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최근 '듄' IP의 인기가 대단하다. 한번 보면 좀처럼 잊기 어려운 미모의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을 맡은 장편 영화 시리즈가 국내에서 개봉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듄'이라는 IP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원작 소설을 찾아서 읽는 이들도 늘어났고, 원작의 다양한 설정에 대해 토론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듄 영화 시리즈의 성공 이후, 노르웨이의 개발사 펀컴(Funcom)에서 듄 IP를 활용한 신작 게임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오픈월드 샌드박스 생존 MMO 게임을 표방하는 '듄: 어웨이크닝(이하 어웨이크닝)'이다. 듄 IP를 좋아하는 여러 글로벌 게이머들이 이 게임에 대해 기대감을 품었고, 새로운 소식과 시연 빌드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게임스컴에도 많은 관심이 모였다.

어웨이크닝의 전시는 텐센트의 게임 퍼블리싱 브랜드인 레벨 인피니트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부스에는 듄 시리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샌드웜의 조형이 설치됐고, 참관객들은 샌드웜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최신 시연 빌드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게임스컴 동안 어웨이크닝의 부스 앞에는 항상 많은 게이머의 대기열이 형성됐다. 영화 시리즈의 개봉 후에 일부 규모의 팬층이 생긴 것 국내와 다르게, 듄이 서구권 게이머들로부터 얼마나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인기 IP인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부스에서는 샌드웜을 부르는 장치인 '썸퍼'가 땅을 두드리는 영상을 통해 다음에 이어질 시연 시간이 예고됐고, 게이머들은 곧 다가올 시연을 기다리며 기대감을 부풀리는 모습이었다.

▲ 어웨이크닝을 위한 시연 공간은 텐센트 레벨 인피니트 부스 내에 마련됐다

▲ 레벨 인피니트의 여러 타이틀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듄: 어웨이크닝'의 부스였다

▲ 시연을 위해 여러 게이머들이 대기열을 형성했고,

▲ 시연 시간은 사막 대지를 두드리는 썸퍼의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연 차례가 다가오고, 약 30분 동안 어웨이크닝의 테스트 빌드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앞서 게임 플레이 트레일러에서 공개된 것처럼, 플레이어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 불시착한 한 명의 죄수가 되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 아라키스 사막에 불시착하는 영화 속 폴 아트레이데스처럼, 정말 아무런 물자도 없는 상황에서 사막 한복판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셈이다.

어웨이크닝은 기본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의 문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임이다. 황량한 사막 대지에 태양이 내리쬐는 낮엔 그늘을 찾아 이동하며 더위를 피하고, 암석을 파괴하거나 떨어져 있는 돌을 줍고, 주변의 말라버린 식물에서 물을 채취하여 갈증을 달래며 가능한 오랫동안 생존해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수집한 재료들로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다시 도구를 활용하여 탈것이나 건축물 등을 제작하며 점점 생존 기반을 쌓아나가야 한다.

영화와 달리 게임 속 주인공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도, 추앙받는 선지자 '리산 알 가입'도 아니다. 영화와 원작에서 그려지는 각 가문 간의 권력 싸움이나 정치, 파벌 같은 이야기는 어웨이크닝의 초반 생존 구간에선 그저 별나라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생존 구간의 게임 플레이는 한결같이 돌 캐기, 물 구하기, NPC 병사 처치하기 등 평범한 서바이벌 게임 속 그것들로 채워져 있으므로, 어떠한 장대한 내러티브와 원작 소설 기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임 플레이를 기대한 이들에겐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서바이벌 게임의 필수 요소인 세밀한 크래프팅 시스템, 그리고 작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샌드웜 '샤이 훌루드'의 구현도는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암석 구간이 아닌 모래 사막 위를 오랫동안 걷거나 진동 장비 개념의 부스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샌드웜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진동 센서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모래바람과 함께 샌드웜이 나타난다.

시연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반복적인 진동을 감지한 샌드웜이 나타났고, 옆에서 시연을 도와주던 개발자는 'RUN'이라고 한 마디로 설명했다. 곧바로 저 멀리 보이는 암석 지대를 향해 계속 달리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진동 센서가 조금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안도감을 찾은 후 "이 정도 도망치면 된거야?'라고 묻자 개발자는 아마 그런 것 같다고 답했고, 그 순간 바닥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샌드웜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첫 번째 '죽음' 화면을 마주하게 됐다.

개발자는 "아마 아니었나봐'라고 말하며 웃더니, 샌드웜에 먹혀서 죽을 경우 그간 모았던 모든 재화와 아이템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형태로 죽을 경우 그간 수집한 재화의 일부를 잃는 정도에 그치지만, 듄 이라는 작품 속 샌드웜의 상징성과 공포를 게임에서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사양을 추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심하고 있던 것을 달래주려 한 것인지, 바로 개발자 모드를 켜고 최고 레벨의 잠자리 형태 날탈인 '오니솝터'의 제작 재료와 청사진을 인벤토리에 넣어주었고, 이것을 활용하여 크래프팅으로 오니솝터를 제작, 하늘을 날아볼 수 있었다. 넓은 아라키스 행성을 날아다니는 것은 실제 게임에서 도전했을 때 꽤 후반부에야 가능한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있었고, 비행의 자유로움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어진 시연 시간이 모두 종료됐다.

▲ 샌드웜 '샤이 훌루드'의 구현도는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 원작에도 등장하는 날탈 '오니솝터'는 후반부에 만들 수 있는 탈것이다

시연을 마치고, 어웨이크닝의 개발사 펀컴의 스콧 주니어 치프 프로덕트 오피서에게 시연에서의 궁금증을 묻는 짧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먼저 그에게 게임스컴 전시와 시연을 진행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게임 자체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더욱이 이번 시연에선 튜토리얼까지 건너뛰었기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을 거라며, 듄의 배경인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사막과 태양, 그림자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은 '어웨이크닝'이 처음이고, 지난 5년간 개발한 것을 일반 게이머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 펀컴 스콧 주니어(Scott Junior) 치프 프로덕트 오피서

이어서 서구권 게이머들에게 '듄'이라는 IP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듄'이라는 작품 이후로 스타워즈를 포함하여 정말 많은 SF, 판타지 IP가 만들어졌다며. 듄은 그 모든 작품들의 근간이 되는 큰 기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자와의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여 어웨이크닝을 플레이했을 때 즉각적으로 듄 IP 고유의 요소들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고, 후반부엔 듄 특유의 정치적 요소나 드라마틱한 요소까지 모두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영화 속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가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오직 '영화' 시리즈만으로 듄에 입문한 이들까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인지 물었고, 스콧은 어웨이크닝 게임 속에서도 굉장히 많은 원작 소설 속 캐릭터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모래폭풍이 부는 날씨나 잠자리 형태의 탈것 오니솝터는 물론, 게임 중반부에는 내러티브 파트를 포함한 다양한 내용들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국 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스콧 프로덕트 오피서는 우리도 듄이라는 IP가 굉장히 커다란 파워를 지닌 IP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듄 IP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서바이벌 장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으니 꼭 플레이해주길 바란다"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펀컴에서 듄의 IP를 활용하여 제작한 오픈월드 샌드박스 생존 게임 신작 '듄: 어웨이크닝'은 다가오는 2025년 초, PS5와 Xbox, PC 플랫폼을 통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