍이라면 가성비 제품부터


스피커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이 있지만, 게이밍에 특화된 제품이라고 따로 칭할 제품은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 화려한 RGB를 탑재한 제품이 전부인데, RGB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구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가격대만 도달해도 음역을 튜닝할 수 있어 굳이 게이밍 전용 스피커가 있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앞서 소개한 제품은 물론, 비슷한 가격대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 많으며, 게임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기 충분한 성능을 가졌다. 그렇다 보니 게이밍 스피커보다는 비교적 가성비에 집중했다. 만약 게임만 한다고 할 경우엔 그냥 10만 원 안팎의 가성비로 소문난 스피커를 사용하면 되며, 다채롭게 사용할 것이라면 그때 고가의 스피커를 보면 된다. 다만 음향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굳이 고가의 제품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