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레드포스가 '아너 오브 킹즈'에 도전한다. 지난 6월 2일 텐센트의 '아너 오브 킹즈'(Honor of Kings) 글로벌 파트너가 된 농심 레드포스는 같은 달 21일 팀 로스터를 발표했다. 과거 넷마블이 '펜타스톰'을 서비스할 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인 'YK' 장형준 선수가 팀의 감독을 맡았고, 'FEY' 유민규 선수 등이 합류했다.

국내 유일 '아너 오브 킹즈' 팀인 농심 레드포스는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e스포츠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 짧은 기간 합을 맞췄다는 점에서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농심 '아너 오브 킹즈' 팀은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농심 '아너 오브 킹즈' 팀이 도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텐센트의 적극적인 e스포츠 투자가 있었다. 지난 5월 텐센트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며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은 새로운 '아너 오브 킹즈'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와 오픈 시리즈 등 글로벌 e스포츠 생태계 조성에 쓰인다.

▲ (왼쪽부터)'FEY' 유민규 선수, 'YK' 장형준 감독

'아너 오브 킹즈' e스포츠 도전에 대해 장형준 감독은 "2018년 왕자영요 대회인 KRKPL을 통해서 프로게이머에 도전한 이력이 있다. 당시 게임을 하며 만났던 인연도 있고, 게임이 정말 재밌고 충분히 e스포츠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MOBA 장르에서 계속 게임을 했던 만큼, 아너 오브 킹즈가 론칭된다고 했을 때 이미 프로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소개했다.

유민규 선수는 "한국에서 출시된 펜타스톰으로 시작해 대회 등을 참가하면서 프로게이머를 꿈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작 게임인 왕자영요를 접하게 됐다"며 "프로 생활을 2019년부터 시작해서 한 5년 정도 게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너 오브 킹즈'는 중국과 글로벌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e스포츠지만, 비교적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덜하다. 게임을 접했던 계기에 대해 장 감독은 "20대 중반 잠시 쉬고 있는 시점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잠깐 즐겨보자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이 아너 오브 킹즈였다"며 "유저 대부분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유명하다 보니까 광고를 통해서 이런 게임이 있구나 확인하고 모바일로도 게임을 해볼까 싶어서 게임을 시작했을 것"이라 전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 '아너 오브 킹즈'만의 명확한 특징으론 '속도감'이 꼽혔다. 장 감독은 "다른 게임들도 많이 해봤는데, 모바일 MOBA 게임 중 아너 오브 킹즈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게임 속도에 있다"며 "'와일드 리프트'도 PC 버전 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빠른 템포를 가지 게임이나, '아너 오브 킹즈'는 게임이 끝나는 시간을 떠나 게임 체감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게임이다.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소개했다.

▲ "게임 체감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이 가장 큰 매력"

유민규 선수는 "진행 속도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오브젝트 등장 타이밍, 성장 속도, 싸움 빈도 등이 다른 게임과 비교해서 더 재미있다"라며 "게임 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삼국지의 유비, 관우, 장비나 서유기의 저팔계, 오공과 같이 친숙한 역사적 캐릭터를 직접 플레이하고, 또 게임 안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펜타스톰' 때와 비교해 현재 '아너 오브 킹즈' 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가장 큰 차이로 안정감이 제시됐다. 넷마블 '펜타스톰'은 결국 서비스가 종료됐고, 대회도 비교적 불안정하게 진행됐다. 반면, '아너 오브 킹즈'는 텐센트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여러 세계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는 선수로서 계속 생활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장 감독은 "과거 '펜타스톰'은 숙소 생활, 연습 환경, 앞으로 참여 가능한 대회에 대한 확신 등 많은 부분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완전 깜깜한 상태에서 대회가 있으면 참석하는 등 이벤트성 느낌이 강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아너 오브 킹즈'는 향후 대회가 예정되어 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준비하자는 식으로 예상 가능한 기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비교했다.

일반 유저 입장에선 게임의 재미가 중요하다. 나아가 선수가 된다면 회사의 지원과 비전 제공이 중요해진다. 장 감독은 "텐센트가 EWC와 연동해서 했던 대회(아너 오브 킹즈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 인도네시아 챔피언십과 같이 대회를 구성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는 프로게이머 및 일반 유저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 자체만으로 큰 지원이다"라고 전했다.

▲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큰 지원이다"

이어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이 좋아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지만 프로게이머 생황을 지속하고 e스포츠에 종사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대회를 앞으로 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확신이 매우 중요하다"며 "나이가 있는 선수의 경우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기 때문에 이러한 확신이 없다면 은퇴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과거 '펜타스톰' 때 활동했던 선수 90% 정도가 현재 은퇴, 다른 일을 하는 거 같다고 장 감독은 전했다.

최근 EWC 도전에 대해 유민규 선수는 "온라인이지만 다른 나라들과 게임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본선에 올라가지 못한 것이 가장 많이 아쉬웠다"며 "대회를 진행하면서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열심히 준비하면 다른 나라 수준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현재 글로벌 '아너 오브 킹즈' 무대에서 최강국은 중국이다. 탁구와 비슷하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강함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장 감독은 "글로벌 팀 중 중국 팀 수준에 올라왔거나 해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팀이 사실상 거의 없다.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팀 중에서는 하위권은 아니고 중위권보다 조금 위에 위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어 "현재 많이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다. 말레이시아는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인기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나라를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농심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에 중상위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현황을 짚었다.

농심 '아너 오브 킹즈' 팀에는 과거 '펜타스톰' 때부터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모여있다. 유민규 선수를 비롯해 '경구' 민경현, '하쿠' 한지훈, '일루젼' 조성빈, '글로우' 이진영, '시리' 이훈민 선수들이다. 장 감독인 현재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것에 집중해 연습한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6년 전부터 게임을 해온 선수들인 만큼 새로운 것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과거의 기억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시 잘했던 기억을 가져오면 웬만한 선수들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선수에게 중요한 건 e스포츠의 장래다. 장형준 감독과 유민규 선수는 '아너 오브 킹즈' e스포츠 전망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장 감독은 "모바일 게임 대부분이 글로벌 게임인 경우가 PC보다 훨씬 많다. 아직까지 게임을 하면 국가를 표시해 주거나, 스트리밍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되고 일부 편견을 가지고 보는 유저들도 있다. 이러한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모바일 e스포츠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민규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대회 존재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글로벌 인기, 텐센트 투자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엄청난 반응이 오지는 않지만, 해외에서는 뷰어십도 많고 중국 같은 경우에는 팬도 엄청 많다 보니까 몇십만, 몇백만 명이 보는 경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반응들이 실제 체감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 "글로벌 인기, 텐센트 투자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어 "'아너 오브 킹즈' e스포츠 판 자체에 투자가 많이 들어오고 엄청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론칭되었는데 인 게임에서나 밖에서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놀란 경험이 있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라며 "한국 유저가 많이 늘어나다 보면 잘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충분히 한국 내 아너 오브 킹즈 e스포츠 판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목표로 장형준 감독은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길고 굵게 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짧고 굵게 하면 짧게 끝난 것이다. 그러나 저는 길고 굵게 e스포츠에 계속 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민규 선수는 "팀 실력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팀들을 다 이기고 싶다. 더 열심히 해서 중국을 잡는 게 최종 목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