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타트업 '에이버튼'을 창업한 김대훤 대표가 이제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다. 지난해 넥슨을 떠난 김 대표는 올해 2월 법인 설립을 마쳤다. 컴투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에이버튼은 신규 게임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김대훤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사무실도 정식으로 마련됐다.

현재 에이버튼 인력 규모는 80여 명이다. 김대훤 대표는 핵심 개발자 3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공격적인 확장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때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상을 가감 없이 전했다. 그리고 뜻이 맞는 개발자가 에이버튼에 합류하길 바랐다.

김대훤 대표 "우리 에이버튼, 참 잘 순환하고 있다"
▲ 에이버튼 김대훤 대표

어느새 창업 6개월 차다. 지난 인터뷰는 임시 사무실에서 했었는데, 어느새 좋은 자리가 마련됐다.

김대훤 대표 = 조그만 공유 오피스에서 독립을 시작했을 때와 확실한 변화를 느낀다. 창업한 뒤로 고민을 많이 했고, 생각이 많았고, 계획만 세웠는데, 그것들이 하나둘 실현되어 가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고. 아직 이르지만, '우리 참 잘 순환하고 있다'란 생각이 든다.


작은 배를 만들어 바다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 잘 순항하는 거 같다. 새삼 창업 소감이 궁금하다.

= 에이버튼은 어쨌거나 작은 스타트업이다. 이 업계에서 스타트업은 적응력과 학습력이 중요하다고 새삼 느낀다. 게임업계는 빠르게 변한다. 대기업에 있을 때는 그 변화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많은 조직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었으니까. 법무팀이나 재무팀, 인사팀, 홍보팀 등 전문 조직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끼리 결속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이 구성원들의 결속력에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작년까진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조용히 공부만 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가장의 느낌이다. 물론 개발력도 중요하고 전문성도 중요하겠지만, 정말 다른 것들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나 자신도 변화를 추구하고, 많이 배우려 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개발과 별개로 구성원끼리 편 갈라지는 걸 경계할 것이다. 라인을 탄다고도 하는데,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

= 모든 정보나, 각자가 하는 업무의 내용이나, 결과물이 최대한 오픈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다음 글이나 이미지 등의 결과물이 어딘가에 기록으로 적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기록을 남기면 누가 열심히 하고, 공헌하고, 주도적으로 하는지 보인다. 그래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뭔가를 기록하고 적재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에이버튼은 일주일에 한 번 사내 쇼케이스를 진행하는데, 지속적으로 우리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계속 설파한다.

우리 회사는 누구의 말을 잘 듣는 게 중요한 곳이 아니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모인 조직에서는 잘하는 것보다 잘 보이는 것에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가치나 이익을 향해 움직이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우리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계속해 강조한다.

마지막으론 무슨 얘기든 하자고 한다. 뭔가 얘기하는 걸로 손해나 불이익은 없으니, 말하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 조직 문화에선 얘기를 안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어떤 얘기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바탕으로 한 훌륭한 태도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엄청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조직이 파편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스타트업 초기에 이런 안 좋은 문화가 자리 잡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고 있다.

▲ "조직이 파편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게임 스타트업인 에이버튼이 개발 외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까? 다행히 초기 투자가 성공적이어서 재무 이슈는 없었을 거 같은데.

= 다행히 재무 이슈는 없었다. 이게 참 시장에서 제일 큰 문제일 수도 있는데, 다행히도 상당히 호의적인 평가와 기대를 받았다. 의미 있는 자본을 조달받아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재무적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다. 그게 제일 큰 문제였는데, 그 고비는 잘 넘겼다.

인사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훌륭한 분들을 모셨지만, 기존에 해오셨던 것과 약간 다른 역할을 맡은 분도 계시고, 같은 포지션이지만 기존 대기업에서 요구하던 역량과 에이버튼이 요구하는 게 다르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더라. 덕목이 조금 다르다고 할까. 그래서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멤버들은 세팅이 다 잘됐다. 전체 직원이 80명이 넘어갔는데, 각 세부 직군의 메인과 서브는 세팅이 다 끝났다.

왜 인사에서 어려웠을까 생각해 보니, 많은 사람이 다양한 곳에서 있다가 모이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철학과 문화가 달랐던 거 같다. 물론 특정 회사 출신이 많긴 하지만 같은 회사여도 게임 조직마다 또 다르기도 하니까. 이 다름을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 게 쉽지 않더라. 당연히 일하는 방식도 서로 조금씩 달랐었고. 이를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어려움을 몰랐던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될 거로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정말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더라. 그래도 하나둘 해결해 나가고 있다.


어느 방향성으로 맞춰가고 있나?

= 대기업을 비난하는 건 아니고, 회사가 커지면 아무래도 오랫동안 쌓인 문화와 방식이 있다. 그래서 팀의 입장에선 빠르게 움직이고 싶어도, 워낙 엮여있는 사람과 조직이 많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들이 있다. 에이버튼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일을 우린 하지 말자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가고 있다.

대기업에 있다 보면 '우리가 스타트업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걸 여기서 정말 실현해 보자고 항상 말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인 차원에선 자율성과 주도성을 신경 쓰며 일하고자 한다. 우리가 잘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한번 해보려고 한다.


에이버튼이 만들려는 게임들

에이버튼도 어느새 80명이고, 조직을 더 키울 생각을 하고 계신다. 지금의 속도가 처음 창업했을 때 생각했던 것만큼 빠른지 궁금하다. 슬슬 대기업 때처럼 뭔가 걸리는 게 생길 것도 같은데.

= 기대했던 것만큼 여전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나의 예로, 지난 7월 말까지 대작 MMORPG의 1차 빌드를 뽑자고 계획했는데, 예정대로 잘 나왔다. 단순히 빌드가 나왔다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 수준으로 나왔다. 그와 동시에 다음 계획의 정규화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게임이 어떤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정리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속도가 떨어지면, 어디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는지를 항상 되새기고 경계하며 작업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비효율이나 낭비가 없었던 거 같다.

개발하면 느끼지만, 조직이 20명을 넘어서는 순간 프로세스와 각자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정말 중요하다. 어쩔 수 없다. 각자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노력해도, 20명이 넘는 순간 모든 것들이 꼬이고 막히는 순간이 온다. 열심히만 하는 게 안 통하는 때가 온다.

그래서 처음부터 PM 조직을 만들었고, 그들에게 많은 권한을 줬다. 많은 사람이 과거에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일들을 경험했다. PM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이슈와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일들이 발생했던 것들은 정리해 다시 대비하고 있다. 덕분에 프로젝트는 굉장히 빨리 진행되고 있다. 반대로, 여러 명이 개발하는 대작 MMORPG와 달리 8명이 하는 작은 프로젝트도 있다.


전 직장에서 했던 '빅&리틀'이 떠오른다. 괜찮은 게 나왔나?

= 그것 또한 결과물이 괜찮아서 최근 전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작은 프로젝트는 큰 프로젝트와 달리 관리 같은 거 필요 없이, 프로세스도 없애고 그냥 개발에 대한 열정에 기댄다. 어차피 소수 인원이 하는 거고 사무실 구조상 모두에게 보이니까, 그냥 재밌는 거 만들자, 그거 하나로 가고 있다.

작은 프로젝트는 디렉터의 의지에 많이 기대고 있다. 큰 프로젝트의 관리와 체계화와 반대로 완전히 디렉터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그 디렉터가 정말 즐겁게 게임을 만들고 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결과물이 나와서, 그것을 시장에 빠르게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다.


계획했던 MMORPG보다 작은 프로젝트가 먼저 나올 수 있는 건가?

= 훨씬 더 빨리 나올 거 같다. 우리 계획대로면 내년에는 얼리 액세스 버전을 당연히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개발 중인 게임들, 공개 가능한 선에서 소개할 수 있을까?

= 투자사와 계약이 있어서 자세히는 어렵다. 또, 작은 게임은 아이디어가 경쟁력이라 지금 공개하는 건 조심스럽다.

분명한 건, 슈팅 게임은 이전까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인디게임사나 1인 개발자가 많이 관심을 두는 조금은 독특한 형태다. 흔히 말하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배틀그라운드, 타르코프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쏘는 맛이 있다. '일인칭 플레이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와 같은 재밌는 것들을 우리가 해보려고 한다. 개발 단계에서 어느 정도 플레이는 나왔고, 자신감을 얻었다. 일정 시점이 되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이전 회사에서도 MMORPG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게 생각난다. MMORPG는 어떤 형식일지도 궁금하다.

=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트적으론 정말 리얼하게 해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게임사가 실사형 그래픽을 내놨지만, MMORPG에선 실사가 진짜와 거리가 좀 멀었다고 생각한다. 회화적인 요소도 있고, 아트 디렉터의 화풍을 기반으로 한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우린 그런 것들을 최대한 배제해서 정말 리얼한 환경을 만들어 보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언리얼 엔진5를 쓰기에 흔히 말하는 언리얼 느낌이 안 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극사실적인 표현이라는 게 뭘까를 탐구하며 시도하고 있다. 일정 부분 성과도 나와서 극사실적인 세상을 구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MMORPG들이 각자 아트 디렉터의 화풍을 개성으로 내세웠다면, 우린 아예 화풍을 배제하는 걸 차별성으로 만들었다. 정말 리얼할 세상을 구현한다면 그 자체가 개성이자 차별성이 될 것이다.

이 MMORPG의 아트 디렉터가 '프라시아 전기' 초기 아트 디렉터였다. 이번 게임을 개발할 때 '네 색깔을 빼라'고 주문했다. 화풍이 배제된 극사실적인 MMORPG, 아마 나중에 공개될 그림만 보더라도 느낌이 다를 것이다.

표현도 모션캡쳐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가지만, 아트에 비해선 게임적인 표현이 도입된다. 아무래도 게임에 몰입감을 위해선 강렬한 이펙트가 필요하기에 게임적인 허용이 들어간다. 아트는 리얼하되, 표현은 게임적일 것이다.

▲ 에이버튼의 MMORPG인 프로젝트 ES, 김대훤 대표는 우선 로고만이라도 공개했다

MMORPG 플랫폼이 PC와 모바일 지원으로 알려졌다. 극사실적으로 간다면 기기 사양으로 기술적으로 제한이 있을 텐데.

= 멀티 플랫폼 게임은 맞지만, 우린 냉정하게 완전히 PC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사실상 PC 게임이라 생각하고, PC에서 잘 보이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모바일에서까지 극사실 표현이 예쁘게 보이는 것은 좀 내려놓으려고 한다.

모바일만 하시는 분들한테는 죄송한 얘기일 수 있으나, 그러려면 사실 두 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만들지라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우리는 PC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집중하고, 모바일도 플레이가 가능하게 만들려고 한다.

모바일에선 현실적으로 어렵고, 둘 중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면 한 쪽에선 멋있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냥 PC 게임이라 생각하며 개발하고 있다.

그다음은 최적화 문제다. 최적화도 개발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퀄리티를 끌어 올리면서도 최적화를 해내야 다시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에이버튼의 개발력을 최대한 동원해 최적화 이슈를 잘 대응하려고 한다.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에이버튼의 MMORPG이지만, 이미 본 플레이 스타일이면 유저들이 실망할 수도 있을 텐데.

= 고민이 많다. 특정 게임이 장르화되었는데, 나는 RVR 중심의 경쟁형 MMORPG라고 부른다. 원래 경쟁형 MMORPG는 재밌다. 이게 너무 과금 요소가 심해지다 보니, 유저분들이 꺼리게 되는 거로 생각한다. 나는 이 장르의 본질이 여전히 재밌고, 앞으로도 꾸준히 갈 수 있는 장르라고 여긴다.

우리들도 어느 정도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회사로서,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론 훨씬 더 좋은 제품,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데 확실히 집중하려고 한다.

결국 MMORPG는 성장하고 경쟁을 해야 한다. 이 성장 요소가 최근 너무 한 방식으로 통일되어 뻔해졌다. 여기에 어느 정도 개선과 보완,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픽적으로는 극사실주의, 콘텐츠로는 새로운 것을 위해 지금도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경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에이버튼이 더 재밌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이것이 엔드 콘텐츠일 텐데, 우리가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를 해서 상위권 유저가 끊임없이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펼쳐지게끔 하려고 한다. 기존에는 단순히 세금이 보상인 공성전이었다. 새로운 것을 위해 엔드 콘텐츠의 내용과 운영 방식이 신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클래스적으론 여러 가지 재밌는 클래스를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쨌거나 MMORPG는 역할놀이(RPG)다. 지금까지 MMORPG에서 클래스는 너무 천편일률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게임에선 어떻게 보면 액션 장르나 패키지 게임에 있던 컨셉, 외형으로 클래스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MMORPG에서 클래스는 유저 자신이다. 유저가 자신의 모습과 행동이 신선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클래스는 8종이다.

정리하면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리얼한 세상, 경쟁 콘텐츠의 고도화, 참신한 클래스가 서로 어울리는 MMORPG다.

▲ 에이버튼 직원들이 개발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모바일을 지원한다면 오토 기능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모바일에 오토가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지만, 너무 오토가 심할 경우 그냥 그래픽만 좋은 보는 게임으로 여겨질 수 있다.

= 만약 우리가 모바일을 아예 제외한 순수 PC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면 오토가 없었을 것이다. 퀄리티를 PC에 맞춰 개발하고 있지만 모바일을 지원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플레이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이는 24시간 경쟁이 벌어지는 게임에 접근성 측면에서 좋다. 또한, 24시간 동안 열려있는 게임을 반드시 손으로만 조작해 모든 걸 다 하게끔 만든다면 유저 피로도가 너무 심해진다.

오토 여부에 궁금한 유저분들께 말씀드리면, 우리 게임은 오토가 있는 성장과 경쟁의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반드시 손으로 조작해야만 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다. 이점은 분명하게 먼저 소개한다.

다만, 오토만 돌려놓고 구경하는 게임 역시 분명 아니다. 유저가 스스로 플레이한다는 조작의 재미를 어떻게 넣을지 현재 많은 실험을 하는 단계다. 경쟁이 심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게임이니만큼 오토는 들어가되, 유저가 붙잡고 플레이할 때 분명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만일 오토가 들어가되 조작의 재미가 있는 게 우리 게임의 키포인트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게임사가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지 핵심 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MMORPG와 슈팅 장르로 두 개의 게임을 크게 준비하고 있다면, 세 번째일 다음 게임도 개발에 들어갔을까?

= 그 고민을 하는 사람은 있다. 만약 우리가 계획한 것들이 모두 잘 풀려서 세 번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할 사람은 두었다. 그래서 지금은 구상하고 있다, 정도로 답변할 수 있다. MMORPG가 대작 포지션, 슈팅 게임이 독특하고 개성 있는 게임이라면, 세 번째는 작지만 완성도를 추구하는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준비하는 두 게임의 디렉터 분들 이름이 궁금한데.

= 게임업계 특성상 MMORPG는 개발 단계에서 디렉터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디렉터가 민감한 장르니까. FPS 디렉터는 박준우 개발자다. 넥슨 민트로켓 시절 뚜렷한 결과물을 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러 시도를 해봤었다.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친다.


나뭇잎 없는 에이버튼, "모든 걸 공개한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첫인상은 일단 밝다. 어떤 콘셉트로 사무실을 준비했는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집중했다. 공간의 배치, 자리의 배치도 우리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굉장히 신경을 썼다. 심지어 공조 시스템이나 의자 같은 것에도 엄청 투자했다. 우리가 스타트업임에도 심지어 회의실 의자까지 허먼밀러로 채웠으니까.

특히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기 청정과 가습 시스템에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회의실마다 산소 발생기도 다 넣고. 냉난방 시스템도 확대했다.

조금 재밌는 것은 일반적으로 회의실은 필름 등을 붙여 일부러 외부와 차단한다. 우린 모두 투명하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불투명하게 만든 곳은 면접자를 위한 미팅룸 정도다. 모든 회의실을 투명하게 만든 것은 최대한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의지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종종 불투명한 회의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을 텐데, 에이버튼엔 없다. 따라서 개방, 투명이라는 키워드는 우리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무실을 사용하고 첫 한 달은 직원들이 투명한 회의실을 견디지 못해하더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이제 다들 적응해서 신경도 안 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밖에 사람이 지나가는구나, 밖에서는 회의실에서 일하는구나라고 여기는 정도다.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게 에너지다. 인재는 전문성도 중요하고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 에너지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진짜 어려운 거 같다. 운동선수를 보더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위대한 선수를 보면 그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다르다.

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의도적으로 밝고 산뜻하게 만들었다. 카페를 포함해 사무실 곳곳에 있는 기둥에도 일부러 다 색깔을 넣었다.


그러면 혹시 '그 나뭇잎'을 금지한 건가. 지금 사무실에 개발자들의 나뭇잎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 맞다. 금지했다. 에이버튼에서 나뭇잎은 금지다.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언제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단 생각이 있다. 이것에 완전히 반하는 게 나는 나뭇잎이라고 생각한다. 그 나뭇잎이 없다는 것도 우리의 상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 작업자의 경우 사무실 빛 때문에 나뭇잎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때는 사무실의 빛을 조정해 드릴 테니, 나뭇잎을 쓰지 말라고 했다.

나뭇잎은 '여긴 내 영역이야'라는 표시이기도 하다. 독서실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개발할 테니 방해하지 말라는 표현이 될 수 있다. 에이버튼에선 그런 게 없다.

▲ 그 나뭇잎

하긴, 어느새 나뭇잎 마을이 된 사무실을 많이 봤다.

= 심지어 이런 얘기도 한다. 모든 걸 오픈한다는 것은 잘하는 사람들한테는 천국인 거라고. 가릴 게 없는 사람은 굳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포장하거나 어필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하든 사람들에게 보이니까, 자기 영향력이 전파된다. 우리 회사는 잘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괜히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어필하고, 포장하는 게 얼마나 낭비인가.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는 오히려 그러지 않음으로써 잘하는 사람들한테 정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 해주신 분들이 많다.


김대훤 대표 자리는 어떻게 마련해 뒀나?

= 그냥 직원들하고 같이 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는데, 결국 계속 같이 있으면 이것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가 현장의 목소리이고, 실무자들의 생각이다. 내가 부자연스럽게 쫓아다니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직의 생각이나 분위기를 잡아낼 수 있다.

이것도 경영이라고 하면 좀 웃기겠지만, 아직 초보 경영자로서 이것이 정말 현장 경영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내 지인들은 직원들로선 대표가 보이지 않아야 편하다고들 얘기하는데, 막상 한두 달 같이 있어 보니 직원들이 나를 신경 쓰지 않더라. 그 부분도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

▲ 사무실 가운데에 있는 김대훤 대표의 자리

좋은 자리도 마련했으니, 개발자를 확충할 거 같은데.

= 많이 모시려고 한다. 공개채용을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모실 계획이다. 최소 30명 이상 채용을 생각하고 있다. 이제 80명이 좀 넘으니, 110명에서 120명까지 채울 생각이다. 사무실도 지금 사용하는 층이 다 차면 위층으로 확장할 것이다.

최대한 능력자분들을 과감한 조건으로 모실 것이다. 업계에서 20~30% 더 비싼 분들을 모셔서 그 개발자들이 신나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프로가 프로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단순히 대우, 야근 여부 등이 아니다. 나는 인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애매한 상황에 빠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의사결정이 계속해 뒤집히는 것. 다 낭비다.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라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짜증 나기 마련이다.

물론 게임이라는 건 뒤집힐 수 있다. 더 나은 시도를 위해 엎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대한 뒤집히는 게 없도록 의사결정권자나 조직이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게 아닌가 봐'하는 일들이 게임업계에선 왕왕 일어난다. 이런 상황들이 인재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에이버튼은 항상 모든 것을 명확하고 명쾌하게 해드리려고 노력한다. 전 직장에서 배운 교훈이 아니라 이 게임업계의 숙명 같은 과제다. 게임 개발은 때론 추상적이고, 개발자 각자의 경험이 다 달라서 논리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만약 우리가 더 편리한 것에 집중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게임은 재미를 만드는 것이기에 그러기 힘들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가 애매한 상황을 최대한 줄여주고, 명확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자랑하고 싶은 에이버튼의 복지가 있다면?

= 대기업의 복지를 다 따라갈 순 없어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 특히 건강 문제에 집중했다.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검진 금액이 꽤 높다. 실비보험도 가족까지 다 지원한다. 그리고 한 달 운동비도 지원한다. 이게 복지 포인트로 따로 드리는 게 아니라, 진짜 운동해야만 받을 수 있도록 현금 지원을 한다. 식대도 지원하긴 하는데 이게 또 그 돈을 아끼느라 밥을 안 먹더라. 그래서 꽤 후한 금액의 식권으로 지원한다. 제대로 밥을 먹으라고.

개인의 건강이 결국 조직과 연결된다. 게임은 앉아서 만드는 거니까. 회사 경영 입장으로 봐도 정말 건강 싸움인 거 같다.

▲ "진짜 운동해야만 지원해 드립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결국 월급이나 다른 보상을 많이 받는 게 중요할 텐데, 혹시 에이버튼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나?

= 상장하고 싶다. 기업을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 가면서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다. 물론 상장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키울 수는 있겠지만, 상장은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비슷한 사례로는 최근 시프트업 상장이 떠 오른다.

= 기술력과 흥행력 모두 인정받고, 게임사로서 확실한 색깔도 있는 기업이다. 미래가 기대되지 않나. 그런 회사가 꼭 되고 싶다.

상장을 통해 많은 투자자가 주주로 참가하는 게 결코 게임사 경영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장이라는 게 우리 멤버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비전이 될 거로 생각한다. 상장을 계획하는 건 에이버튼이 게임 한두 개 잘 만들어서 매각하고 빠진다는 게 아니다. 영속적인 기업으로 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내 목표이자 비전 같은 건데, 우리는 계속 게임을 만들 것이다. 꾸준히 존재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