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의원, '게임=질병' 분류 막는 통계법 개정안 발의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강유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15일 '게임=질병' 분류를 막는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국회에서 같은당 이상헌 의원이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던 것을 강유정 의원이 재발의했다.
현행 통계법은 유엔, 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새로운 국제 질병으로 등재한 세계보건기구(WHO) 질병코드 분류(ICD-11)가 향후 한국형 표준 질병 분류에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게임이용장애'를 우리나라 질병분류체계에 포함할지를 두고 사회 각 분야에서의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콘텐츠 산업의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보건복지부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에 2019년 국무조정실에서 의견 조율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연구용역 진행 외 별다른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국제표준분류를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현행 통계법의 구속력 때문에 민·관협의체에서 협의안을 도출한다고 해도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될 우려가 있다. 강유정 의원실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는 마땅한 대책 없이 수수방관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민·관협의체 참석자들 증언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 12월 민주당에서 이 사실을 지적하기 전까지 현행 통계법의 맹점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강유정 의원이 발의한 통계법은 국제표준분류를 무조건 반영해야 하는 현행법의 구속력을 낮추고,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국내 콘텐츠 산업 보호 필요성이 함께 고려되어 한국 특성에 적합한 표준분류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유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에 도입될 경우 전체 콘텐츠 수출의 67.8%에 해당하는 국내 게임 산업 규모가 2년 새 8조 8,000억 원 상당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8만 명의 취업기회도 줄어드는 등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인야후 사태 수습 과정에서 이미 전 국민이 확인한 것처럼,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경제적·국가적 피해가 막심하다. 게임 산업마저 위축되지 않도록 국회 문체위 위원으로서 꼼꼼하게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국회 전문위원 측은 통계법 개정안이 국내 상황을 반영한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내용이었던 이상헌안 검토보고를 통해 "개정안이 국제표준분류의 문제점이 한국표준분류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반영하는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아울러 게임이용장애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관련 규제와 낙인효과가 일으킬 악영향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는 개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국가 간 통계 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고, 법률에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할 경우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이 커져 표준분류가 업종 · 직업 등의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국가 간 통계 비교를 저해할 정도의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에 관해서는 국제표준분류를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분류체계를 활용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김 수석은 이해관계에 따른 표준분류 왜곡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았다. 오히려 의견수렴을 의무화함으로써 특정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의견이 표준분류 작성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