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스컴에서는 온갖 게임들이 등장해 전 세계 게이머, 그리고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세계 최초로 시연 출품해 장사진을 이뤘으며, 이 외에도 문명7, 패스 오브 엑자일2,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2 등에 참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한국 게임사의 약진 역시 눈부셨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마침내 시연 출품했으며,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 RPG 카잔 역시 올해 게임스컴에서 소울라이크, 하드코어 액션 RPG 팬들의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심즈의 대항마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인조이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 가운데 개인적으로 올해 게임스컴 다크호스를 꼽으라면 이 게임을 꼽을 것 같다. 프랑스의 신생 게임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개발 중인 턴제 RPG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그 주인공이다. 환상적인 비주얼과 액션을 선보이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단박에 기대작 리스트에 올랐을 정도다. 이번 게임스컴 기간 중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B2B관에 위치한 Xbox 부스에 전 세계 미디어를 불러서 개발자가 직접 게임을 시연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 게임에 대해 짧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어딘지 JRPG가 떠오르는 비주얼이다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비주얼. 언리얼 엔진5로 만들어서 그런지 신생 게임사임에도 게임의 비주얼이 상당히 좋았다. 단순히 언리얼 엔진5여서 그런 게 아니라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만의 색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

UI, UX가 대표적이다. 맨 처음 게임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한 부분으로 UI 디자인이나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어딘지 모르게 페르소나5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다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들어가면 자칫 베꼈다는 느낌이 들거나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기 쉬운데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그렇지 않았다. 영감을 받되 이를 자신들의 게임에 어울리게 재해석함으로써 하나의 통일된 인상을 심어줬다.

필드 플레이는 액션 어드벤처가 떠오르는 형태다. 자유롭게 필드를 돌아다닐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메인 스토리를 쭉 따라갈지 아니면 서브 퀘스트 등을 깬다든가 숨겨진 보스를 찾는다거나 하는 식의 플레이도 가능해 보였다. 캐릭터의 스탯 분배, 스킬 습득은 별도의 세이브 포인트에서 해야 하는 듯이 보였다.


체력, 근력, 민첩, 지능 등의 스탯이 있었으며, 캐릭터별로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스탯을 올려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구스타브, 루네, 마엘레가 등장했는데 기본적으로 마법사에 가까운 루네는 지능 등의 스탯에 투자하는 게 좋겠으나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체력, 근력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했다.

필드에서는 구스타브, 루네, 마엘레 등 캐릭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필드 플레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굳이 캐릭터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캐릭터에 따라 필드 플레이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전투는 필드에서 적을 발견하면 플레이어가 다가가서 전투를 진행하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다. 다른 게임의 심볼 인카운터 방식과 마찬가지로 필드에서 적에게 공격을 당하면 기습을 당한 것으로 취급돼서 적이 우선권을 갖고 플레이어 캐릭터가 적을 공격하면 우선권을 가지는 식으로 이점을 가진 상태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다른 턴제 RPG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왼쪽 상단에 아군과 적군의 턴 순서가 표시되며, 아군 차례에는 공격을 할지 스킬을 쓸지 아니면 총을 쏠지 다양한 커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공격과 스킬에는 QTE 요소가 들어가는데 타이밍을 맞추는 데 성공하면 효과가 강화되는 걸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총을 쏘는 부분이다. 정확히는 조준(Aim)이라는 커맨드로, 이때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조준점을 움직여서 타겟이나 부위를 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턴 1행동인 것과 달리 조준 상태에서는 여러 발을 쏘는 게 가능하다. 이를 통해 보스가 소환하는, 체력이 낮은 대신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오브젝트를 한 번에 정리한다든가 보스의 약점을 노리는 식으로 쓸 수 있어 보였다.


다만, 이 역시 앞으로 보여줄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QTE도 조준도 아닌 다양한 대응 요소들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에서는 적턴일 때는 그냥 맞을 수밖에 없는 다른 턴제 RPG와 달리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가능하다.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대응 요소는 패리(Parry), 방어(Defence), 점프(Jump) 크게 세 가지로 적이 공격할 때 노랗게 빛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패리나 가드를 할 경우 대미지를 아예 받지 않는 걸 볼 수 있었다.

정확히 적이 어떤 공격을 할 때 어떤 대응 요소를 써야 하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굳이 세 가지로 구분된 만큼, 적의 공격 타입에 따라 써야 하는 대응 요소 역시 달라질 것으로 추정됐다.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무기를 휘두른다거나 하는 물리적인 공격은 방어나 패리로, 바닥을 내리칠 때는 점프로 피하거나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패리의 경우 적의 공격을 튕겨낸 후 그대로 반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여러모로 타이밍이 더 빡빡할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노 대미지 클리어할 경우 20% 경험치 보너스가 추가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 패턴에 따라 패리, 방어, 점프 중 적절한 걸 선택해야 한다

보스전에서는 체력바 아래에 위치한 브레이크바(Break-Bar)라는 걸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아마 대부분 예상하고 있겠지만, 소울라이크 등 액션 RPG에 있는 스태미나에 해당하는 요소다. 잡몹의 경우 사실 크게 상관없지만, 보스전에서는 보스의 브레이크바를 채우는 공격, 스킬을 우선적으로 써서 먼저 브레이크바를 채우고 그로기 상태로 만든 후 극딜하는 식으로 전투가 흘러갔다.

끝으로 외형 템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캐릭터들의 의상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며, 시네마틱 컷신에도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정석적인 턴제 RPG에 실시간 액션 메커니즘을 녹여냄으로써 턴제 RPG에서 턴을 반복한다는 태생적인 지루함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얼핏 어색하다든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일단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그런 걸 느낄 수 없었다.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인상으로 하루빨리 하고 싶을 정도였다.

▲ 샌드폴 인터랙티브 프랑수아 뫼리스 디렉터, 앨런 레이노드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

개발자 시연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프랑수아 뫼리스(FRANÇOIS MEURISSE) 디렉터, 앨런 레이노드(Alan Reynaud)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와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건 대응 요소가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였다. 잘만한다면 최종 보스까지 노 대미지 클리어하는 게 가능하단 걸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을 직접 확인해보자.

Q. 패리, 방어, 점프 성능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잘만 쓰면 공격을 완벽하게 피하거나 막을 수 있던데 보스와의 레벨 격차가 크더라도 실력만 된다면 노 대미지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할까.

= 좋은 질문이다. 말 그대로 보스의 패턴을 완벽히 꿰고 있다면,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레벨 격차가 크더라도 노 대미지 클리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나왔으면 싶다(웃음).


Q. 선형적 구조인지 오픈월드 구조인지 궁금하다.

= 선형적 구조와 오픈월드 구조의 중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서사와 게임 진행 자체는 선형적인 구조지만,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지름길을 찾는 등 오픈월드 구조 역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사이드 콘텐츠의 경우 처음에는 진행할 수 없지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전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Q.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고 어떤 식으로 즐기는지에 따라 플레이 타임이 달라지는 만큼, 확답하기 어렵다. 다만, 적당한 볼륨에 많은 사이드 콘텐츠가 있어서 짧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


Q. 그래픽이나 연출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사양 역시 꽤 높을 것 같은데.

= 플랫폼에 따라 다르다. PC는 저마다 사양이 다르기에 딱 이렇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PS5와 XSX|S는 성능 모드와 그래픽 모드 등을 넣을 예정이다. 이 부분은 추후 더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UI 디자인이나 전체적인 연출 등이 어딘지 JRPG, 그것도 페르소나5에 영향을 받은 느낌이다. 얼핏 서양식 JRPG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영감을 받은 게임이 있는 건가.

= 개인적으로 JRPG 팬이기도 하고 개발팀 역시 70~80년대생이 많아서 그런지 그때 그 시절 JRPG에 대한 추억을 가진 개발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감을 받은 그런 게 있다. 여기에 우리 게임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턴제임에도 액션이 화려한 편이다 보니 UI 디자인 역시 그런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 고민한 끝에 지금의 형태가 됐다.

비주얼적으로는 벨 에포크 시대와 아르데코 양식에 영향을 받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현실의 디자인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녹여내 하나로 융합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정통 턴제 JRPG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혼합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