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2025에서 넥슨게임즈 이범준 총괄PD가 ‘퍼스트 디센던트’의 메타크리틱 57점 극복 과정을 발표하며, 출시 후 겪은 기술적·콘텐츠적 난관과 유저 소통 강화를 통해 이룬 성과를 공개했다. 아울러 시즌 3 대규모 업데이트의 핵심 콘셉트를 공개하며, 게임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강연 내용은 취지에 맞게 이범준 PD 입장으로 서술했다.

▲ 넥슨게임즈 이범준 '퍼스트 디센던트' 총괄PD

‘퍼스트 디센던트’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겪은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여러분께 소개하려 한다. 나는 매그넘 스튜디오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끌며 매달 디렉터와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퍼스트 디센던트’는 크로스플레이 기반의 온라인 루터 슈터로, 넥슨게임즈 산하 매그넘 스튜디오에서 개발해 2024년 7월 2일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를 통해 전 세계에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당시, 우리는 매체로부터 메타스코어 57점이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점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뒀다. 출시 첫 달에만 1억 달러(약 1,466억 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북미와 유럽 권역에서 PC와 콘솔 합산 매출 5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성공 뒤에는 큰 도전이 따랐다. 출시 첫 달에 천만 명에 달하는 유저가 몰려들면서 게임은 기술적, 게임적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심할 때는 하루에 두세 번씩 점검을 해야 할 정도였다. 나와 개발팀은 최선을 다해 대응했고, 유저 커뮤니티와 투명하게 소통하려 노력했다. 이런 헌신은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출시 한 달 후 접속 유저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래프로 확인하며, 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유저 피드백은 뜨거웠다. 가장 큰 이슈는 콘텐츠 부족, 밸런스 문제, 그리고 안정성 및 최적화였다. 이 세 가지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잘 아실 거다. 콘텐츠 부족은 더 그렇고, 밸런스 문제도 제대로 고치려면 많은 검토 시간이 필요했지만, 당시 라이브 상황이 과열된 상태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빠르게 대응하려다 보니 무리한 패치도 많았고, 다양한 지역과 플랫폼을 고려한 안정성 대응도 쉽지 않았다.


8주간의 프리시즌이 끝나고 첫 번째 업데이트인 시즌 1이 시작됐다. 나는 반등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팀 DB의 동접자 추이 그래프를 보면, 시즌 1 업데이트 후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왜 실패했는지 분석해 보니, 시즌 1 콘텐츠는 출시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고, 출시 후 유저 피드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천만 명이 넘는 유저가 몰리며 모든 리소스가 이슈 대응에 투입되다 보니, 업데이트 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는 매달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억지로 쪼갠 업데이트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스플릿 업데이트’라고 부른 이 방식은 꾸준한 업데이트를 목표로 했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폭발했다. 결국 내가 사과문을 올리고 업데이트 일정을 조정하는 결과를 발표했다. 시즌 1을 힘겹게 버티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 선택한 건 유저와의 소통 강화였다. 사실 이전에도 소통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래서 디스코드를 통해 AMA(Ask Me Anything)를 시작했다. 글로벌 유저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직접 답변하는 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나와 디렉터는 ChatGPT로 번역을 돌리며 밤늦게, 주말에도 유저 의견에 답했다.

이 과정에서 유저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예를 들어, 상품 정책을 개선하며 손해를 감수하고 약 100만 달러 상당의 재화를 환급했다. 이를 통해 수익보다 더 큰 유저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소통 노력의 핵심은 ‘데브 라이브 스트리밍’이었다. 한국에서 개발했지만 유저의 절반이 북미에, 나머지가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있어 개발자가 직접 스트리밍을 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다. 고민 끝에 실시간 통역을 도입해 업데이트를 소개하고 Q&A를 진행했다. 첫 번째 스트리밍은 4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일요일에 방송하며 모든 의견을 들으려 했다. 가혹했지, 정말로.


시즌2 업데이트를 이렇게 준비하며 유저 피드백을 반영했고,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스팀 유저 평가 추이를 보면, 시즌 1에서 하락했던 평점이 소통을 강화한 시점부터 상승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의 노력이 보답받고 있다고 느꼈다.

시즌2에서는 새로운 콘텐츠와 편의성을 추가하고, 매출 감소를 감수하며 강한 보상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이벤트 보상으로 캐릭터를 지급하며 유저들을 다시 불러들였죠. 그 결과, DAU는 시즌 1 대비 92.3% 증가했고, 복귀 유저 비중도 20% 늘었다. 리텐션도 14일 기준 18.8% 개선됐고, 안정성도 향상돼 플레이스테이션 크래시 비율이 5%에서 1~2%로 줄었다.

지난주(3월 13일) 진행한 시즌2 에피소드는 역대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출시 후 피드백을 반영해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을 강화한 첫 업데이트였고, 유저 반응이 이를 증명해 줬다.

하지만 나는 냉정하게 평가한다. 시즌2는 겨우 한숨 돌린 정도일 뿐, 콘텐츠 품질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팀에 새로운 디렉션을 내렸다.

첫째, 3개월 단위의 기계적 업데이트 호흡을 늘려 콘텐츠 만족도를 높이기로 했다. 그래서 시즌3은 올여름으로 연기했다. 둘째, 업데이트 볼륨과 퀄리티를 위해 인력을 50% 충원했다. 단기간에 퍼포먼스가 50% 늘었다고 할 순 없지만, 업데이트 속도와 공급량이 개선됐다.


또 하나, 최근 공지로 화제가 된 결정은 구세대 콘솔 지원 중단이다. 리스크가 큰 선택이었지만, 개발 부담을 줄이고 콘텐츠 품질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이런 결정을 바탕으로 시즌3를 메가 업데이트로 준비 중이다. '퍼스트 디센던트 시즌3: 돌파'는 게임의 전환점을 만들 거다.


핵심 콘텐츠는 광활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 대형 레이드 ‘엑시온’, 탑승물 추가, 필드에서 초대형 거신과 싸우는 전투, 그리고 유저 컬렉션을 전시할 ‘라운지’다. 여기에 다양한 IP와의 콜라보도 준비 중이다.

올해 7월, ‘퍼스트 디센던트’는 시즌3를 시작으로 더 큰 규모와 품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유저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 넥슨게임즈 이범준 총괄PD(왼쪽), 주민석 디렉터(오른쪽)

Q. 시즌2 성공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유저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은 부분에서 시작됐다. 특히 내러티브에 훨씬 더 강하게 투자하고, 스토리텔링을 모험적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그게 최저 퀄리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저 반응이 얼마나 좋은지 저희가 계속 확인하며 맞춰가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어제도 디렉터와 둘이 앉아서 “이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Q. 캐릭터 밸런스에 관한 의견은?

= 팀 전체가 지금 캐릭터 밸런스에 집중해서 보고 있다. 유저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오버파워 캐릭터와 나머지 캐릭터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이 많다. 내가 지금 인식하는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스킬 딜러 중에서는 ‘이네즈’가 가장 강력한 오버파워 상태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세레나’도 강하게 만들고 싶어서 준비 중이라고 팀원들과 얘기했다. 다음 단계로는 기준점에 있는 캐릭터와 오버파워 캐릭터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콘텐츠 난이도를 균형 있게 유지하려면 캐릭터 간 밸런스를 더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능이 부족한 캐릭터들은 상향 조정할 예정이고, 지나치게 오버파워인 캐릭터들은 조금씩 조정해서라도 콘텐츠 밸런스를 잡으려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지금 콘텐츠 타입이 사냥과 보스 두 가지로만 운영되다 보니, 오버파워 캐릭터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나는 콘텐츠를 더 다양화하고, 각 콘텐츠에서 성능이 좋은 캐릭터를 여러 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게 지금 팀이 노력하는 방향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느끼기에, 한국 유저분들은 캐릭터가 좀 더 강하게 튀는 걸 좋아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캐릭터가 확 세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 반면 글로벌 유저분들은 캐릭터 간 균형을 더 원하고, 격차가 너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재밌는 건, 근본적으로 지역별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점이다. 특색이 강하게 갈리지는 않지만, 이런 미묘한 차이를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