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공룡, 공학적인 감성과 원시 자연을 오가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던 '호라이즌' 시리즈가 레고와 만났다. 지난 서머 게임 페스트 2024에서 최초 공개, 오는 11월 14일 출시를 앞둔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가 그 주인공이다.

원작이 PS4의 후기, 그리고 후속작이 PS5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힐 만큼 역동적인 액션과 실감나는 그래픽을 보여준 시리즈인 만큼, '레고'로 과연 이 모습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리던 찰나, 지난 15일 마련된 미디어 시연회에서 접한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는 한 시간 남짓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유쾌함이 넘치도록 재해석한 호라이즌 시리즈의 색다른 맛이 한가득 느껴졌다.

게임명: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예정일: 2024. 11. 14.
시연 버전: 프리뷰 빌드
개발사: 게릴라 게임즈, 스튜디오 고보
서비스: SIE
플랫폼: PS5, PC,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 PS5


레고+기계+공룡의 위력이란
원작 느낌도 살리고, 이질감 없는 레고 월드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기계 공룡들을 처음 봤을 때, 한 번쯤은 레고나 조이드 등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동물과 공룡을 모티브로 했지만 자연적인 유선형과는 사뭇 다른, 블록의 각진 느낌도 살짝살짝 보이면서 기계적인 관절부의 투박하고도 정교한 아이러니를 잘 살린 디자인은 그런 로망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디자인이었으니까.

실제 개발진 인터뷰에 따르면, 호라이즌 시리즈의 초창기 기계공룡은 레고 듀플로로 프로토타이핑을 했다고 하니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 톨넥, 브로드헤드, 그레이저, 스크래퍼, 와처 등을 살펴보면, 원작의 그 정교한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긴 하지만 주요 특징을 고스란히 레고로 살려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약점을 노리고 조준하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주요 약점을 원래 비율보다 조금 더 크게, 그리고 다소 선명한 색으로 칠한 것도 눈에 띄었다. 원작과 다소 다른 점이긴 하지만, 레고로 재해석한 것뿐만 아니라 카메라 뷰나 액션도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서 조율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 레고로 아기자기하게, 그러면서 특징은 잘 살린 월드는 놀랍다

▲ 물론 일부 변주는 있긴 하다. 와처는 원래 이렇게 까다로운 녀석들이 아니었는데 ㅂㄷㅂㄷㅂㄷ

기계 공룡은 그렇다쳐도, 과연 호라이즌 시리즈의 그 광활하고도 다채로운 자연 환경을 과연 '레고'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물론 실물 레고 시리즈만 살펴봐도,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레퍼런스가 있으니 각 환경에 대응하는 시리즈들로 그 환경의 틀을 구현하는 그림은 나오긴 했다. 그렇지만 PS 진영의 플래그십 타이틀로 자리잡은 '호라이즌' 시리즈 아니던가. 그 명성에 맞는 퀄리티를 '레고'로, 거기다가 PS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까지 고려한 상황에서 만족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었다.

그 우려는 컨트롤러를 잡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눈녹듯이 사라졌다. 그간 레고 시리즈가 영화를 비롯해 여러 미디어믹스까지 소화해내면서 다양한 스타일을 녹여냈던 경력이 있지 않았던가. 여기에 게릴라 게임즈의 노하우가 섞인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는 레고의 아기자기함과 데포르메도 살리는 한편, 자연광의 느낌을 은은히 살려서 호라이즌 시리즈를 플레이했을 때 느꼈던 자연 환경의 뉘앙스를 더했다.




물론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가 호라이즌의 광활한 자연을 온전히 100%로 담아낸 것은 아니었다. 시연 버전이라 제한된 분량만 플레이할 수 있긴 했지만, 그 시간 동안 대체로 스토리를 따라서 쭉 정해진 구간들을 탐사하는 식으로 게임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월드로 자연을 만끽하고 채집하는 재미는 다소 줄었지만, '호라이즌'의 핵심을 각각의 스테이지 안에서 최대한 녹여내는 선택과 집중이 돋보였다. 로프를 짚라인처럼 타고 절벽을 건너가거나 가마솥의 각종 트랩들을 점프로 피하고 속성을 부여한 화살로 정지시키는 등, 플랫포머 어드벤처식 구성으로 간단명료하게 푼 것이다. 여기에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혹은 황금 브릭을 일정 수량 이상 모으다 보면 해금되는 사이드퀘스트와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기계들을 사냥해서 무언가 맞춰나가는 그 특유의 감성을 구현해냈다.



▲ 스토리와 미션을 클리어하거나 기계에서 나온 부속품으로 이것저것 해금해나가는 재미를 살렸다


호라이즌이 이렇게 유쾌할 줄은
코믹한 레고 액션과 유머로 원작을 재구성하다


이미 PS 진영에서 꾸준히 성과를 보였던 게릴라 게임즈에, 호그와트 레거시 개발에 참여했던 스튜디오 고보가 합쳐진 만큼 외형적인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과제가 남아있었다. '호라이즌' 시리즈가 머나먼 미래, 문명이 리셋된 이후의 세계의 운명을 그려낸 만큼, 굉장히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였지 않았던가. 그 톤이 과연 레고와 잘 맞아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너무 유쾌하게 나가자니 괴리감이 들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진중하면 '레고'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는 여기서 '유쾌함'을 선택했다. 이미 호라이즌 제로 던과 포비든 웨스트를 수많은 사람들이 즐겼던 만큼, 이를 되풀이하기보다는 핵심적인 흐름과 테마는 살리되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하게 재구축해나갔다. 사실 극초반부터 이어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원작을 플레이했던 유저에겐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대유쾌 마운틴'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어색했던 골짜기를 넘어, 아예 대유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의 전략이었다.

▲ 아니 소나가 이런 드립을 칠 줄이야

그러한 유쾌함은 스토리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돋보였다. 호라이즌 시리즈하면 강력한 기계 공룡을 각종 화살 및 도구를 활용해서 제압하는 전투가 떠오르지 않던가. 이 게임은 레고로 디자인된 것뿐만 아니라, 기계 공룡의 스케일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카메라 뷰가 아닌 만큼 원작의 박력을 100% 온전히 담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역으로 '레고' 그리고 플랫포머 어드벤처를 선택했기에 가능한 부분을 주목, 그 강점을 활용하는 것에 주력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본은 활쏘기를 바탕으로 한 전투였다. 이 부분도 네모 키를 누른 상태에서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준하되, 근거리 사격은 그냥 네모 키만 눌러도 나가도록 간소화했다. 그렇게 화살을 쏠 때 경로에 불이 있거나, 혹은 전기구덩이에서 화살을 쏘면 각 속성이 화살에 붙어서 날아가는 식으로 원작을 재해석했다. 그래서 원하는 구도에서 불화살을 쏴대는 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적들을 불 근처로 유인해서 화살 수량 제한 없이 불화살을 난사하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아울러 불화살로 그레이저의 등쪽 캐니스터를 뻥뻥 터뜨려서 순식간에 잡아버린다거나, 스크래퍼의 꼬리 전지에 감전화살을 쏴서 마비시켜버리는 등 원작에 있는 약점 공략의 재미는 나름 살려냈다.

▲ 네모 키를 눌렀다 떼면 활을 쏘고 R1으로 조준하는 것이 기본이고, 경로에 불이 있으면 화염 화살이 된다

▲ 폭발부츠의 추진열기로도 화염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미 서머 게임 페스트 2024 최초 공개 트레일러에서 보았듯이,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의 전투는 그렇게 진지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 어지간한 사람들은 잡을 수 있다는 것에 착안, 광신도들을 집어들어서 절벽에다 던져버리곤 했다. 물론 휠윈드를 쓰면서 달려드는 적들에게는 못 쓰지만, 광신도 하나 잡아다가 빙글빙글 도는 다른 광신도 혹은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브로드헤드를 잠시 멈칫하게 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와처가 쏘는 추적 광탄에다 적을 던져줘서 무마시키는 등, 여러 응용법이 있었다.

여기에 플랫포머에 맞춰서 나온 새로운 아이템도 단순히 설명에 써있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었다. 원래 폭발부츠는 2단 점프를 위해 제공되는 아이템이지만, 폭발의 추진력을 활용한다는 점을 이용해 그 열기로 캐니스터를 터뜨려버리거나 수풀을 불태워서 광역으로 화염 피해를 주는 식으로 응용됐다. 혹은 약점을 공격하면 종종 떨어지는 아이템들을 활용, 기상천외한 양상이 펼쳐지곤 했다. 레고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핫도그 카트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방에 핫도그 폭격을 하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이리저리 날아오는 적들의 공격과 폭격이 뒤섞인 난장판을 부랴부랴 뛰어다니는 광경은 사뭇 장관이었다.

▲ 조준이 귀찮으니 가시나무형 땅땅땅 그리고 브로드헤드로 싹 다 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핫도그 폭격 받아라

방식과 톤은 좀 많이 다르지만 활뿐만 아니라 함정이나 여러 도구를 활용해서 기계나 여러 적들에게 맞상대하는 '호라이즌' 시리즈의 핵심은 어찌됐든 살린 셈이랄까. 그게 어줍잖았다면 한숨이 나왔겠지만, 아예 작정하고 개그 노선으로 튼 광신도 NPC의 이름이라던가 완전 허당이 되어버린 원작 주요 악역 헬리스의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도, 호라이즌 시리즈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절묘하게 풀어냈다는 웃음이랄까.

그렇게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면에는, 꽤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 상호작용은 물론이고, 그렇게 사냥하고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얻은 브릭과 재료로 다각도로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원작의 방향과는 다소 다르긴 하지만, '호라이즌' 시리즈의 그 노하우가 레고에 맞춰 유머러스하게 바뀐 환경에서도 잘 스며든 느낌이었다.


함께 하면 배가 되는 재미
멀티로 즐기는 우당탕탕 기계공룡 사냥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만의 또다른 특징을 꼽자면, 원작에서 부족의 전사들이 에일로이와 함께 나섰던 구도를 멀티플레이로 구현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의 심장에 가고 나서부터는 2인 협동이 언제든 가능해지고, 로컬 플레이로 해도 화면 분할 없이 아케이드 게임처럼 둘이 함께 적들과 투닥투닥 싸워나가는 구도가 나오곤 했다.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투닥거리며 하는 게 재미있다는 건 이미 오랜 세월에 거쳐서 검증된 일이지만, 그 시너지가 얼마나 발휘되는지는 게임마다 격차가 있지 않던가.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는 꽤나 그 시너지가 높은 편이었다. 3D 플랫포머 같은 화면과 스테이지 구성이 협동 플레이에 최적화 되어있었고, 또한 앞서 언급했던 유머러스한 연출과 전투가 둘이 같이 했을 때 정말 의외의 방향으로 튀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 가끔 예상 외의 일격에 맞고 죽었을 때도 같이 있으면 무섭지 않다

예를 들어 친구가 유폭을 노리고 던진 폭발통에 휩쓸려서 날아가버리거나, 절벽에 떨어뜨리려고 던진 적이 화살을 맞고 튀어나와서 안 죽는 바람에 오히려 반격당하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해프닝들이 줄곧 일어나곤 했다. 그런 해프닝이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의 유머와 섞이면서 유쾌함이 배가 됐다. 물론 그 해프닝에 웃고 떠드는 것도 잠시, 커럽터 같이 강력한 기계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협동'과 '연계'의 재미가 점차 더 느껴졌다. 한 명이 어그로를 끄는 사이에 등의 캐니스터를 쏴서 터뜨려버린다거나, 앞뒤의 약점을 동시에 터뜨려서 한 방에 제압하는 등 그간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생각만 해보고 실제로 해보기는 어려웠던 협동 플레이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

다만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가 멀티플랫폼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멀티플레이는 동일 플랫폼끼리만 매칭된다는 점은 다소 아쉽긴 했다. 최근에 멀티플랫폼에 멀티플레이 지원이라는 단서가 붙으면, 모든 플랫폼과 매칭이 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반 한 시간 정도 플레이했는데, 이야기의 템포가 원작에 비해 굉장히 빠른 것도 조금 불안했다. 원작과 톤이나 이야기 흘러가는 방식은 좀 다르긴 해도, 기본적인 뼈대 자체는 유지하고 있는 터라 이 페이즈대로면 좀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캐릭터는 물론, 어머니의 심장에 이런저런 건물을 짓고 다양하게 꾸미는 요소들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소위 '파고들기' 요소도 충실해보였다. 더군다나 초반 1챕터 분량 정도만 가볍게 했던 만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기믹을 활용한 어떤 기상천외한 전투 구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기대됐다. 원작이 원체 유명하니, 그 인상 때문에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가 조금 유치하게 느낄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컨트롤러를 잡고 해보니, 그 유쾌한 재해석에 웃음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어버렸다. 물론 후반에도 뒷심을 꽉 잡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초반부에서 그저 '호라이즌' 그리고 '레고'의 명성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한 느낌이었다. 과연 그 뒷심이 쭉 이어지면서 '호라이즌' 시리즈를 더 널리 알릴 후속타로 자리잡을지, 11월 14일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