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패스오브엑자일2, 무엇이 달라졌나?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패스오브엑자일2(이하 POE2)'가 마침내 대중 앞에 섰다.
2019년 첫 발표 이후 5년. 길다면 긴 기다림이었지만, 중간에 범세계적 팬데믹이 몰아쳤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늦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 설령 팬데믹이 아니었다 해도, 그리 길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 만큼 많은 변화가 이뤄진 후속작이 바로 POE2니까.
지난 며칠 간 POE2의 알파 빌드를 플레이하면서, 이를 체험기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 지 크게 고민했다. 단적으로 말해, 'POE2'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전작인 POE가 디아블로와 함께 핵앤슬래시 장르의 큰 기둥으로 우뚝 서 있었건만, 후속작인 이 녀석은 애초에 핵앤슬래시가 아니다. 플레이 감각도, 요구하는 게이머 능력도, 조작의 방식도 모두 다르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게임인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너무나 다르지만, 분명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으며, 외형적으로도 비슷하다. 태어나자마자 떨어져 입양되었다가 30년 만에 상봉한 쌍둥이를 보면 이럴까. 생긴 건 거의 비슷하지만, 내부 구조와 시스템의 구성 방식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번 체험기가 아마 그걸 말할 것 같다. 평소처럼 이런 부분은 좋고, 이런 부분은 나쁘다가 아니라, 무엇이 달라졌고, 어떻게 달라졌으며, 그 달라진 결과가 어떤지. 이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말하게 될 것 같다. 콘텐츠 세부 정보나 스토리에 대해서는 어차피 바로 게이머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언급을 줄였다. 그것까지 다루면 기사 스크롤이 끝도 없이 길어질 거다.
1. 조작이 달라졌다
키보드 이동, 마우스 조준으로의 변경
POE2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변화이자, 핵심이며, 또한 다른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 되는 변경점이다. 개발사인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는 게임 장르를 '액션 슬래시'라고 정의했는데, 단순히 말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게임 내 액션 요소에 대한 엄청난 수준의 강화가 이뤄졌다.
핵앤슬래시의 문법은 '빌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비와 스킬, 스탯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강함이 결정되고, 실제 전투는 이 빌드를 실험하는 자리에 가깝다. 초, 중반 성장 구간엔 여러 스킬과 장비들을 갈아 끼워가면서 전투 스타일을 정립하고, 스타일이 정립된 후에는 장비 파밍으로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빌드를 갖추는 것이 핵앤슬래시의 핵심이다.
하지만, POE2는 이 핵심에 '액션'이라는 다른 기둥을 더했다. 빌드만 잘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닌, 빌드와 더불어 이 빌드를 최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반사 신경과 조작이 더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기존 핵앤슬래시의 향기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섞였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해야 할까.
그 변화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바로 완전히 달라진 '조작법'이다.
기존 POE1에서 '키보드'조작의 빈도는 정석적인 핵앤슬래시 장르 평균에 머물렀다. 간혹 이동기를 사용하거나, 물약을 먹어 줘야 할 때 누르는 정도. 게임 특성 상 주력기를 원버튼으로 빼고, 나머지는 자원 점유 버프기를 스킬창에 올려두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마우스 고정에 키보드는 필요할 때만 누르는 형태의 조작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움직임은 키보드로, 마우스는 조준과 스킬 사용에 할당되면서 양 손이 모두 바빠졌다. 예전과 같은 마우스 중심의 조작도 가능하지만, 마우스 이동은 무빙샷이 불가능해 단순히 불편한 정도가 아닌, 아예 전투 성능 자체가 다르기에 결국 키보드 이동을 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구르기 회피와 방패 들기가 더해지면서 플레이 감각 또한 어마어마하게 달라졌다. 쏟아지는 탄막을 방패로 막아내면서 후퇴한다던가, 원거리 공격을 좌우로 피하며 접근하는 등 게임 중 제자리에 서 있는 경우가 아예 없어져버렸다. 기존 핵앤슬래시 게임들의 플레이는 대부분 움직이고, 멈추고의 반복이었는데 말이다.
많은 리뷰어들이 말했고, 앞으로 게이머들도 느끼겠지만, POE2의 플레이 감각을 가장 쉽게 표현하면 '소울라이크'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피하고 막으면서 상대의 빈틈을 노려 공격을 우겨넣는 과정부터 그렇고, 앞으로 더 설명하겠지만 필드 전투보다 보스전의 비중이 무척 큰 것 또한 그렇다.
조작 부분에서 눈에 띄게 아쉬운 부분은 게임패드와 키보드, 마우스 조작 변경을 로그인 전 메뉴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 POE2의 전투는 패드 플레이가 굉장히 편한 편인데, 인벤토리나 스킬 창 등을 열면 한숨부터 나온다. 패드를 선택해 로그인하는 순간 키보드와 마우스는 잠겨버리기 때문이다.
2. 어려움의 결이 달라졌다
단순화된 시스템, 빡빡해진 전투
전작인 '패스오브엑자일'에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던 말이 있다.
'게임이 너무 어렵다'
실제로도 패스오브엑자일은 어려운 게임이다. 조작의 어려움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와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를 커런시, 별자리처럼 흩어진 패시브 트리와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조차 없는 레시피 시스템과 웹을 통해 이뤄지는 직거래 시스템까지, 게임 내에서 알아야 할 게 너무나 많았고 고유 명사 또한 너무 많았다. 당연히 의문이 든다. '전작에 비해 POE2는 쉬워졌는가?'
답변하자면, 절반은 그렇다. 일단, 굉장히 복잡했던 여러 시스템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구조적 복잡성은 매우 크게 줄었다. 당연히 신작이니 수평적으로 펼쳐졌던 콘텐츠의 양은 줄어들었고, 패시브 트리는 여전하지만 포인트 환급 수량이 전처럼 제한되지 않기에 부담 없이 포인트 투자와 실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조적 관점에서는 쉬워졌을지언정, 다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그냥 게임 그 자체의 어려움. 방어 스펙이 갖춰지기 전엔 잡스러운 몬스터들의 공격도 꽤 아픈 데다 플레이어의 공격력도 그다지 높지 않아 육성이 꼬이면(필요한 장비가 영 안 나오는 등) 매 전투가 말 그대로 도전이다.
'죽음'에 대한 패널티도 커졌는데, 전작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계속 일어나 싸우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죽는 순간 모든 몬스터가 다시 재생성되고 필드가 리셋된다. 죽기 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아이템도 죽는 순간 필드가 초기화되면서 전부 날아간다. 맵 곳곳에 체크 포인트가 사망 시 다시 시작하는 위치가 되어주긴 하지만, 그래도 죽음의 무게감이 전작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하나 더 난이도와 연관되어 변한 점이 앞서 한 차례 말한 '보스전'의 비중이다. POE2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데, 이 보스 몬스터들의 면면이 모두 화려하다.생김새부터 전부 다른데다 공격 패턴과 속성도 다르고, 여러 기믹도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후반에는 어떨지 모르나 레벨업 단계에서는 이 보스들이 상당히 어렵다. 조나단 로저스 디렉터는 POE2에서 한 방에 죽는 기술들은 눈에 딱 보이게 만들어두었다 말했건만, 실제로 해 보면 눈에는 보이는데 발동이 워낙 빨라 보고도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번에 클리어하는 경우도 없진 않으나, 어려운 보스들은 5~6차례씩 트라이하거나, 아예 놔두고 다른 맵에서 더 성장한 후 오는 경우도 있었다.
3. 스킬 시스템이 달라졌다
장비에 보석 박기는 그만, 스킬 메뉴로 통합
스킬 시스템은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달라졌다. POE의 스킬 시스템은 장비에 하나의 스킬 젬과 보조 젬을 연결된 슬롯에 줄줄이 박아 주력 스킬을 강화하는 형태였다. 때문에 초반부터 6링크 스킬을 만들 수 있는 '타뷸라 라사'가 성장용 교복 같은 느낌이었고, 고스펙 6링크 장비들은 굉장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곤 했다.
여기서, POE2까지 남아 있는 요소는 '스킬 젬에 보조 젬을 연결해 스킬을 강화한다'라는 개념 밖에 없다.
먼저, 장비 홈의 링크가 사라졌다. 장비 홈은 이제 '룬'이라는 이름의 별도 소켓 재료에만 쓰이며, 스킬 젬은 별도의 스킬 창에 등록하는 형태다. 이렇게 등록한 스킬에는 보조 젬을 색상 제한 없이 붙일 수 있으며, 처음엔 두 개의 보조젬을 붙일 수 있다. 이후 보조젬의 숫자를 늘리려면 특정 커런시를 활용해 늘려야 한다.
스킬은 완본 형태의 스킬젬을 얻는게 아닌, 레벨이 지정된 미가공 형태의 스킬젬 형태로 얻어 가공하는데, 신규 스킬로 등록할 수도 있고 기존 저레벨 스킬의 레벨을 올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레벨 미가공 스킬젬을 사용하면 기존 3레벨 기술을 5레벨로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신규 5레벨 스킬을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보조젬 또한 마찬가지다.
스킬은 메뉴와 창에 등록된다. 스킬 메뉴는 활성화된 모든 스킬을 올려두는 곳이고, 스킬 창은 이 메뉴에 있는 스킬에 실질적인 단축키를 부여하는 형태다. 스킬 메뉴에는 자원 점유 버프 스킬도 올려둘 수 있는데, 굳이 스킬 창까지 빼지 않아도 메뉴에서 켜고 끌 수 있다.
자원 점유 버프 스킬은 '정신력'이라는 별도 자원을 쓴다. 이 점유량 스킬 레벨에 따라 점유량이 달라지지 않고, 보조젬을 얼마나 쓰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전작처럼 점유 자원량때문에 저레벨 버프를 써야 하는 일은 없다.
보조 젬은 갯수 제한이 생겼다. 같은 보조 젬은 스킬 메뉴에서 단 하나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주력기에 어떤 보조 젬을 분배할지 고민해야 한다. 모든 스킬에 같은 보조젬을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런 변화를 거치며 두 가지가 달라졌다. 일단, 장비에 장착하는 형태가 아니기에 5~6링크 장비가 없으면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던 전작과 다르다. 또한, 보조 젬의 슬롯 색상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기에 젬 깔맞춤도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초반 '타뷸라 라사'가 있냐 없냐에 따라 육성 난이도가 크게 달리던 전작과 달리, 부담 없이 새 캐릭터를 키워도 된다는 말이다.
4. 경제 체계가 달라졌다
기축 통화 '골드'의 등장, 커런시 대거 삭제
'커런시 경제'도 황혼기를 맞이했다. POE는 '골드'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카오스 오브나 디바인 오브 따위를 기축 통화 삼아 거래를 진행해왔다.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물물교환 경제 체제가 중심이 된 셈이다.
또한, 특정 커런시를 얻을 수 있는 상인용 '판매 레시피'가 존재했는데, 따로 문서로 정리해도 복잡할 만큼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했다. 초보자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스템이었고, 게임을 어느 정도 한 유저들도 모든 레시피를 외우고 다니면서 필요한 재료들을 줍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리하면, POE의 경제 체제는 관습적으로 만들어져 대부분의 유저 사이에서 통용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시스템이랄 게 없는, 그냥 규범화된 물물교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POE2부터는 '골드'가 생겼다. 기존의 '오브'들이 어쩔 수 없이 기축 통화로 쓰였다면, 이젠 개발사가 공인한 기축 통화가 생겨버린 셈이다. 이 '골드'는 상점 거래를 통해 얻거나 소모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패시브 트리의 점수를 반환할 때 사용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모되는 자원이다.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도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려면 꾸준히 서버 내 골드 물동량을 조절할 거다.
동시에, 그 많던 기존의 '커런시'들은 상당수 줄어들면서 커런시 그 본연의 역할에 활용된다. 컬러 소켓과 링크 장비가 없어지면서 색채 오브나 연결의 오브 등이 필요 없어지면서 커런시 종류의 수가 크게 줄었고, 남아 있는 커런시들 또한 따로 거래에 활용할 필요가 없기에 전보다는 신경을 덜 써도 되도록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게임 내 경제 체계는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카오스 오브 한 개, 디바인 오브 한 개와 같은 애매한 단위가 아닌 직관적인 골드 수량으로 가치 판단이 가능해졌으며, 모든 아이템의 판매 또한 골드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과거 POE를 처음 접했을 때,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 수많은 커런시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벽처럼 다가왔기 때문인데, 본작은 그에 비하면 훨씬 심리적 장벽이 낮은 셈이다.
5. 그래도 POE는 POE다
여전한 막막함과 미지를 탐험하는 매력
서두에서도 말했고, 지금까지 계속 말했듯, POE2는 POE와 굉장히 많은 면에서 다르다. 소불고기와 스테이크의 차이만큼 다르다. 비행기 기내식에서야 둘 다 그냥 '소고기 요리'로 퉁치겠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음식이듯, POE와 POE2도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지만 굉장히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 두 음식도 결국 소고기를 열로 조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듯, POE와 POE2도 여전히 같은 부분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두 게임 간의 공통점은 상당히 핵심적인 부분에 존재한다.
과거, POE를 꾸준히 플레이하던 당시, 단순히 '게임 시스템을 아직 잘 모르겠다'를 넘어 나를 더 괴롭힌 '모르겠다'가 있었다. '이렇게 성장시킨다고 해서 진짜 내 캐릭터가 강해질지 모르겠다', '이 장비를 착용한다 해서 정말 그렇게 강해질지 모르겠다'라는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미지 말이다.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면서 하나씩 알아갈 수록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맵을 밝히듯 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은 너무나 많았다. 사실 지금도 내가 완전히 POE를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POE2 또한 마찬가지다. 굉장히 큰 폭으로 단순화되고, 쉬워졌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무엇이 정답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수없이 실험을 거치고, 테스트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골드가 쌓일 새가 없었다.
'깊이'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깊이의 잠재력'이 비슷하다. 당연히 POE2는 POE보다 훨씬 시간이 적었기에 쌓인 콘텐츠와 데이터도 적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펼쳐진 패시브 트리를 보면서, 이전에 느꼈던 그 '처음의 막막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가운 유지였다. 저 미지가 누군가에겐 벽이 되고 어려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강력한 POE만의 매력이다. 모든 것이 뻔히 보이는 게임은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지만, 금새 물리기 마련이다. 결과가 뻔한 과정을 밟아가는 것 만큼 지루한 것도 없으니까. 다시 한 번 고민과 실험을 통해 새로움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 무려 12직업, 36개 어센던시로 이어질 거란 사실이 참 기껍게 느껴졌다.
6. 관건은 '설득'이다
기존 '핵앤슬래시'와 너무 다른 게임, 게이머들은 받아들일까?
테스트 빌드를 플레이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결론이 나왔다. 게임은 무척 재미있다.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들끼리도 재미가 있다는 그 자체는 부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게임이 걸러지고 걸러져 진짜들만 남은 POE 유저들, 그리고 새로운 핵앤슬래시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강화된 액션으로 훨씬 몰입감이 좋지만, 그만큼 피로도 심하다. 예전 같으면 10시간 넘게 게임을 해도 충분히 할 만했지만, 이번 작품은 세 시간만 해도 조금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이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이 말이 정말 생판 듣도 보도 못한 것을 달라는 건 아니다. '기존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내면서도 재미있는 것'을 게이머들은 새로운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POE2는 진짜 새로운 물건이 와 버렸다. 게임 플레이 감각의 많은 부분이 소울라이크와 유사한 면이 있기에 개념적으로 새롭다 하긴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POE나 디아블로 위주로 게임을 즐기던, 기존 핵앤슬래시 게이머들의 시선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모습이다.
이 점이, POE2의 흥행과 연관된 유일한 변수다. 내가 플레이한 POE2는 비록 테스트 빌드였음에도 게임의 완성도, 전투의 밀집감, POE에서 가져온 뼈대가 잘 어우러진 좋은 게임이다. 그러나 모두가 변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게이머까지 설득할 수 있을지, 혹은 기존에 플레이하지 않던 유저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참 쉽지 않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