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해피툭의 타이베이 거래소 상장이 완료됐다. 대만 게임업계에서 8년 만, 그리고 한국인 대표로는 두 번째로 상장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양민영 대표를 비롯한 3인이 2012년 설립한 해피툭은 대만에서 여러 국내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출발했다. 초반에는 위기도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대만 최대의 게임포털이자 최대 게임 퍼블리셔로 자리잡았다. 2020년에는 단독 게임 페스티벌까지 개최하는 한편, 2024년 최근에도 '로스트아크'를 비롯한 여러 굵직한 한국 게임의 대만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꾸준히 대만 게임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새로운 게임 시장으로 진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대만 시장의 현황은 어떨까? 12년 동안 대만 게임 시장에서 다양한 게임을 퍼블리싱하고 운영한 해피툭의 양민영 대표에게서 대만 시장의 이야기 그리고 상장 이후 해피툭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해피툭 양민영 대표


대만 퍼블리싱 경력 12년, 대만 게임 시장 현황은?
한국을 다소 느리게 따라오는, 그러나 다르게 발전하는 대만 게임 시장

Q. 한국 게임 시장이 모바일 게임 위주였다가 최근 콘솔과 패키지 게임 분야에서 성과가 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대만은 어떤가?

=한국 시장을 따라가는 느낌은 맞지만, 좀 느리게 가는 느낌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흐름을 보면 MMORPG 위주로 재편되면서 굵직한 게임들이 매출을 끌고 가는 방향인데, 대만도 리니지를 비롯해 소위 '리니지라이크'가 나오면서 점차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한국에 서비스했던 여러 MMORPG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성과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다. 한국의 추세를 따라가다가 요즘에는 예전에 서비스했던 게임으로 다시 돌아가고 그쪽 위주로 유지되는 추세다. 그 사례 중 하나가 '타워 오브 세이비어'로, 10년 이상 매출을 꾸준히 높은 순위로 유지하고 있고, 인기도 높다. 그렇게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하고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모바일에서도 점차 나오는 상황이다.


Q. 한국 시장을 보면 3개월 내에 승부가 갈리는 느낌인데, 대만도 그런 추세인지 궁금하다.

= 주류는 아니다. 주로 중국 게임 중 일부가 마케팅을 초반에 거하게 해서 끌어올린 뒤 매출이 줄면 빠지는 그런 유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긴 하다. 한 3~6개월로 수명을 정해두고 매출을 거둔 뒤 다음 거를 개발하거나 혹은 다음 작품을 내는 그런 루틴인데,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솔직히 힘들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개발사와 퍼블리셔뿐만 아니라 플랫폼 수수료까지 있지 않나. 여기에 대만에서는 세금 문제도 또 있어서 그렇게 짧게짧게 내는 식으로만 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Q. 시장 입장에서도 소위 단기간 치고 빠지는 그런 유형은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만에 최근 출시한 우리나라 모바일 MMORPG들이 그런 현상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눈치를 보면서 시기를 조율하는 느낌인데, 대만에서는 올해 초부터 쭉쭉 나오다 보니까 유저 피로도가 좀 높다. 한국도 파이가 정해져 있듯, 대만도 파이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파이 나눠먹기를 하는 그런 양상에 가까워진 셈이다.


Q. 최근 국내에서 서로 유사한 장르에 대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만에도 그런 일이 있나?

= 대만이 한국보다 좀 느린 경향이 있다. 소송, 특히 민사 손해배상은 꽤 길게 간다. 그러다 보니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에서 소송이 길어져봐야 효과가 적다는 인상도 있다. 그래서 소송은 손해배상을 받기보다는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이자 IP 보호 차원, 그리고 유저에게 어필하기 위한 차원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만은 IP 침해나 장르의 유사성보다는 오히려 사설 서버 소송이 좀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부분 사설 서버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대만에서 소스를 구하기도 쉽고 커뮤니케이션도 쉽다. 그래서 사설 서버를 많이 돌리고 있고, 이 부분은 정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오래도록 서비스한 게임이 많다 보니 더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사설서버 두 건에 대해 최종판결도 받고 압류 및 경매 처분까지 끝냈다. 보통 대만 게임사들은 합의로 끝내는데, 우리는 끝까지 대처했고 앞으로도 끝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Q. 최근 서브컬쳐 게임들이 한중일에서 열풍인데, 대만은 어떤가?

=물론이다. 특히 대만은 일본 문화를 옛날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지역이라, 어찌 보면 한국보다 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여름에 진행되는데, 여름에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겨울에는 게임쇼가 양분했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그 규모도 크고 인지도도 높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기반의 게임들도 인기가 높다. 그런 상황이라서 서브컬쳐 게임 시장이 더 커질 수 있으리라 보고 있고, 게임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서브컬쳐 게임들이 원체 잘 만들어져서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일본에서도 서브컬쳐 게임 제작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Q.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인지 대만 서브컬쳐 게임 시장에서는 유달리 일본 모바일 게임들이 많은 느낌이다. 심지어 일본 모바일 게임들이 해외 출시할 때 대만부터 먼저 내는 사례도 많은데, 이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 온라인 게임 시장이 대두하기 전, 패키지 게임 시절부터 이미 대만 퍼블리셔들이 일본 개발사들과 관계를 맺고 쭉 지금까지 유지한 사례가 많다. 이미 망이 갖춰진 만큼, 일본 게임사들이 대만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일본 개발사 중에 대만에 지사가 있는 회사도 많고, 대만 유저들도 일본 문화나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거부감도 적다. 그래서 일본 게임사들이 대만을 아시아 시장에 대한 테스트 베드로 삼고 접근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작고도 크고 가능성 있는 대만 게임계
늦은 출발과 분산된 인재, 그러나 열정은 지지 않는다

[▲대만에서 로스트아크를 서비스하고 있는 해피툭]

Q. 한국에서 대만에 여러 게임을 내듯, 대만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사에도 여러 가지로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안착하는 게임은 많지 않은 느낌이다.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만 게임 업계 자체가 개발사가 적고 개발에 투입되는 리소스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차원이 너무 다르게 적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한국 유저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느낌이다.

시장 상황을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90년대 패키지 게임을 이곳저곳에서 유통하면서 시작된 것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않았나. 그리고 온라인 게임들이 매출이 커지는 걸 보고 이곳저곳에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면서 더더욱 역량이 발전하고, 규모도 커졌다.

대만은 게임 시장이 굳건해지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 잘 만들어진 온라인 게임을 유통하는 개념이 먼저 발전해버렸다. 대만 양대 게임사로 불리는 소프트월드, 감마니아가 각각 라그나로크, 리니지를 가져와서 커지지 않았나. 원래 패키지 게임 유통망을 갖고 있던 소프트월드가 먼저 라그나로크를 가져와서 흥하고, 감마니아는 이에 자극 받아서 리니지 퍼블리싱 계약을 따와서 대만에서 흥행했던 게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도 대만에서는 큰 게임을 굳이 개발하지 않고 잘 만든 게임을 가져와서 수익을 배분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이 너무 좋았다. 물론 개발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퀄리티나 경쟁력이 뒤따라오지 않다 보니 점차 도전이 줄어든 모양새였다. 그러다가 모바일 게임으로 헤게모니가 넘어오면서 다시 시도가 이어졌는데, 한국 게임이 또 치고 나오니까 한국 게임 그리고 외국 게임을 갖고 오자는 식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사실 국내에서는 퍼블리셔로 성장했던 회사들도 여러 차례 자체 개발을 시도해오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많았고 손실도 많았지만, P의 거짓이나 그밖에 여러 사례를 통해 지금 그 노력이 꽃피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대만은 그 성과가 나오기 전에 멈춰버리는 상황이 쭉 이어지는 것 같다.


Q. 국내 게임 시장은 이제 모바일 위주에서 콘솔, 스팀로 점차 넓혀가면서 다소 혼란스러워지는 시기인 것 같다. 대만이 한국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는 추세라면, 이런 날이 대만에도 오지 않을까 싶은데.

= 대만에서 아직은 PC 온라인 게임이 주력인 상황이긴 한데, 이후에는 좀 한국과 달라질 것 같다. 우리나라는 커뮤니티나 혹은 지인 사이에서 대세감을 형성하는 게임으로 좀 쏠리는 느낌이라면, 대만은 할 사람은 하고 아니면 아니고, 자기 하던 거 하고 그런 느낌이다.

거기다가 콘솔 게임은 옛날부터 고정층이 꽤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 앞서 일본 게임사들이 대만에 관심을 보이고 빠르게 출시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고정 유저층이 있고 호응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니 그렇게 나서는 거다. 그렇게 어느 정도 층이 딱 잡힌 상태라서 이후에 대만에서 콘솔 혹은 스팀으로 우루루 쏠리거나 하는 그런 추이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봐도 예전부터 일정 비율대로 쭉 유지되는 느낌인데, 어느 플랫폼이 드라마틱하게 커지는 그런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Q. 옛날에도 그랬지만, 최근 들어서 국내에서는 게임 서비스의 화두로 '운영'이 더더욱 강조되는 느낌이다. 대만도 그런가?

=점점 그렇게 가고 있는 분위기인데, 한국과는 좀 차이가 큰 것 같다. 타지에서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한국 유저들이 쉽게쉽게 잘 모이고 뭉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빠르게 조성되고, 이슈도 굉장히 빠르게 번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는 기회도 많아지고, 실제 게임 내에 반영되는 모습도 나오고 하니 더더욱 가속화되는 느낌이다.

우리 회사가 로스트아크 대만 서비스를 담당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금강선 디렉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다. 유저 목소리에 잘 반응하면서도, 그것만으로 패치를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설을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한 뒤 유저에게 잘 이해가 가도록 설명하고 다 함께 이끌어가는, 그런 사례가 정말 드물었던 것 같다. 그걸 보고서 그간 온라인 게임 시대에서 기술적인 패치 위주로 해왔다가, 운영을 보완해야 하는 그런 시대가 됐다는 걸 느꼈다.

해피툭과 같은 퍼블리셔는 아무래도 직접 서비스를 하는 개발사에 비해 한계가 있지만, 해피툭은 오래 전부터 오프라인 이벤트나 라이브 방송을 상당히 많이 하면서 최대한 유저와 마주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벤트 장소를 못 빌리면 회사에서라도 약식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런 소통의 자세가 많은 게임을 오랫동안 서비스 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소통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기인 만큼 이후에도 그 동안의 노하우를 활용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해 나갈 생각이다.


Q. 대만의 게임 커뮤니티, 매체하면 '바하무트'가 떠오르는데, 그렇게 바하무트가 자리잡은 이유가 있을까?

= 핵심은 커뮤니티다. 룰만 잘 지켜지게 관리하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에 대해 제약을 두지 않는다. 외부에서 볼 때 매체로서의 성격보다는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더 강한 느낌이라고 할까. 대만 유저들이 여러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그런 장으로써 확실하게 작용하는 느낌이다.


Q. 대만 게임 시장에서 인디 게임 비중이 높지 않나. 이 분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우리도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또 좋은 인디 게임 라인업을 확보하거나 투자하고자 한다. 앞서 대만 게임 시장이 작다고 했는데, 인재들은 많지만 흩어져있는 느낌도 있다.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인재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는 사례는 꽤 있다. 레드 캔들 게임즈도 그렇고 최근 '활협전'이 그 좋은 예지 않을까.

다만 회사, 기업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연속성'이 중요하지 않나.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모인 인디 단계에서는 잘 되지만, 그 사람들이 더 모이고 회사가 되었을 때 그 다음 단계로 나가는 스텝이 잘 안 되는 케이스가 많더라. 그래서 뭉쳤다가 흩어졌다 반복하는 그런 상황이 많아서 우리가 그런 인재들을 모아서 좀 더 연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이리저리 시도해보고자 한다.


Q. 대만 시장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 사실 시장 규모로 보면 조금 어중간하다. 한국의 절반 정도로, 완전 작지는 않지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게이머들이 좋은 게임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크다. 앞서 말했듯 주로 유통, 퍼블리싱 위주로 산업이 전개되다 보니까 대만 게이머들은 어떤 회사건 좋은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주길 오매불망하고 있다. 그래서 유저 호응도나 충성도도 높다.

최근에는 대만 게임 커뮤니티들이 발전하면서 중국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더라. 중국 유저들도 대만 동향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예전엔 언어만 같고 문화가 많이 달랐다면 게임쪽에서는 서로 교류가 이어지다 보니 공통된 부분도 생기고 해서 여러 중국 게임들사들이 테스트 베드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고 있다.


상장 후, 퍼블리셔 그 이상을 보는 '해피툭'
PC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넘어 자체 제작, 투자까지


Q. 해피툭 대표로서 12년 동안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을 때와 기회라고 생각했던 때는 언제였나?

= 막 창업했던 시기가 제일 위험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없을 때 첫 타이틀이 실패해서 존폐위기를 겪었었다. 이 단계에서 어쨌든 쇄신을 하면서 다음 타이틀을 준비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망한걸 다시 쌓아야하는 게 굉장히 힘들더라. 사람은 사람, 콘텐츠면 콘텐츠, 모든 면에서 돈이 없는 상황에서 어찌저찌 만들어야 하지 않나.

그러다 십이지천을 직접 퍼블리싱하면서 큰 매출은 아니더라도 매출을 꾸준히 내면서 회사를 다져나갔다. 그 과정에서도 성장통은 있었지만 첫 단계만큼은 아니었다.


Q. 원래 분야가 사업이 아닌 기술 분야라고 들었는데, 어쩌다가 퍼블리싱 사업에 뛰어들게 됐나?

= 한국에서 게임 산업의 큰 거두들을 보면 사업에 뼈가 굵거나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인데, 나는 특이하게도 직장에서 기술 업무를 하고 사업에도 관심이 없던 사례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고민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웃음).

나오기 전에 엔씨소프트 중국 지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때 중국 게임 시장이 막 성장하던 시기였다. 올림픽 이전, 고도 성장기였으니까. 그때 중국 친구들을 만났는데 고생은 많이 해도 자기가 하는 일에 재미와 열정을 쭉 보여주더라. 그걸 보고 내 스스로의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생겼다. 그때 마침 타이밍 좋게 같이 일했던 친구들이 사업하겠다고 준비를 해서 해피툭을 창업하는데, 같이 하자 싶어서 합류했다. 그런데 그땐 힘든 줄 몰라서 용감했던 것 같다. 모르니까 용감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던 시기였고, 아마 그 전에 사업을 해봤었다면 안 하지 않았을까.

사업을 해보니까 기술 분야에 있던 것이 나름 도움이 되더라. 그 전에 회사에 있었을 때 나 스스로 잘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돌이켜보면 그러기까지 회사에서 미리 쌓인 시스템과 리소스들이 컸다. 그것들이 내 퍼포먼스를 뒷받침해줬던 건데, 그게 없으니까 생으로 뛰어야 하더라. 그 상황에서 어쨌든 기술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도움이 좀 됐다. 사업적 인사이트는 다소 취약했지만, 그 부분은 다른 친구들이 메워줬다. 사업은 단순히 본인 역량뿐만 아니라, 같이 하는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Q. 엔지니어였던 사람들이 창업하다 보면 사업적 기반이 없어서 휘둘리는 사례도 많은데, 그런 어려움은 없었나?

=돌이켜보면 그런 함정들이 곳곳에 숨어있긴 했다. 다만 결과로 보니 결국 다 극복하고 잘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지, 중간중간 협업한 회사들이 휘두르려고 하는 사례도 있고 우리가 미숙해서 퍼포먼스가 안 나온 사례도 있고 정말 여러 가지였다. 만일 내가 사업적 센스가 있었다면 좀 더 스무스하게 넘어갔을 일도 많았고, 초반에 많이 미숙했다.

그런데 게임업계는 좀 특이한 게, 이런 미숙함을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꽤 많더라. 그렇게 미숙한 사람이 순수하다, 혹은 포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건 알겠다, 이런 식으로 평해주더라. 아무래도 중역들은 사업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봤으니까, 어줍잖게 포장하는 것보다 솔직담백한 쪽을 더 선호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그렇게 봐주는 것과 별개로 사업은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는 팀원이든 외부에서든 여러 차례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앞서 서브컬쳐가 국내나 대만이나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해피툭의 라인업에는 다소 적은 느낌이다.

= 아무래도 우리가 PC 온라인 게임 위주로 서비스해와서 그렇다. 서브컬쳐가 모바일에 비해서 PC 온라인 게임에서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중국의 굵직굵직한 서브컬쳐 게임은 대다수가 직접 서비스를 하고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중국 개발사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어느 정도 시장성을 봤다고 하면 대만은 살짝 신경 쓸까 이 정도로 컨트롤하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좋은 서브컬쳐 게임을 대만에 가져오기 어렵다.

PC 온라인 게임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우리가 국내 게임을 주로 서비스해 온 입장에서 돌이켜 보면, 국내에서는 서브컬쳐 게임이 최근에서야 나오는 추세고 그 전엔 비중이 적지 않았나. 기회 자체가 적은 셈이라 아무래도 그 라인업이 적을 수밖에 없다.


Q. 자체 개발에 관심을 보인다 하는데, 최근 소규모 혹은 처음 개발을 시도하는 회사는 방치형이나 이런 작은 프로젝트로 자금과 경험을 축적한 뒤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추세이지 않나.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물론 이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현재는 스토리 위주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브컬쳐도 물론 관심이 있지만, 나 자신이 인사이트가 깊지 않아서 이쪽에 잔뼈가 굵은 담당자에게 권한을 최대한 많이 주고 준비하고 있다. 서브컬쳐는 아무래도 그 특유의 감성이나 혹은 꼭 이건 빼먹으면 안 된다 하는 일종의 '법칙'도 있지 않나. 그걸 어줍잖게 아는 사람이 건드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쪽 관련해서 잘 아는 인력을 수급하고 그쪽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Q. 신규 게임을 찾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서 대만에서 서비스 종료하는 게임을 부활시켜서 다시 서비스하고 있지 않았나. 그 모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좋다고 본다. 요즘 인구 감소, 출산률 감소가 가장 큰 문제이지 않나.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주 고객 연령층이 높아졌다는 뜻이다.그리고 옛날에 하던 추억을 다시 살리고 싶은 그런 심리가 게임에도 있다고 보고 있다. 나 자신도 가끔 옛날 게임을 다시 꺼내서 해보곤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절 온라인 게임을 다시 오픈하면, 그 추억을 진하게 느끼는 충성 고객층과 코어 유저층이 오곤 한다. 그에 대한 케어를 충분히 해주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매출로도 나타나고 있다. 급격한 성장세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매출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아직도 이걸 못 고쳤냐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향수를 느끼면서 쭉 즐길 수 있다는 평이 많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꾸준히 고쳐나가고자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자 하고 있다.


Q. 리퍼블리싱이나 서비스 재개와 관해서는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최근에는 단순히 운영만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 리소스에 추가로 자체 개발도 이어가더라. 해피툭에서도 단순 운영을 넘어 자체 개발이라던가 그외에 또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나?

= 대만 시장에서 상장한 이유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와서 좋은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좋은 게임을 만들거나, 기존에 우리가 갖고 온 게임을 더 발전시키자는 전략은 우리도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하고 있다.

물론 개발 자체를 바로 하기는 어렵고, 그것이 바로 성과가 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온라인 게임의 묘미는, 계속 서비스하면서 개선하고 패치하면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오래도록 서비스를 이어온 우리의 경험이 그런 방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타이베이 거래소 상장 건은 원래 계획이 있었나?

= 2018년부터 쭉 준비해왔다. 사실 상장하자는 생각은 옛날부터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퍼블리싱 위주에, 대만 거래 시장 자체가 굉장히 보수적이라 게임 산업이 크게 환영 받지 않다 보니 가치를 높게 평가 받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준비 기간이 길었다.

거래소와 처음 얘기할 때도 2년 가까이 피드백이 없었다. 그러다가 로스트아크 퍼블리싱 계약 관련해서 회계상 부채로 잡혀있어서 부채비율이 높다는 피드백이 작년 초에 왔었다. 그 계약금이 반환된 상태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일이 있었는데 결국 상장했다.

우리가 근 8년 만에 처음 게임 업계에 상장한 사례라서 여러 회사에서 정말 많은 문의가 왔었다. 대만에서도 그간 게임회사의 상장은 안 받아준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더라. 또 대만에서 사업하는 다른 한국분들도 많이 관심을 보여줬다. 대만에서 한국인으로 첫 상장까지하신 대표님이 계시는데, 우리가 도전한다고 하니 여러 차례 도움도 주시고 상장까지 성공을 하니 많은 격려를 해 주더라.


Q. 상장을 하면서 더 많은 자본금도 확보할 수 있고 규모도 더 커질 텐데, 앞으로의 방향성을 말하자면?

= 우리의 주력은 퍼블리싱과 게임 개발이다. 상장 뒤에 사업 영역이 늘어나면 집중도가 흐트러지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고, 본업이 흐트러지지 않는 차원에서 확장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