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틸 던', '다크 픽처스' 시리즈, '쿼리' 등 스릴러 게임에 조예가 깊은 개발사 슈퍼매시브 게임즈가 신작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The Casting of Frank Stone)'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4일 발매한 해당 게임은 그간 슈퍼매시브가 제작해 온 게임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비헤이비어 인터랙티브와 협업을 통해, 유명 비대칭 PvP 게임인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데바데)'의 세계관을 차용한 것이 특징. 정체불명의 존재 '엔티티'에 의해 살인과 생존을 반복해야 하는 '데바데'의 기본 설정에, '프랭크 스톤'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 깊이를 더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게임명: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
장르명: 인터랙티브 무비, 어드벤처
출시일: 2024.9.4.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Supermassive Games
서비스: Behaviour Interactive
플랫폼: PC, PlayStation 5, Xbox Series X|S
플레이: PC



디테일로 완성하는 '데바데' 스핀오프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원작의 세계관

▲ 게임의 주된 배경이 되는 '시더 힐', 그리고 1980년

제목에서도 금방 알 수 있듯, 게임은 '프랭크 스톤'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세계관을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둔다. 그는 시더 힐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제철소의 직원이었으며, '세상을 구원한다'는 신념에 빠져 무고한 이들을 납치 살해해 오던 인물이다. 1963년 어느 날, 실종된 아이를 찾아 제철소에 방문한 경찰관에 의해 프랭크 스톤은 사망하지만, 그의 의지는 심연의 존재인 '엔티티'에 의해 살아남아 제철소에 남게 된다.

이후 게임은 프랭크 스톤이 사망한 바로 그 제철소에서 공포 영화를 찍는 10대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1980년, 그리고 그로부터 약 44년이 지난 후인 2024년 현재를 무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대를 엮는 요소는 다름아닌 '프랭크 스톤'이다. 플레이어는 1980년과 2024년, 두 시간대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인물들을 조작하며, 프랭크 스톤이라는 살인마,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음모에 대해 조금씩 파악해 나가게 된다.

▲ 그리고 바로 이 사람이 우리의 주인공, '프랭크 스톤' 되시겠다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의 주요 스토리는 원작인 '데바데'를 플레이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엔티티'라는 미지의 존재를 제외하면, 사실 원작과의 공통점은 살인마와 생존재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 스토리 자체도 과거 유행하던 슬래셔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타임킬링용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슈퍼매시브 게임즈는 이 과정에 원작 팬들이라면 놓치지 않을 다양한 요소들을 넣어 두었다. 몇몇 요소는 곧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일부는 필드를 꼼꼼히 찾지 않는다면 놓칠 가능성도 있다. 쿼리나 다크 픽처스 시리즈 최신작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발전한 그래픽은 '데바데' 요소들의 디테일도 훌륭하게 살려내고 있다.

▲ 프레임 문제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비주얼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 그치만, 번역 문제도 꽤 있는 편...


익숙한 것들이 주는 반가움, 하지만...
오히려 슈퍼매시브의 강점은 퇴색된 느낌


슈퍼매시브가 게임 속에 넣어 둔 '원작'의 디테일은 그저 화면 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나, 탐색 도중 발견할 수 있는 책의 내용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각종 UI, 게임플레이 메커니즘 또한 원작 팬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면, 기존 슈퍼매시브의 스릴러 어드벤처에서 등장해 오던 QTE(퀵타임 이벤트)를 들 수 있다. 언제 갑자기 빨리 버튼을 연타해야 할지 몰라 컷신을 주의깊게 보게 만드는 악명높은 시스템이지만, 이번에는 여기에 원작 '데바데'의 '스킬 체크' 시스템을 차용했다. 특유의 효과음과 함께 눈금이 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정확한 위치에 눈금이 가도록 시간을 맞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기믹이다.

생존자가 살인마들을 피해 수행해야 하는 '발전기 수리' 또한 잊지 않았다. 이번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몇 차례 발전기를 수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며, 이 때에도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지겹게 들어 온 효과음과 스킬체크가 노스텔지어를 느끼게 한다.

▲ 토구(헌트리스)의 가면이라든지

▲ 발전기를 수리하는 스킬체크 등은 원작의 느낌을 살리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요소들은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이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로서 아주 효과적이며, 또 원작 팬들이 마주했을 때 슬며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용도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슈퍼매시브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만듦새나, 깊이 측면에서 '강점'이 퇴색된 느낌도 없지 않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히 '선택의 중요성'과 관련된 문제다. 슈퍼매시브의 이전작들은 그 정도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의 선택이 이후 게임플레이에 아주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곤 했다. 또한,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아이템들을 통해 이후 전개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깊이 또한 있었다.

▲ 슈퍼매시브의 이전 작품과 달리, 선택이 가져오는 영향이 크게 와닿지 않는 편이다

반면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은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편이다. 그리 플레이 타임도, 맵의 크기도 크지 않은 이번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숨겨진 요소들은 원작 살인마의 인형이나 체스말 같은 잡동사니들 뿐이며, 이들은 메뉴 화면에서 각 살인마의 정보를 보여주는 것 말고는 게임 플레이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선택에 따른 분기도 전작들에 비해 그 수가 매우 적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할 가능성은 있지만, 등장인물의 생사가 최종 엔딩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 인물이 얼마나 생존했느냐에 따라 엔딩에서 만나는 인물과 대사만 달라질 뿐, 사실상 엔딩(히든 엔딩 제외)은 하나라고 봐도 무방한 편이다.

▲ 액션을 기대했다면, 이 정도가 최대치다. 상점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자


'데바데' 살인마가 무서울 수도 있을까..?
결국 극복하지 못한 원작 세계관의 딜레마

▲ 원작에 등장하면... '프랭구', '돌구' 쯤 되려나?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은 원작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세계관을 보다 심도 있게, 색다른 시선으로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 아닐 경우에는 앞서 이야기한 한계들로 인해 그 인상이 달라진 가능성 또한 높은 게임이다.

컷신 시작 시 프레임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 벽과 벽 사이에 갇혀 결국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안정성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러한 시스템적인 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스릴러, 호러 어드벤처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다. 비대칭 PvP가 가진 특유의, 혼자서 여러 생존자를 상대하는 살인마를 조롱하는 듯 한(?) 분위기를 안고서도 오싹한 스릴러 게임을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캐스팅 오브 프랭크 스톤'은 그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초반부터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그려지는 것 치고 '프랭크 스톤'이 후반부에 가지는 임팩트가 그다지 크지도 않을 뿐더러, 80-90년대 슬래셔 무비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전개 또한 큰 인상이 남지 않는 편이다. 거기에 더해 엄밀히 말하면 한가지 종류인 엔딩이 겹치니, 자연스레 회차 플레이를 할만한 동기도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다.

▲ 깨알같이 살린 원작 오마쥬 장면들은 재밌긴 하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원작인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세계관과 슈퍼매시브의 개발력이 만났을 때 가지는 잠재력이 이번 작품에서 온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슬래셔 무비의 '인피니티 워' 급 출연진을 보유한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가 이번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랭크 스톤'의 영향력도 그다지 크지 않았고, 깊이 있는 이야기 전개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놀라운 반전을 선보였던 슈퍼매시브의 스토리텔링도 빛나지 못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개발비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대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산업이 되어버린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을 끝으로 세계관 확장의 꿈을 접기에는 원작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은 상당하다. 만일 다음이란 것이 있다면, 정말로 솜털을 곤두세울만한 스릴러로서 팬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 데바데와 슈퍼메시브, 둘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