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텍코리아 최원석 대표가 국내 및 해외 서비스나 실정에 관해 상당히 밝은 시각을 지녔다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및 중국 시장에 진출한 온라인 게임 현황이나 국내 게임업계 흐름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보다 깊은 지식을 원했기에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다. 크라이텍은 게임만 뚝딱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게임 엔진에 관해서라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업체다. 특히 치밀한 자연환경 묘사는 크라이 엔진만의 색으로 자리잡았다.
게임, 서비스, 그리고 개발에 필요한 엔진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 들어볼 수 있었던 인터뷰. 여기에 크라이텍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비전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본 인터뷰는 지난 달 28일에 진행됐다.
먼저 지금 환경에서 일하기까지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묻고 싶다.
현재 있는 곳에 온 지는 4년 정도 된 것 같다. 한국지사 생길 때부터 딱 있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 엔진이나 게임 그래픽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가 이 쪽으로 온 거다. 그곳에서 게임 외적인 지식들을 어느정도 익힌 후 지금 몸담고 있는 크라이텍으로 오게 됐다. 나이가 드니 게임회사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는 '워페이스'를 개발, 서비스하고 있지 않나. 그래픽 관련 회사에서는 유저 피드백을 쉽게 받아볼 수 없지만, 게임 회사는 다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이런 의견이 게시판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바로바로 전달된다. 이게 마음에 든다.
'워페이스'는 평소 어느정도 하나?
꾸준히 하기는 한다. 그런데 요즘 유저들이 PvP를 너무 잘한다. 그래서 사람하고 싸우는 것은 솔직히 좀 두렵다. 할 때는 주로 PvE를 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FPS 유저들의 실력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은 편인 것 같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꽤 한다. 그리고 내가 제일 못한다.
그럼 평소에는 무슨 게임을 즐기는지 궁금하다.
음... 게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즐기는 편이다. '문명'은 요즘도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동안 하루 30분 씩은 꾸준히 한 것 같다. 그리고 새로 나온 게임이라면 일단 한 번씩은 다 해보려 노력 중이다.
크라이텍코리아 이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외부에서 콘솔 게임 전문가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좀 있는데, 오히려 난 콘솔 게임을 잘 못한다. 결혼 전에는 집에서 자주 하곤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콘솔 뿐 아니라 PC도 집에서 없애버렸다. 그래서 집에서는 주로 아이패드 같은 것들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데, 이것으로는 주로 '퍼즐앤드래곤'을 한다. 이 게임도 정말 초창기때부터 즐겨왔고 지인들한테 막 전파도 하고 그랬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
일단 게임 좋아하면 이 업계 다니는데 여러모로 편하다. 또 게임하다 좋은 점 있으면 배울 수도 있고. '퍼즐앤드래곤' 하면서도 깜짝 놀랐다. 게임성 뿐 아니라 겉으로 보여지는 비즈니스 모델 같은게 너무 잘 짜여져 있었으니까. 참... 그런 좋은 게임을 보면... 게임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부럽더라.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E3 2013'를 기억하나? 거기서 크라이텍이 신작 '라이즈'를 내놓았다. 그간 보여줬던 FPS가 아니라 조금 의외였는데, 이 게임은 어떻게 생각하나?
'라이즈'는 고생 많이 한 프로젝트다. 원래 그 게임 이름이 처음부터 '라이즈'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조율 과정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즈'의 초기 버전은 키넥트 전용 게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웃기지 않나? 누가 몇시간동안 TV 앞에 서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크라이텍 내부적으로도 이대로 가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는 MS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패드에 맞는 게임으로 전환하게 됐고, 이 변환 과정에서 시간이 좀 소비됐다. 그리고 이왕 바꾸는 김에 아예 차세대 콘솔 노려서 개발하자고 해서 지금 현재의 '라이즈'가 된 것이다.
크라이텍은 기술은 강하지만 게임 만드는 감각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나도 그 의견에 동감한다. 우리 게임은 기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 주더라도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다. 게임이 너무 딱딱 맞아 떨어져도 재미없는거고, 음... 블랙유머라고 해야되나? 그런 여유로운 느낌이 없다. 게임이 전체적으로 너무 심각하니까 유저들이 지치는거다. 솔직히 나도 지친다.
'크라이시스1'은 그나마 괜찮았다. 쉬어가야 할 만한 부분에서는 그럭저럭 쉬어가곤 했다. 그런데 '크라이시스2', 그리고 3편은 뭐가 그리 심각한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유머라는 게 들어가긴 했는데 그마저도 별로다. 주위 말마따나 뭘 만들어도 심각해서... 아직 게임성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과 세계의 트랜드 사이에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크라이텍이 기술적으로 최상위에 있는 게임사인 것은 사실이지 않나. 이 부분을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을 듯 하다.
크라이텍 본사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거다.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함과 동시에 좋은 게임도 만들어내야 하니 고민이 클 만도 하다.
나도 인터뷰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그 때마다 이 부분의 오해를 풀고 싶다. 크라이텍은 엔진 팔기 위해 게임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엔진은 팔리던 안팔리던 계속 만드는 거고, 언제나 우리의 첫 번째 목적은 게임 개발이었다. 실제로 우린 엔진 판매에도 세일즈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크라이텍코리아는 자사 엔진에 대한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세일즈를 주 타겟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엔진에 대한 홍보는 개발자 컨퍼런스 같은 곳에서 보여주는게 거의 전부다. 그런데도 오해를 받는다. 엔진 팔려고 게임 만든다고.
한국온라인 게임 중에서 '크라이엔진3' 쓰는 작품 많지 않았나. 의미있게 판매된 것 아닌가.
모두 꽤 예전부터 개발되던 대형 작품들이다. 요즘은 그렇게 대규모 자본 들여서 게임 개발하려는 곳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엔진을 판매하려 해도 팔 곳이 없는 거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시장을 보면 모바일 쪽을 공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소자본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회사들이 다 그쪽으로 가는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게임사 이사이기 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생각해봐도 정말 모르겠다.
참고로 말하자면, 중국에서는 아직 우리 엔진에 대한 수요가 많다. 얼마 전 공개된 몬스터헌터 온라인을 봐도 알겠지만, 중국이 기술적으로는 우리나라를 거의 따라왔다.
게임 개발사다" ]
게임이 먼저다. 우리는 먼저 게임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이 생긴다면, 그때그때 엔진을 개량하는 식이다. 한마디로 엔진이 게임에 맞춰 개발되는 거다.
게임 엔진이라는 게, 회사마다 특징이 있다. 주변에서는우리 엔진보고 야외나 물 표현이 좋다고 한다. 그 부분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 '파크라이'나 '크라이시스' 모두 그 부분이 강했으니까.
그런 노하우를 어떻게 갖게 되었냐고 우리에게 비결을 물어본다면, '게임에 맞춰 엔진을 만들었으니까'라고 말하는 게 맞겠다. 애초 기획단계부터 '파크라이'는 야외를 주 무대로 하는 게임 아니었나. 굳이 좋은 부분 안 쓰고, 던전에 특화된 게임 엔진을 만들 이유가 없었던 거지.
최근 트랜드를 보면, 모바일 및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엔진이 입지가 넓어지는 추세다. 크라이텍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현재 국내 개발환경에 우리와 같은 큰 규모의 엔진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의심이 든다. 크라이 엔진의 경우 최초로 XBOX, PS를 서포트하는 엔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한국은 콘솔 기반이 약하다. 컨퍼런스에서 홍보해봐야 한국 개발자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거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아쉽다. 우리나라가 게임 시장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지만, 그게 너무 한 쪽으로 쏠려 있다. 콘솔쪽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진 상태고.
사실 우리나라 개발자들도 콘솔 게임 개발할 능력은 충분히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솔 개발자들이 몇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한 명도 없다. 이런상황이 지속되니 이쪽 방면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도 없어져 버렸고.
크라이텍 코리아는 주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알려달라.
'워페이스'는 크라이텍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크라이텍 코리아는 이 '워페이스'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세웠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 중국 쪽 서비스 전반을 담당한다. 하지만 우리 역시 기획자도 있고 디자이너도 갖췄다. 단순 퍼블리싱이 아닌 게임 개선에 필요한 인원 구성이 완료된 상태라는 의미다. 온라인 종주국은 엄연히 한국이기에 이 쪽에서도 같이 일을 해 줘야 한다.
'워페이스'가 러시아에서 상상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고 들었다.
러시아에서 동시접속자가 18만 명 정도 된다. 그곳은 딱히 경쟁작이라고 할 만한 게임이 없기에 '월드오브탱크'와 '워페이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다. 러시아에서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일단 러시아에서 콘솔을 즐겼던 유저들이 '워페이스'로 다수 넘어온 것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나라도 우리 못지 않게 불법 다운로드가 심한 편인데, '워페이스'는 어느 정도 콘솔 느낌을 지녔으면서 무료였기에 그게 잘 통한 것 같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워페이스'의 메인 개발을 크라이텍 키예프에서 담당하다보니 같은 문화권에서 통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
러시아 유저들의 PC 사양이 괜찮은 편인가? '워페이스'가 그래픽 대비 사양이 낮기는 하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국민 FPS로 자리잡은 작품들에 비하면 높은 편 아닌가.
글쎄... 사양 문제로 불만을 들었던 적은 없다. 개인 유저들은 괜찮다고 한다. 러시아가 인구가 많은 만큼, 하드코어 게이머들도 많다. 그리고 그 분들은 대체로 고사양 PC를 사용한다.
현재 러시아 외 '워페이스'의 서비스를 준비 중인 곳이 있다면?
일단은 러시아와 한국을 주력으로 서비스할 생각이고, 이후 중국을 바라볼 예정이다. 중국 퍼블리셔는 텐센트인데,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게임들이 워낙 많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텐센트 내에 '크로스파이어'라는 거대한 게임이 있으니까.
중국 시장은 러시아처럼 쉽지 않을 거다. 러시아는 늘어날 수 있는 파이가 있었지만, 중국과 한국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중국은 '크로스파이어',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미 꽉 잡은 상태다. 다른 게임이 파고들 만 한 빈틈이 거의 없다. 우리뿐 만 아니라,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인 다른 분들도 같은 걱정을 할 것이라 본다.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는 좋은 작품이다. 좋은 작품이 시장을 잡고 있는데, 이걸 굳이 '아, 빨리 좀 내려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 덕에 살아남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고, 그 때문에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주 타겟으로 잡는 거다. 현실을 보면 그렇게 된다.
그렇다면 '워페이스'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 원하는지 알고 싶다.
국내의 경우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도 '서든어택'이라는 게임이 이미 장르를 선점하고 있다. 우리는 애초 '워페이스'를 시장에 내놓을 때부터 '서든어택'을 넘어설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동시접속자 10만 돌파? 그런 거 예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리 목표는 의외로 간단하다. '워페이스'가 서비스 종료 안하고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거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유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일단 그 목표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러시아에서 '워페이스'가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우리도 마음이 조급했을 거다. 하지만 그 쪽에서 나름대로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기에 더 나은 게임으로 만들 여력이 생겼다. 넥슨도 우리를 오랫동안 함께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국내 유저 상대로 매출 쭉쭉 뽑아내는 업체라고 보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게임성 자체에 더 집중하는 업데이트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한국은 러시아와는 다르게 개인 이용자 한정 완전무료화 아닌가. 이 정책을 채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부분유료화 게임을 보는 유저들의 시선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게임으로 끌어올리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일단 그 게임이 유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완전 무료화는 말 그대로 게임성만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우리는 '워페이스'가 갖는 게임성을 믿었다.
또, 현재는 마케팅을 무작정 많이 한다고 해서 유저들이 모이는 그런 때도 아니다. 이 자리에서 유저분들께 약속드리는 점은 '워페이스' 내에서 무리하게 현금 유도하는 그런 콘텐츠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거다. 일부 회사들은 빨리 실적을 올려야 되니 초반에 무리하게 요금제를 밀어넣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여유없는 회사 아니다.
사실 그 부분이 유저들이 걱정하는 게 아닐까 한다. 일단 지금은 무료라고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다른 게임들처럼 서비스 조기종료하지는 않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크라이텍에서 '워페이스'를 잇는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개발 중이다. '워페이스'를 통해 온라인 게임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고 있고. 그리고 서비스사인 넥슨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워페이스'의 성과하고는 상관없이 계속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간의 유대관계를 원하지 수입을 원하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좋은 게임은 언젠가 돈을 번다. 서비스만 유지된다면 말이지. '마인크래프트'가 그랬고, '길드워', '퍼즐앤드래곤', '캔디크러시 사가' 같은 게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워페이스'가 완벽한 게임이라는 생각은 결코 안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지속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기에 그 부분을 믿어보려 한다.
그렇다면 한국 '워페이스'의 앞으로의 개발 방향은 어떻게 되나?
한국 '워페이스'는 정통 밀리터리 스타일로 간다. 연예인 스킨 업데이트 같은 것 안할 생각이다. 참고로 러시아 '워페이스'는 한국 유저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스킨들도 꽤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총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러는데, 러시아나 중국 유저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고, 요구량도 많다.
하지만 한국 유저들은 그런 성향이 적다. 나조차도 세계관을 파괴하는 그런 시스템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좀비같은 그런 난데없는 콘텐츠는 넣지 않으려 한다. 지금 '워페이스'는 브라질 콘텐츠 업데이트 준비 중인데, 거기서 좀비가 툭 들어가면 너무 쌩뚱맞지 않나. 만약 굳이 좀비가 들어가야 한다면, 그에 합당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야 될 거다. 하지만 일단 그 전에 선보여야 할 것이 산더미다.
크라이텍 본사도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이제서야 서서히 이해하는 것 같다. 패키지와는 다르게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옛날같았으면 한 2년 동안 게임 만들고, '완성했으니 다음 게임 만들자' 했을 텐데... 뭐, 그 덕에 한국 '워페이스'도 꾸준하게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는 거지만.
북미와 유럽은 언제 서비스할 생각인가?
'일단 한꺼번에 팔고 보자' 이런 마인드는 지양하고 싶다. 게임을 타국에 서비스하려면 그 지역에 맞는 현지화를 거쳐야 하기에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1년에 많아봐야 두 군데 정도 지역에서 서비스하는게 고작이다. 올해는 한국 서비스의 안정화 및 중국 진출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서비스 일정을 말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그리고 북미와 유럽은 크라이텍이 직접 서비스할 계획이기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요즘은 MMORPG 뿐 만 아니라 FPS도 불법 프로그램 때문에 말이 많다. 크라이텍도 이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다.
러시아라는 나라가 해커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에는 굉장히 많은 핵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러시아산 핵들이 중국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다.
핵은 정말 최대한 막으려 노력 중이다. 다른 어느 회사보다도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고수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100%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FPS라는 장르 특성상 소위 말하는 어뷰징도 일어날 수 밖에 없고... 넥슨과 함께 최대한 막아보려 노력 중이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자리에서 미리 말하겠다. 우리는 핵 쓰는 유저를 모두 알고 있다. 몰라서 안 잡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중인 단계인 것일 뿐, 용서할 생각은 없다.
크라이텍 키예프에서 '워페이스'를 제작하고 큰 성공을 거뒀지 않나. 독일 크라이텍 본사도 뭔가 자극을 받았을 것 같은데.
크라이텍 본사의 크라이시스 개발 팀도 자신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 깨달은 듯 하다. 원래 한 프로젝트를 너무 오래 하다보면 개발자 스스로 지쳐서 나가고 그런다. 한 번 짜 놓은 툴 계속 개량해가면서 비슷한 게임 만드니까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어떻게 보면 양산형 게임 되는 거고.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시리즈 쏟아지는 영화처럼 말이다.
'워페이스'도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리 중요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작품이 크라이텍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 됐다. 예외로 블리자드 같은 회사가 있기는 하지만, 서양 게임사가 온라인게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최대한 빠르게 온라인게임을 제작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현재는 극소수의 서양 스튜디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 고착되면 망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크라이텍은 CEO부터 콘솔이 게임의 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그 안은 제한이 많다. 물론, MS와 같은 대형 퍼블리셔가 많은 금액을 준다면 후속작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 크라이텍 본사는 온라인게임 시장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온라인게임 서비스하는 게 참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아, 왜 이렇게 까다로운거야'라며 힘들어 하더라. 하지만 퍼블리셔로서 일하는 노하우는 열심히 배우고 있고, 무엇보다 온라인게임에서는 한계 이상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이 정도 만들었으면 됐겠지' 라는 게 온라인 게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거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완벽하게 수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것은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양 게임회사들은 온라인 게임 서비스 경험이 매우 적다. 다들 콘솔과는 게임 만들고 서비스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것은 게임계에 있어 아주 큰 변화다. 예전 같았으면 게임은 그저 개발자 눈 높이에 맞춰 개발하면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저 눈높이도 맞출 줄 알아야 한다. 그 사실을 지금 통감하고 있다.
'워페이스'는 공개될 때부터 e-스포츠 쪽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는데, 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
여기서 밝히는 말이지만, 크라이텍에게 '워페이스'의 개발 영감을 준 게 바로 e-스포츠다. 크라이텍 본사 CEO가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코엑스에 있었던 MBC게임 e-스포츠 경기장 찾은 적이 있었다. 그곳과 코엑스 앞 PC방을 가 보더니 그야말로 컬쳐쇼크를 먹은 거다. '아니, 게임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다니!' 하면서.
또 PC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쭉 앉아서 '서든어택'을 즐기는 것을 신기하게 보았다고 한다. 그게 '워페이스' 프로젝트의 시작이 됐다. 당시 '워페이스'의 총괄 프로듀서가 될 사람도 동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대체 무슨 게임을 만들고 있었던 거야? 이런게 게임이지!' 하면서 돌아갔다는 후문이 있다.
어쨌든 그 정도로 크라이텍이 e-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지금도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그 시스템 완성도에 있어 독일 회사 특유의 고집이 끼어 있어 시간이 좀 걸리는 중이다. 카메라 중계 넣으면 되는 것인데, 그 이상의 뭔가 대단한 것을 넣고 싶어하고 그런다. 날아다니는 카메라 만들어 넣어보려고도 하고.
그 때문에 사실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넥슨 측에서 '서든어택'이나 '아바' 같은 게임들이 어떻게 스튜디오에서 중계되는 지 정리해서 본사에 보내준 적도 있다. 그런데 크라이텍 본사는 그런 것 보다도 더 크고 멋진 것을 원한다. 그래서 조율에 시간을 좀 뺏기고 있고.
짐작은 했지만 회사 자체적으로 의욕이 상당한 것 같다.
회사가 뚜렷한 이상을 지니고 있고, 비전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그리고 본사 CEO 스스로 그런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한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도태되지 않는지 같은 것이랄까. 그래서인지 역으로 특이한 사항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는, 그런 사람이 반드시 회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 따르는 거고.
크라이텍은 FPS에 관한 노하우가 많은 회사인데, 모바일 FPS를 출시할 의향은 없나?
현재 모바일 플랫폼에 완벽한 FPS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모바일 FPS를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전용 컨트롤러가 없다면 PC 플랫폼 FPS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이밍 컨트롤러가 어느정도 대중화되고 난 뒤에야 모바일 FPS가 크게 성장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모바일과 FPS는 잘 안 맞는다고 본다.
그리고 크라이텍에서 '피블'이라는 모바일 퍼즐 게임을 출시한 적 있다. 이거 만들면서 느낀게, PC게임 잘 만들 줄 안다고 해서 모바일 게임 잘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피블'이 게임성이 부족한 게임은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 처녀작 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굉장히 오버한 부분이 있다. 아니, 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 꽤 많은데, 대표적으로 수풀 같은 것이다. 퍼즐 게임인데 배경 수풀 움직이는 물리에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잘 이해못했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모바일이 가지는 최대 장점인 유저간 소통 시스템이 쏙 빠져 있었다. 이건 서양 콘솔 게임 스튜디오가 모바일 게임 만들 때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기는 하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나면 모바일 전문 게임사의 역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슈퍼셀이 되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린 남들이 잘하는 것을 반드시 따라가겠다는 욕심 애초에 없었다. 우리가 유니티를 흉내낸다고 해서 바로 따라갈 수 없다는 것 잘 안다. 개발이라는 게 결국은 자신들이 잘하는 걸 꾸준히 찾아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 크라이텍 코리아 회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