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캐릭터의 정보와 모든 아이템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테스트를 위해 언제든지 밸런스 조정이 있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캐릭터와 아이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상이나 복구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테스트 서버 초기화"라는 여덟 글자는 묘하게 사람을 흥분시키는 재주가 있다.

한 달 전부터 4차 테섭 오픈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은 기자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친 풍랑 속에 쓴 맛 단 맛 다 보면서도 바닥에 쏟은 물은 되담을 수 없는 현실과 달리, 게임이니까 리셋이 가능한 것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 하고 절규하기 전에 적어도 R2 테스트 서버는 밑바닥 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하는 셈 아닌가.

엇. 그러고보니 사회적 긴장 해소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테스트 서버 초기화 현상을 조금 학술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가... 조금 늦었나. '인벤니모' 캐릭명 또 선점당했다... -_-; '니모'도 안 된다.


[ 이번 생에서는 잘 살아보리라... 할 수 없이 이름은 알투인벤 ]


기네아 섬은 역시나 극심한 랙현상이 빚어지고, 운영자는 기네아 섬의 NPC 들을 무단으로 복제해 이곳 저곳에 흩뿌려두었다. 올리비아 1호와 올리비아 2호가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그녀들이 느끼게 될 자아정체성의 혼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일단 클릭이 되어야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리비아는 키 좀 커야겠다.


[ 멧돼지 한 마리를 협동 공격하는 것도 첫 날 아니면 보기 힘들다 ]


지난 벨제뷔트 신서버 오픈 때 극심한 기네아 섬 랙현상에 고뇌하다 콜포트 섬에 NPC 들을 뿌려놓았다는 운영자의 공지에 홀랑 속아 일찍 배를 탔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바득바득 11레벨 될 때까지 기네아 섬을 파기로 했다. 초반 필수 아이템 방랑자 갑옷과 +3 방랑검은 꼭 먹고 넘어가리라...


[ 기자의 첫 네임드 킬. 진주 3개 먹었다... 야속한 것... ]


기자가 아무리 혼자 열심히 사냥해 본들 테섭 터줏대감들 뒷발꿈치나 따라가겠나. 몬스터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콜포트 섬이다. 그램린, 고블린, 머맨, 오크 같은 저렙 몬스터 자리는 테스트 서버 특유의 잡템 외면 현상까지 겹치면서 빈 칸 찾기가 힘들다.

여러분은 서버 오픈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지금. 어디서 무슨 몬스터를 사냥하고 계신지...



메테오스의 레어 빼면 제일 고렙 사냥터인 고대의 계단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테스트 서버니까 조금 사냥해서 대자 물약 잔뜩 챙겨들고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체험판 드라코를 몰아 로덴성으로... 하루도 안 된 따끈따끈한 고던.

'축젤이 떨어지는 고대~던전, 인적 없는 이 곳에~♪'

... 바위섬 노래를 제멋대로 부르던 중 뿅하고 나타났다 사라진 유저.



'R2 유저들 하나 둘 모여들더니~♪'

벌써부터 고던 사냥팀은 돌아가고 있었다. 테섭 초기 축주문서 물량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리라. 고던 사냥팀의 사냥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마을에서 사온 텔레포트 스크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무서웠습니더.... ]



[ 아싸~ ]



[ 가스트 잡아라~! 고던 사냥중인 무한클럽 길드원 발견 ]


고던 3층까지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해 가보고 싶었지만, 기자는 '내츄럴 본 발컨'... 어김없이 드래고노이드 떼다굴을 맞고 차디찬 바닥과 키스를 해야했다. 하필 있는 돈 탁탁 털어 바리바리 싸온 텔레포트 스크롤 50장 떨구는 건 또 뭐람... 이번 테섭. 느낌이 좋지 않은데?


[ 미갑 하나 살까... 인벤엔 18실버 뿐... ]


기자와 달리 4차 테섭 여러분들에게는 득템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Inven Niimo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