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성은 선수의 화려한 세레모니들. (출처 - 방송화면 캡쳐) ]
'흑운장', '세레모니테란'으로 불렸던 이성은을 기억하는가? 짜릿한 경기 후의 화려한 세레모니를 즐겨해 '세레모니테란'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던 그는 화끈한 '쇼맨십'을 항상 우리에게 보여줘왔다.
그랬던 이성은 선수가 또 한 번의 엄청난 변신을 시도했다. 9월 4일 제대 한 뒤 2주 후인 지난 9월 17일, 곰TV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 삼성전자칸 소속 이성은 선수가 곰TV GSTL(Global Starcraft2 Team League)에 해설자로 합류하게 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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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입담으로 각 리그 조지명식, 토크쇼, 예능까지 섭렵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이성은. 그런 그가 돌아오는 22일 Hot6ix GSTL 시즌3. B조 1경기를 통해 데뷔하게 된다. 이번엔 해설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 GSTL의 뉴페이스, 이성은 해설 ]
안녕하세요, 이성은 해설. 인벤 가족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군대에서 2년 6일동안 열심히 군 생활 하다가 돌아온 이성은입니다. 사회의 공기 맛은 참 상큼하네요(웃음).
제대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제대를 하고, 집에 가서 온갖 고기란 고기는 다 먹은 것 같아요. 정말 고기가 너무 고팠습니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오리고기까지 온갖 종류의 고기를 섭렵하고, 더 이상 먹을 고기가 없겠다 싶을 때쯤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 이후에는 뭐, 앞서 알려진 대로 GSTL의 해설자로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제대 소감을 안 물어 볼 수 없겠네요.
사실 막상 제대를 하고, 군대 정문을 나올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요. 오히려 좀 '섭섭한데?' 하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역시나는 역시나죠. 제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고, 몸이 깃털이 된 것처럼 방방 뛰게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군 시절을 뒤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군가요?
맞쫄이었던 변형태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가장 기억나는 일을 이야기해볼까요? (변)형태 형이 갓 입대했을 때였는데, 처음 배치를 받고 나면 바로 윗 선임이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붙어서 다 교육해줘야돼요. 그래서 생활 지침부터 시작해서... 이불은 이렇게 개고, 옷은 어떻게 개고 정리는 어떻게 하는가까지 하나하나 다 가르쳐줬어요.
이제 다 알려줬으니 놔두고, 일주일 쯤 뒤에 검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관물함을 딱 열었어요. 근데 막 뭐가 우르르 쏟아지는거에요(웃음). 마치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문 열면 쏟아지는 거 있잖아요. 옷도 쏟아지고, 개인 물품이며 뭐며 죄다 우르르르...(웃음)
그래서 형태 형을 불러서 이러면 안 된다고 다시 정리를 시켰죠. 그 이후로도 제가 지적을 하지 않으면 단 한번도 먼저 정리를 하지 않길래 맨날 졸졸 쫓아다니면서 정리하라고 시켰어요. 근데 형태 형은 아직 현역인데... 이렇게 나가면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형태 형의 관물함 때문에 윗 선임들에게 제가 맨날 혼났어요. 특히 그 때 왕고(최고참)가 '세팅' 박태민 해설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고, 그래서 형태 형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 ▲ 해설자로 변신! GSL 로고를 소개해주는 이성은 해설 ]
해설로의 변신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은 팬분들이 놀라셨어요. 어떻게 된 건가요?
하고 싶으니까. 정말 '가슴이 시켜서' 결정하게 됐어요. 저는 프로게이머를 직업으로 선택하게 됐을 때도, 딱히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거나 한 건 아니었거든요.
특히 해설이란 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하고 싶어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게, 자리가 나야한다는 점이죠. TO가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는 자리니까요. 그런데 해설자로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던 중에 GSTL에 자리가 난 거죠. 저한텐 이게 큰 계기가 됐어요. 뭔가 아귀가 맞았다고 해야할까. 뜻을 갖고 있었는데 기회가 찾아 온 거죠. 일을 결정할 때는 이렇게 기회가 찾아올 때를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군ACE에 있을 당시, 제대 후에도 선수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는데요.
선수로 복귀할 생각, 당연히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 했던 인터뷰들도 거짓은 아니에요. 결국 다른 결과를 보여드리게 됐지만, 정말 진심이었어요. 사실 군 제대를 앞두고 정말 생각이 많았어요. 말년 휴가 쯤 가장 심했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경쟁력이 있는 선수인가,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후엔 뭘 할 수 있을까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사실 제가 다른 진로를 택하기까지 1년이고, 5년이고 더 기다릴 수도 있었을 거에요. 제대한 후에 선수 생활을 더 하면서, 코칭스태프로도 변신해 보면서, 그런 뒤에 해설에 도전할 수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이 때라고 생각했어요. 저의 5년 후, 10년 후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지금이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할 적기라고 판단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공군ACE나 친정팀인 삼성전자칸 선수들은 반응이 어땠나요?
사실 정말 신기한 점이,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알고 있더라고요. 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다들 너무 축하한다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동료들 뿐만 아니라 관계자 분들, 여러 감독님들도 개인적으로 연락 주셔서 '드디어 너의 해설을 들을 수 있는거냐'며 축하해주셨어요. 특히 김가을 감독님께선 마치 당신 일처럼 기뻐해주시더라고요. 거기서 더 열심히 해보라시며 많은 힘을 주셨어요.
곰티비의 다른 분들과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편인가요?
이 곳에 오기 전에는 교류가 없었던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해설로 합류하게 되면서, 모든 분들이 저한테 정말 잘 해주시더라고요. 솔직히 감동 받았어요. 서경환 캐스터나, 황영재 해설, 정인호 해설 등은 이번에 알게 됐지만 너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다가가기 쉬웠어요. 그리고 '채팀장' 채정원 팀장님, 이현주 캐스터님을 비롯한 곰TV 내의 여러 분들. 다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한테 잘 해주고 계세요.
[ ▲ 새 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이 핀 이성은 해설 ]
'토막은 불치병'같은 유행어의 중심이기도 했는데, 스타2는 프로토스 종족을 플레이했네요.
사실 또 한 번 언급하자면, 세 종족 가운데서 '가슴이 시키는' 프로토스를 했습니다. 가슴이 하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파수기의 역장이 솔직히 너무 좋았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스킬입니다. 이 종족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테란은 너무 '테란스러웠기' 때문에 호감이 가지 않았어요. 저는 게임은 재미있어야 돼요. 그래야 몰입도가 높아지거든요.
자신있는 종족전이 저그전이었는데, 해설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솔직히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선배들이나 경력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플레이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해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 부족한 점을 빨리 채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그렇다고 또 너무 속성으로 하다가 체하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고 있어요. 경기에 묻어나는 선수의 디테일한 심리 분석이라든가, 종족 분석 같은 것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천천히 전부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해설 데뷔전을 앞두고, 어떤 점에 집중해서 준비하고 계시는지 살짝 들어봐도 될까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게임 안에서 저그와 테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두 번째는 방송 진행에 관한 매끄러움. 그런데 둘 다 너무 어려워요. 준비를 하면서 더욱 해설자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경기 전에 진행되는 진행 흐름을 VOD로 보면서 집에서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근데 정말, 너무 어려워요. 전 제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해서 잘 할줄 알았는데….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나는 이 종족전 해설만은 자신 있다!'라고 한다면?
저그 대 토스요. 잘 '보여요'. 판이 잘 보여야, 전체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시청자 분들께 전달도 할 수 있고 할 말도 생깁니다.
[ ▲ 해설관에 대한 대화가 시작되자,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이성은 해설의 모습 ]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됐는데,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젠가요.
얼마 전 제가 유튜브에서 '이성은 스페셜'이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당연히 경기 스페셜인 줄 알고 재생을 했는데, 알고보니 '세레모니' 스페셜이더라고요. 제가 했던 온갖 세레모니들을 다 모아놨어요. 스페셜하긴 스페셜하던데(웃음).
그걸 보면서 부끄럽고, '오글오글'거렸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제가 봐도 재밌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좋았던 기억들이 하나둘 생각났어요. 돌아보면, 경기 이기고 세레모니했던 바로 그 때가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줘왔는데요. 앞으론 어떤 특색으로 시청자들에게 찾아갈 예정인가요?
아직 컨셉이나 캐릭터를 제가 잡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제대로된 해설로서 먼저 찾아뵙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해설자는 세레모니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나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당장은 해설 본연의 모습으로 내공을 쌓도록 할 예정입니다.
해설 내적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각 선수 입장에서 어떤 해법과 돌파구가 있는지 콕 짚어서 알려주는 해설이 되고 싶어요. '아~ 밀리고 있네요! 누가 유리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에서 끝나고 싶지 않고요. '이 곳을 돌파하려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하죠! 여기서 더 굳히려면 이 선수는 이렇게 해야합니다!'등 게임 내적으로의 디테일을 살리고 싶어요.
'여기까지 가보고 싶다!'는 비전이 있을 것 같아요. 해설로서의 목표는 어디까지인가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해설이 되고 싶어요. '한국 프로게이머 출신의 국제 대회 해설 위원', 아직까지는 한 명도 없었지만 그 첫 번째가 제가 되고 싶습니다. MLG, IPL 등 메이저급 해외 대회에서 절 초청해주는 그 날이 오기까지 힘내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해설자로서 첫 발을 디디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도 많을 거고 부족한 점이 많을 거예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유창한 영어도 필수겠죠. 그래서 아직은 먼 목표라 조심스럽네요.
[ ▲ '팬 여러분, 사랑합니다!' 인터뷰 내내 팬들 걱정이 떠나지 않았던 그 ]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팬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가지고, 또 열정을 가지고 심사숙고한 끝에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팬 여러분들께서 절 믿어주시고 예전처럼 응원해주신다면 멋진 해설자로, 멋진 이성은으로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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