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이유 : 휴대용 기기에 특화된 짧고 굵은 RPG
2010년 봄 아이폰/아이패드로 스퀘어에닉스의 RPG가 발매되었습니다. 케이오스 링스(Chaos Rings)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발매 후 북미의 다양한 매체에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재림이라 불리며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아이폰의 휴대성과 터치 기능을 살린 조작성과 고전명화 느낌의 그래픽, 적당한 길이의 스토리 흐름 등 여러 면에서 조화를 이루어 명작의 반열에 든 게임입니다. 한 번 엔딩을 본 후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들도 풍부해서 아직까지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발매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심지어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캐릭터 음성팩도 추가될 정도로 인기 높은 RPG입니다. 그런 케이오스 링스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 5월 케이오스 링스의 후속작, 케이오스 링스 오메가(Chaos Rings Omega)가 출시되었습니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케이오스 링스 최후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전작에서 1만년 전이 배경입니다. 케이오스 링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인 셈이죠.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도 전작과 동일합니다.
그런 탓에 오메가의 전체적인 느낌은 신작이라기보다는 확장팩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의 능력을 흡수하는 유전자 시스템이나 각종 퍼즐, 공격과 방어를 선택하는 전투 등 기본 시스템도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여전히 영어와 일본어를 지원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토리의 흐름과 등장인물의 차이, 일부의 지형이 바뀐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작에 없던 배경이라던가 몬스터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작을 플레이해본 분이라면 조작법을 볼 필요가 없을 만큼 같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공간에 전사들의 커플들이 모이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등장인물 빼고 전작과 다른점이라면 처음에 멋모르고 대변자에게 덤비다가 한 방에 저승으로 가는 커플은 없다는 것 정도겠군요. 그리고 전작에서는 남녀커플로 게임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남남 커플입니다. 그것도 장인과 사위의 커플이기 때문에 남녀커플을 원했던 전작의 팬들 중 일부는 좌절하기도 했습니다.(물론 후반에는 바뀝니다)
연출이나 시스템 면에서는 전작과 거의 같지만 전작을 오래 즐긴 사람일 수록 세세한 부분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지형이나 몬스터라도 그래픽 면에서 좀 더 부드럽고 깔끔하게 변경되었으며, 마법 등의 연출도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머리를 쥐어짜야 했던 퍼즐도 원할 경우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스토리 면에서는 좀 더 길이가 길어졌습니다. 전작에서는 2인 1개조의 4개 파티가 각각의 짧은 스토리를 진행한 후 마지막에 합류하는 형태였지만, 오메가에서는 엔딩이 결정되어 있는 셈이기 때문에 길이가 전작의 2개 파티 플레이 타임을 합친 것보다 조금 깁니다.
물론 한 번 엔딩을 봤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메인 스토리 길이가 전작보다 짧은 대신 엔딩 후 추가되는 특별 모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맵들을 새롭게 배치하고 원하는 캐릭터와 파티를 맺어서 각종 아이템이나 이벤트를 수집하는 내용으로, 여러 가지 패러디나 코믹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특별 모드는 아이템과 이벤트를 수집하여 도감을 채워야 하는 만큼 본편보다도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그 덕분에 모든 요소를 맛보기 위해서는 전작에 못지 않는 플레이타임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후 업데이트로 다양한 아이템이나 스토리 등이 추가되며 달성과제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법 오래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케이오스 링스 오메가는 전체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길어진 만큼 게임 진행중 연출도 강화되고, 케이오스 링스 시리즈의 세계관도 좀 더 알기 쉬워졌습니다. 그러나 여러 파티의 시점에서 진행하는 전작의 묘미가 사라진 것이 아쉽습니다. 길이가 짧더라도 각각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알고 싶으니까요.
얼마 전 케이오스 링스 시리즈와 같이 스퀘어에닉스에서 디시디아 012 파이널판타지가 출시되었습니다. 디시디아 012 파이널판타지 역시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작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볼륨이 푸짐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케이오스 링스 오메가 역시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을 개선한 후 전작을 합쳐서 출시했으면 게임 스토리 몰입 등에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전작을 경험하지 않은 게이머라면 나중에 나온 오메가를 먼저 플레이한 후 전작을 즐겨 보기를 권합니다. 오메가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이 1만년 후 어떤 모습으로 재현될 지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아이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위한 스토리 위주의 RPG를 찾는 분들에게 케이오스 링스 시리즈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