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이젠 기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기사를 인터넷에 게시하고, 그 기사를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사실이 아닌 소식을 담은 '가짜 뉴스' 역시 크게 늘었고, 인터넷에서 여러 소식을 접하는 유저들은 점점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 상황이다.

에델만코리아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 온라인 조사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는 주요 사회기관의 신뢰도를 측정한 내용이 담겼는데, 여기서 응답자의 64%가 언론과 기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을 전달 중이라고 답했고, 뉴스의 출처로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답변한 이들은 전체의 5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의 출처로 '소셜 미디어'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 역시 44%로 나타났다. 약 절반의 응답자가 미디어를 신뢰하지 못하고, 가짜 뉴스를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전 세계의 미디어는 만연하는 가짜 뉴스 속에서 뉴스 신뢰성을 입증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뉴스의 출처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기능'을 주목하게 됐다.

이탈리아의 뉴스 통신사인 ANSA 역시 뉴스 신뢰성을 입증할 대안을 모색 중이었고, 첫 번째 목표로 ANSA 뉴스를 99.9% 이상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구현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임을 증명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 28개국 미디어 신뢰 비율 (출처: 2024 Edelman Trust Barometer Global Report)

ANSA는 글로벌 회계법인 EY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의 공동개발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독자가 사이트의 기사 출처를 추적할 수 있고, 타사 뉴스 웹 사이트의 업데이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ANSA 솔루션에서 편집자가 뉴스 기사를 게시하면 기사가 자동으로 EY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옵스 체인'으로 전송되고, 블록체인 공증을 통해 변경할 수 없는 블록에 ID와 게시 세부 정보가 담기게 되는 식이다.

독자는 확인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으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고, 이를 다시 게시할 수 있으며, 이때의 절차들 역시 모두 기록으로 공개된다. 만약 가짜 뉴스가 있을 때 해당 기사가 ANSA에서 제작된 것이 아님을 쉽게 식별할 수 있고, ANSA는 가짜 뉴스로부터 브랜드 평판을 보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가짜 뉴스 자체를 근절할 수는 없지만, 가짜 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신뢰를 바탕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ANSA의 스테파노 드 알렉산드리 CEO는 콘텐츠 신뢰성 확인을 위한 솔루션 확산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반 검증 기술이 업계의 표준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탈리아 의회 역시 뉴스 미디어 기업에 블록체인 검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고, 해당 법률이 도입되면 이탈리아 외에 여러 국가에서도 미디어 산업의 작동 방식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