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 박병무)가 제28기 정기주주총회를 3월 26일 오전 9시 판교 R&D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날 예정된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등은 모두 의결됐다. 엔씨는 '완전한 리니지 클래식 서버' 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주주총회에서 2024년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내부 도전 과제 속에서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진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5,781억 원, 영업손실 1,092억 원, 당기순이익 941억 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영업손실은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증가로 발생했으나, 재무자산 운용 수익과 환차익 등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재무건전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신작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영진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를 발판 삼아 '본래의 엔씨소프트'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을 회고하며 박 대표는 세 가지 핵심 성과를 강조했다. 첫째, '원팀 엔씨소프트'를 기반으로 '리니지M', '리니지2' 등 기존 IP의 성공적인 리부트와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를 통해 IP 회복에 집중했다. 둘째, 서브컬처와 슈팅 장르에 대한 투자와 판권 확보에 힘썼으며, 빅게임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 미스틸게임즈의 '타임 테이커즈'를 확보했다. 셋째, 글로벌 시장 재도약을 위해 미국 법인 리더십을 강화하고, 베트남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아마존과 협업해 '쓰론 앤 리버티(TL)'를 2024년 10월 글로벌 출시, 450만 명 유저를 확보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조직 효율화도 주요 변화였다. 고정비 절감과 조직 슬림화를 위해 임원을 20% 감축하고, 2024년 초 5,000명이었던 본사 인원을 3,100명으로 줄였다(자회사 포함 4,100명에서 1,000명 이동). 퍼스트 스파크 게임즈 등 3개 개발 스튜디오와 AI, QA, IDS 분야를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전환했다.

박병무 대표는 2025년을 "과거 엔씨의 기본으로 돌아가 기술력과 게임성을 극대화하는 해"로 정의했다.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기존 IP 고도화: '리니지M' 등 기존 IP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를 만족시키는 운영을 강화한다. 선택과 집중: 기술력과 게임성 평가 TF를 구성해 기준을 높이고, 개발 및 퍼블리싱 게임의 품질을 극대화한다. 신규 장르 확장: 서브컬처와 슈팅 장르에 지속 투자하며, M&A를 통해 장르별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글로벌 역량 강화: 북미, 유럽, 동남아 리더십을 확보하고, 외부 개발사와 협업을 확대하며,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고도화해 마케팅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한다.

신작으로는 '아이온2', 'LLL', 기존 IP 기반 신규 장르 게임과 퍼블리싱 타이틀 '브레이커스', '타임 테이커즈'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재무자산 운용 수익 등으로 당기순이익 30%를 현금 배당하며 주주 가치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에 이어, 앞으로도 자사주 10% 이상 소각을 검토한다. 삼성점 타워 매각도 진행 중이며, 매각 재원은 판교 R&D센터 건립에 활용하고, 매매차익은 배당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주주 질의응답 때 박병무 대표는 희망퇴직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나,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이 단순히 인원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구현범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오랜 시간 고민하며, 좋은 인재를 붙잡고 불필요한 조직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꼭 있어야 하는 조직과 없어도 되는 조직, 있으면 좋은 조직을 나눠, 필수 조직은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 주로 지원 조직을 대상으로 진행했기에 개발 인력의 구조조정은 적었고, 개발자들 사이에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에 대한 개인적 태도를 묻는 말에 "게임을 싫어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작년부터 자사 게임을 즐기며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십일조 수준으로 쓴다고 할 정도다. 리니지M 등 대부분의 자사 게임을 경험했고, 일부는 8~9개월째 플레이 중이다. 모든 게임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게임도 시도하며 유튜버 콘텐츠도 참고한다. 알고리즘이 게임 관련 콘텐츠로 가득할 정도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며, 나이 들어 게임에 이 정도 몰입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부족함을 느끼며 계속 배우고 있다. 유저와 개발자의 인사이트를 조화시키려 노력 중이며, 과거보다 유저 소통이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임원 및 직원들과의 식사 90%는 게임 개발자와 함께하며, 지원 조직과는 시간이 부족해 거의 만나지 못한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이기에, 개발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제삼자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라이브 게임 개발자들이 유저 소통을 꺼리던 부분을 설득해 기회를 늘렸고, 리부트 월드 출시 과정에서도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을 논의했다. 개발자들의 프라이드가 강해 놓치는 부분도 있지만, 제 의견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게임을 등한시하거나 싫어한다는 오해, 희망퇴직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우려는 다르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례로 "작년 개발 부서 인력 조정 시, 젊은 직원들이 블라인드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타당한 이야기는 임원들에게 전달해 조정을 반영했고, 실제로 몇몇 부서가 바뀌었다. 직원들에게 소통 창구를 항상 열어놓고 있으며, 시간이 없어 즉시 답변은 어렵지만 틈틈이 확인한다. 작년에는 임원 위주로 만났다면, 올해는 중간관리자 및 팀장급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오해가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주시거나 만나고 싶다고 연락하시면, 만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수구세력과 세대교체에 대한 의견에 대해 박 대표는 "일부 공감한다. 오랜 임원들이 타성에 젖어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제 목표는 떠나기 전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이지만, 세대교체가 단순히 젊은 인재로 교체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고를 할 수도 있고, 젊은 사람이 꼰대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수구세력이 개혁을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나 역시 나이와 경험이 많아 그들의 의견을 듣되, 결정은 내가 회사의 방향에 맞춰 내린다. 경영자의 역할은 모든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팀으로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설득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으나, 틀린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소외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저와 구현범 부사장의 최대 과업이다. 이를 위해 3개 개발 스튜디오를 분사해 리니지와 무관한 IP를 독립적으로 개발하도록 했다. 반면 아이온2 등은 전사적으로 집중한다. 리니지는 오해가 많지만,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 PC 리니지를 경험하며 잘 만든 IP라고 느낀다. 현질만 유도한다면 제가 8개월째 리니지M을 하겠나. 중소 과금으로도 재미를 느끼며 즐기고 있다. 리니지 팀은 운영을 잘해왔고,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지속적인 재미를 주는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해보면 초반 그래픽은 끌리더라도 몇 달 지나면 머리에 맴도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리니지 IP를 어떻게 외연을 확장할지 개발팀과 고민 중이다. 리부트 월드를 출시했지만, '저니 오브 모나크'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어도 새로운 시도였다. 완전히 클래식 서버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하루 120만 유저가 접속하며, 기존·복귀·신규 유저, 특히 젊은 층까지 만족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유저와 주주의 기대를 균형 있게 맞추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운영팀은 세대교체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밝혔다.

야구단 운영에 대해 박 대표는 " 마케팅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고, 컨센서스를 이뤄야 하는 사안이다. 계속 비용 효율화 중이다. 야구팬층이 형성되며 매출도 오르고 있어 고민이 크다. 시즌이 시작된 상황에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주주 의견은 검토 중이나 회사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김택진 대표와의 역할에 대해 박 대표는 "김택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팀에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다. 김 대표의 오랜 게임 개발 경험을 없애는 것은 회사에 큰 손실이다. 그는 경영자이자 개발자로서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작년 DPI 개발자 보상이 이연된 부분을 과감히 결정해 후반기 보상금을 받지 않았고, CEO로서 인센티브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관련 질문에 대해 "VNG와의 합작법인은 다양한 파트너와 협조하며 시도 중이다. 동남아에서 게임 퍼블리싱을 잘하는 점을 높이 사 협력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확충을 통해 동남아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 현장에서 주주가 배포한 자료 일부

허위사실 대응에 대해 박 대표는 "댓글 등에서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일일이 대응하면 노이즈만 커질 수 있어 고민 중이다. 작년 TF를 구성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배틀 크러쉬나 TL 글로벌 출시 당시 짧은 플레이 후 악평을 남기는 사례를 확인했다. VPN을 통해 한국에서 접속해 악평을 남기는 경우도 많았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TF를 통해 적절히 대응하되, 궁극적으로 유저가 칭찬하는 게임으로 입증할 것이다. 주주 게시판에조차 회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상황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보인다. 기업 혼자 대중과 싸울 수 없으니, 게임으로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원 관련 질문에 "5,000여 명에서 1,000여 명이 퇴직하고, 개발 조직은 200여 명 늘어 순감 800여 명이다. 자회사 포함 4,100명이며, 본사는 3,100명이다. 중복 및 불필요한 조직을 정리하며 마인드셋이 변하고 있다. 해외 법인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올해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온2에 대해 "아이온2는 한 게임에 회사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춘 결과다. 동아시아와 글로벌 유저의 취향 차이를 반영해 글로벌 원빌드가 아닌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한국·대만은 아이온 IP를 아는 반면, 글로벌은 인지도가 낮아 마케팅도 다르게 접근한다. 유저 베이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판단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턴어라운드 방향에 대해 "네 가지 전략(기존 IP 확장, 신규 장르 개발, 글로벌 진출 기반 구축, 선택과 집중)을 동시에 추진해야 지속 가능한 기반이 마련된다. 한 게임으로 흥망성쇠가 좌우되지 않도록 하며, 성공 시 주주와 이익을 나누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추가 주식 매입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 중이다. 섣불리 말하면 내부자 거래 의혹이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웃으며 답했다.

박병무 대표는 "변화의 성과는 즉각 나타나기 어렵지만, 하반기부터 본래 모습을 되찾는 엔씨를 기대해달라"며 "원팀으로 지속 노력하겠다"고 폐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