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웹3 게임들에 있어서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해라고 할 수 있다. 스카이마비스가 엑시 인피니티를 출시하면서 P2E 게임의 기준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게임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갈팡질팡할 때 등장한 엑시 인피니티는 그야말로 웹3 게임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P2E 게임으로 전 세계가 열광하던 당시에는 동명의 암호화폐 시총이 무려 25억 달러를 돌파했을 정도였다.

다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단순한 게임성, 그리고 이어진 크립토 윈터로 인해 엑시 인피니티에 대한 관심 역시 급속도로 사그라졌다. 이후 오래도록 웹3 게임 시장은 엑시 인피니티의 아류작들이 범람할 뿐이었다. 그랬던 흐름에 종지부를 찍은 게임이 있었으니, 위메이드의 미르4였다. 그간 웹3 게임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 비주얼과 콘텐츠로 무장한 미르4는 수많은 P2E 게임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이에 개발사인 위메이드를 일약 웹3 게임 시장 스타덤에 올렸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크립토 윈터가 찾아오면서 P2E 게임에 대한 시선 역시 급격히 달라졌다. 미르4가 막 나왔을 때만 해도 P2E 게임이라고 하면 관심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대부분 찬밥 신세다. 이를 업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금일(3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KBW 2024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들아, 잘하고 있니? 웹3 게이밍의 현황'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패널 토론에는 위메이드의 서원일 위믹스 부문장을 비롯해 샌드박스의 세바스티안 보젯 대표, 스카이마비스의 알렉산더 라르센 창업자 겸 의장이 자리해 웹3 게임과 관련된 각종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 조셉 로이드(사회자), 서원일 위믹스 부문장, 세바스티안 보젯 대표, 알렉산더 라르센 의장 (좌측부터)


Q. 현재 웹3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스카이 마비스의 전략이 궁금하다.

알렉산더 : 현재 가장 큰 문제는 P2E 게임이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출시하기까지 수년간 개발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을 1~2년으로 줄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게 향후 몇 년간 우리의 최우선 전략이다. 일단 출시한 후에 문제를 발견하면 빠르게 수정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Q. 위메이드의 경우 2021년부터 소위 트리플A급 웹3 게임을 출시해 왔다. 미르4에 이어 나이트 크로우 역시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웹3 게임 시장에서 매우 좋은 입지에 위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서원일 : 앞으로 5~6년 내로 수백 개의 게임이 매년 새롭게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될 거로 생각한다. 다만, 게임의 메커니즘으로서 일부에만 블록체인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본격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미르4의 경우 P2E 요소를 넣어서 출시한 건데 마케팅을 적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DAU만 300만 명이 넘는 등 빠른 성장을 거뒀다. 그런 지표를 보면서 블록체인 게임이 하드코어 트리플A 게임을 넘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의미했던 건 많은 유저들이 온체인으로 거래했다는 점이다. 미르4 유저의 20% 정도가 월렛에 연동해 플레이했다. 블록체인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미르4에 대해서 웹2 게임, 웹3 게임 이렇게 구분하고 타겟팅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미르4 유저의 20% 정도가 월렛에 연동했다고 했는데 이건 다르게 말하면 80% 정도는 월렛도 없고 온체인에서 활동하지도 않는다는 걸 말한다. 근데 그래도 괜찮다. 억지로 블록체인 요소를 강요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웹3 요소에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다가 NFT 거래도 해보고 싶고 하는 그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웹3 게임의 영향력을 확장해 나간다면 5~10년 정도 지나면 웹2 게임, 웹3 게임이라는 구분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모든 게임들에 블록체인이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Q. 월렛을 연동한 유저가 20% 정도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유저들이 더 많이 월렛에 연동하고 블록체인 요소를 경험해야 늘어날 텐데 위메이드의 전략은?

서원일 : 보통 바로 연동하는 유저와 한참 동안 연동하지 않는 유저 두 그룹으로 나뉜다. 그런데 연동하지 않는 유저라고 해도 게임을 하다 보면 NFT나 월렛을 이용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런 동기부여의 순간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파악해야 한다. 나이트 크로우를 예로 들자면 45~50레벨 사이가 그 순간이다. NFT 캐릭터를 판매하거나 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데 실제로 거기서 많은 전환율이 발생했다.


Q. 웹3 게임 시장의 미래라고 해야 할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각자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바스티안 : 새로운 웹3 게임이 출시되고 토큰의 가격도 오르면 웹3 게임 시장 역시 빠르게 활성화될 텐데 이제는 그러기 힘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시장의 잠재성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한다. 한편, 신작 웹3 게임이 출시되면 토큰 역시 함께 출시될 텐데 사업의 주체가 게임인지 토큰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이 역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게임과 토큰,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재미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P2E 게임인 이상 토큰의 가치 역시 게임을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서원일 :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토크노믹스를 위해선 더 많은 유저가 필요하고, 그런 유저를 홀딩할 수 있는 파워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알렉산더 : 개발자들이 좋은 웹2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도 웹3 게임에서는 실패하곤 하는데 라이브 환경 경험이 달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웹3 게임에 대한 경험이 점점 쌓이면서 추후 더 성과를 내는 웹3 게임들도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