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발대의 일원이었다가 여러 게임을 두루두루 접해야 하는 사정상 잠시 이탈했던 입장에서, '소녀전선2'는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웠습니다. 캐릭터나 스토리는 이미 전작부터 검증이 되어있고, 모델링과 여러 요소에 대한 집념은 더 말할 것이 없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게임이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소녀전선'과는 다른 BM을 채택한 터라 이 부분에서 낯설게 여겨질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미리 겪고 글로벌, 그리고 한국 유저들에게 내보인 '소녀전선2'는 조금 더 '캐릭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SRPG 특유의 전략성을 잊지 않았지만, 그것만 강조한 나머지 너무 어려워져서 중간에 중도탈락하는 일을 최대한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었죠.
게임명: 소녀전선2
장르명: SRPG
출시일: 2024.12. 5
리뷰판: 1.01버전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서비스: 하오플레이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모바일
덕심을 핀포인트 저격하는 디테일
스킨과 숙소 꾸미기 빚어내던 짬이 3D에도 묻어났다
이미 소녀전선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유저라면 아는 사실이겠지만, '소녀전선2'는 소녀전선으로부터 10년 뒤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도 전작의 지휘관 그대로죠. 모종의 이유로 그리폰을 나오게 된 지휘관은 그로자를 비롯한 몇몇 전술인형과 함께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러다 약간은 미심쩍은 고액 의뢰를 받고 상자를 운송하는데, 그 상자의 내용물을 두고 여러 세력들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소녀전선2'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소녀전선, 소녀전선2, 그리고 역붕괴까지 이어지는 여러 키워드들이 오가지만, 그 키워드들을 일일이 다 알 필요가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소녀전선2'의 내러티브입니다. 돌이켜보면 사실 당연한 일이긴 합니다. '소녀전선'도 시시콜콜한 단어 하나하나에 파고들기보다,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과 그 주위를 둘러싼 상황을 보여주는 것에 더 주력했으니까요. 여타 중국발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종종 보여주는 고유명사 트랩이나, 세계관의 깊이를 보여주기 위한 요소들은 말로 하지 않고 인게임 컷신과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편입니다.
굳이 이렇게 이야기한 이유는, 아무래도 소녀전선 원작이 좀 오래된 게임이라 이걸 접하지 않고 '소녀전선2'를 접할 케이스도 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유저들은 원작을 하지 않고 2를 해도 괜찮을지 궁금할 테니까요. 소녀전선2는 여기에 교과서적인 답, 즉 전작을 하면 좋고 안 해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 식으로 설계했습니다. 전작의 이야기는 짧고 굵은 회상으로 넘어가고, 주변 인물과 대사도 예전 일을 아주 깊이 있게까지 파고 들진 않는 식으로 조율했죠. 그리고 몰라서 짜증나는 부분은 같이 짜증낼 캐릭터 '캐롤릭'을 배치해서 너무 딥하게 가지 않도록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속작인 만큼 전작에 있던 인물들이 어떤 일을 겪었나 풀어내는 부분도 있지만, 여기서 소위 해본 사람만 아는 그런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한 채 직접적으로 그 상황을 보여주려는 편입니다. 뉴럴 헬릭스를 캐는 마인드맵을 해제할 때 그 구간에다가 이야기를 배치해두거나, 혹은 이벤트 스토리에서는 그리폰 시절보다는 그리폰을 나와서 지휘관과 합류하기 전, 즉 소녀전선을 해본 인물들도 모르는 그간의 이야기를 푸는 것에 주력했거든요. 그래서 전작을 안 해본 사람도 어떤 일을 겪어서 자기한테 오게 됐는지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게 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고 또 스포가 될 수 있어 크게 다루지는 않지만, 내러티브에서 '소녀전선2'는 이렇듯 신규 유저와 올드 유저를 잘 배려해서 균형감 있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울러 진지하고 무거운 세계관을 여러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관적인 연출로 바로 받아들이게끔 했죠. SRPG라서 전술인형이 활약하는 장면을 액티브하게 보여주기 어려운데, 이런 부족한 부분을 컷신으로 확고하게 보충하는 느낌도 있고요. 여기에 카메라도 클로즈업은 물론 다양한 구도를 활용해 전술인형의 활약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시시콜콜한 세계관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술인형들에 좀 더 몰입하기가 쉽습니다. 물론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전술인형들의 멋진 모습을 즐기며 왕년의 지휘관이 그랬든 어떻게 돌파하는 그런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죠.
'캐릭터'를 어필하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그 캐릭터의 매력을 이야기로만 푸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 바로 알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있죠. 정비실에서 터치 반응이나 숙소 시스템이 좋은 예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개성 있는 자세와 반응, 그리고 자유도 높은 카메라를 통해 유저가 그 캐릭터를 직접 샅샅이 훑어보며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세심함이 돋보였죠. 단순히 그렇게 보는 것을 넘어서 그 장면을 박제(?)까지 하는 센스까지, 코어한 서브컬쳐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들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모델링의 디테일도 상당한 수준이라 더더욱 그런 요소들이 빛이 나는 편입니다. 모델링 자체의 퀄리티야 요즘 서브컬쳐 게임이 상향평준화되서 독보적이라고까지 하긴 어렵긴 합니다. 그렇지만 다수의 게임들이 오픈월드를 탐색하는 요소에 좀 더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를 스킨으로 꾸미는 부분이 덜하거나 혹은 발가락 같은 부위를 잘 안 드러내는 편인데, '소녀전선2'는 그런 빈틈을 제대로 노렸습니다.
전투 화면에서 주로 SD를 보던 소녀전선 시절에도 운영진이 과소비하지 말라는 우려를 표할 정도로 퀄리티 있는 스킨을 뽑아냈던 선본이, 이번엔 3D로 그 스킨을 만들어낸 파괴력은 상당했습니다. 거기다가 숙소 반응이나 결전기 연출에서 캐릭터의 표정에 흘끗 보게 되는 각도를 노리는 카메라 구도도 더해져서 그 캐릭터를 뽑았다면 한 번쯤 스킨을 사봐야 할까 고민을 하게 만들었죠. 게다가 이번에는 일본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더빙, 그것도 이미 소녀전선 시절부터 호평을 받았던 현지화가 함께 하니 내러티브와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
'서순'과 '조합'이 중요한 SRPG
엄폐, 협공, 지원, 약점까지 변수 투성이 전장
'소녀전선'의 성공을 얘기할 때 보통 BM, 스킨이 자주 언급되지만, 특유의 게임플레이도 '소녀전선'이 호평 받은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바둑처럼 신중하게 하나하나 점령해나가는 칸 이동부터 빨봉런, 거지런, 와리가리컨, 퇴각컨 등은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죠. 여기에 소녀전선2가 첫 CBT에서는 '엑스컴'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과연 정식 출시 때 어떻게 다듬어질지 기대가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녀전선2'는 이제는 엑스컴식의 '감나빗'이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다만 지형지물에 따라서 엄폐가 적용되서 피해를 덜 받는다거나 하는 요소는 참고했죠. 전투 시스템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소녀전선2에는 우선 '안정 수치'가 존재합니다. 일종의 아머 같은 개념으로, 이 수치가 0이 되기 전까지는 대미지가 차감되죠. 일반 공격과 스킬마다 이 수치를 어느 정도 깎을 수 있는지 표기가 되어있고, 이를 보고 카운팅해서 적의 안정 수치를 깎아서 '안정 붕괴' 상태로 만든 뒤 딜을 꽂아넣는 것이 '소녀전선2'의 기본 전투입니다.
여기에 수집형 RPG하면 떠오르는 '속성'과 '약점'도 전투 시스템에서 꽤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통상 속성하면 원소에 빗댄 속성이 떠오르지만, 소녀전선2에서는 그것 외에도 탄종이나 공격 방식을 일컫는 '무기 속성'까지 있습니다. 각 공격마다 무기 속성만, 혹은 무기 속성과 위상 속성이 둘 다 있는 만큼 이를 조합해서 공략할 '약점'이 모든 유닛에 각자 다르게 적용되어 있죠.
그 약점을 공략할 때의 이점은 상당히 높습니다. 추가 피해 10%에, 앞서 언급한 안정 피해를 2를 더 주기 때문에 좀 더 빠르게 적을 안정 붕괴시킬 수 있죠. 더군다나 위상 약점과 무기 약점은 중첩적용되는 터라 이를 고려해서 조합하면 강력한 적도 훨씬 안정적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턴을 상당히 느슨하게 쓰는 스킬 구성도 소녀전선2만의 독특한 전투 구도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보통 턴제, 그것도 타일맵식 SRPG하면 각자 턴에 행동해서 공격하고 적 턴에는 그전에 미리 무언가 해두지 않았다면 대응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소녀전선2'는 자기 턴이 아닌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일례로 '그로자'는 범위 내에 있는 적이 아군에게 단일 피해를 주면 반격을 합니다. 그렇게 한 번 반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아군이 공격할 때 지원 사격하는 유닛들이 같이 있으면 자동으로 연계가 이어지죠. 리세마라 1티어로 꼽히는 '경구', '수오미'가 편성되어있다면 그로자의 반격에 맞춰서 같이 지원 사격, 적 턴에 오히려 적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혹은 적에게 턴도 주지 않고 확실히 끝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 한정 픽업캐 중 하나인 '울리드'는 2스킬 '연환 칼춤'으로 공격하면 추가 행동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울리드의 공격에 경구나 수오미의 지원 사격 연계가 이어지면 어줍잖은 적들은 그 턴에 여럿 잡아내는 것도 이론상 가능합니다. 물론 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유닛의 스킬 범위대로 잘 배치를 해야 하고, 최고 효율을 내기 위해 기동하는 순서도 중요하죠.
이렇게 한 턴에 끝내버리거나 반격으로 오히려 적을 잡아낼 방법도 있고, 초반에는 적들이 좀 약한 편이라 빠르게 자동으로도 주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토리를 빨리 돌파한 뒤,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서 조금 레벨대가 높은 파밍 던전이나 보스 도전, 한계 측정, 확장 훈련, 이벤트 챌린지 모드에서 육성 수준과 전략을 시험받는 것이 '소녀전선2'의 현재 콘텐츠 구조죠.
특히 보스들은 스탯도 높아지지만 한 턴에 여러 번 행동하면서 까다로운 패턴들을 깔아두기 때문에 그에 맞춰 유닛의 행마를 잘 두면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까다로운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어떤 특정 캐릭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적들의 약점 타입도 4성쪽에 맞춰서 배분하는 사례가 많아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공식을 지켜낸 디자인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한계 측정은 가면 갈수록 맵도 넓어지고 지형지물도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적의 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두며 대응하는 요령도 필요해졌습니다.
서브컬쳐 강자의 후속타, '소녀전선2'
관심을 계속 끌게 할 후속 지원이 관건
소녀전선 출시 당시와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상당히 구도가 달라졌습니다. 서브컬쳐가 마이너 오브 마이너였다가, 이제는 '서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에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런 일련의 흐름을 이끈 기수 중 하나였던 '소녀전선'이라고 해도, 그 후속작이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확답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선본 네트워크는 익숙한 장르를 자기만의 색으로 변주하면서 특유의 매력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곳이긴 하지만, '역붕괴'에서 한 번 너무 과한 나머지 삐끗했던 역사도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소녀전선2'는 출시되자마자 그런 우려를 씻어내릴 만큼 잘 다듬어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유의 전략성은 구축하되 라이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히 조율해내고, 여기에 서브컬쳐 팬들이 좋아하는 디테일을 핀포인트로 포착해 구현해낸 집념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규모가 큰 월드를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대신 그 구도 안에서 담긴 요소들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다듬어내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한 것이죠. 여기에 퀄리티 있는 더빙과 현지화까지 더해지면서 효과는 한층 배가 됐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뚜렷합니다. SRPG이면서도 전투 화면의 카메라의 기본 시야각이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특성상 엄폐물 뒤에 숨는 일이 많은데, 수동으로 하면 그때 묘하게 픽하기가 까다로웠죠. UI에서도 커다란 적을 타격했을 때 체력바가 화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좌측 하단창을 보면 되긴 한다지만, 통상 적 머리 위에 있는 걸 보면서 카운팅하다가 그 하나만 좌측 하단으로 보는 시야 구도는 상당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죠. 카메라 옵션을 설정 들어가서 바꾸면 되긴 하지만, 이미 선행 출시된 여타 SRPG처럼 전투 UI로 빼두면 하는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작전 진입 전 편성 중에 캐릭터 육성이나 세팅을 바꾸지 못하는 등 게임플레이나 UI/UX의 편의성은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화면 구성은 스타일리시하게 잘 짠 느낌이지만, 그런 디자인에 좀 치우친 나머지 정작 기능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죠. 세 차례 CBT를 다 해보고 중국 정식 출시도 했던 터라 디너게이트 즉 '철댕이'가 창고나 여러 메뉴칸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소녀전선 시리즈가 아예 처음인 사람들은 왜 그런 식으로 짰나 받아들이기 다소 어려울 여지가 있습니다. 아울러 매번 귀찮게 빨간 느낌표가 뜨는 파츠 도색이나 메뉴 단축키가 있는데도 거의 알려주지 않는 등, 보다 보면 거슬리는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앞서 4성도 나름 잘 써먹을 수 있게끔 한 디자인을 얘기했는데, 근접 공격을 하는 캐릭터들은 가면 갈수록 애매해지는 느낌이라 밸런스도 조금은 다듬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특히 울리드는 2스킬 연환 칼춤을 수동으로 사용하면 그 다음 턴에 적 타겟팅을 못하는 버그까지 있어서 불편했습니다. 거기다 근접 캐릭터는 자동으로 할 때마다 매번 혼자 닥돌하고 검은콩(골리앗)을 쳐대서 폭사하는 일도 잦으니, 써먹을 수 있게 개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최초에 고난도로 상정하고 만든 콘텐츠를 쉽게 개편한 터라 초반 플레이타임이 상당히 짧습니다. 예전에 '소녀전선'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자동으로 술술 뚫리는 모습이 상당히 낯설 텐데, 어쨌거나 그렇게 자동으로 두다가 중간중간 레벨업과 무기 레벨업만 맞춰주고 또 돌리는 식으로 꽤나 스테이지를 많이 돌파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조금만 투자하면 빠르게 어지간한 콘텐츠는 다 뚫어버릴 수 있죠.
그렇게 콘텐츠를 빨리 뚫어버린 뒤 소위 '중간다리'가 상당히 출렁거리는 것이 현 소녀전선2의 난제입니다. 30레벨 이후부터는 요구되는 재화의 양도 상당히 늘어나는데, 그걸 하루하루 행동력을 태우면서 재화 던전을 차츰차츰 밀다가 하드 모드 다 깨고 한계 측정과 확장 훈련 완봉이나 보스 도전 중 최상위인 갈림길 도전을 가는 그런 루틴이 기다리고 있죠. 그리고 그 숙제 루틴에 들어서는 시기가 상당히 빨라서 소위 그 위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클 때까지 할 게 없는 상황이 좀 빠르게 오는 편입니다. 하드하게 파밍했을 때는 '소녀전선'을 해봤던 사람은 아마 파세런이 떠오를 만큼, 그 효율도 썩 좋지는 않은 편이고요. 무기 파츠 세트작에 옵션작, 뉴럴 헬릭스 등 신경쓸 게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물론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소녀전선2'에서 주기적으로 초기화되는 한계 측정이나 보스 도전, 확장 훈련이나 하드 모드는 행동력을 소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드 모드를 제외하고 이런 콘텐츠들은 BM이 유사한 게임보다 좀 짧은 편인데 분량은 상당한 편이고,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자동으로 하기도 까다롭죠, 그렇지만 '소녀전선2'의 전략성을 시험할 여러 조건들이 붙어있는 콘텐츠들이라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숙제가 끝나고 틈틈이 할 만한 소일거리로는 충분한 편입니다. 약점이나 여러 요소를 잘 파악해서 조합을 맞추고 머리를 굴리면 자기 레벨 이상으로 등반은 어렵지 않고, 어느 정도 숙달되면 완봉도 노려볼 수는 있으니까요.
여기에 통상 서브컬쳐 게임이 이런 공백기를 이벤트 스토리로 풀어가곤 하는데, 그 부분에서 소녀전선2도 나름 틀에 맞춰 잘 따라가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따라가고 있는 것이지, 소녀전선2만의 무언가를 온전히 보여줬다고 하기엔 아직은 모자란 느낌입니다. 물론 '소녀전선'을 했던 유저라면 소녀전선 이후 전술인형들이 10년간 뭘 했나 궁금해서라도 보게 되지만, 그 추억이 없다면 유입력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나마 중간다리를 건너고 나서부터는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는 만큼, 요는 그 문턱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소녀전선2'의 남은 과제인 셈이죠. 게다가 '미래시'마저도 약간 뒤틀린 터라, 어떤 식으로 업데이트 플랜을 끌고 나갈지도 관건입니다. 그간 확고한 팬층을 이끌고 지금까지 온 '소녀전선'이, 그 흐름을 후속작에서도 쭉 이어나가면서 왕년의 강자가 다시 우뚝 설 수 있을지 연말 그리고 2025년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