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CATO Institute)

미국의 민간 씽크탱크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최근 국내를 포함하여 전 세계 주요국에서 실험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하여 'CBDC 도입과 무현금 경제 전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현재 CBDC 도입으로 무현금 사회가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며, 카토 연구소 측은 CBDC의 부상으로 현금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카토 연구소 산하 기구 소속 니콜라스 앤소니(Nicholas Anthony) 애널리스트는 기고문을 통해 현금을 사용하지 않거나 현금 사용을 정책적으로 억제하는 소위 '현금 전쟁'을 둘러싼 관심과 논란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며, CBDC의 등장으로 현금이 사라지는 무현금 사회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애널리스트는 CBDC의 부상이 무현금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전세계의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마다 다른 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첫 번째는 CBDC가 현금의 대체재가 아니며, 미래에도 두 화폐가 계속 공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현금과 같은 안전한 결제 옵션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닌, 확장 수단으로 CBDC를 고려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럽 중앙은행 역시 "디지털 유로화는 현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역할"이라고 전했고, 영국 중앙은행 역시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CBDC가 현금을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중앙은행들 역시 현금에 대한 수요 및 이용 감소를 이유로 CBDC 발행을 검토해 왔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두 번째 의견은 CBDC가 직접적으로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이며, 향후 무현금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방안으로 CBDC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레바논과 나이지리아, 페루, 르완다, 솔로몬 제도의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 목표이며, CBDC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연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CBDC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것은 현금 발행과 유통 시에 발생하는 비용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통화 정책 수단이 CBDC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르완다 중앙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현금 발행 및 유통에만 3천만 달러(한화 약 408억 원)가 소요됐다며, 무현금 경제 달성을 위해 CBDC 도입을 권고했다.

마지막 세 번째 의견은 CBDC라는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현금 사용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제임스 메킨토시(James Mackintosh)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달러가 갖는 핵심 통화력은 현금이 폐지될 경우에 비로소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IMF 총재인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는 "현금이 디지털 달러로 대체된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모든 사람의 디지털 통화 계좌에 있는 잔고를 점차 축소시켜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을 포함해 외화, 암호화폐 등 CBDC 이외 다른 대안적 화폐나 가치저장 수단들이 없는 상황에서 CBDC를 통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가 가장 효과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세 개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①CBDC가 현금을 대체할 수 없으나, 현금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에 필요, ②CBDC가 현금 대체할 필요 있음, ③현금이 없어야 CBDC 효과 발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CBDC의 도입이 현금 이용 감소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기고문을 마치며 니콜라스 애널리스트는 세 가지 의견을 근거로 CBDC가 부상하면 부상할수록 미래 결제 및 거래 수단에서 현금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