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부터 맥 제품군에 실리콘 칩을 도입한 애플은 플레이 가능한 게임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개발자들을 위한 포팅 툴킷까지 선보이며, 게이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의지를 비치기도 했죠.

게임을 하려고 맥을 구매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맥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가끔은 게임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거기에 맥용 게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은 희소식이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맥 게임의 형편이 나아졌을까요? 부트캠프, 안드로이드 애뮬레이터 등등... 비공식적인 방법 없이도 맥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험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한 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맥북으로 게임하기, 이제 좀 괜찮아졌나?

▲ 앱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러 게임들, 익숙한 이름도 눈에 많이 띕니다

애플이 도입한 실리콘(M1)칩 이후, 맥 OS는 성능과 접근성 모두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이전 인텔 맥에 비해 M1 칩은 CPU와 GPU 모두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이에 따라 기존에 어려웠던 고사양 게임도 원활히 구동할 수 있게 됐죠.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M4칩에 이르렀고, 애플은 동영상 편집이나 설계같은 무거운 작업은 물론 AAA게임까지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에 한정하여 살펴보면, 지난 2023년 애플은 WWDC를 통해 게임 포팅 툴킷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개발자가 윈도우용 게임을 손쉽게 맥으로 포팅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했는데, 당시 일부 게이머들은 직접 해당 툴로 원하는 윈도우 게임을 맥에서 구동해 보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죠. 이처럼 하드웨어 발전에 소프트웨어 지원이 더해지면서 맥의 게임 접근성은 차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같은 맥 생태계 안에서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여전히 고사양 PC(윈도우)와는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일부 외신은 애플 실리콘의 통합 GPU는 동급 노트북의 중, 고급형 외장 GPU에 필적할 만큼 강력해졌다고 평가하며, 가장 최신 사양인 M4 Max 칩의 경우 고급 노트북 GPU 수준의 그래픽 점수를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데스크탑용 GPU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성능면에서 부족하며, 4K 해상도, 울트라 옵션으로 최신 게임을 구동하는 영역에서는 윈도우가 한참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죠.

레이트레이싱같은 최신 그래픽 효과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조차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을 뿐 게임을 원활히 구동할 정도는 아닙니다. 레딧 등 외국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일부 타이틀에서 성능 옵션을 높일 경우 프레임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언급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 맥북으로 스팀하는 당신, 세계 1%!

그렇기에, 게이밍 시장에서 맥의 점유율은 여전히 매우 낮습니다. 최근 스팀 통계 기준 맥OS 사용자는 1%가 채 되지 않습니다(0.97%). 리눅스가 1.45% 차지하고 있고, 그 나머지는 모두 윈도우즈의 차지입니다.

최근 애플이 강조하는 바와는 반대로, 맥 게이머 비율이 수년간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최적화 부분에 대한 문제, 제한된 타이틀 수, 실리콘부터 불가능해진 부트캠프(맥OS에 윈도우즈를 설치하는 것)등등...그럴만한 이유도 무궁무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용 게임 라이브러리는 지금도 확대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그 상황을 조금씩 타개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2024년 사이에는 인기 게임들이 맥으로 대거 출시됐는데, '발더스 게이트3'나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P의 거짓'등의 게임이 맥으로 출시되며 잠시나마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2025년 현재, 최근에는 '어썌신 크리드'시리즈 최신작인 섀도우즈 또한 출시일과 동시에 맥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고요.


"이제는 웬만큼 할 수 있다?" 직접 플레이해보니

이제 좀 형편이 나아지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맥의 게임 생태계 그리고 접근성이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해외 커뮤니티의 맥 게이머들의 반응도 그와 다르지 않죠. 과거와 비교해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맥의 게임 환경에 대해 꽤나 재치있는 비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맥 게임은 마치 Wii U같은 존재"라고 말입니다. 하드웨어는 썩 훌륭하지만, 돌릴 수 있는 게임이 제한적이었던 당시 Wii U 시스템을 빗댔습니다.

▲ 팰월드도 앱스토어에서 받아 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실리콘 칩의 발전으로 일부 게임을 쾌적히 즐길 수 있게 된 맥 생태계지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맥 게이머들은 실리콘에서 지원하지 않는 부트캠프의 대안으로 가상 머신 등 다른 경로로 윈도우 게임을 구동하는 편법을 활용하고 있으며, 위에서 언급했듯 게임 포팅 툴킷을 활용해 직접 윈도우 게임을 구동해보는 실험까지 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런 비공식적인 방법들은 설정도 번거로울 뿐더러, 완벽한 호환조차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맥 OS 전용으로 출시된 게임만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수가 과거와 비교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숫자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맥 OS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앱스토어에서 맥 호환성을 인증받은 게임을 구매해 즐기는 것입니다. 리메이크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팰월드, 발하임 등 주요 작품들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부터 실행까지 거의 원터치로 구현되는 애플 생태계의 장점(?)을 누릴 수도 있죠.

물론, 맥용 스팀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맥으로 스팀을 이용하는, 전 세계 1%도 안 되는 인구 중에 포함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맥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스팀 내 대다수를 차지)은 플레이할 수 없지만, '발더스 게이트3' 처럼 맥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어렵지 않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아이패드용 '소녀전선2: 망명'은 맥에서도 꽤 원활히 할 수 있는 편

일부 게임들은 맥용으로 개발되지는 않았으나 맥 앱스토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녀전선2: 망명'의 경우 아이패드 버전을 맥북에서도 설치할 수 있는데요, 전략 게임이라는 특성 상 꽤나 높은 호환성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 그리 추천하지는 않지만 iOS18, 맥 OS 세콰이어 이상부터 지원하는 '아이폰 화면 미러링'을 이용하는 것도 일종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실리콘 칩 기반이지만, 아이폰이나 패드에서 지원하는 게임들 중에 맥에서도 구동되는 게임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원신'같은 게임들을 맥에서 구동하기 위해서는 비공식적인 방법을 취해야 하는 현실이죠. 그러나, 스크린 미러링을 통해서 아이폰의 화면을 띄우고, 이를 통해 게임을 구동하는 것이 가능하긴 합니다.

▲ 정 뭣하면, 미러링으로 띄워놓고 게임할 수도 있죠 (단점: 아이폰이 뜨거워짐)

물론, 이 또한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저 맥 화면에 아이폰 화면을 띄워놓았을 뿐이라 조작 입력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양 손 엄지를 활용해야 하는 액션 게임은 플레이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지만, 세로 모드와 자동 전투를 지원하는 '마비노기 모바일' 같은 게임이라면, 틈틈이 시간을 떼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주변 장치 또한 맥 게임 생태계가 아쉬움을 보이는 영역중 하나입니다.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윈도우 PC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애플 공식 키보드 마우스로 게임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그 마우스가 비싸기까지 하다면?)

그렇기 때문에 맥 게임은 호환되는 게이밍 마우스나 컨트롤러 등 입력 장치의 유무도 경험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다행히 맥 OS가 Xbox,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를 기본으로 지원하지만, 게임 단에서 완벽한 호환성을 가졌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가 됩니다.

▲ 아무리 그래도 얘로는 도저히 게임을 할 수 없습니다


맥 유저를 위한 가뭄에 단비? '명조: 워더링 웨이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3월 27일 정식으로 출시된 맥 버전 '명조: 워더링 웨이브'는 그간 서브컬처 게임에 목말라(?) 온 맥 게임 이용자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 되어줬습니다. 이전까지 비공식 방법을 활용해 억지로 게임을 구동해온 사람들도, 이제는 앱스토어에서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되어 접근성 또한 높아졌습니다.

앱스토어 기준, '명조'는 맥 OS 12.0 이상 및 M1 칩 이상이 탑재된 맥에서 구동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실리콘 이후 맥 라인업에서는 대부분 실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M1 맥북 에어 같은 초기 모델에서는 아무래도 사양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구동해본 결과는 상당히 쾌적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M4 MAX 칩이었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으나, 옵션 화면에서 상당히 세부적인 사양 조절도 가능해 기기 성능에 따라 최적화를 하는 것도 편리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다만, 해상도 설정은 약간 어려움이 있었는데, 창모드에서 지원하는 해상도 크기는 너무 작고, 전체 화면을 선택할 경우에는 해상도를 별도로 변경하지 못하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대 FPS를 120까지 설정할 수 있는 점은 고사양 맥을 가진 이용자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올 전망입니다. 이 경우 게임플레이를 하면서 약간의 발열과 팬 소음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부드러운 화면을 보고 싶은 이용자들에게 선택지를 쥐어줍니다.

컨트롤러도 별다른 단계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인식되는 편이었습니다. PS5 듀얼센스(유선)를 활용해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윈도우 버전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진동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 이정도면 맥에서도 게임 할 맛 나죠

또 한가지 눈에 띈 점은, 애플의 매직 트랙패드를 사용해 플레이할 경우에도 "의외로 할만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맥북 키보드 아래에 위치한 터치패드를 쓰려고 하면 양 손이 겹쳐 플레이 경험을 헤치지만, 매직 트랙패드를 오른편에 두고 할 경우 일반적인 키보드/마우스 플레이만큼이나 쾌적한 게임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손가락 하나로 터치하면 왼쪽 클릭, 두 개로 터치하면 오른클릭이라는 부분은 처음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명조' 하려고 게이밍 마우스를 추가로 구매할 것 까지는 없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매직 마우스는... 손목 보호를 위해 시도도 안해봤습니다)

최적화가 잘 된 부분도 나름 의미를 갖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맥으로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는 7만원이 넘는 가격에 앱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현존하는 최신 사양의 GPU로도 4K 해상도에서 구동하기 어려우며, 어떻게 잘 구동했다고 한들 25~30프레임 밑으로 떨어지는 게임 화면을 보기 일쑤죠. 윈도우 PC나 PS5에서는 60fps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굳이 맥으로, 굳이 해상도와 프레임을 타협해가며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게이머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또 여느 모바일 수집형 RPG와 같은 부분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명조'는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간 여러 이유로 제대로 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던 맥 이용자들이 있다면, 잠시 비는 시간에 즐겨볼 게임으로는 손색이 없겠습니다.

▲ 그래픽 설정이 세부적으로 지원돼, 자신의 사양에 맞게 최적화할 수도 있습니다


갈길은 멀지만, 나쁘지는 않다

종합하면, 오늘날 맥의 게임 생태계는 그 어느때보다 확연히 성장했습니다. 애플 실리콘 도입으로 이룬 비약적인 성능 상승으로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 가능한' 수준에 올라섰고, 애플 지원 정책의 변화로 게임 접근성 또한 개선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원 타이틀 수나 그래픽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윈도우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맥 이용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이제 맥에서도 게임이 된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고, 캡콤의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 발더스 게임트3 같은 AAA급 게임을 맥으로 즐기는 사례도 흔해졌죠.

업무상 이유로 맥을 활용하는 사람부터 단순히 디자인이 좋아서 맥을 선택한 이용자에 이르기까지. 이제 더 이상 맥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완전히 게임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애플이 얼마나 게임 분야에 투자를 이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맥으로 게임하기'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평범한 선택지가 될 날을 기대해 봅시다.

▲ 야호! 이제 출장 가서도 게임 할 수 있겠다!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