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일세기덕스가 개발하고, CFK가 퍼블리싱하는 액션 RPG '크로노소드'가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최신 데모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초반 프롤로그 일부가 담긴 이번 데모 버전에는 게임의 핵심 요소를 학습하는 튜토리얼은 물론, 탐험을 통해 초반 보스를 만나 전투를 치르는 등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 BIC(부산 인디커넥트) 참가 이후, '크로노소드'는 2D 다크 소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후 펄어비스의 지분 투자는 물론, 이듬해 진행한 킥스타터에서 7만 달러 규모의 후원금을 달성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 기간은 당초 계획보다 길어지게 되었고, 그 동안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소울라이크' 게임이 등장하며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올해 얼리액세스를 목표로 꾸준한 개발을 해오고 있는 현재, 게이머들에게 '크로노소드'가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십일세기덕스의 이정희 대표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이의 요청에 의해 사진은 키아트로 갈음합니다


손이 느린 사람도 할 수 있는 '소울라이크'

Q. '크로노소드'의 첫 공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개발 근황이 궁금합니다.

이정희 대표 = 실제로 국내에서는 많은 플레이어 분들이 소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게임을 처음 알린 2019년에는 북미/유럽을 타게팅한 만큼 영어 트위터만 운영하고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으로만 소통을 진행했어요. 본격적으로는 그 해 BIC에서 '크로노소드'에 대해 접하신 분들이 많죠.

그 이듬해인 2020년에는 킥스타터를 성공했지만, 그때까지도 '시간 여행'이라는 콘셉트를 프로토타입까지는 구상했지만 실제 기술적인 적용이 어려웠어요. 개발 과정에서 전체 게임성이 발전되는 부분이 늘어나는 만큼, 이를 유지하면서 시간 여행이라는 기술을 구현하는 게 어려웠고요. 플레이어들이 처음 접하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하면 '머리 아프지 않게' 즐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개발을 계속했습니다.

킥스타터를 통해 후원해주신 분들에게는 최소 반년에 한 번 정도는 데모를 계속 공개해 왔습니다. 21년 여름에는 1시간 가까이 플레이할 수 있는 데모 빌드를 만들어서 스토리 연출 위주의 모습을 보여드렸고, 그 뒤에는 최근에도 다듬고 있는 버려진 거리를 배경으로 한 데모도 배포했죠. 이 과정에서 연출에 가까웠던 시간 여행 요소가 기술적으로도 구현이 되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도 가지게 됐습니다. (후원자들의) 피드백도 좋았고요.

2022년 버닝 비버에서는 고대인이 만든 수로라는 콘셉트의 '대수로' 지역을 공개했어요. 빽빽하게 이뤄진 도시 지역을 벗어나, 시각적으로도 환기를 시켜줄 수 있는 곳이죠. 시간에 따라 물의 높이가 달라지며 생기는 퍼즐들이 존재하는데, 버닝비버에서도 반응이 꽤 좋았죠.

작년 3월에는 팍스 이스트에 참여했습니다. '슈퍼 픽셀 레이서즈' 이후에 굉장히 오랜만에 참가한 건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단독 부스로 선정되어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고민해 온 부분들을 싹 모아서 프롤로그를 만들었는데, 그 때 참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스위치까지 5개의 시연대를 운영했는데, 거의 3시간 분량의 데모인데도 다 플레이해 주시더라고요.


Q. 그 동안 게임의 방향도 몇 차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나요?

이정희 = 주로 시행착오가 많았죠. 스토리 연출에 힘을 더 써야 할지, 아니면 퍼즐같이 탑뷰 액션에 맞는 요소들을 더 추가할지. 시간 여행은 당연히 고민했고요. 그래도 작년에 확실히 게임플레이에 대한 자신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것을 학습하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는데, 그런 부분들이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잘 나타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게임이 너무 어려워질까봐 어드벤처로 스케일을 줄일까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RPG 시스템을 확장하면 즐길 거리를 더 많이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RPG 요소를 더 많이 넣게 됐습니다. 장비 개념도 들어가고요.

사실, '시간 여행'은 탐험을 강조할 수 있는 요소인데, 그게 어려워서 퍼즐 부분을 고민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장비 시스템이 들어가면서 플레이어들이 탐험을 통해 보상을 찾아내고 하는 것들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충분히 목표했던 것들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고요.

전투도 19년 데모와 23년 데모가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일단 키보드 방향키로는 정교한 컨트롤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근처 적들을 자동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동화한 부분이 있는데 그럴수록 손맛이 떨어지더라고요. 한 시간 (게임을)했을 때는 재밌지만, 오래 하면 전투의 체험이 계속 비슷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 부분들은 지난 몇 년간 플레이어가 더 많은 컨트롤을 가져갈 수 있도록 작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 TGS 2024에서 데모를 선보인 '크로노소드'

Q. 지난 TGS 2024에 출품한 데모 빌드는 23년도 빌드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정희 = 23년 데모의 연장선에 있는 빌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임에는 많은 시스템과 콘텐츠가 들어가지만,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이냐가 폴리싱이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이나 콘텐츠로 경험을 직접 하는 건 아니니까.

2023년 데모에서 보여드렸던 '크로노소드'의 패키징 상태, RPG 포맷의 그 상태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말자고 확고해진 상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틀 안에서 콘텐츠를 다듬고 있습니다.


Q. 그간 여러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석을 하셨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각 이벤트 현장마다 분위기도 다를 것 같은데, 어땠나요?

이정희 = 팍스(PAX)와 비트서밋 둘 다 참석해봤는데, 비트서밋에는 도움말만 좀 더 추가된 빌드를 가져갔어요. 팍스에서는 참관객들이 행사장을 지나가다 어떤 게임의 키워드가 맘에 들고, 화면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으면 몇시간이 됐든 기다리더라고요. 그러다 자기 차례가 오면 2시간이든 3시간이든 즐기고 싶은 만큼 게임을 즐기는 거죠. 갈림길이 보이면 가보기도 하고, 레벨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감탄도 하면서요.

반면 비트서밋의 참관객 분들은 앉아서 플레이하기 전에 일일이 저희에게 허락을 구하시더라고요. 또 튜토리얼 급 보스만 깨고 일어나시는 분들이 거의 90%였어요. 너무 오래 시연대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더 해도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고요. 정말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 TGS 출품 빌드를 준비하는 데도 많은 고심이 필요했습니다.


Q. 행사 현장에서 만난 참관객에게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받거나 한 경우도 있을까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정희 = 또, 팍스에서 있었던 일화인데, 액션 게임을 많이 해 보신 적이 없는, 나이대가 좀 있으신 참관객 분이 시연대 뒤에서 계속 게임을 분석하면서 보시는 거예요. 자신이 이 게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를.

그렇게 계속 게임을 분석하다가 자신 차례가 오니까, 아이템, 지형 이런 것들을 사용해서 전략적으로 보스를 클리어 하시더라고요. 당시 보스는 이번 데모에 등장하는 보스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엇박도 있고 패링도 해요. 2-3시간 동안 데모를 플레이하면서 배운 모든 것을 사용해야 겨우 물리칠 정도로 난이도를 맞췄고, 전략적인 플레이를 독려하기 위해 우물이나 기둥 같은 오브젝트도 배치해 놨죠.

그런데 그 분이, 비록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전투를 오래 하긴 하셨지만, 1트만에 그 보스를 깨셨어요. 개발자로서 정말 감명 깊은 장면이었고, 그분 스스로도 뿌듯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Q. 이벤트 현장마다 참관객의 시연 방식이 다르니,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이정희 = 소울라이크 게임은 아시다시피 처음에 일단 죽고 시작하잖아요. 그 부분을 넣을까 말까 하다가 튜토리얼도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실까봐 스킵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죠.


Q. 예를 들어.. 환불의 심판자 군다 같은?

이정희 = 하하. 그렇게 표현하자면, 저는 군다 잡는데 몇 분 안 걸리거든요. 그 길에 있는 잡몹들은 플레이어를 죽일 수 없어요. 그렇게 세팅됐으니까. 로스릭 정도는 와야 나를 죽일 수 있는 몬스터가 나타나니 본편이 시작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그런데 일본 행사의 참관객들을 대입하면 군다를 잡고 나서 '이제 그만해야지' 하고 일어나는 거예요. 초반 부분을 플레이하도록 했다가는 그냥 학습 구간만 하다가 일어나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초반 부분을 스킵한 빌드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반대로, 스팀에서는 집에서 편하게 즐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테니 시작 부분부터 튜토리얼 보스를 물리치고, 중간보스까지 향하는 구간을 모두 포함했습니다.

▲ 이십일세기덕스의 사무실 풍경

Q. 그렇다면,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 데모에서 플레이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정희 = 천천히 시간 여행에 대한 경험도 몸으로 체험하시는 게 좋고, 또 스태미나가 없어서 다크 소울 시리즈보다 칼과 방패의 역할이 중요해요. 여느 소울라이크와는 다른 게임이라는 점을 체험하고, 체험을 통해 배운 것을 사용하야만 보스를 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Q. 그간 몇 차례 데모 배포와 시연을 진행하셨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이정희 = 지금까지 참여한 행사들의 연장이라는 느낌으로 봤을 때는, 저희가 무리해서 만든 소소한 디테일들이 잘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플레이어의 동작을 8방향에서 16방향으로 늘리고, 고저차가 있는 난간을 부수고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나무로 된 문은 부술 수 있다는 점을 초반에 알려드리기 위해 설계를 했거든요. 그 뒤에 만나는 모든 나무 문은 부술 수 있도록 말이죠.

또 어느 길을 가도 다시 원래 길로 돌아오는 게아니라, 외길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유도하는 레벨 디자인도 고민했죠. 실수로 이상한 길을 갔다가 뺑뺑이 도는 일이 없도록. 실제로 게임을 접한 분들이 이런 것들을 캐치를 잘 하실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느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 실제로, 레벨 디자인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소울라이크에서 뺑뺑이를 돌 때가 가장 스트레스였거든요. 이 부분을 특히 집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정희 = 어떤 길을 만나면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럽게 '이 끝엔 보상이 있을거야' 라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이 전체 경험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집착했던 부분이죠. 프롬소프트의 원작인 '데몬즈 소울'만 해도 옛날 게임이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사람보다 큰 수레는 약공격 한 번에 부서지지만, 약해 보이는 난간은 절대 부서지지 않아요. 이런 사소한 것들도 '그럼 대체 이 게임의 규칙은 뭐가 되는 거지' 하고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3D 게임에서는 내가 가까이 가면 진행하는 길이 크게 보이니 걱정이 없지만, 탑뷰 시점의 게임이 그러면 정말 혼란스러워요. 플레이어들이 샛길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문제가 있고, 그렇게 되면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서 그 샛길은 '못 본'게 아니라 아예 없었던 것이 돼죠. 시연대를 지켜보는 동안 길을 잃은 참관객들은 주로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의 신뢰성', '맵의 신뢰성'에 대해 집착하면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탐험에서 오는 재미는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탐험이 재미있어야 뒤따라오는 전투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는데, 아마 '다크 소울'이 그저 보스만 연속으로 잡는 게임이었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탐험이기도 하죠. 3시간 동안 한 보스를 도전하는 것보다, 10분 동안 길 잃고 헤매는 것이 스트레스가 더 크게 느껴져요. 그런 점들 때문에 '크로노소드'를 개발하는 데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Q. 소울라이크에 대한 팬심이 잘 느껴집니다. '크로노소드'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이정희 = 제가 장르를 소울라이크로 정했던 이유는, 소울라이크 게임이 만들고 싶었던 것보다는 '적과 긴장감 있게 대결하는 느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릴 때 검도를 잠깐 했는데, 대련에서 오는 긴장감이 좋아서 게임으로 옮기고 싶었어요.

현재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도, 픽셀로 16방향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적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고, 또 뒤를 돌아보고 있으니 '안전하게 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요. 그런 부분에서 출발했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소울라이크는 손 느린 분들은 즐기기가 힘들잖아요. 저희는 손이 느려도 소울라이크를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긴장감 있는 전투 경험을 전달해 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Q. 손이 느린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세키로' 출시 후에 해외에서 있었던 게임 난이도 논쟁이 기억납니다. 모두가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과, 난이도는 개발자의 재량이라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적이 있는데,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이정희 = 개인적으로는, 게임의 방향성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할로우 나이트'도 난이도가 은근 높죠. 그 게임의 인터뷰를 보면, "처음에는 쉬운 게임으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게임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처음엔 흥미를 잃을 수 있는 부분이 의외로 있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사람이 미치게(?) 되는 게임이잖아요.

물론 대형 개발사가 소수만 열광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 것 같고, 인디 게임이라서 선택이 가능했던 부분인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두를 위한 게임이나 소수만 열광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 그 어느쪽이든 비난받을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방향성을 잘 구현해서, 이용자들도 똑같이 느껴야 좋은 게임이라는 거죠.


Q. 확실히, 좋아하는 장르인 만큼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크로노소드'를 통해 선보이고자 하는 새로운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정희 = 예를 들면, 게임플레이 텐션을 높일 수 있는 장치도 많이 마련했습니다. 원래 나중에 배우는 스킬 형태였는데, 처음부터 '캔슬'이 가능하게 한 것도 그런 맥락이죠. 방패로 막거나 회피 등 동작을 캔슬하면서 변칙적인 액션을 수행할 수 있게 했어요.

다크 소울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그거거든요. 옛날 액션 게임들은 내가 입력을 정교하게 하고, 잘 하면 내 전투가 멋있어지거나 쉬워지는 게 있었잖아요. 하지만, 다크 소울은 타이밍, 스태미너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게 좀 아쉬웠어요.

게임에 나오는 아이템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크 소울'도 아이템이 많지만, 주로 특정 빌드를 육성할 때 버프를 바르는 용도거든요. '크로노소드'에서는 퍼즐로 여러 시도했던 것을 아이템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었어요. 천천히 체력을 회복하는 '빵'이라는 아이템은 전투 전에 먹고 들어가면 회복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화살을 이용하면 원거리에서 추가 딜을 넣거나 적의 움직임을 끊을 수 있습니다.

또 저희 게임의 보스들은 웬만하면 슈퍼 아머가 없습니다. 아이템을 견제로 끊기도 수월하고, 용기를 좀 더 내면 여러 동작을 조합해서 더 빠른 콤보를 구사할 수도 있어요. 안전하게, 또는 용기있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소울류와 다른 문법, 새롭게 즐겨주시길" - 크로노소드가 가진 '킥'은?


Q. 2019년 첫 공개 이후, 지금까지 시장에 상당히 많은 소울라이크 작품들이 등장했습니다. 여러 게임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이정희 = 일단은, 저희도 이렇게까지 늦게 개발할 생각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처음 발표한 2019년은 괜찮게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3년 이상을 예상하고 시작했어요. 데모 빌드를 한 6개월에서 9개월 사이에 완성한 것과는 별개로, 시간 여행의 요소가 들어가야 했죠.

인디 개발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자주 오해하시는 부분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데모를 만드는 것, 그리고 전체 콘텐츠 몇 십 시간 어치를 계속 재미있도록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게임에 온전히 몰입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폴리싱하는 것도 다른 영역이죠.

'크로노소드'는 구상은 2014년, 18년에 시간 여행 요소를 넣어야 겠다고 구상하면서 준비하다가 발표는 19년에 진행한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다크 소울3' 이후 다른 개발사는 물론 본가에서도 신작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장르화 되지도 않았고, 메이저 장르는 더더욱 아니었죠.

그런데 그 사이에 곧바로 '세키로'가 등장하면서, '꼭 고딕 풍이 아니어도 소울라이크 요소가 들어가도 되는구나'하고, 장르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회사들의 신작도 (다크 소울의)영향을 많이 받는게 보였고요. '갓 오브 워'나 '어쌔신 크리드' 신화 3부작 등도 충분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시점을 조작하지 않으면서, 액션성을 높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고민이 더 많아졌죠. 저희의 방향은 시점을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뷰를 유지하면서, 소울라이크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에 3D 백뷰 시점의 게임들이 쏟아지면서 이대로 출시하기에는 액션성이 떨어지겠다는 고민이 많았어요. 방향 자동 고정, 자동 스킬 사용 등 시스템도 차츰 덜어내고, 액션성을 높이는 데 시간을 추가로 들여야 했고요.

그래도 (소울라이크)팬으로서 재밌게 즐기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가 생각한 방향이 맞았다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했고요.


Q. 주로 어떤 점에서 생각한 방향이 맞다고 느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정희 = 다크 소울의 전투는 공격과 막기, 그리고 회피라는 동작에 자신의 스태미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가 게임의 핵심이죠. 더 선택지를 주면 피곤해질 수 있어서 그 이상의 플레이어 액션이 없어요.

하지만, 이후 출시된 세키로는 스태미나가 없었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바와 같았고, 의수 액션을 봐도 꼭 스킬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저희 생각과 그 방향이 맞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아, 우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또, 어느 시점부터 본가(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이든 다른 회사의 작품이든 소울라이크에서 스토리와 오픈월드 경험이 강조되기 시작했어요. 그런 부분도 저희가 만드는 게임의 방향과 결이 맞아 이 부분을 계속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경쟁 의식은 느끼지만, 저희가 잘해야죠. 그래도 그들의 고민한 부분이 저희와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도 안심이 되기는 하더라고요.


Q. 또 최근 '흑백요리사'라는 예능이 정말 핫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크로노소드의 '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정희 = 아무래도 전투와 탐험이 가장 비중이 크겠지만, 좀 전에 대중적으로 갈지, 아니면 소수가 열광하는 게임으로 갈지에 대한 고민 측면에서는 앞서 말씀해신 대로 좀 더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맞습니다. 생각보다 시점 조작을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타이밍에 맞춰 적을 공격하고 싶고, 게임을 하고 싶은데 손이 느려서 못 하는 건 속상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지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있는 분들을 최대한 수용하면서도, 이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게임으로 완성하고 싶어요. 그래서 많은 디테일을 넣은 것이고, 이것을 실제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기쁘게 개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도 "이런 디테일을 넣었는데 알아주실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희는 여러분들께서 저희가 고민한 디테일을 알아보실 수 있는 안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며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 기간동안 배포된 데모를 통해 검증해보고 싶은 요소가 특별하게 있나요?

이정희 = 아무래도 '튜토리얼 부분이 조금 너무 천천히 가나?'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로 '소울라이크와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자신이 아는 게임처럼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방패 오래 들고 있으면 안될 것 같고, 약공격만으로도 적을 다 죽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해하시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흰 튜토리얼 부분부터 여느 게임과 다르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장비 교체 시스템부터 시작해 방패가 없으면 적을 이길 수 없다는 것들, 이런것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다시 '군다' 이야기를 하면, 방패 없이도 군다를 쓰러뜨리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크로노소드'에서는 방패, 그리고 강공격 없이는 튜토리얼 보스를 클리어할 수 없게 설계했습니다. '최대한 이 정도의 스킬 셋은 골고루 써야 해' 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죠.

그래서 그 부분에 있어 플레이어마다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염려되기는 합니다. 튜토리얼 이후에는 레벨 디자인이 바뀌면서 갈림길도 나오고, 다소 소울라이크 경험으로 바뀌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이번 데모에서 잘 작동하는지, 또 전체 게임 설계나 디테일이 이용자에게 잘 전달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스팀 넥스트 패스트 이후 계획과 함께, 게임을 기대하고 있는 게이머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정희 =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고도화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고, 큰 틀 안에서는 올 연말 스팀 얼리액세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년 중에는 다른 이벤트에도 참여하면서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고, 2025년 연대 전 플랫폼 동시 출시가 목표입니다.

현재 공개된 프롤로그 부분까지 일반 게이머 기준 3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전체 게임의 1/10 정도 분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번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선보인 데모는 프롤로그 파트의 절반 정도라고 보시면 되고요. 그 뒷부분은 저희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많습니다. (이번 데모로) 충분히 재미를 즐기셨다면,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