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코드를 부활시켜 달라'

고작 2주 만에 완벽한 실패가 쓰인 성적표와 함께 서비스가 종료된 콘코드. 그리고 그 부활을 바라는 온라인 청원. 이미 2,3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출시 이후 스팀 최대 동시 접속자 수인 697명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그만큼 많은 이가 콘코드의 서비스의 종료에 안타까움을 드러...냈을 리가. 오히려 콘코드는 서비스 종료까지 철저하게 밈으로서 소비되고 있다. 실물 판매 상품도 배달 전 환불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살 수 없게 됐다는 이유로 게임 자체를 모으는 라이브러리 수집가들 사이에서의 프리미엄만 높아졌을 뿐이다.

개발자의 SNS를 통해 추정되는 개발 기간 8년. 추산 방식에 따라 5천만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 소니의 개발 스튜디오 파이어워크의 인수에 들인 비용에 마케팅까지 3억 달러니 4억 달러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개발 비용. 그리고 이렇게 뒤죽박죽인 정보가 퍼지는 것 만큼이나 명확하지 못했던 게임. 게임에 이가 빠져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 처럼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져버린 콘코드(Concord).


그것은 현재 AAA 시장에서 가장 빛나면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라이브 서비스이 정말 시장의 답인지를 되묻게 한다. 그저 게임 하나의 성패를 떠나서 말이다.


헬 다이버즈2 성공 봤지?
소니의 핵심 전략이었던 라이브 서비스

SIE의 전 대표 짐 라이언은 약 5년의 대표 재임 기간 단순 성과 부분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결과물을 낸 인물이다. 특히 이미 시장에 많은 판매량이 풀린 PS4, 그리고 PS5로의 전환 시기 반도체 대란 속에서도 비교적 준수한 물량을 확보해 기기 보급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PS5 전환기는 PS5 판매만으로 시장에 온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아무리 PS5 판매량이 기대 이상이었다 하더라도 PS5 독점 게임만으로는 충분한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 SIE의 전임 대표 짐 라이언

결국 소니는 상대적으로 판매량 규모가 적은 게임을 제외하고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등 핵심 IP 타이틀을 PS5는 물론 PS4로 동시 출시했다. PS5의 판매 시기에는 독점 콘텐츠를 앞세워 차세대 콘솔의 영향력을 줄곧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구 세대 콘솔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전환기의 결정은 소니의 시장 전략의 다변화로 이루어진다. 콘솔 독점 게임들을 PC로 출시하며 소프트웨어 파워를 활용하고자 했고, 한편으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본격적인 확보를 그렸다.

짐 라이언은 당초 실적 발표를 통해 2026년까지 12개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서비스를 예고했다. 특히 소니의 근래 실적 발표에서 이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성과도 확고하게 드러났다. 바로 헬 다이버즈2의 성공이다.

헬 다이버즈2의 판매량은 약 3개월 만에 1,200만 장에 이른다. 정가인 40달러를 기준으로 잡으면 4억 8,000만 달러. 숫자로만 따지면 마케팅, 스튜디오 인수 비용을 더한 콘코드의 최대 추정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 수치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특성상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플레이어 풀은 언제든 더 늘어날 수 있고, 게임의 생명과 함께 판매량은 꾸준히 속도를 낼 수 있다. 중간 플랫폼 수수료라는 문제가 있지만, 헬 다이버즈2는 PC 출시를 함께 선보이며 플레이어 확보는 더 용이했다.

언제든 큰 성공을 내다볼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이런 성공 사례를 보더라도 12개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개발은 여전히 너무나 많은 숫자로 보이지만, 이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를 줄곧 이어갔다.

▲ 경쟁형 하이스트 게임 페어게임즈도 출시 순서를 기다리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다

데스티니를 통해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탄탄한 번지를 인수했고 마라톤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헤이븐 인터랙티브를 통해서는 페어게임즈를 개발하고 유통 계약을 맺었던 콘코드의 개발 스튜디오 파이어워크까지 품었다.


AAA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끝?
데드록: 아닌데? 잘 되는데?

시장 다변화 속에서 자사 콘솔 기반 게임 판매만으로 지금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눈으로 보이는 소니의 라이브 서비스 전략은 일견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시장 포화, 그리고 그 속에서 성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투자 역시 크다.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의 시장이다. 아무리 게이밍 부문에서 4조 엔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는 소니지만, 2021년 이후 보유한 현금은 크게 꺾였고 PS5의 준수한 판매 역시 투자된 비용을 채울 만한 성과로서는 아쉽다는 평가도 많다.

결국 토토키 히로키 신임 대표는 라이브 서비스의 출시 일정을 재정비했다. 12종 중 예정됐던 2026년 출시가 이루어질 게임은 6개다. 나머지 6종 역시 정비 및 출시 검토 과정을 거쳐 추후 출시될 수 있다. 하지만 토토키 대표가 일정 정비와 함께 퀄리티 우선주의를 내세운 만큼 라스트 오브 어스 온라인을 취소했듯 얼마든지 게임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는 무기를 버릴 생각은 없지만, 날카롭게 벼려낸 무기가 아니라면 굳이 전장에 내보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미 출시된 콘코드는 완성된 퀄리티의 게임인가?


재밌게도 서구권 게임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이 콘코드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여기는 건 앞서 언급한 시장 포화 부분이다. 이미 오랜 개발 기간을 이어오며 시장 자리를 잡은 라이브 서비스 슈터 시장이 포화된 상태인 것. 그리고 차별화 부족이 눈에 띄었더라도 고객의 관심을 돌릴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밸브의 게임 데드록의 사례만으로 완전히 논파된다.

밸브의 데드록은 일찌감치 코드 네임으로 개발 중임이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공식 발표 이전부터 친구 초대를 통해 게임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고 정식 공개와 함께 스팀 동시 접속자 역시 함께 집계됐다.

어디까지나 밸브의 소규모 초청과 이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친구 초대로 이루어지는, 비공개 테스트 단계다. 그럼에도 매일 일일 접속자 10만 명 이상이 즐기며 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특히 데드록은 그간 많은 유사 게임이 실패를 겪은 라이브 서비스 슈터, 그 중에서도 MOBA 성향을 가진 게임이다. 스마이트 정도를 제외하면 배틀 본, 자이겐틱, 파라곤 등 실패 사례를 언급하기가 더 쉬운 부류다. 특히 비공개 테스트를 이유로 공식 공개 전에는 정보 유출 테스터로부터 권한을 발빠르게 삭제하기도 했다. 게임이 미리 공개되는 것을 더 경계한 셈이다. 그럼에도 데드록은 좋은 평가와 함께 줄곧 높은 수준의 동시 접속자, 그리고 베타 단계에서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시장 포화, 혹은 마케팅 만의 문제로만 게임의 실패를 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도 콘코드는 여러 문제를 동시 다발적으로 맞았다.


40달러의 가격만이 잘못?
신규 IP로서의 부족함

소니가 인수한 번지의 데스티니로 시작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성공은 헬다이버즈2로 완성됐다. 특히 헬 다이버즈2의 성공은 유통을 맡은 소니가 더 유저 친화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바로 게임의 유료 판매 전략이다.

근래 많은 온라인 게임이 무료 플레이로 전환되고 있지만, 콘솔에서의 기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게임의 경우 게임을 사서 플레이하게 하는 비즈니스 전략이 드물지 않다. 또 앞서 언급한 게임 외에도 씨 오브 시브즈, 엘더 스크롤 온라인 등 시장에 안착한 게임들 역시 많다. 돈을 내고 게임에 진입하는 게 여전히 낯설지 않은 시장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게임은 사실상 부분유료화 게임인 무료 게임과 비교하면 게임의 판매 자체로 1차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게임 내 판매 요소를 상대적으로 부가적인 수익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만큼 약탈적인 수익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실제로 헬 다이버즈2 서브 디렉터 사가르 베로시는 게임 내 상품에 있어 구매해야 승리하는 P2W도, 유행에 뒤처지는 듯한 느낌을 줘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FOMO(유행에 뒤쳐지는 것에 대한 소외감 및 불안감)도 없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밝혔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누군가는 상품을 구매하고 게임 내 상품으로 얻는 수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게 플레이어에게 압박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유저 친화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구축한 셈이다. 이는 곧 기존 게임 플레이어는 붙잡아두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유입되어도 더 쉽게 기존 게임에 융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콘코드의 전략도 같았다. 게임은 40달러의 유료 판매, 나아가 배틀패스는 물론 캐릭터 추가, 시즌, 업데이트 요소 모두 추가적인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신규 IP로서의 정체성 부족은 게임에 40달러를 쓰게 만들기 부족했다.

데스티니에 대한 관심은 헤일로 시리즈의 대성공이라는 성공 사례를 쌓은 독립 번지의 첫 작품이라는 데에서 출발했다. 헬 다이버즈2 역시 이미 1편으로 멀티플레이 자체의 재미를 보여준 작품의 후속작이다. 세부 장르는 달라졌지만,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 모두 관심받을 요소를 갖춰 놓은 상태로 출발했다.


반면 콘코드는 번지 출신 개발사의 신작 정도의 이름이 붙었지만, 정작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는 스튜디오였다. 신규 IP로서 출시 전 보여주는 영상, 게임 플레이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걸 단순히 게임이 충분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만이라고 축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언제나 IP의 시작은 존재하며 배경이 없는 콘코드는 그 출발 선상에서부터 더 착실히 갖췄어야 할, 유저들을 끌어들일 힘이 없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다.


이어지는 불협화음
재미, 게임플레이, 비즈니스 전략, 룩앤필

콘코드의 캐릭터 디자인이 (정말매우아주 좋게 표현해서) 독특하다면 그 독특함을 매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가장 쉬운 건 연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다.

실제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시네마틱 영상을 통해 게임의 세계에 생동감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는 있었다. 하지만 콘코드의 우주 세계는 현세의 인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미 잘 갖춰진 IP 위에 쌓아놓은 서사도 아니다. 이야기들은 자신들만이 아는 은하계 용어로 쌓여있다. 그마저도 초반에는 결국 캐릭터 개개인보다는 세계관 전체에 집중한다.

▲ 디자인과 플레이는 맞는 프리거너, 그냥 이해가 안 되는 프리거너. 콘셉트도 통일되지 못했다

▲ 보여주고 싶은 게 많기는 했다. 차분한 전략적 확장보다는 때려 넣기 주입식 속도였을 뿐

캠페인 중심의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면 세계관의 깊이를 더하는 게 꼭 필요하겠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와의 매칭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팀 기반 라이브 서비스 슈터다. 매치를 진행하다 세계관의 이해를 위해서는 쏟아지듯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텍스트를 은하계 가이드로 확인해야 한다. 또 수많은 용어 위로 세계관 전달을 위한, 매력 전달이 되지 않은 캐릭터들의 시네마틱은 충분히 공감하기 어렵다.

이야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그걸 납득시킬 플레이 내에서의 연출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캐릭터의 무기나 공격 방식, 외형적인 특징을 캐릭터와 일치시키는 일이다. 게임 플레이의 관점에서 덩치가 크거나 거대한 갑옷을 입은 캐릭터는 방어나 돌파 역할을 맡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화기를 가졌다면 치유나 잠입 등 플레이를 집중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양성의 가치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듯 일관되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캐릭터가 다수 존재한다. 솔저76을 떠올리게 하는 전직 군인 테오는 스테레오 타입 보병 인간이지만, 이를 제외한 많은 캐릭터가 게임의 디자인과 그 플레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존재하는 역할군에 일치하지 않는 스킬 조합은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쉽게 다른 캐릭터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며, 게임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작용을 했다.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도, 그렇다고 게임 플레이에 어울리는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지도 못한 어정쩡한 결과물이 탄생했다.

▲ 도저히 손이 안 가는 라크를 보면

▲ 바즈는 (그나마) 개성적인 디자인에 콘셉트도 살아있다 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논하자면, 게임 플레이 안에 존재하는 전략성 역시 한 몫하고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히어로 슈팅임을 부정하는 개발진처럼 영웅적인 플레이, 즉 궁극기를 배제했다. 플레이에 다양성을 더해야 할 스킬 역시 일관적이지 않다. 누구는 스킬을 쓰기 위해 킬을 해야 하고, 어떤 스킬은 직접 버튼을 눌러 소모 횟수를 채워야 하고, 또 무슨 스킬은 사용 후 긴 쿨타임에 마음껏 사용하기 어렵다.

결국, 게임은 피지컬이 게임의 핵심이 되는 고전적인 슈터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팀 구성 단계에서 역할군에 따른 팀 보너스가 존재한다. 팀원과의 전략적 조합과 플레이 내적의 전술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랜덤 매칭이 충분히 효과를 내기 어려운 셈이다.

게임이 '적당히 재미있다'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면 그걸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기도록 하면 된다. 그걸로 독특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낄 시간을 주거나, 적당히 재미있는 게임의 재미를 끌어 올릴 개선과 피드백이 필요했다. 하지만 도리어 게임은 40달러의 진입 장벽을 가진 유료 판매를 선택했다. 최근 해리 포터: 퀴디치 챔피언스가 그랬듯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료 플레이가 가능한 시스템이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반대로 플레이 자체의 완성도가 높거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해 매력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는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개발이 장기화되며 낡아버린 기획, 게임의 조화보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의도에 지배당한 캐릭터 디자인, 그런 평가를 뒤집지 못하고 안일하게 출시한 게임 디자인이 참사를 불렀다. 끝끝내 캐릭터 디자인이 문제라고는 언급하지 못하는 서구권 애널리스트를 통해 마케팅의 부재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적어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나 초청 등의 프로모션은 꽤 적극적으로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소니가 콘코드의 출시 전까지도 시장에서 충분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자신감 있었다는 내용을 흘리기도 했다. 오히려 착실한 준비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더 큰 셈이다.

▲ 위험한 상황을 강조했던 출시 전 티저, 돌아보면 상황일 알리려는 내부인의 당근 흔들기가 아니었을까

당장 오버워치만 놓고 보아도 소니의 행보는 부실했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공개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한 회사였다. 그럼에도 공개 이후 출시까지 긴 시간 시네마틱 영상과 단편 텍스트로 세계관을 쌓아올렸다. 인게임 역시 여러 테스트를 통해 갉고 닦았다. 공개 당시 캐릭터 디자인으로는 콘코드가 감히 명함 내밀어선 안될 정도의 큰 호평을 받았던 오버워치마저 그랬다.


소니의 라이브 서비스
토토키 히로키호는 어디로 가야 하나

토토키 히로키 대표는 파이낸셜 타임즈의 인터뷰를 통해 소니 내부의 오리지널 IP가 부족함을 언급했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처음부터 육성해 활용할 수 있는 IP의 부족이 오리지널 IP의 개발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시장에서 완전히 승기를 꽂은 닌텐도의 자체 IP 풀을 보면 소니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근래 가장 큰 성과를 낸 게임 시리즈는 갓 오브 워, 라스트 오브 어스, 호라이즌,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며 심지며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IP다.

하지만 반대로 소니가 가지고 있는 자체 IP 개발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다. 우에다 후미토의 이코/완다와거상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IP를 여러 개발사와 함께 개발해 온 재팬 스튜디오는 폐쇄와 함께 팀 아소비에 일부 흡수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베테랑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 분명 특색 있는 IP를 다수 가지고 있었던 재팬 스튜디오

지난 10년을 기준으로도 데이즈 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리터널 등이 새롭게 나왔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데스 스트랜딩, 언틸 던 등 독점 콘텐츠로 출시되며 자체 콘텐츠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시기도 있었다. 그라비티 러시, 슬라이쿠퍼, 잭&덱스터, 파라파 더 래퍼 등 일찌감치 좋은 평가를 받은 IP도 많다.

하지만 소니의 입장에서는 준수한 평가와 성과를 낼 IP보다는 대작 IP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소니는 실적 발표를 통해 2024년에는 '주요 IP' 신작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이후 아스트로봇의 출시가 공개됐고 실제 출시 역시 평론가와 유저, 양쪽에서 큰 호평을 끌어냈다. 토토키 대표 입장에서는 사실상 캐주얼 IP로 꼽히는 아스트로 봇에 대한 기대가 적었음을 시사한다.

소니는 앞서 언급한 마라톤, 페어게임즈를 비롯해 최소 6종, 최대 12종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역대 최고의 성능이라고 앞세운 PS5 프로 출시를 예상대로 진행했다. 가격 역시 큰 폭의 인상이 있으리라는 예상대로 높은 수준으로 내놨다. 그럼에도 아직 PS5 프로 성능을 적용할 게임은 극소수에 그친다. 자신하는 '주요 IP'를 중심으로 한다.

당장 소니의 시장 전략의 다변화는 계속 유지된다. 장기간 운영되는 라이브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핵심 IP 게임은 PC로 출시해 플랫폼을 확장한다. AAA 게임은 PS5 프로를 중심으로 기기 성능을 살려 제공한다.


하지만 정작 오리지널 IP 라이브 서비스 게임인 콘코드는 짧은 기간 만에 퇴장하며 소니의 이미지를 구겼다. 아직 성능을 활용한 게임이 적은 PS5 프로는 훗날 핵심 게임의 PC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 독점 게임 제공 콘솔로서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남아있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성공도, 핵심 IP 신작의 성과도 언제든 기대할 수 있는 소니다. 하지만 반대로 분명한 실패와 위험을 직면한 만큼, 지금 지금의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지, 아니면 수정할지 기로에 서 있음 역시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