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25' 기간 차세대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Blackspace Engine)' 미디어에 최초로 공개했다. 펄어비스가 블랙스페이스 엔진 성능을 미디어에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펄어비스는 블랙스페이스 엔진 실제 기능을 영상으로도 소개했다.

▲ 펄어비스가 GDC 기간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미디어에 직접 공개했다

펄어비스는 설립 초기부터 자체 엔진 개발에 매진해 왔다. ‘검은사막’을 성공적으로 띄운 ‘검은사막 엔진’의 경험을 토대로,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더욱 진화된 형태로 탄생했다. 이 엔진은 펄어비스가 추구하는 △룩앤필(Look & Feel) △기술에 대한 완전한 통제(Control of Technology) △멀티플랫폼 지원(Multi-Platform Support)을 핵심 가치로 삼아 설계되었다. 자체 엔진으로 펄어비스만의 색깔과 비전을 게임에 온전히 녹여내기 위해서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강점은 게임 개발자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제한 없이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는 점이다. 시연 과정에서 펄어비스는 관계자는 “창작의 자유에 제한을 두지 않도록”이라고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상용 엔진이 범용성을 위해 표준화된 틀을 제공한다면,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펄어비스가 원하는 독특한 스타일과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맞춤 제작된 도구로 자리 잡았다.

붉은사막의 주인공 클리프가 탐험하는 파이웰 대륙은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기술적 야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광활한 세계는 단순한 배경 이미지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발로 밟고 탐험할 수 있는 실제 공간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은 거리 기반 렌더링(Distance Rendering)과 심리스 로딩(Seamless Loading, 끊김 없는 로딩)이다.

거리 렌더링은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보이는 환경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며, 멀리 떨어진 풍경도 디테일하게 구현한다. 예를 들어, 높은 산꼭대기에서 시작해 하늘을 날아 내려오는 스카이다이빙 장면에서,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draw distance(가시 거리)를 최적화해 부드러운 전환과 생생한 원경을 동시에 제공한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원경에 있는 나무조차 거리에 따라 LOD(Level of Detail, 세부 수준)가 적용된 실제 오브젝트로 구현된다”며, 플레이어가 배경 이미지에 있는 모든 곳에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오픈월드 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풍경을 넘어, 진짜 무대로서 기능한다.

붉은사막의 전투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또 다른 강점인 다이내믹한 물리 효과와 사실적인 표현력을 보여준다. 공격의 무게감, 충격의 전달, 오브젝트의 파괴 등 전투의 모든 요소가 섬세하게 조율되었다. 예를 들어, 클리프가 적을 공격하거나 오브젝트에 충격을 가할 때, 그 힘의 세기에 따라 파편의 수가 달라지고, 적이 날카로운 방벽에 부딪히며 피해를 입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계산된다.

관계자는 “문이 부서질 때 떨어지는 나무 조각의 패턴조차 정해진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시간 물리 연산으로 결정된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전투의 리얼함과 타격감을 체감하게 한다. 이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을 넘어, 게임플레이 경험 자체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음을 보여준다.


실제와 같은 환경을 담아낸 '블랙스페이스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환경 표현에서도 디테일을 자랑했다. GPU 기반 물리 연산(GPU-based Simulation)을 통해 캐릭터의 머리카락, 말의 갈기와 꼬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빨랫줄의 천까지 역동적으로 구현된다.


특히 물의 표현은 FFT(Fast Fourier Transform, 고속 푸리에 변환, 시간 영역의 신호를 주파수 영역으로 변환하는 수학적 도구) Ocean Simulation(해양 시뮬레이션)과 Shallow Water Simulation(얕은 수심 시뮬레이션)을 통해 파도와 조수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생기는 잔물의 흐름까지 계산된다.


사막 환경에서 구현된 안개 효과는 Fluid(유체)와 Froxel Raymarching(프록셀 광선 추적) 기술로 생동감을 더한다. 클리프가 움직일 때 안개가 갈라지고, 잔해가 소용돌이치는 모습, 시간과 조명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은 자연 현상을 방불케 했다.

관계자는 “물에 들어갔다 나온 캐릭터의 옷이 젖고, 시간이 지나며 마르는 과정까지 표현된다”며, 이러한 디테일이 게임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과거부터 빛 표현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왔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을 활용해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빛, 등불과 난로의 조명, 날씨 변화에 따른 광원 경로를 정교하게 표현했다. 모든 조명은 실시간으로 계산(Real-time Light Calculation)되며, 불꽃의 일렁임과 파티클 입자의 움직임이 연동되어 자연스러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날씨 시스템은 Unified Atmospheric Scattering with Volumetric Cloud(통합 대기 산란을 이용한 볼륨형 구름)를 통해 대기 산란 효과와 구름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한다. 폭우, 강풍, 눈 등 다양한 환경이 구현되며, 구름이 햇빛을 가릴 때 빛의 세기가 약해지는 모습까지 계산된다. 관계자는 “밤이 되면 달빛과 랜턴 불빛이 주요 광원이 되고, 불꽃의 흔들림에 따라 그림자도 실시간으로 변한다”며, 이러한 디테일이 게임 세계를 살아 숨 쉬게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광활한 오픈월드를 구현하면서도 효율성을 놓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무 배치에서 반복적인 패턴을 피하기 위해 Shape Variation(형상 변화) 기능을 도입했다. 하나의 나무 모델을 기반으로 가지와 잎의 변형을 실시간으로 적용해, 다양한 형태의 나무를 빠르게 생성한다. 이는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숲을 구현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멀리 있는 오브젝트는 임포스터 방식으로 최적화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3D 모델로 전환된다. 이는 성능과 품질의 균형을 맞추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설계 철학을 보여준다. 관계자는 “최적화를 위해 품질을 타협하기보다,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번 GDC 시연에서 붉은사막은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샘플로 활용됐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첫 상용 제품으로 삼아 엔진을 검증했으며, 앞으로 ‘도깨비’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붉은사막은 블랙스페이스 엔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작”이라며, “이 엔진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을 숨기지 않았다. “유저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마감한다”는 그들의 태도는, 2019년 지스타에서 공개된 붉은사막 초기 영상을 지금의 기준으로 “부끄럽다”고 평가할 정도로 기술적 진화를 거듭한 결과다. 관계자는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며 거의 새로 만든 수준”이라며,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붉은사막 개발을 통해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는지를 소개했다.


이러한 노력은 해외 미디어와 개발자들로부터도 주목받았다. 시연 현장에서는 “정말 여기까지 구현했나?”라는 반응과 함께, 블랙스페이스 엔진에 놀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펄어비스가 추구하는 게임의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다. 강렬한 액션, 사실적인 그래픽, 디테일한 오픈월드를 통해 플레이어를 시각적으로 놀라운 세계에 몰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붉은사막은 이 엔진의 첫 번째 증거이며, 이후 차기작 개발 속도는 비교적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펄어비스는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단순히 게임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세계에 각인시키고자 한다. 관계자는 “누구나 보면 펄어비스임을 알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