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국 '차이나조이 2024' 특징 중 하나는 한국공동관의 재등장이다. 지난 2017년, 중국 측은 명확한 이유 없이 한국공동관에서 'KOREA'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KOREA'가 아닌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의미하는 'KOCCA'가 내걸렸다. 업계에서는 당시 '사드 사태'로 인한 한한령의 여파라고 여겼다. 2018년 차이나조이 한국공동관에 잠시 'KOREA'가 내걸렸으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콘진원은 한국공동관을 운영하지 않았었다. 판호 갈등, 코로나 사태, 외교 관계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혔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윤호진 북경센터장

윤호진 콘진원 북경센터장은 차이나조이에 한국공동관이 KOREA를 내걸고 등장한 게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중국을 생각해 보면 자신들의 행사에서 외교 관계가 나쁜 나라의 선전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외교의 여파로 게임 비즈니스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례는 이미 2017년에 나타났다.

윤 센터장은 콘진원이 이번 차이나조이에 참여할 때 주최 측으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우리에게 원하는 B2B 부스 위치를 먼저 선택할 기회와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외교 관계까지 넘겨 생각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게임 비즈니스에선 한중 관계가 상당히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차이나조이 B2B 관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한국공동관이 있었다. 또한 다른 관으로 이동하는 입구에 위치했다. 현장 동선을 생각하면 B2B 관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입출구로 드나들 때 'KOREA'를 보게 된다. 가장 노출 효과가 좋은 명당을 중국 측이 먼저 나서서 한국에 제공했단 셈이다.

물론 중국 측이 어느 정도 계산했을 수 있다. 자국의 게임사만으로 B2C 관을 성공적으로 채울 수 있어도, B2B 관은 여러 나라가 있는 게 좋다. 그래야 성공적인 국제행사로 알릴 수 있어서다. 그 점에서 'KOREA'는 매력적인 단어다. 윤 센터장은 "누가 봐도 게임 쪽의 강국은 한국이니, 한국이 들어온다면 행사가 빛나는 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 입구에 들어가기도 전에 보이는 자리에 한국공동관이 있다

한국공동관 소개와 함께 윤 센터장은 판호 동향을 설명했다. 콘진원 북경센터는 중국 내에서 직접 산업 동향을 살핀다. 윤 센터장은 판호 재개 이후 우리 게임이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제외하면 의외로 성적이 부진한 게 '수용성'의 문제라고 봤다. 국내 게임사가 해외로 진출할 땐 수익성과 수용성을 따진다. 예로 동남아 지역은 우리 모바일 MMORPG에 수용성이 높다. 크래프톤의 인도 진출도 현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 대한 수용성은 높으나 수익성이 의문인 상황이다.

최근 판호를 받은 게임들은 결국 중국 유저와 수용성이 낮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와 중국 유저들의 성향이 달라진 게 이유로 꼽힌다. 반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수용성과 수익성 모두를 갖춰 기대보다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중국에 가져간다는 전략은 이미 오래전에 폐기됐어야 했다. 두 나라 유저의 성향이 바뀐 만큼, 수용성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판호 기류에 대해 윤 센터장은 "국내 게임사들이 답을 찾아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관찰했을 때 판호 기류는 '중국이 허가를 안 했다'보다는 '한국 게임사가 못 받았다'가 강했다. 물론, 윤 센터장 역시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한한령은 있다고 봤다. 다만, 한한령은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닌 스펙트럼이 있는 강도의 문제다.

중국은 오랫동안 게임에 대해 내용심사를 했다. 엄격하게 규제, 이른바 판호 제도까지 시스템화된 것은 2018년쯤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판호 발급 건수는 2017년 9,368건에서 2018년 2,064건으로 77.9% 급감했다. 판호 제도는 한국을 규제하기 위해 중국이 마련한 게 아니다. 2018년 중국은 청소년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게임산업의 규제를 강화했다.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된다. 중국 기업인 텐센트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텐센트는 오랜 기간 판호를 받지 못해 신규 게임 출시에 곤란을 겪은 바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중국의 판호 규제가 부당하다며 불만만 갖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게임시장으로서 중국은 수익성이 높은 게이머가 6억 명 이상인 곳이다. 중국 당국의 '너희가 맞춰라' 식의 일방적인 규제도 압도적인 시장을 보유했기에 가능하다.

그동안 중국의 강화된 규제에 맞춰 개발되지 않은 한국 게임은 판호 심사 허들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윤 센터장의 의견은 기존 '중국이 차별한다'에서 '우리 게임사가 못 받았다'로 다르단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한한령이 있었고 판호 시스템이 부당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다만, 부당하더라도 게이머 인구수가 6억 명 이상이면 결국 우리 게임사가 맞출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기조가 변화한 것은 우리 게임사에 긍정적이다. 2017년 이후 중국은 자국의 문화산업 보호,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게임 허가 수를 조절했다.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한한령 여파가 더해져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러나 2022년 중국 게임산업이 8년 만에 역성장하면서 당국의 기조가 변했다. 판호 수를 늘리고 외산(중국 외) 게임을 더 유입시켜 게임산업 규모 자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갔다. 외산게임을 더 유입시키는 배경에는 중국 자체 게임의 경쟁력이 이젠 충분하단 자신감도 깔려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게임사가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학 시험에서 새로운 유형을 계속 틀리다가, 연습 문제를 풀어보니 노하우가 쌓여 답을 맞히는 것과 같다. 판호를 못 받았던 오랜 기간 우리 게임사는 문제를 풀어나갔고, 결국 2020년 12월 '서머너즈 워' 승인 이후로 꾸준히 판호를 받아내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중국 퍼블리셔와 노하우를 공유해 어느 시기에 판호를 받아낼 거란 예측까지 가능할 정도다.

▲ KOREA가 빠져버렸던 2017년 사례(왼쪽), 올해엔 KOREA가 내걸렸다(오른쪽)

게임 비즈니스 사업에서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꽌시'가 널리 알려진 중국의 경우는 특히 더하다. 콘진원이 2018년 이후 다시 한국공동관을 꾸린 것도, 관계 다지기와 무관하지 않다. 윤 센터장은 "중국 측이 차이나조이를 지켜보면서 한국공동관이 크게 운영되면,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라며 "그것만으로도 한국공동관 운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중국과의 게임 비즈니스 환경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커뮤니티로부터 '혐한' 키워드가 종종 나오지만, 일부의 의견이 크게 전달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이슈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한중 사이의 비즈니스 환경은 점차 좋아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관계가 더 개선되면 다시 '한국의 게임이다'라고 중국에 소개할 날이 올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게임 비즈니스에서 한중 관계는 압도적인 시장 차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을이다. 윤 센터장은 "바꿔 말하면 우리가 얻어낼 것이 더 많다는 얘기"라며 "얻을 게 더 많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 관계는 사이클이다.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번갈아 가며 온다. 윤 센터장은 "지금 좋지 않더라도, 게임사가 계속 중국 유저을 움직이려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수만 대표(과거 SM엔터테인먼트)가 계속 중국에 관심을 두는 걸 참고하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