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디오게임 매체 게임 디벨로퍼(Game Developer)의 선임 편집자, 브라이언트 프랜시스(Bryant Francis)는 GDC 2025에서 "언론의 힘: 탐사 기자에게 내부고발을 위한 가이드"라는 강연을 열었다.

프랜시스는 게임 개발자 경력과 저널리즘 이력을 모두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지난 10년 간 업계의 어두운 면을 폭로해 온 기자로서의 삶을 바탕으로, 내부 고발자들이 언론과 안전하게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이 강연을 온라인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회사 기기말고 개인 기기로 바꾸도록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강연에서 다루는 시나리오는 모두 가상이며, 자신과 동료의 실제 보도 사례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잊지 않았다.

▲ 브라이언트 프랜시스(Bryant Francis) 게임 디벨로퍼 선임 에디터

내부 고발의 동기: 왜 말해야 할까?

프랜시스에 따르면 게임 저널리즘은 지난 10년간 변화를 거쳐 왔다. 과거 게임 저널리즘이 비디오게임의 리뷰와 프리뷰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산업의 명암을 조명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기자들이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프랜시스는 블룸버그, IGN, 코타쿠, 폴리곤 등에서 활약하는 그의 동료들(에단 가치, 니콜 클라크, 제이슨 슈라이어 등)의 노고를 언급하는 한 편, 이들 또한 이번 강연을 위해 팁을 전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 종사자가 기자를 찾아갈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프랜시스는 주로 네 가지 유형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게임 제작 과정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때다. 공개적으로 과장된 낙관론에 반박하거나, 개발의 어려움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우리 모두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업계의 현실을 투명하게 알기를 바라지만, 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걸 꽁꽁 숨기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용주가 직원의 복지를 신경쓰지 않는 경우에도 기자를 찾아갈 수 있다. 회사엔 법적, 윤리적인 의무가 따르지만, 다른 방법이 시원치 않을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할 때가 온다. 세 번째로는 고객, 투자자, 동료를 위해 제품의 정확한 상태를 밝히고 싶을 때, 네 번째는 가장 심각한 경우로 은폐된 범죄 사실이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자 할 때 기자를 찾을 수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프랜시스는 "포틀랜드 출장에서 회사 카드로 개인용 페인트 용품을 잔뜩 구매한 A씨"의 사례를 들었다.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싶은 누군가가 기자에게 사진까지 보낸 상태. 프랜시스는 이 사진과 제보 문자에 담긴 모든 단어가 더 큰 이야기의 사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기자에게 있어 제보의 '사실 확인'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보자의 안전'

제보자의 안전. 프랜시스는 언론과의 대화에서 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만난 제보자 대다수가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알지 못했으며, 동료 기자들의 팁 또한 주로 여기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프랜시스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회사 소유 기기로 언론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회사 소유의 기기는 발각될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사안이 중대할 경우 법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느니 차라리 버너폰이나 일회용 기기를 사용해 영화 속 스파이처럼 연락하는 편이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그가 설명한 것은 기자와 만났을 때, 정확한 조건을 내거는 것이다. 이날 그가 소개한 핵심 용어는 '온 더 레코드'와 '백그라운드', '오프 더 레코드'다.

온 더 레코드는 기자가 제보자의 이름과 직함을 포함한 모든 발언을 인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조건 하에서 오고 간 대화는 기사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동의라고 간주할 수 있다. 때때로 온 더 레코드에 익명 요청 조건을 포함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자는 제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외의 내용을 기사에 실을 수 있다. 제보자가 익명을 요청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며, 보복 우려, 비밀유지 계약, 타인 피해 가능성 등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자에게 익명을 요청할 수 있다.

백그라운드는 출처 없이 발언에 포함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익명 요청 온 더 레코드와는 사소한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직접적인 발언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불가하다. 주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이라는 형태로 기사에 인용되는 경우다.

오프 더 레코드 조건 아래서 오고 간 대화는 아무 것도 기사에 인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대화 내용이 기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소스를 통해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난 기사에 인용할 수 없다. 그러나, 대화를 시작하기 전 사전에 제대로 합의하지 않을 경우, 종종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해도 기사에 싣는 기자가 존재하니 사전에 확실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 기자가 대화를 하기 앞서, '조건'을 거는 것도 권장된다

기자에게 '문서'를 제공할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제보자의 안전이다. 암호화 이메일이나 메시지 앱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되며, 구글 드라이브 등은 타인이 볼 가능성이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자에게 제공할 문서를 꼼꼼히 체크해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라고도 당부했다. 그의 동료인 에단 가치는 "원본 대신 사진으로 공유하면 메타데이터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팁을 알려줬다. 기자나 제보자의 기기가 노출돼도, 사진은 출처를 추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리스트 중 하나인 제이슨 슈라이어는 다음과 같은 팁을 전했다. "기자가 여러 제보자와 대화하다 보면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원을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비밀로 유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프랜시스는 언론-제보자 관계에서는 상호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도 전했다. 기자는 제보자가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하며, 제보자는 기사 작성 과정에서 언제든 자신의 제보를 철회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동료 기자 에단 가치는 "오프더레코드 콜을 통해 제보자의 긴장을 풀어준다"고 전했으며, 레베카 발렌타인은 "기자의 방법에 의문이 있는 경우, 절대 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탐사 보도는 어떻게 기사로 완성되는가

이어 프랜시스는 언론에 제보할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보도 과정을 파악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는 몇 시간, 며칠, 또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일이며, 주로 그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PR의 답변이 뭔가 석연치 않을 때, 재무 보고서에서 이상함이 감지되었을 때, 누군가 소셜 미디어에 수상한 암시를 했을 때 등. 기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순간부터 탐사는 시작된다. 또는 아주 일상적인 순간, 예를 들면 동료 기자와의 대화나 티미팅 자리에서 나눈 사소한 대화가 그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확인'은 탐사 보도의 토대다. 제보자 한 사람의 발언이나, 정황 증거만으로는 기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자는 여러 소스와 공문서, PR의 반론 등을 토대로 사실을 뒷받침하며, 이야기에 힘을 싣게 된다. 앞서 가정한 법인 카드로 개인 용품(페인트)을 산 A씨 사례에 대해, 그가 출장지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서, 소셜 미디어에 올린 사진, 페인트 가게에 전화 조사를 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이다. 회사 PR 담당자에게 '혹시 최근에 법인 카드로 부적절한 지출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나요?'라고 물어본 뒤 반론을 요청하기도 한다.

▲ 모든 제보는 '사실 확인'을 거쳐 기사로 완성된다

사실 확인과 팩트 체크는 언론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둘은 다른 과정으로 분류된다. 일부 언론사 중에는 팩트체킹만을 전담하는 팀이 구성될 수 있으며, 기사에 담겨 있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거나 근거가 명확한 것만을 추려 보도되는 과정을 거친다. 때때로 기자들은 사내 법무팀과 논의해 혹시모를 소송 위험을 줄이며, 기사 게재 후 수정은 공개적으로 기록한다. 핵심 사실이 흔들리는 새로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정정 보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탐사 보도는 언제나 기사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경우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되기도 한다. 프랜시스는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사가 노출됨으로써 제보자나 제삼자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폐기된다"고 전했다. 사실 확인 단계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을 경우, 제보자의 거짓 제보로 인해 신뢰도를 알 수 없을 경우, 많지 않지만 조사 대상이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와 강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을 경우에도 폐기될 수 있다.

▲ "제보자의 안전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사를 폐기하는 편을 택한다" - 제이슨 슈라이어

그럼에도 당신의 제보가 필요한 이유

내부 고발자 꿈나무(?)들을 위한 강연을 마무리하며, 프랜시스는 비디오 게임 산업에 뿌리깊은 '비밀'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비밀은 독점 정보를 지키고 마케팅의 원동력이 되어주지만, 지난 10여 년간 권력을 이용해 동료를 학대하는 데 이용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이 바닥이 원래 그렇다. 싫으면 네가 나가라"라는 말을 신물이 나도록 들었다며, "정말 개뼉다귀같은 소리다. 나는 게임 업계가 지금보다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언젠가 불편한 진실을 공개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프랜시스가 이야기한 '제보자의 안전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