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에서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은 마을이나 여관이 아니라 바로 아지트이다.


혈맹이라는 리니지 특유의 강력한 커뮤니티를 통해 소유가 가능한 이 아지트는
특히 혈맹의 번성도를 나타내는 간접적인 지표이기도 했고
또한 캐릭터를 세워놓고 장기간 잠수를 해도 무방한 안전지대였다.


그러나, 캐스톨 서버의 한 유저로부터 들어온 급작스런 제보는
이제 아지트나 마을의 광장 한 가운데나 별반 차이가 없게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금번 에피소드 4 에 새로이 추가된 정령마법 이레이즈 매직.
이 마법은 대상의 MR(마법방어)를 일시적으로 4분의 1로 대폭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간 테이밍이 거의 힘들었던 오만의 탑 몬스터들을
이레이즈 매직을 이용하여 테이밍을 한 뒤 마을로 데리고 와서
마을안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아지트에 세워둔 캐릭터까지 몰살시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적혈에 대한 견제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적혈 아지트 근처에서 테이밍을 풀었으며,
이로 인해 마을에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한 여러 마리의 서큐버스가 돌아다니는 상황이었다.


오만의 탑 몬스터의 테이밍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애초에 테이밍이 불가능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것이 풀렸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그간 오만의 탑 몬스터의 MR 이 너무 높아 테이밍이 안되었었는데,
이레이즈 매직을 통하여 MR 을 낮추어서 이제는 테이밍이 되는 것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캐스톨 서버 유저들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에피소드4의
신규 정령 마법인 이레이즈 매직을 통하여 서큐버스의 마법 방어력을 낮춘 후
일반 몬스터들처럼 테이밍을 하면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 신규 정령 마법인 이레이즈 매직 : 대상의 마법 방어력을 1/4로 떨어뜨린다. ]



서큐버스를 테이밍하여 마을로 데리고 오는 것은
일반 몬스터들을 테이밍하여 마을로 데리고 오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서큐버스의 순간이동 능력 때문이다.


서큐버스를 테이밍하여 데리고 온 유저가 테이밍을 풀 경우
서큐버스는 고유의 순간이동 능력을 발휘, 아지트 안까지 들어가고,
어찌보면 리니지가 제공하는 유저들의 쉼터들 중 가장 안전하달 수 있는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리를 잠시 비운 유저들까지 큰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서큐버스가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던 유저들을 공격하여 그 피해가 컸다. ]




그리고 캐스톨 서버에서는 실제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떤 유저가 무슨 사연으로 서큐버스를 테이밍하여 마을까지 데리고 온 것인지...
직접 그 일을 겪은 유저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피해를 당한 아지트 혈맹의 적혈 마법사가 오늘 오전 11시 부터 서큐버스를 테이밍,
해당 아지트의 혈맹 앞에서 고의적으로 테이밍을 풀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행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기자가 취재를 갔던 4시경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장시간 계속된 서큐버스 테이밍으로 인해 아지트에 서 있던 피해 혈맹의 혈원들은 수 차례 죽었으며,
카오 상태로 아지트에 서있던 혈원들까지 죽는 바람에 피해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나중에는 피해 혈맹의 아지트 뿐만이 아니라 마을에 서있던 유저들이나
다른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저들까지 서큐버스의 침입에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캐릭들이 죽어있는 모습,
카오 캐릭터가 누워있는 모습도 보인다. (제보 스크린샷) ]




실제로 이레이즈 매직을 이용한 서큐버스 테이밍의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이레이즈 매직을 배운 유저의 도움을 받아 오만의 탑 11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요정이 시전한 이레이즈 매직을 맞은 서큐버스에게 레벨 65 이상의 마법사가 테이밍를 하자
단 한방에 테이밍에 성공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그 후에도 계속 실험을 해보았는데,
실패를 해도 최소 3,4회 안에 서큐버스 테이밍에 성공하였다.




[ 이레이즈매직을 사용한 서큐버스 테이밍 ]



실험을 도와준 마법사의 이야기로는 바실리스크, 스콜피온, 해골저격병 같은 몬스터들은
이레이즈 매직을 통하여 매우 쉽게 테이밍이 가능하며,
서큐버스, 다이어울프까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이레이즈 매직을 이용한 서큐버스 테이밍의 피해에 대해 운영진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답변 내용으로 유추해보자면,
이러한 행동이 도덕적, 윤리적인 행동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혈간 분쟁이라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쉽게 개입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혹은 이런 사례가 이번에 처음 접수되었기에 명확한 입장을 아직 정리하지 못하여
"유저들간의 분쟁에 GM 은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다" 라는 기존 입장에 근거하여
위와 같은 답변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지트와 마을에 대해 평소 유저들이 지니고 있던 인식이다.


장사 등을 위해 마을에 세운 뒤 몬스터 소환 막대를 통해 출현한 몬스터에게
캐릭터가 사망해도 이에 대해서 제재를 취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아지트나 여관 혹은 접속 종료라는 수단이 있을 뿐더러,
또한 장사의 경우에도 시장이라는 몬스터 소환 불가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마을에 그냥 세워두는 경우 그러한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지트는 마을의 광장이 아니다.


서버 다운이 있지 않는 한 장기간 세워놔도 무방한 우리들만의 공간,
카오틱 상태거나 인식 상태라 할지라도 안전하게 노닐 수 있는 공간,
제 아무리 강력한 적군이라 할지라도 결코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절대 안전 공간,
바로 이것이 아지트에 대한 평소 유저들의 인식이자 패턴이었다.


아지트를 통하여 이런 공간을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어느날 갑자기 위와 같은 공간이 침범당한 것에
일반적인 분쟁이라며 개입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다.


또한 제 아무리 적대 관계에 있는 상태라 할지라도,
적대 혈맹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알고 있음에도
한 두번이 아니라 몇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서큐버스 테이밍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캐스톨 서버 유저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게임 내의 시스템이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있고 그로 인한 유저들의 피해가 크다면,
행위에 대한 제재이건 혹은 공간 이동형 몬스터에 대한 테이밍 불가이건
분명 재고 및 수정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 아닐까 한다.


이번 캐스톨 서버에서 벌어진 문제는 그 어느 서버에서나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이고
향후 어떻게 악용될지 혹은 어떤 후속 조치가 뒤따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간 안전 지대로 믿어왔던 아지트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며,
게임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후속 조치나 조정의 계획이 아직은 없다는 것이다.


전투도 좋고, 공성도 좋고 개인간의 분쟁이어도 상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그것들을 이유로 휴식조차 편히 허락받지 못한다면,
그간 누려왔던 안전지대가 사라져 더 이상의 휴식이 불가능해진다면
우리들의 안전한 쉼터는 과연 어디냐고 묻는 유저들의 질문에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워진 하루였다.



- elly (elly@inven.co.kr) -

* 게임 속 기자 캐릭터의 아이디는 "인벤엘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