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요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층으로써 게임을 즐긴다는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게임을 즐기노라 당당히 말하는 중년층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주 고객층으로 젊은 10, 20대가 타켓층이 되면서 중년층이 즐길 게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부분도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13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리니지에서는 흘러온 시간 만큼이나 다양한 세대들이 어우러져 있다보니 심심치 않게 중년층 유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리니지 속에서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10, 20대 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기기에는 힘든 중년층 현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번에 만나본 아프리카 BJ 김여사님(리니지 켄라우헬 서버 노피나라가자)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BJ 김여사님의 방송을 보게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라인의 무분별한 서버이전과 더불어 라인간 전투를 취재하면서 방송 목록 리스트를 보던 중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 주차보다 리니지가 쉬웠어요 - 켄라우헬 김여사 』 라는 제목의 방송.



[ 실제 아프리카 방송 김여사님 홈페이지 메인 화면 - 오늘도 주차에 실패한 김여사님 ]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짓고 말았다. 한참 인기를 끌며 인터넷을 떠돌던 김여사의 운전 장면들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벼운 웃음과 함께 무심코 들어가 본 방송에서 놀랍게도 중년의 여성분을 화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던 김여사님의 방송에서는 일반적인 사냥 모습과 함께 방송을 시청하러 온 유저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다른 방송에 비해 난무하는 욕설도 끊임없던 광고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 향기가 나는 일반 방송 그 자체였다.


사실 아프리카 리니지 방송을 보면 PVP 전투를 담고 있거나 젊은 유저들의 일반 방송인 경우가 많다.
물론 몇몇 중년 분들의 방송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사회나 정치 혹은 종교 분야인 경우가 많고 게임 방송인 경우 찾아볼 수가 없었던게 사실.


방송을 시청하다가 문득 김여사님은 방송 제목을 왜 이렇게 짓게 되었는지, 어떻게 리니지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중년층의 입장에서 접하는 게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 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고 흔쾌히 응해준 김여사님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저는 47살 가정주부이고 아들과 남편, 여섯 냥이들과 함께 사는 리니지 유저입니
 다. 아들은 현재 군대에서 하사로 복무중이고 내년 5월에 제대를 하네요.

 

 평범한 가족 구성이라고 생각할 찰나 여섯 냥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고 하는 순간 김여사님의 여섯 냥이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여섯 냥이들은 전부 상처받은 영혼인 유기묘들이지요. 한두 마리씩 거두다보니
 지금은 여섯 마리가 되었습니다.(웃음)


인터뷰 시작부터 인간적인 면을 물씬 풍기기 시작한 김여사님의 실제 리니지 플레이 경력은 의외로 그리 길지가 않았다.


사실 전 여러가지 게임을 해왔어요. 유명 게임이라고 손꼽히는 라그나로크(5년), 월드오브워크래프트(3년)등도 긴 시간동안 즐겨왔구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인 경우 불타는 성전 25인 공대 레이드까지 성기사(힐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리니지를 하게 된 건 남편이 같이 해보자고 권유해서 작년 10월 13일에 처음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같이 해보자던 남편은 5개월 정도 후에 그만두어 현재는 와우를 하고 있어요. 저는 계속 리니지를 하고 있고 현재 요정 클래스 Lv. 55 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여러가지 온라인 게임을 접하며 플레이 해 온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리니지인 경우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최근 인터페이스 개선등 많은 부분에 걸쳐 조금씩 유저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변화되고 있지만, 여타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응하기 힘든 게 사실. 과연 김여사님은 무사히 리니지에 안착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8개월 동안 리니지를 해오고 있지만 처음에는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솔직히 일부 유저들의 매너가 너무 나빴거든요. 다른 게임에 비해 욕설도 심하고 사냥터도 한정(사냥터 통제)되어 있고 더군다나 아무런 이유없이 캐릭터를 죽이는 막피(묻지마 PVP)까지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4개월 정도 지나면서 레벨업도 하게 되고 게임머니도 조금씩 모이게 되면서 장비도 맞추게 되니 재미가 있더라구요. 지금은 리니지에 푹 빠져 있습니다.(웃음)


리니지를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게이머 유저라면 사냥만으로 장비를 맞추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여사님의 이어지는 말들은 정말 놀라움 자체였다.


장비 말이 나와서 그런데 돈으로 사는 건(일명 현질) 안해봤어요. 유일하게 현금을 투자한 장비라면 캐쉬 아이템인 엘모어 활을 1천원 주고 결제했구요. 그 활로 52레벨까지 레벨업을 했습니다.


그 뒤로 거래창을 통해 보여준 김여사님의 장비는 일반적으로 요정 클래스가 착용하는 기본 아이템들이었다. 그 중 현재 착용하고 있는 무기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50레벨 퀘스트 아이템을 인챈트하여 +7 화염의 활을 쓰고 있다고 전해왔다.


리니지에서 장비가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리니지를 플레이 하는 유저들에게 장비 욕심이 없다라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 일지 모른다. 기자 역시 마법사 클래스에서 전향하여 요정 클래스를 키우고 있는 상황. 왠지 모르게 8개월이란 시간 동안 요정을 육성하면서 느꼈을 김여사님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8개월이란 시간 동안 함께해 온 리니지는 과연 김여사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리니지에 대한 의미를 간단한 대답으로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뜻 밖에도 김여사님은 게임과 방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본인만의 의미를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한마디로 표현을 하자면 취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나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부부는 취미가 온라인 게임입니다.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있다면 집에서 게임을 같이 하거나 영화를 보는 정도지요. 남편이 술, 담배를 안하고 다른 여타의 취미 또한 없기에 게임이라는 같은 취미를 가질 수 있었어요. 여러모로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좋은 듯 합니다. 도에 지나치지 않고 너무 몰입하지만 않으면 생활의 활력소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실 제가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중학교 2학년때 사춘기에 접어들었어요.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 심정이겠지만 아이라고는 아들 하나다 보니 대화를 통해서 사춘기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지만 대화를 해보려고 노력하니 자꾸 엇나가기만 하고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찾게 되었어요.


그러던 중 아들 녀석이 라그나로크라는 게임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죠. 그걸 알게 된 순간 '아 저거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아들하고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그 때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온라인 게임이라 모르는 것도 많고 아들에게 계속 물어봤습니다. 같은 게임을 하게 되다보니 아들 녀석이 짜증을 부리면서도 좋아하며 대답을 해주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죠. 그렇게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게임을 같이 했습니다. 그 시기 동안 사춘기는 아주 우습게 지나가더라구요. 말할 것도 없이 모자지간은 더욱 돈독해 졌구요.


다른 부모님들께 꼭 권유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과정인데요. 무조건 아이들이 게임을 못하게 말릴 것이 아니라, 같이 공유하고 즐기다 보면 오히려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갈등이 줄어든 걸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도 자녀들과 게임을 즐겨보면 공감하실 거예요. 전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게임하는 걸 찬성하는 편입니다.


김여사님의 말을 들으면서 기자의 머리 속에는 불현듯 청소년 셧다운제에 관한 취재기사(☞ (클릭) 우리 아이는 치료중입니다. 그래서 셧다운을 반대합니다.)가 떠올랐다.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전날이였던 4월 26일 홍대 상상마당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청소년 게임 이용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


당시 이 토론회에서는 각계 각층의 입장을 모아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 중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한 김혜정님은 게임 과몰입으로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신의 자녀 상황을 설명하며 청소년 셧다운제에 관한 의견을 표출한 바 있다.


당시 김혜정님의 의견 중에는 청소년 문제를 정부와 어른들의 책임이 없다는 듯이 게임의 중독성과 아이들 개인의 과몰입 탓으로 전가하기 보다는 경쟁 위주의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과 가족 커뮤니케이션의 모순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김여사님의 말과 김혜정님의 토론회 발언이 머리 속에서 맴도는 순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의 자녀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방안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었다.




[ 실제 김여사님 아프리카 방송 화면 ]


아프리카 방송도 위와 마찬가지 맥락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년 11월까지 전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몸도 안좋아지고 일도 잘 안풀리고 그만 두게 되었죠. 물론 이때 남편도 아들도 그냥 집에서 쉬라고 권유하였구요. 처음에는 너무 편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 수록 너무 무료해지고 자꾸 불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남편이 평소 자주 보던 아프리카 방송을 같이 보게 되었는데 게임 방송을 대부분 젊은 여자분이나 남자분들만 하는 거에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제 또래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넘치는 시간을 활용할 겸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죠. 어쩌면 저에게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은 올해 3월 경부터 시작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나이 먹은 중년 아줌마가 하는 게임 방송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서 현재까지 계속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청자들 반응이 안좋거나 너무 안좋은 소리를 듣게 되면 그만 두려고 했던게 사실입니다.(웃음)


아프리카 방송을 보던 중 도전 의식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는 아프리카 리니지 방송. 3개월 동안 방송을 하면서 함께해 온 가족들의 반응과 김여사님의 느낀 점은 어떠할까?


방송에 대한 가족들의 반대는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제가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을 한편이구요. 아들 녀석은 다른 엄마들과 달리 인생을 즐겁게 살아서 좋다고 자랑스러워 해요.


방송을 하다보니 연세가 있는 분들께서 생각보다 많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주변의 눈치 때문인지 방송은 안하시더라구요. 리니지만 보더라도 70대분들이 Lv.80 캐릭터를 키우시면서 PVP도 하시는데,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온라인 게임을 건전하게 취미로 발전시키면서 방송도 하시고 서로 즐길 수 있게 되면 여러모로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보다 더 연세 드신 분들이 방송하면서 게임을 즐기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더 나아가 취미 삼아서 리니지를 즐기려는 중년층 분들께 말씀 드릴게 있어요. 절대로 현질이나 오토 프로그램 사용을 하지 마세요. 취미 삼아서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현질이나 오토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재미가 반감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차곡차곡 하다 보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가게 됩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레벨업을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장비 하나하나 장만하면서 그 뿌듯함을 느껴보시면 재미는 저절로 생길거에요. 사냥터 통제와 막피도 많지만 찾아보면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막힘없이 생각을 전하는 김여사님의 말을 듣고 있자니, 중요한 질문 하나가 빠진 걸 인식하게 되었는데, 바로 방송 제목인 『 주차보다 리니지가 쉬웠어요 - 켄라우헬 김여사 』로 정하게 된 사연을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인터넷에 김여사로 검색을 하면 주차 모습이나 운전 모습이 바로 뜨잖아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이왕이면 방송국 제목이 재미있어야 할 거 같아서 제 나이와 여러가지를 고려해 이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지만 보통 여성 운전자들이 주차하기 힘들어 하잖아요. 저도 10년 경력의 운전자이지만 아직도 후진을 잘 못해요...


재미있는 방송 제목용으로 지었겠거니 생각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후진을 못한다는 말을 전해듣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실제로 리니지가 주차보다 쉬운지에 대해 진심을 담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리니지와 주차 둘다 어려운 점은 비슷해요. 하지만 리니지는 잘 못해도 사고는 나지 않잖아요?(웃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약 2시간에 걸친 김여사님과의 인터뷰가 마무리 될 무렵, 마지막으로 김여사님이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부탁하니 평소에 가족들과 하고 싶은 말을 바로바로 하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나갔다.


남편은 가족을 위해 고생하고, 아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고 참으로 저는 복 받은 여자인거 같습니다. 보통 부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좋은 점 보다는 나쁜 점들이 많이 보인다는데, 남편 같은 경우 시간이 지날 수록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요. 남편과 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비록 방송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시작하게 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활기차고 자신있게 말을 이어가는 김여사님을 보면서 리니지 뿐만 아니라 게임을 접하고 있는 중년층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캠을 통해 얼굴을 공개하며 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간혹가다 방송을 보러온 일부 시청자들이 불쾌한 말들을 하기도 하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강제 퇴장시켜 버린다는 김여사님. 앞으로도 김여사님의 도전(주차보다 쉬운 리니지)은 아프리카 방송을 통해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웃음나는 방송 제목 『 주차보다 리니지가 쉬웠어요 - 켄라우헬 김여사 』도 기자의 머리 속에 기억될 것이다. 후진할 때 조심하세요 김여사님!


(☞ (클릭)아프리카 방송리니지가 주차보다 쉬웠어요 - 켄라우혈 김여사님 방송보러가기 평일 오후 1~5시)



[ 김여사님이 인벤 가족들과 아프리카 팬클럽 분들에게 전하는 인사말 ]







Inven KumA
(kuma@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