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색다른 오픈월드 예고한 첫 CBT, '이환'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지난 7월 깜짝 공개된 '이환'은 이래저래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미 서브컬쳐풍 오픈월드 게임이 여럿 출시됐긴 하지만, 현대적인 도시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오픈월드는 아직 미개척 영역이었기 때문이었죠. 그 영역에 과감하게, 처음부터 글로벌 공개는 물론 그 두 달 뒤인 TGS 2024에서 시연까지 페달을 밟아대는 행보에 기대감이 찰 수밖에 없었죠.
그 뒤 또 두 달이 지난 11월 28일부터 '이환'은 첫 CBT로 유저들을 찾아왔습니다. 아쉽게도 중국 지역 한정에 아직 한창 개발 중이라 기간도 짧았지만, 그 나흘 동안 새로운 오픈월드를 만들기 위한 거대한 밑그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명: 이환
장르명: 오픈월드 RPG
CBT 개시일: 2024. 11. 28.
시연 버전: 중국 CBT 빌드개발사: 호타 스튜디오
서비스: 퍼펙트 월드 게임즈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네온 사인과 이상 현상의 오픈월드
도시를 누비는 감각, 덕겜에서 느낄 줄은
첫 공개 당시부터 '이환'의 컨셉은 명확했습니다. 네온 사인이 가득한 현대풍 도시와 초자연적인 현상, 두 키워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PV에서 3분 동안 꽉꽉 채워서 보여줬으니까요. 물론 네온 사인의 강렬한 이미지와, 여타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과 달리 자동차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이 짙게 남아서 '초자연'에 대한 인상은 좀 희미하긴 했습니다. 그간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 다수가 벽도 자유롭게 타고 활강도 하고 다니지만, '도시'나 '탈것'을 강조한 케이스가 얼마 없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환'의 첫 시작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각종 이상 현상을 관측하고 대응하는 '이상관리국'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곳의 풍경이 마치 사전 지식이 없다면 SCP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쨌거나 그곳에 당도한 주인공은 인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디폴트 네임 '링(零)'으로 나온 은발에 양갈래 땋은 머리를 한 소녀 캐릭터입니다. 그렇게 불린 이유는, 최초의 이상 현상인 0호 이상 현상이 발생한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죠.
최초 발견 후 시일이 지나 주인공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여느 모바일 게임이 그렇듯 기억상실이 패시브처럼 붙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상관리국은 민간 이상 의뢰를 받으며 각종 조사를 나서는 이상 헌터들의 모임이자 골동품 가게인 '에이본'으로 갈 것을 추천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에이본'에 가게 된 주인공이 여러 동료들과 함께 각종 이상 현상을 해결하면서 도시 곳곳을 탐사하는 것이 '이환'의 주요 내용입니다.
굳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한 이유는, 도시를 누비는 감각만큼이나 이상 현상을 좀 더 심층적으로 풀어내는 시도가 '이환'을 플레이하면서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갑자기 이공간이 들어서면서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보였는데, 그런 스팟의 연출이 메인 스토리 그리고 일종의 업적퀘인 이상 의뢰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들로 체험할 수 있었죠.
폐기된 TV에 가까이 다가가니까 갑자기 폐교된 학교 건물이 나온다거나,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한눈팔면 갑자기 덮쳐오는 그림자를 피해 TV 본체를 찾아야 하는 등등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확 바뀌는 연출과 기믹도 '이환'에서 돋보이는 요소였습니다. 기이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각종 수법과 연출들을 보노라면 '초자연'이라는 그 단어가 바로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장르 특성상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픽픽 쓰러져나갈 호러 게임 스타일을 완전히 채택한 건 아니긴 하지만, 각종 기믹과 퍼즐 그리고 연출로 도시 속 비일상이라는 기이함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기이함'이 잘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 일행의 일상을 도시적으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친숙한 거리의 광경을 카툰렌더링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구현해낸 건 물론, 그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는 감각도 충실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빌딩을 파쿠르로 올라가면서 활강하고, 부동산에서 집과 가게를 산 뒤 자기 스타일대로 꾸미거나 재료를 발주하면서 운영하는 묘미까지 말이죠.
다만 처음 시작할 때, 순간이동 포인트가 굉장히 적다는 게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일단 맵을 한 번 다 밝혀둔 뒤, 웨이포인트를 찍어두고 휙휙 주요 구간을 빠르게 도는 것이 그간의 오픈월드 게임의 루틴이었으니까요. 그와 달리 '이환'에서는 순간이동 포인트는 몇몇 재료 던전과 일부 거점만 구현해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맵을 다 밝혔다고 해도 중간중간 자동차를 호출해서 이동하게 되죠.
이 부분은 개발 초기라 구현을 안 한 것도 있겠지만, 자차 외에도 도시 곳곳에 있는 렌트카를 하루 동안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동차를 모는 감각 자체도 썩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죠.
레이싱 게임처럼 드리프트가 있다거나 GTA처럼 다 박살내면서 도시를 휘젓는 건 없지만, 도시의 경치를 즐기며 질주한다는 감성을 느낄 정도는 됐습니다. 차종마다 코너링이나 가속, 토크 등 여러 스탯이 확 차이가 나서 그때그때 다른 주행감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꽤 재미난 부분이었죠. 그리고 중간중간 도로를 질주하다 보면 수집 요소들이나 보물상자들이 얼핏 보이게끔 해서 안 가봤던 길도 한 번쯤 둘러보게 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아직 외장밖에 개조가 안 되지만, 예전에 영상에 아이콘으로만 나왔던 내부 개조까지 실제로 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절로 기대할 수밖에 없었죠.
조합의 의미를 강조한 액션
인접 속성 연계 QTE, 캐릭터 조합이 핵심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상현상을 해결한다는 게임의 '컨셉' 부분을 훑어봤다면, 게임플레이에서 실질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전투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이미 공개된 것처럼, '이환'에서 유저는 4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짜고 각자 전투 스킬과 궁극기, 저스트 회피와 반격, 그리고 교체 QTE를 적절히 활용해 적을 소탕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번 CBT에서는 좀 더 다양한 부분까지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집형을 채택한 오픈월드 RPG가 대부분 그렇듯, '이환'에서도 각 캐릭터마다 속성과 역할군이 제각각 다릅니다. 이환에서도 총 6개의 속성과 5개의 역할군(본능, 인지, 제약, 감정, 괘념)으로 나뉘어있고, 그에 따라 특성도 다르죠. '이환'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접한 속성끼리 연계가 좀 더 쉽게 일어나는 특이한 규칙까지 있습니다. 살짝 다르긴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헌터X헌터의 넨 계통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넨 계통 분류는 능력자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때 참고하는 것이라 좀 다르긴 해도, 인접해있는 속성끼리 더 효율이 좋도록 설계한 점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외에도 각 캐릭터마다 서로 연계가 쉽게 일어나는 조합도 있어서 표를 참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개인 전투 스킬에 연계기까지 활용하다 보면 적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어지간한 잡몹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면 거의 다 킬이라 사키리의 스킬로 최대한 모은 뒤에 연계를 한다거나, 이리저리 빠지는 보스몹은 잠시 스킬을 아껴뒀다가 그로기 게이지를 꽤 많이 채워주는 저스트 회피 후 공격으로 눕혀놓고 연속 스킬과 연계 QTE로 극딜을 넣는 등 스타일리시한 전투가 가능했죠. 여기에 타이밍을 알려주는 시그널까지 있으니, 패턴을 저스트 회피해서 그로리기 수치를 쌓는 것도 꽤 수월한 편입니다.
여기에 캐릭터 육성도 부담감이 덜한 편입니다. 육성 방식 자체는 거의 동일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파밍하게 될 '유물' 부분이 약간 달랐거든요.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설명하자면, 우선 게임기처럼 생긴 판에 동일한 세트 효과의 반쪽짜리 카세트 두 개를 맞춰서 세트 효과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전 조건을 완성하게 되죠. 그리고는 세트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 조건과 동일한 모양의 블록들로 칸을 채워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이환'이 변주한 방식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당 블록에 잠겨있는 수치를 강화로 해금하는 방식이라 강화 재료를 따로 투입하지 않고도 미리 어떤 스탯에 어떤 수치가 붙을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죠. 랜덤 파밍 구조 자체는 동일하더라도, 재료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한 셈입니다.
다만 아직 개발 초기라 그런 건지 전투의 손맛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사운드가 확실히 다 들어간 게 아니라서 종종 타격음이 틱틱거리는 느낌이었고, 적의 피격 반응도 어지간히 큰 공격이 아니고서는 다소 밋밋해서 공격이 확실하게 들어가는 느낌은 적었죠. 교체기나 저스트 회피 후 공격의 타격감은 준수한 편이지만 카메라가 주변 환경에 따라서 기묘한 각도로 비추거나 방향키 입력을 씹고 제자리 회피가 되어서 대시가 좀 늦게 발동되는 등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아직 출시도 아니고 1차 CBT, 그것도 중국 지역만 대상으로 한 만큼 피드백을 확실히 받아서 다음 번에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차세대 오픈월드의 첫 발, 이환
이 거대한 도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채워나갈까?
나흘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겠지만, '이환'을 테스트하는 동안 그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테스트 기간 동안 개발사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라고 지원도 빵빵하게 해줘서 육성도 빠르게 끝났고, 심지어 주말에는 경험치도 퍼줘서 메인퀘도 빠르게 훑어봐서 소위 '할 게 없는' 상황이 왔는데도 말이었죠.
아마도 서브컬쳐 팬들이 그간 바라마지 않던 로망 중 하나를 '이환'이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간 여러 오픈월드 게임들이 나왔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도시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각종 사건들을 해결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상을 영위하는 그런 느낌을 온전히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은 드물었거든요.
물론 '이환'이 지금 그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공개된 지역의 면적도 그리 크지 않고, 뒷마무새가 좀 미흡한 게 돌아다니다 보면 확실히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픽 최적화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체험하는 동안 '버그'가 정말 많았던 게 떠오릅니다. 던전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그 밑으로 빠져버려서 긴급탈출을 해야 하거나, 갑자기 몬스터들이 스테이시스 필드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타격도 안 받는 상태가 된다거나, 렌트카 반납 시간도 안 됐는데 갑자기 탑승이 안 되는 등 갖가지 사례들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이상 의뢰 중 '적문'은 매번 들어갈 때마다 세 번째 교실 복도가 안 나오는 버그로 결국 클리어하지 못하고 테스트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하우징이나, 가게 운영도 아직 틀이 확고히 잡히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우징은 꾸미는 것 외에 딱히 기능이 없고, 다른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일 때의 이벤트나 이런 것도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아서 좀 허한 느낌이었죠. 가게 운영은 재료를 매번 새로 납품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렇게 납품하고 가게에서 팔 물건을 정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서 밋밋한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순간이동을 최소화해서 차를 타고 도시를 좀 더 다니게 하는 방향성은 알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편의성을 좀 더 강화할지 아니면 번거로운 만큼 매번 가지는 않아도 좀 더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줄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어보였죠. 캐릭터 돌파 재료를 파밍하는 보스전 구간도 근처에 순간이동 포인트가 없어서 매번 가기 귀찮은데, 다음 테스트 그리고 출시를 대비해 단순 반복되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좀 더 준비하는 것이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아직은 재료나 음식, 장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만 열려있어서 도시 생활을 만끽한다고 100%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도시를 비교적 덜 자유롭게 돌아다닐 뿐이지, 이미 여러 가지로 콘텐츠를 구축했던 다른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죠. 이리저리 도시를 달리고 싸우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막 공개하고, 첫 테스트에 나섰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환'은 이번에 상당히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감성과 초자연현상의 기이한 느낌을 한껏 끌어올린 연출에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구현한 도시의 풍경, 그 사이를 자유롭게 질주하는 감성에 나름의 체계를 갖춘 전투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확고히 어필했으니까요. 불완전한 부분도 많았고 아쉬웠던 부분도 많았지만, 이를 온전히 다듬었을 때 과연 '이환'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 뒤 또 두 달이 지난 11월 28일부터 '이환'은 첫 CBT로 유저들을 찾아왔습니다. 아쉽게도 중국 지역 한정에 아직 한창 개발 중이라 기간도 짧았지만, 그 나흘 동안 새로운 오픈월드를 만들기 위한 거대한 밑그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게임명: 이환
장르명: 오픈월드 RPG
CBT 개시일: 2024. 11. 28.
시연 버전: 중국 CBT 빌드개발사: 호타 스튜디오
서비스: 퍼펙트 월드 게임즈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네온 사인과 이상 현상의 오픈월드
도시를 누비는 감각, 덕겜에서 느낄 줄은
첫 공개 당시부터 '이환'의 컨셉은 명확했습니다. 네온 사인이 가득한 현대풍 도시와 초자연적인 현상, 두 키워드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PV에서 3분 동안 꽉꽉 채워서 보여줬으니까요. 물론 네온 사인의 강렬한 이미지와, 여타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과 달리 자동차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이 짙게 남아서 '초자연'에 대한 인상은 좀 희미하긴 했습니다. 그간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 다수가 벽도 자유롭게 타고 활강도 하고 다니지만, '도시'나 '탈것'을 강조한 케이스가 얼마 없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환'의 첫 시작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각종 이상 현상을 관측하고 대응하는 '이상관리국'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곳의 풍경이 마치 사전 지식이 없다면 SCP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어쨌거나 그곳에 당도한 주인공은 인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디폴트 네임 '링(零)'으로 나온 은발에 양갈래 땋은 머리를 한 소녀 캐릭터입니다. 그렇게 불린 이유는, 최초의 이상 현상인 0호 이상 현상이 발생한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죠.
최초 발견 후 시일이 지나 주인공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여느 모바일 게임이 그렇듯 기억상실이 패시브처럼 붙습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이상관리국은 민간 이상 의뢰를 받으며 각종 조사를 나서는 이상 헌터들의 모임이자 골동품 가게인 '에이본'으로 갈 것을 추천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에이본'에 가게 된 주인공이 여러 동료들과 함께 각종 이상 현상을 해결하면서 도시 곳곳을 탐사하는 것이 '이환'의 주요 내용입니다.
굳이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한 이유는, 도시를 누비는 감각만큼이나 이상 현상을 좀 더 심층적으로 풀어내는 시도가 '이환'을 플레이하면서 엿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게임 플레이 영상에서 갑자기 이공간이 들어서면서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보였는데, 그런 스팟의 연출이 메인 스토리 그리고 일종의 업적퀘인 이상 의뢰에서 한층 더 발전한 모습들로 체험할 수 있었죠.
폐기된 TV에 가까이 다가가니까 갑자기 폐교된 학교 건물이 나온다거나,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한눈팔면 갑자기 덮쳐오는 그림자를 피해 TV 본체를 찾아야 하는 등등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확 바뀌는 연출과 기믹도 '이환'에서 돋보이는 요소였습니다. 기이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각종 수법과 연출들을 보노라면 '초자연'이라는 그 단어가 바로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장르 특성상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픽픽 쓰러져나갈 호러 게임 스타일을 완전히 채택한 건 아니긴 하지만, 각종 기믹과 퍼즐 그리고 연출로 도시 속 비일상이라는 기이함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게 '기이함'이 잘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 일행의 일상을 도시적으로 잘 풀어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친숙한 거리의 광경을 카툰렌더링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구현해낸 건 물론, 그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는 감각도 충실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빌딩을 파쿠르로 올라가면서 활강하고, 부동산에서 집과 가게를 산 뒤 자기 스타일대로 꾸미거나 재료를 발주하면서 운영하는 묘미까지 말이죠.
다만 처음 시작할 때, 순간이동 포인트가 굉장히 적다는 게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일단 맵을 한 번 다 밝혀둔 뒤, 웨이포인트를 찍어두고 휙휙 주요 구간을 빠르게 도는 것이 그간의 오픈월드 게임의 루틴이었으니까요. 그와 달리 '이환'에서는 순간이동 포인트는 몇몇 재료 던전과 일부 거점만 구현해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맵을 다 밝혔다고 해도 중간중간 자동차를 호출해서 이동하게 되죠.
이 부분은 개발 초기라 구현을 안 한 것도 있겠지만, 자차 외에도 도시 곳곳에 있는 렌트카를 하루 동안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동차를 모는 감각 자체도 썩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죠.
레이싱 게임처럼 드리프트가 있다거나 GTA처럼 다 박살내면서 도시를 휘젓는 건 없지만, 도시의 경치를 즐기며 질주한다는 감성을 느낄 정도는 됐습니다. 차종마다 코너링이나 가속, 토크 등 여러 스탯이 확 차이가 나서 그때그때 다른 주행감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꽤 재미난 부분이었죠. 그리고 중간중간 도로를 질주하다 보면 수집 요소들이나 보물상자들이 얼핏 보이게끔 해서 안 가봤던 길도 한 번쯤 둘러보게 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아직 외장밖에 개조가 안 되지만, 예전에 영상에 아이콘으로만 나왔던 내부 개조까지 실제로 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절로 기대할 수밖에 없었죠.
조합의 의미를 강조한 액션
인접 속성 연계 QTE, 캐릭터 조합이 핵심
도시를 돌아다니며 이상현상을 해결한다는 게임의 '컨셉' 부분을 훑어봤다면, 게임플레이에서 실질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전투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이미 공개된 것처럼, '이환'에서 유저는 4명의 캐릭터로 파티를 짜고 각자 전투 스킬과 궁극기, 저스트 회피와 반격, 그리고 교체 QTE를 적절히 활용해 적을 소탕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번 CBT에서는 좀 더 다양한 부분까지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수집형을 채택한 오픈월드 RPG가 대부분 그렇듯, '이환'에서도 각 캐릭터마다 속성과 역할군이 제각각 다릅니다. 이환에서도 총 6개의 속성과 5개의 역할군(본능, 인지, 제약, 감정, 괘념)으로 나뉘어있고, 그에 따라 특성도 다르죠. '이환'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접한 속성끼리 연계가 좀 더 쉽게 일어나는 특이한 규칙까지 있습니다. 살짝 다르긴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헌터X헌터의 넨 계통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넨 계통 분류는 능력자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때 참고하는 것이라 좀 다르긴 해도, 인접해있는 속성끼리 더 효율이 좋도록 설계한 점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외에도 각 캐릭터마다 서로 연계가 쉽게 일어나는 조합도 있어서 표를 참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개인 전투 스킬에 연계기까지 활용하다 보면 적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일시적으로 무력화되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어지간한 잡몹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면 거의 다 킬이라 사키리의 스킬로 최대한 모은 뒤에 연계를 한다거나, 이리저리 빠지는 보스몹은 잠시 스킬을 아껴뒀다가 그로기 게이지를 꽤 많이 채워주는 저스트 회피 후 공격으로 눕혀놓고 연속 스킬과 연계 QTE로 극딜을 넣는 등 스타일리시한 전투가 가능했죠. 여기에 타이밍을 알려주는 시그널까지 있으니, 패턴을 저스트 회피해서 그로리기 수치를 쌓는 것도 꽤 수월한 편입니다.
여기에 캐릭터 육성도 부담감이 덜한 편입니다. 육성 방식 자체는 거의 동일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파밍하게 될 '유물' 부분이 약간 달랐거든요. 어떻게 다른지 좀 더 설명하자면, 우선 게임기처럼 생긴 판에 동일한 세트 효과의 반쪽짜리 카세트 두 개를 맞춰서 세트 효과를 활성화하기 위한 사전 조건을 완성하게 되죠. 그리고는 세트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 조건과 동일한 모양의 블록들로 칸을 채워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 '이환'이 변주한 방식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당 블록에 잠겨있는 수치를 강화로 해금하는 방식이라 강화 재료를 따로 투입하지 않고도 미리 어떤 스탯에 어떤 수치가 붙을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죠. 랜덤 파밍 구조 자체는 동일하더라도, 재료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한 셈입니다.
다만 아직 개발 초기라 그런 건지 전투의 손맛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직 사운드가 확실히 다 들어간 게 아니라서 종종 타격음이 틱틱거리는 느낌이었고, 적의 피격 반응도 어지간히 큰 공격이 아니고서는 다소 밋밋해서 공격이 확실하게 들어가는 느낌은 적었죠. 교체기나 저스트 회피 후 공격의 타격감은 준수한 편이지만 카메라가 주변 환경에 따라서 기묘한 각도로 비추거나 방향키 입력을 씹고 제자리 회피가 되어서 대시가 좀 늦게 발동되는 등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아직 출시도 아니고 1차 CBT, 그것도 중국 지역만 대상으로 한 만큼 피드백을 확실히 받아서 다음 번에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차세대 오픈월드의 첫 발, 이환
이 거대한 도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채워나갈까?
나흘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겠지만, '이환'을 테스트하는 동안 그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었습니다. 테스트 기간 동안 개발사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라고 지원도 빵빵하게 해줘서 육성도 빠르게 끝났고, 심지어 주말에는 경험치도 퍼줘서 메인퀘도 빠르게 훑어봐서 소위 '할 게 없는' 상황이 왔는데도 말이었죠.
아마도 서브컬쳐 팬들이 그간 바라마지 않던 로망 중 하나를 '이환'이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간 여러 오픈월드 게임들이 나왔지만,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도시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각종 사건들을 해결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상을 영위하는 그런 느낌을 온전히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은 드물었거든요.
물론 '이환'이 지금 그 욕망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공개된 지역의 면적도 그리 크지 않고, 뒷마무새가 좀 미흡한 게 돌아다니다 보면 확실히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래픽 최적화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체험하는 동안 '버그'가 정말 많았던 게 떠오릅니다. 던전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그 밑으로 빠져버려서 긴급탈출을 해야 하거나, 갑자기 몬스터들이 스테이시스 필드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타격도 안 받는 상태가 된다거나, 렌트카 반납 시간도 안 됐는데 갑자기 탑승이 안 되는 등 갖가지 사례들이 있었거든요. 심지어 이상 의뢰 중 '적문'은 매번 들어갈 때마다 세 번째 교실 복도가 안 나오는 버그로 결국 클리어하지 못하고 테스트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하우징이나, 가게 운영도 아직 틀이 확고히 잡히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우징은 꾸미는 것 외에 딱히 기능이 없고, 다른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일 때의 이벤트나 이런 것도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아서 좀 허한 느낌이었죠. 가게 운영은 재료를 매번 새로 납품하는 게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렇게 납품하고 가게에서 팔 물건을 정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서 밋밋한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순간이동을 최소화해서 차를 타고 도시를 좀 더 다니게 하는 방향성은 알겠지만, 이 부분에서는 편의성을 좀 더 강화할지 아니면 번거로운 만큼 매번 가지는 않아도 좀 더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줄지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어보였죠. 캐릭터 돌파 재료를 파밍하는 보스전 구간도 근처에 순간이동 포인트가 없어서 매번 가기 귀찮은데, 다음 테스트 그리고 출시를 대비해 단순 반복되는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좀 더 준비하는 것이 과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아직은 재료나 음식, 장식품을 판매하는 가게만 열려있어서 도시 생활을 만끽한다고 100%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도시를 비교적 덜 자유롭게 돌아다닐 뿐이지, 이미 여러 가지로 콘텐츠를 구축했던 다른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죠. 이리저리 도시를 달리고 싸우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허전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렇지만 이제 막 공개하고, 첫 테스트에 나섰다는 걸 감안했을 때 '이환'은 이번에 상당히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감성과 초자연현상의 기이한 느낌을 한껏 끌어올린 연출에 완성도 높은 그래픽으로 구현한 도시의 풍경, 그 사이를 자유롭게 질주하는 감성에 나름의 체계를 갖춘 전투까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확고히 어필했으니까요. 불완전한 부분도 많았고 아쉬웠던 부분도 많았지만, 이를 온전히 다듬었을 때 과연 '이환'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