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고 싶은가? 아니면 가늘더라도 더 길게 살고 싶은가?"

수 년 전, 술자리에서 이 주제를 두고 30대 중반의 아저씨들은 첨예한 대립을 벌였다. '짧고 굵게 영광의 삶을 살고 갈 때 쿨하게 가는 게 진정 멋진 것이다'라는 매드맥스의 워보이스러운 주장에 공감하는 아저씨들이 절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최대한 오래 버티며 가늘더라도 길게 사는 게 이득이라는 아저씨들이 또 절반. 난 이 중 후자를 선택했다. 다른 건 솔직히 안 아쉬운데, 하나가 아쉬웠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GTA5 이후, 6의 공개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개발 기간은 더 늘어날 거고, 그 와중 락스타의 맘에 안드는 인물이 대통령이라도 되면 더 밀릴 테니, 내가 살아 생전에 볼 수 있을 GTA 시리즈는 끽해봐야 9편 까지일 거다. 하지만, 내가 올해까지만 살 수 있는데, 내년에 10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니 도저히 워보이적 명예주의에 공감할 수가 없더라.

결론은, 재미있는 게임은 매년 나온다. 물론, 여러 조건에 따라 매년 작황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언제나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 말은 곧, 올 해에도 재미있는 게임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딱 10개만 뽑았다. 얼리 억세스로 미리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정식으로 전환되는 작품은 제외했으며, 이 밖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가장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할 만한 작품으로 딱 10개만 선정했다.




둠 다크 에이지스


개발사: 이드 소프트웨어
해시태그: #10점만점에12점짜리남자, #프리퀄, #올드스쿨슈터
추천 대상: 불의와 악을 보면 못 참는 게이머
출시일: 2025년 중

게임 소개: 2016년부터 리부트가 시작된 '둠'의 세 번째 작품이자, 첫 작품의 앞선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 전편인 '둠 이터널'에서 웬 거대 로봇과 마검이 등장하며 옛날 둠과 미묘하게 다른 노선으로 간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확실히 다르게 가 버렸다. 하지만, 전혀 문제될 건 없다. 둠 가이가 고대인이건, 옆집 아저씨건 무슨 상관인가, 악마만 잘 찢으면 됐지.

그리고, 이번 작품 또한 게이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머리끝까지 악마 때려잡을 생각으로 가득한 게이머들에게 전기톱이 달린 방패를 주는데 이걸 어떻게 참나.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거대로봇 '아틀란'을 직접 조종까지 할 수 있다고? 아... 실신할 것 같아.


시드 마이어의 문명7


개발사: 파이락시스
해시태그: #4X, #시드마이어, #악마의게임
추천 대상: 시간 빌게이츠
출시일: 2월 11일

게임 소개: 3대 악마의 게임 중에서도 수장을 차지하는, 대악마같은 명성을 지닌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시드 마이어의 게임 철학인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은 문명 시리즈에 아주 지독하게 녹아들어 있는데, 얼마나 흥미로운지 잠도 안 재우고 게임을 하게 만들어 다음 날 컨디션을 거하게 말아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의 재미가 워낙 뛰어나고, 은근히 세계사를 비롯한 인문학 지식이 쌓이는 부가 효과까지 있어 '이거, 학습 게임'이라고 뻥 치고 하기 딱 좋다 보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본작에 새롭게 추가된 '문명 갈아타기' 시스템은 이미 동종 장르인 '휴먼카인드'에서 시도되었던 시스템인데, 정체성과 롤플레잉의 혼란 때문에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문명7이 이를 어떻게 보완했는지가 관건일 거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


개발사: 캡콤
해시태그: #헌팅액션, #빛빛빛빛 빛빛, #제발추가참전
추천 대상: 그대와 나, 우리 모두
출시일: 2월 28일

게임 소개: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도 기념비라 할 수 있는 작품인 '몬스터 헌터 월드'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오랜 기간 몬스터 헌터 시리즈와 고락을 함께 해온 고인물 중엔 "어째서 월드가 기념비적이냐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그냥 아는 사람들만 플레이하던 몬스터 헌터를 순식간에 범세계적 게임으로 올려둔 작품이 '몬스터 헌터 월드'니까.

그만큼 해외에서의 관심도, 이번 시리즈에 몰리고 있다. 기존 팬층이 아닌, 더 많은 신규 게이머들의 유입을 노리고 만든 '월드'의 맥을 잇는 만큼 직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을 띄고 있으며, 기존 월드 팬들이 느꼈을 만한 불편한 부분들에 대한 개선과 신규 액션이 대거 추가되며 게이머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다. 관건은, 몬스터가 몇 종이나 출전하느냐인 것인데, 모자라게 주지는 않을 거다.(제발요)


진삼국무쌍: 오리진


개발사: 오메가 포스
해시태그: #액션, #삼국지, #코에이, #대전투, #오리지널주인공
추천 대상: 기존 무쌍류에 실망했던 게이머
출시일: 1월 17일

게임 소개: 지금이야 '너 그런 게임 하니?'소리 듣는 시리즈이지만, 그래도 진삼국무쌍 시리즈는 한 때 전설이었다. 특히, 3~4편이 출시되던 2000년대 초, 중반에는 정말 대단했다. 문제는, 이 시리즈의 변천사가 잔혹사에 가까웠다는 거다.

5편에서 변신을 꿈꿨으나 실패, 6~7편은 그냥 이전과 같은 형태로 만들었고, 8편에서 다시 변신을 꿈꿨으나 또 실패. 변신하려 할 때마다 일이 터졌는데, 또 다시 변신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체험기를 통해 이번 변신은 성공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매번 병살만 치는 선수도 한 번은 만루 홈런을 때리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제대로 담장을 넘겨 버렸다. 진짜다. 무쌍 환자였던 내가 보증한다.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개발사: 코지마 프로덕션
해시태그: #BY HIDEOKOJIMA, #택배배달최고아웃풋
추천 대상: 전편을 플레이한 게이머, 깊은 고찰을 좋아하는 게이머
출시일: 2025년 중

게임 소개: 2019년 출시 당시 '이게 무슨 게임이냐', '왜 돈 주고 택배맨이 되어야 하지?'라는 의문 섞인 감상을 만들어냈으나, 점차 재발견되며 수작의 반열까지 올라선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 '데스 스트랜딩'의 후속작이다.

2022년 첫 공개된 이후 꾸준히 높은 기대를 받아 왔으며, 작년 초 10분에 가까운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하면서 '온 더 비치'라는 뭔가 칵테일 이름 같은 부제(사실 동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 존재한다)를 공개했다. 전작과 완전히 다른 대륙에서 펼쳐지는 이번 이야기가 전작의 주제 의식이었던 '연결'이 아닌,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지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


개발사: 서커 펀치 프로덕션
해시태그: #사무라이, #일본, #구로사와아키라, #에도시대
추천 대상: 액션 오픈월드 팬 게이머, 독특한 색감을 좋아하는 게이머
출시일: 2025년 중

게임 소개: 굉장한 비주얼과 영화적 화면 구성, 색감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뒤를 잇는 작품이지만, 완전히 다른 시대의, 별개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츠'라는 여성으로, 시대적 배경은 1603년으로, 임진왜란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쥐는 에도 시대다.

전작의 경우 여몽연합군의 대마도 원정을 주제로 삼았기에 시대적으로 300년이 넘는 차이가 나지만, 공통점은 침략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라는 것.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무대는 오늘날 겨울 축제의 성치지인 삿포로가 위치한 훗카이도인데, 한창 본토인들이 훗카이도를 정복하던 시기가 이 때다. 전작은 흑백 전환을 통해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와 비슷한 색감을 주었다면, 이번 작품은 서부극의 느낌을 주는 연출이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되었다. 전작부터가 워낙 잘 만든 게임이다 보니, 이번 작품 또한 어느 정도 보장된 작품일거란 기대가 많다


풋볼 매니저 25


개발사: 스포츠 인터랙티브
해시태그: #악마의게임, #해축, #여축
추천 대상: 축구 팬, 시간 워렌버핏
출시일: 2025년 3월 예정

게임 소개: 앞서 소개한 '문명7'과 함께 악마의 게임 카테고리에 묶이는 유명한 시간 소멸 게임. 이름의 무게 답게 다수의 폐인을 양성한 악랄한 게임이며, '매니지먼트'라는 영역 면에서는 이렇다 할 대체제가 없다 보니 수많은 게이머들이 욕하면서도 사는 게임으로 남아 있다.

당초 2024년 중 출시 예정이었으나 몇 번의 출시 연기로 2025년 3월이 목표 출시 시기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보통 연도가 붙는 게임은 해당 연도보다 한 해 전 출시'라는 스포츠 게임계의 암묵적 룰을 파괴해버렸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전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여성 축구 리그가 포함된다는 것. 다만, 아직 어느 리그가 추가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게임 시리즈 자체가 까와 빠를 동시에 미치게 만드는 게임인지라 기대작에 넣어야 할지 고민했으나, 그 또한 기대 아닌가 싶은 마음에 넣게 되었다.


보더랜드4


개발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
해시태그: #FPS, #우주싸이코, #카툰렌더링, #클랩트랩
추천 대상: 뭐든 일단 쏘고 싶은 트리거 해피 게이머
출시일: 2025년 중

게임 소개: 정신 나간 우주 싸이코들의 현상금 사냥 로드무비로 출발해 온갖 이야기를 끼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쌓아 온 보더랜드 시리즈의 네 번째 넘버링 작품. 역시 네 명의 주인공 볼트헌터가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하면서도 가끔 진심으로 때리고 싶은 클랩트랩도 역시 등장한다.

이전 시리즈들과 가장 큰 차이라면, 본작의 무대인 '카이로스'는 완전 심리스 오픈월드라는 것. 존을 뛰어넘으며 전투를 치를 필요 없이 그냥 넓은 맵에서 계속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서 오픈월드 게임의 속성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쏘고 부수기, 새로운 무기 얻기, 그리고 또 쏘고 부수기.


포켓몬 레전드 Z-A


개발사: 게임프리크
해시태그: #포켓몬, #스위치, #무조건잘나갈게임
추천 대상: 포덕
출시일: 2025년 중

게임 소개: 칼로스 지방 미르시티를 배경으로 하는 포켓몬 레전드 시리즈의 차기작. 전작인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하는 게이머가 많다. 물론, 아르세우스가 잘 못 나왔더라도 기대하는 게이머들이 많았을 거다. 포켓몬이 원래 그런 거니까.

이번 작품에서, 가장 게이머들의 기대를 크게 받고 있는 부분은 바로 돌아온 '메가진화'. 개인적으로 취향이 갈리는 부분이긴 하지만, 어쨌든 게임에 변주를 주는 시스템이고, 많은 인기를 누렸던 시스템인 만큼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정보 유출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시기, Z-A에 대한 정보도 다수 공개되었던 바 있다.


GTA6


개발사: 락스타 게임즈
해시태그: #최고기대작, #더블주연, #마이애미
추천 대상: 미성년자가 아닌 게이머
출시일: 2025년 중(제발!)

게임 소개: 전 세계가 기대하는 이시대 최고의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지금껏 그 어떤 게임도 경험하지 못한 기대의 무게를 어깨에 얹은 작품. 말 그대로 망하면 안되는 운명을 지닌 수준인데, 다른 게임들과 격이 다른 트레일러 조회 수(2.2억 초과)만 봐도 어느 정도의 기대를 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LA를 닮은 가상의 섬 도시 '로스 산토스'를 무대로 했던 5편과 달리 이번 작품의 무대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모티브를 따온 '레이오나이다'를 배경으로 한다. 둠칫둠칫 들썩이는 로우라이더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악어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3명의 주인공을 내세웠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여주인공 '루시아'와 남주인공 '제이슨'의 더블 캐스팅으로 이뤄지며, 두 주인공 간의 관계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갑작스러운 발매 연기. 현재 GTA6는 가을 경 출시 예정으로 알려져 있으나, 게임 산업에서 출시 연기는 꽤 빈번한 일이기에 2026년까지 쭉 늘어날 확률도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저 기도만이 답이다.


번외편
2025년은 아닐지라도 기대할 만한

메탈기어 솔리드 Δ 스네이크 이터


개발사: 버추어스
해시태그: #잠입 액션, #전설, #리메이크, #솔리드스네이크
추천 대상: 옛 대작은 어땠는지 궁금했던 분들
출시일: 미정

게임 소개: 코지마 히데오의 전설적인 시리즈인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라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작품. 원작은 기자가 중학생 때 출시되었는데, 당시 신세계를 본 기분이었다. 아니 어떻게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지? 바로 전 작품인 '메탈기어솔리드2: 선즈 오브 리버티'도 어마어마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취향이었다. 뭐가 됐든, 재미는 보장된 작품이라는 것.

리메이크작과 본작의 차이점은, 기존에 없었던 'NEW STYLE'의 추가. 최근 출시된 액션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을 위한 플레이 스타일로, 원작은 당시(2000년대 초) 기준에 부족함이 없는 쿼터뷰 시점을 제공했지만, 이 '뉴 스타일'은 TPS에 가까운 플레이 감각을 보여준다. 안 그래도 훌륭한 게임이 시점까지 새로 나온다? 이걸 어떻게 참지?


OD


개발사: 코지마 프로덕션
해시태그: #코지마히데오만작품이세개야, #공포, #조던필
추천 대상: 무슨 게임인지 몰라서...
출시일: 미정

게임 소개: 앞서 언급했던 데스스트랜딩2와 함께 동시 제작 중인 코지마 프로덕션의 신작 IP로, 코미디 콤 'Key & Peele'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이자, '겟 아웃'으로 능력을 입증한 영화 감독인 '조던 필'이 개발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문제는, 이 게임이 도대체 뭔 작품인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

코지마 프로덕션은 '사회적 비명 시스템'과 '사회적 은신 시스템'이라는 상표를 등록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은 극치 드물다. 그나마 신뢰성이 높은 정보는 '공포'라는 영역에 걸쳐 있다는 것. 코지마 히데오는 "게임이지만 게임과는 다르며, 설명할 수도 없고, 설명하기도 어려우며, 위험한 프로젝트이자 새로운 도전이다"라고 이 게임을 소개했다. 그런데 왜 이 게임을 기대하냐고? 코지마 히데오 정도 사람이 저렇게 얘기한다는 건 뭔가 있긴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