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8게임단의 에이스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김재훈과 삼성전자 칸의 허영무가 '투혼'에서 맞붙었다. 양 선수는 브루드워 시절부터 상대전적 3:2로 허영무가 한 경기 앞서고 있지만 팽팽하다고 볼 수 있다. 과연 군단의 심장의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 경기는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며, 바뀐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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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은 일반적인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맵들과 달리 브루드워 시절처럼 본진 가스가 하나인 만큼 색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맵이다. 그만큼 초반에 세 기의 탐사정이 광물 채취에 더 집중하게 된다. 김재훈은 이러한 맵의 특성을 활용하여 선 파수기 이후 관문 상태에서 더블 연결체라는 과감한 선택을 시도했다. 게다가 팀이 0:3으로 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판단은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김재훈은 첫 파수기의 마나가 100이 되는 타이밍에 바로 환상 불사조로 허영무의 빌드를 모두 파악하게 된다. 김재훈은 허영무가 암흑 기사 테크가 아닌 무난한 로봇공학 시설 테크임을 확인하고 3 관문 상태에서 로봇공학 시설 없이 2우주관문을 올리는 최고의 선택을 보여줬다.
허영무는 자신도 우주관문을 올리며 공중 유닛을 생산하려 했지만, 관측선으로 김재훈의 2우주관문을 보고 짓던 우주관문을 취소하고 점멸 추적자로 전환을 시도한다. 여기서 허영무의 점멸 추적자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강제된 플레이였다. 결국, 허영무는 멀티 타이밍도 늦춰지고 체제마저 밀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김재훈은 불사조를 통해 허영무가 지상군 위주의 플레이임을 파악하고, 2로봇공학 시설을 올리며 거신을 충원하게 된다. 김재훈은 불사조로 점멸 추적자를 강제한 뒤 그 체제에 강력한 거신을 추가하는, 바로 자신이 그리던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진행했다.
그러나 허영무는 김재훈의 시나리오대로 경기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김재훈은 허영무의 본진과 앞마당 지역만 꼼꼼하게 정찰하며 맞춰갔고, 이를 노린 허영무는 1시 지역 수정탑에서 암흑 성소를 건설하며 암흑 기사를 준비했다. 김재훈의 머릿속에는 이미 암흑 기사의 존재 자체가 지워져 있었다.
결국 허영무의 암흑 기사 세 기가 김재훈의 본진에 난입했고, 김재훈은 적지 않은 탐사정 피해를 받았다. 이후 김재훈은 탐사정을 복구하며 2로봇공학 시설에서 거신 위주의 병력을 구성하였다. 반면 허영무는 거신 없이 돌진 광전사, 점멸 추적자, 집정관, 불멸자 위주로 병력을 구성하면서 거신에 대비하여 폭풍함을 생산했다.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한방 싸움으로 승패가 결정 나게 되었다. 양 선수 모두 인구수 200을 채우고 센터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였다. 이론상으로 보면 거신에게 80이라는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폭풍함을 가진 허영무의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허영무의 폭풍함이 김재훈의 거신을 죽이는 속도보다 김재훈의 거신이 허영무의 지상 병력을 죽이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다. 김재훈은 빠르게 허영무의 지상병력을 제거했고, 자신의 거신이 모두 괴멸되긴 했지만 추적자를 추가로 소환하면서 허영무의 폭풍함마저 정리하며 승리하였다.
병력의 상성과 이론으로만 따져보면 허영무의 병력이 질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게임에서 상성과 이론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군단의 심장에서만큼은 경험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