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16 리뷰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RPG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의 정식 넘버링 신작 '파이널 판타지16'이 오는 6월 22일에 출시된다.
전작이었던 파이널 판타지15가 복잡하고 산만한 스토리텔링과 호불호 갈리는 캐릭터 구성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을 들었던 만큼,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번 신작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스퀘어에닉스는 이에 MMORPG '파이널 판타지14'를 성공시킨 스타 개발자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를 앞세워 '시리즈 최초의 성인 등급 스토리'와 '액션 RPG'라는 과감한 도전을 신작에 담아냈다.
리뷰를 위한 프리뷰 코드를 받아 먼저 게임을 플레이하며 확인하고자 했던 것도 분명했다. 게임 속 스토리가 딱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될 것인지, 그리고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디렉터를 영입하여 만들었다는 액션이 얼마나 게임의 맛을 살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게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스토리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신작 파이널 판타지16은 '딱 한 편으로 온전히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대서사시'라고 말이다.
※ 본 리뷰는 NDA에 의해 파이널 판타지16의 스토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언급이 금지된 상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때문에 메인 스토리 관련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게임명: 파이널 판타지16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3.6.22
리뷰판: 프리뷰 빌드개발사: 스퀘어에닉스 3개발사업본부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S5
플레이: PS5
파고들수록 더 즐겁고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와 액션에 대해서다. 여러 소환수 스킬을 동시에 활용하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액션 RPG 전투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RPG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장벽이 될 것이다'라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제로 접해본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는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 클라이브는 피닉스의 나이트로 훈련을 받아 기본적으로 우수한 검술 실력 외에도 소환수 '피닉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이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하나씩 새로운 힘에 눈을 뜨게 되고, 종극에는 8종의 소환수로부터 파생된 30종 가량의 소환수 어빌리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최종전을 치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검' 하나 뿐인데, 다소 단조롭게 굳어질 수 있는 전투 패턴을 스킬 개념의 여러 소환수 어빌리티로 보강한 셈이다.
모든 소환수 스킬은 해당 소환수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내는 '소환수 피트', 그리고 네 개의 선택 가능한 액티브 스킬의 조합을 가지고 있다. 가루다의 경우 바람의 힘으로 상대를 끌어 당기거나 제압하고, 타이탄의 경우 단단한 바위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며, 시바는 얼음 길을 활용하여 빠르게 미끄러지며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식이다. 어떤 소환수 스킬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드와 패링 위주로 굳건하고 안정감 있는 전투를 치를 수도 있고, 모든 공격을 빠르게 피하며 속도감 있는 전투를 만끽할 수도 있다.
다양한 소환수 스킬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플레이어가 직접 언제(전투 중을 제외하고) 어디서든 손쉽게 어빌리티 포인트를 초기화, 재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 있다. 새롭게 얻게 된 소환수 스킬을 하나하나 선택하고 강화해서 달라지는 느낌을 체감해보고, 다른 소환수 스킬과의 연계 역시 꼼꼼히 챙겨볼 수 있도록 돕는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게임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30종 이상의 스킬을 1회차 플레이 중에 전부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었으며, 이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소환수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까지 아무런 불편 없이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들은 하나씩 쌓여서 전투 콘텐츠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자신이 메인 스토리의 서사에 흥미를 잃게 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전투 그 자체의 재미에 빠져 '다음엔 어떤 능력을 얻고, 어떤 콤비네이션을 짤 수 있게 될까'라는 부분에 흥미를 느껴 게임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정식 출시 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시연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우려를 표했던 것이 '적의 전체 체력 게이지가 너무 커서 전투가 느리고 답답해 보인다'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전투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액션 포커스' 모드에서 아무런 어시스트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해본 결과, 이러한 우려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필드 몬스터를 포함한 잡몹들은 기본 콤보 1회 또는 스킬 한 방에 녹아버리고, 대부분의 강적 역시 두 차례 다운 시키면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체력 밸런스가 갖춰져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준비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준비란 '각 스토리 진행 단계에 맞는 무기 강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전에 은신처에 있는 대장장이를 찾아 지금까지 필드에서 획득한 재료들로 무기를 강화하거나 더 높은 단계의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매 차례 꼼꼼히 진행해줘야 답답함 없이 전투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 각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권장 공격력 정도가 게임 내에서 표시되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모든 콘텐츠를 쾌적하게 진행하기 위한 '권장 아이템 레벨'이 존재하는 셈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방어구 강화를 조금 소홀히 하게 되더라도, 가능하다면 무기 강화는 항상 최고 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기 강화나 구입을 위한 마테리얼이나 재화가 넉넉히 제공되는 것은 물론,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로 전투를 하게 되면 사전에 우려했던 그대로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클라이브의 장비에서 비주얼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기 장비뿐이므로, 중반 이후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클라이브의 뒷모습에 소소한 꾸미기 요소가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만약 자신이 조작에 자신이 있고 더 어려운 전투를 맛보고 싶다면 일부러 낮은 강화 레벨의 무기를 고수하기보다 1회차 플레이 이후에 해금되는 더 어려운 모드인 '파이널 판타지 챌린지' 모드, 또는 아레테 스톤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나 시련 콘텐츠 등 다른 고난이도 전투 콘텐츠를 찾는 편이 낫다. 전세계의 유저들과 더 높은 클리어 스코어로 겨룰 수 있는 등, 시스템 면에서도 '전투' 콘텐츠의 갈등을 채워줄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제공되므로, 전투 콘텐츠 하나만으로도 파이널 판타지16는 선택의 여지가 충분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다 보여주기엔 조금 부족했던 '소환수 전투'
주인공 클라이브가 소환수 어빌리티를 사용해서 싸우는 일반적인 전투 콘텐츠와 거대한 소환수의 모습으로 현현해서 싸우는 '소환수 전투'를 따로 구분한 이유는, 이 두 개의 콘텐츠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환수 전투는 오직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만 플레이할 수 있는 '이벤트 전투'라는 것도 다른 부분이다.
전체 게임 플레이에서 소환수 전투는 극 초반 튜토리얼 개념의 '피닉스 VS 이프리트' 전투 이후에도 약 다섯 차례가량 더 등장하는데, 각 전투에서 그려지는 전투의 양상이 모두 다른 모습이다. 마치 슈팅 게임처럼 마커를 조작하여 투사체를 발사하는 것부터 대전 액션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의 감각을 구현한 것도 있고, 거대한 소환수를 인간 폼의 클라이브처럼 민첩하게 조작해야 하는 기본적인 ARPG 방식의 전투도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지는 소환수 전투는 각각의 소환수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은 물론,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참신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액션 RPG의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 경험이 소환수 전투마다 계속 이어지니, 다음엔 어떤 모습이 그려질 것인지 자연스레 기대감을 품게 된다.
문제는 각각의 소환수 전투에 서로 다른 느낌의 게임 플레이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전투 하나하나의 양상이 단조로워졌고, 마치 전체 구성이 '미니 게임' 같은 방식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가끔 전투 전체가 영상 컷신과 QTE 만으로 채워진 것도 있을 정도이고, 대부분 별다른 고민 없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플레이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액션 포커스 모드에 서포트 악세서리를 일절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이다.
메인 스토리의 컷신 이후 이야기가 잔뜩 고조된 순간에 소환수 전투가 이어지는 만큼, 플레이어의 몰입을 돕고 재도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소환수 전투가 차지하는 볼륨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러한 구성 탓에 파이널 판타지16에서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 중에서 '소환수 전투'를 가장 기대했고, 일반적인 전투 콘텐츠 수준의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을 기대한 유저들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지만, 게임 전체를 채우고 있는 여러 스토리 컷신 중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되어주는 것 역시 '소환수 전투' 파트다. 소환수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액션은 파이널 판타지16을 대표하는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 소켄 마사요시 작곡가가 작업한 웅장하고 화려한 BGM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했을 때 가장 먼저 기억날 정도로 압도적인 시각적 만족도를 주는 콘텐츠가 바로 '소환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저것 더하지 않고 한 편으로 마무리되는 깔끔한 스토리
파이널 판타지16의 메인 스토리는 사실 어떤 이야기를 언급해도 치명적인 스포일러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건들과 반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던 것처럼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강렬한 연출과 매혹적인 컷신도 가득하고 말이다.
리뷰에서 자세한 스토리 언급은 제한됐지만,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게임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내에 스토리가 아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메인, 사이드 퀘스트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볼까 한다.
파이널 판타지16의 메인 스토리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강렬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졌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듀얼센스의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고퀄리티의 컷신 비주얼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야기는 엔딩을 향해 빠른 템포를 유지한 채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먼저 플레이해볼 필요도 없고, 16 이후에 이어질 또 다른 확장팩이나 DLC, 미디어 믹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파이널 판타지16은 본편 딱 하나로 마무리되며, 그 자체로 긴 여운을 남기는 깔끔한 서사를 갖추고 있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 팬들의 호불호 반응이 이어졌던 요네즈 켄시의 테마송 '달을 보고 있다' 역시 게임 내에서 스토리에 여운을 더해주는 요소로 잘 어우러져 활용됐다.
데모 버전에서도 그랬듯, 정발판에서도 대부분의 스토리 전개는 '영상 컷신'만으로 채워졌다. 스토리 구조는 지도 형태의 월드 맵에서 캐릭터를 다음 목적지로 옮기고, 영상을 보고, 다음 지점까지 클라이브를 조작해서 움직이고, 또 영상을 보고의 반복이다. 전투 구간에서 한참 컨트롤러를 조작하다가 스토리 컷신이 시작되면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10분 정도 화면을 보며 쉬고, 또 다시 컨트롤러를 잡고 전투 콘텐츠를 잠깐 즐긴 뒤 영상을 보는 구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단조로움을 벗어나고자 R2 버튼의 적응형 트리거 기능을 활용하여 무거운 문을 열거나 판자를 부수는 등의 조작 액션이 중간마다 삽입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저 영상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스토리와 전투 콘텐츠가 구분되어 각각의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10분 이상 길이의 컷신 영상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스토리 전개 방식에 면역이 없는 게이머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컷신을 감상하는 것이 취향에 맞지 않는 이들도 파이널 판타지16의 스토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진행되는 모든 서사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비비안 레포트'와 '이야기꾼' 하포크라테스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브의 은신처에 마련된 이 두 가지의 콘텐츠를 활용하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고유 명사와 키워드를 쉽게 배울 수 있고, 방대한 분량의 본편 스토리를 정세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시한 지도와 함께 '세줄 요약'처럼 축약해서 볼 수 있다. 과장 조금 보태면 모든 영상 컷신을 스킵하고 전투 콘텐츠만 즐기더라도 전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다.
게임 내에서 '초록색 느낌표'로 표시되는 사이드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클라이브가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주변 인물들 각자를 조명하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등장인물 1'에 그치지 않도록 서사를 보강해주는 식이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는 일찍이 '메인 스토리만 플레이할 시 35시간, 사이드 퀘스트까지 전부 플레이하면 80시간가량 플레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사이드 퀘스트가 게임 내에 상당한 볼륨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메인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기에, 게임의 볼륨을 두 배 가량 늘려줄 것이라고 소개된 '사이드 퀘스트'를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 클리어해보았다. 결론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MMORPG 속 일반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것 같은, 다소 밋밋한 구성이 대부분이었다는 감상이다. 탈것을 개방해주는 것이나 물약의 성능과 소지 한도를 늘려주는 것들처럼 게임 플레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보상도 적고 그냥 지나치더라도 별 지장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보상의 정도나 영향력을 수치로 바라봤을 때의 시선이고, 파이널 판타지16의 세계관에 더 깊게 몰입하고,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왜 사람들이 크리스탈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베어러'를 핍박하게 됐는지 본편 스토리에서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기에, 작품 속 세계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몰입하려면 사이드 퀘스트를 놓쳐선 안 된다. 이번 작품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딱 한편으로 마무리되는 메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에, 부족한 스토리 설명을 보강하는 사이드 퀘스트의 중요도는 더 높아진다.
정리하자면, 파이널 판타지16은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성향에 따라 플레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토리 콘텐츠에서도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매력적으로 완성된 전투 콘텐츠가 갖춰져 있기에, 스토리와 전투를 확실히 구분하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 기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만약 스토리보다 전투 콘텐츠를 중심으로 즐기되 캐릭터를 강화하는 요소들은 빠짐 없이 챙기고 싶다면, 맵에 표시되는 초록색 '+'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사이드 퀘스트, 그리고 모그리의 현상금 게시판을 꼼꼼히 챙기면 된다. 만약 클라이브의 방에 전시할 수 있는 수집형 요소인 '중요 아이템'을 전부 모으고 싶다면, 스토리에 관심이 없더라도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빠짐 없이 챙기는 것이 좋다.
'(성인 게이머 한정)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16을 플레이하고 느낀 소감을 요약하자면, 좋은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모두 파이널 판타지14를 만든 스퀘어에닉스 제3개발사업본부와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의 색깔로 가득 채워진 게임이라는 점이다. 소환수와 몬스터들의 디자인, 메인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의 구성,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까지 파이널 판타지14에서 보여주었던 특징들이 게임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만약 기존에 14를 플레이해봤던 플레이어라면 여러 면에서 반가운 느낌도 들 것이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더 친숙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14를 포함하여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일절 플레이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하더라도 파이널 판타지16은 누구나 입문하기 쉽고,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요소에 초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튜토리얼 안내문이 붙어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적 배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시 전 개발자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강조됐던 것처럼, 파이널 판타지16은 누구나 입문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담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서 앞으로도 그 입지를 분명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에 공개된 정보들을 보고 기대감을 크게 부풀린 이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파이널 판타지16은 2023년 GOTY 후보에 다른 경쟁작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적극 활용한 매력적인 비주얼과 '스킬' 개념에 불과했던 시리즈 전통의 소환수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설정, 한 편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된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퀘스트를 제외하더라도 약 40시간에 달하는 넉넉한 볼륨, 그리고 엔딩을 보고 난 뒤에도 2회차 콘텐츠를 모두 섭렵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전투 콘텐츠까지. 파이널 판타지16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한 번도 파이널 판타지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까지 불러오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타이틀이다.
전작이었던 파이널 판타지15가 복잡하고 산만한 스토리텔링과 호불호 갈리는 캐릭터 구성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평을 들었던 만큼,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선 이번 신작의 입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스퀘어에닉스는 이에 MMORPG '파이널 판타지14'를 성공시킨 스타 개발자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를 앞세워 '시리즈 최초의 성인 등급 스토리'와 '액션 RPG'라는 과감한 도전을 신작에 담아냈다.
리뷰를 위한 프리뷰 코드를 받아 먼저 게임을 플레이하며 확인하고자 했던 것도 분명했다. 게임 속 스토리가 딱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될 것인지, 그리고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의 디렉터를 영입하여 만들었다는 액션이 얼마나 게임의 맛을 살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게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스토리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신작 파이널 판타지16은 '딱 한 편으로 온전히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대서사시'라고 말이다.
※ 본 리뷰는 NDA에 의해 파이널 판타지16의 스토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언급이 금지된 상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때문에 메인 스토리 관련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게임명: 파이널 판타지16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3.6.22
리뷰판: 프리뷰 빌드개발사: 스퀘어에닉스 3개발사업본부
서비스: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PS5
플레이: PS5
파고들수록 더 즐겁고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와 액션에 대해서다. 여러 소환수 스킬을 동시에 활용하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액션 RPG 전투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RPG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장벽이 될 것이다'라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제로 접해본 파이널 판타지16의 전투는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았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 클라이브는 피닉스의 나이트로 훈련을 받아 기본적으로 우수한 검술 실력 외에도 소환수 '피닉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이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하나씩 새로운 힘에 눈을 뜨게 되고, 종극에는 8종의 소환수로부터 파생된 30종 가량의 소환수 어빌리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최종전을 치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검' 하나 뿐인데, 다소 단조롭게 굳어질 수 있는 전투 패턴을 스킬 개념의 여러 소환수 어빌리티로 보강한 셈이다.
모든 소환수 스킬은 해당 소환수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내는 '소환수 피트', 그리고 네 개의 선택 가능한 액티브 스킬의 조합을 가지고 있다. 가루다의 경우 바람의 힘으로 상대를 끌어 당기거나 제압하고, 타이탄의 경우 단단한 바위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며, 시바는 얼음 길을 활용하여 빠르게 미끄러지며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식이다. 어떤 소환수 스킬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드와 패링 위주로 굳건하고 안정감 있는 전투를 치를 수도 있고, 모든 공격을 빠르게 피하며 속도감 있는 전투를 만끽할 수도 있다.
다양한 소환수 스킬의 운용이 가능하도록 플레이어가 직접 언제(전투 중을 제외하고) 어디서든 손쉽게 어빌리티 포인트를 초기화, 재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 있다. 새롭게 얻게 된 소환수 스킬을 하나하나 선택하고 강화해서 달라지는 느낌을 체감해보고, 다른 소환수 스킬과의 연계 역시 꼼꼼히 챙겨볼 수 있도록 돕는 편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게임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30종 이상의 스킬을 1회차 플레이 중에 전부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었으며, 이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소환수 조합'을 찾아내는 재미까지 아무런 불편 없이 경험해볼 수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들은 하나씩 쌓여서 전투 콘텐츠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 자신이 메인 스토리의 서사에 흥미를 잃게 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전투 그 자체의 재미에 빠져 '다음엔 어떤 능력을 얻고, 어떤 콤비네이션을 짤 수 있게 될까'라는 부분에 흥미를 느껴 게임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정식 출시 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시연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우려를 표했던 것이 '적의 전체 체력 게이지가 너무 커서 전투가 느리고 답답해 보인다'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전투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액션 포커스' 모드에서 아무런 어시스트 액세서리도 착용하지 않고 게임을 진행해본 결과, 이러한 우려는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필드 몬스터를 포함한 잡몹들은 기본 콤보 1회 또는 스킬 한 방에 녹아버리고, 대부분의 강적 역시 두 차례 다운 시키면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체력 밸런스가 갖춰져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준비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 준비란 '각 스토리 진행 단계에 맞는 무기 강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기 전에 은신처에 있는 대장장이를 찾아 지금까지 필드에서 획득한 재료들로 무기를 강화하거나 더 높은 단계의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매 차례 꼼꼼히 진행해줘야 답답함 없이 전투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 각 단계에 도전할 수 있는 권장 공격력 정도가 게임 내에서 표시되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모든 콘텐츠를 쾌적하게 진행하기 위한 '권장 아이템 레벨'이 존재하는 셈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방어구 강화를 조금 소홀히 하게 되더라도, 가능하다면 무기 강화는 항상 최고 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기 강화나 구입을 위한 마테리얼이나 재화가 넉넉히 제공되는 것은 물론,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로 전투를 하게 되면 사전에 우려했던 그대로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인공 클라이브의 장비에서 비주얼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무기 장비뿐이므로, 중반 이후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클라이브의 뒷모습에 소소한 꾸미기 요소가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만약 자신이 조작에 자신이 있고 더 어려운 전투를 맛보고 싶다면 일부러 낮은 강화 레벨의 무기를 고수하기보다 1회차 플레이 이후에 해금되는 더 어려운 모드인 '파이널 판타지 챌린지' 모드, 또는 아레테 스톤에서 접근할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나 시련 콘텐츠 등 다른 고난이도 전투 콘텐츠를 찾는 편이 낫다. 전세계의 유저들과 더 높은 클리어 스코어로 겨룰 수 있는 등, 시스템 면에서도 '전투' 콘텐츠의 갈등을 채워줄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제공되므로, 전투 콘텐츠 하나만으로도 파이널 판타지16는 선택의 여지가 충분한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다 보여주기엔 조금 부족했던 '소환수 전투'
주인공 클라이브가 소환수 어빌리티를 사용해서 싸우는 일반적인 전투 콘텐츠와 거대한 소환수의 모습으로 현현해서 싸우는 '소환수 전투'를 따로 구분한 이유는, 이 두 개의 콘텐츠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환수 전투는 오직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만 플레이할 수 있는 '이벤트 전투'라는 것도 다른 부분이다.
전체 게임 플레이에서 소환수 전투는 극 초반 튜토리얼 개념의 '피닉스 VS 이프리트' 전투 이후에도 약 다섯 차례가량 더 등장하는데, 각 전투에서 그려지는 전투의 양상이 모두 다른 모습이다. 마치 슈팅 게임처럼 마커를 조작하여 투사체를 발사하는 것부터 대전 액션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의 감각을 구현한 것도 있고, 거대한 소환수를 인간 폼의 클라이브처럼 민첩하게 조작해야 하는 기본적인 ARPG 방식의 전투도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려지는 소환수 전투는 각각의 소환수가 가진 고유의 특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은 물론, 매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참신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액션 RPG의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다른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 경험이 소환수 전투마다 계속 이어지니, 다음엔 어떤 모습이 그려질 것인지 자연스레 기대감을 품게 된다.
문제는 각각의 소환수 전투에 서로 다른 느낌의 게임 플레이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전투 하나하나의 양상이 단조로워졌고, 마치 전체 구성이 '미니 게임' 같은 방식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가끔 전투 전체가 영상 컷신과 QTE 만으로 채워진 것도 있을 정도이고, 대부분 별다른 고민 없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플레이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액션 포커스 모드에 서포트 악세서리를 일절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말이다.
메인 스토리의 컷신 이후 이야기가 잔뜩 고조된 순간에 소환수 전투가 이어지는 만큼, 플레이어의 몰입을 돕고 재도전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소환수 전투가 차지하는 볼륨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러한 구성 탓에 파이널 판타지16에서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 중에서 '소환수 전투'를 가장 기대했고, 일반적인 전투 콘텐츠 수준의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을 기대한 유저들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지만, 게임 전체를 채우고 있는 여러 스토리 컷신 중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되어주는 것 역시 '소환수 전투' 파트다. 소환수들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액션은 파이널 판타지16을 대표하는 비주얼이라고 할 수 있고, 여기에 소켄 마사요시 작곡가가 작업한 웅장하고 화려한 BGM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만들어진다.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했을 때 가장 먼저 기억날 정도로 압도적인 시각적 만족도를 주는 콘텐츠가 바로 '소환수 전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저것 더하지 않고 한 편으로 마무리되는 깔끔한 스토리
파이널 판타지16의 메인 스토리는 사실 어떤 이야기를 언급해도 치명적인 스포일러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건들과 반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던 것처럼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강렬한 연출과 매혹적인 컷신도 가득하고 말이다.
리뷰에서 자세한 스토리 언급은 제한됐지만,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게임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내에 스토리가 아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메인, 사이드 퀘스트를 플레이하며 느낀 점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볼까 한다.
파이널 판타지16의 메인 스토리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강렬한 사건들로 가득 채워졌다. 스토리가 진행될 때마다 듀얼센스의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고퀄리티의 컷신 비주얼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이야기는 엔딩을 향해 빠른 템포를 유지한 채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먼저 플레이해볼 필요도 없고, 16 이후에 이어질 또 다른 확장팩이나 DLC, 미디어 믹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파이널 판타지16은 본편 딱 하나로 마무리되며, 그 자체로 긴 여운을 남기는 깔끔한 서사를 갖추고 있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 팬들의 호불호 반응이 이어졌던 요네즈 켄시의 테마송 '달을 보고 있다' 역시 게임 내에서 스토리에 여운을 더해주는 요소로 잘 어우러져 활용됐다.
데모 버전에서도 그랬듯, 정발판에서도 대부분의 스토리 전개는 '영상 컷신'만으로 채워졌다. 스토리 구조는 지도 형태의 월드 맵에서 캐릭터를 다음 목적지로 옮기고, 영상을 보고, 다음 지점까지 클라이브를 조작해서 움직이고, 또 영상을 보고의 반복이다. 전투 구간에서 한참 컨트롤러를 조작하다가 스토리 컷신이 시작되면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10분 정도 화면을 보며 쉬고, 또 다시 컨트롤러를 잡고 전투 콘텐츠를 잠깐 즐긴 뒤 영상을 보는 구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단조로움을 벗어나고자 R2 버튼의 적응형 트리거 기능을 활용하여 무거운 문을 열거나 판자를 부수는 등의 조작 액션이 중간마다 삽입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그저 영상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스토리와 전투 콘텐츠가 구분되어 각각의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10분 이상 길이의 컷신 영상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스토리 전개 방식에 면역이 없는 게이머라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컷신을 감상하는 것이 취향에 맞지 않는 이들도 파이널 판타지16의 스토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게임에서 진행되는 모든 서사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비비안 레포트'와 '이야기꾼' 하포크라테스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브의 은신처에 마련된 이 두 가지의 콘텐츠를 활용하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고유 명사와 키워드를 쉽게 배울 수 있고, 방대한 분량의 본편 스토리를 정세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시한 지도와 함께 '세줄 요약'처럼 축약해서 볼 수 있다. 과장 조금 보태면 모든 영상 컷신을 스킵하고 전투 콘텐츠만 즐기더라도 전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다.
게임 내에서 '초록색 느낌표'로 표시되는 사이드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에서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브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클라이브가 여행 중에 만나게 되는 주변 인물들 각자를 조명하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등장인물 1'에 그치지 않도록 서사를 보강해주는 식이다.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는 일찍이 '메인 스토리만 플레이할 시 35시간, 사이드 퀘스트까지 전부 플레이하면 80시간가량 플레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사이드 퀘스트가 게임 내에 상당한 볼륨을 차지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메인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기에, 게임의 볼륨을 두 배 가량 늘려줄 것이라고 소개된 '사이드 퀘스트'를 하나도 빠짐 없이 전부 클리어해보았다. 결론만 요약해서 이야기하자면 'MMORPG 속 일반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것 같은, 다소 밋밋한 구성이 대부분이었다는 감상이다. 탈것을 개방해주는 것이나 물약의 성능과 소지 한도를 늘려주는 것들처럼 게임 플레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나, 보상도 적고 그냥 지나치더라도 별 지장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는 보상의 정도나 영향력을 수치로 바라봤을 때의 시선이고, 파이널 판타지16의 세계관에 더 깊게 몰입하고, 스토리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왜 사람들이 크리스탈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베어러'를 핍박하게 됐는지 본편 스토리에서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기에, 작품 속 세계관에 대해 제대로 알고 몰입하려면 사이드 퀘스트를 놓쳐선 안 된다. 이번 작품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딱 한편으로 마무리되는 메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에, 부족한 스토리 설명을 보강하는 사이드 퀘스트의 중요도는 더 높아진다.
정리하자면, 파이널 판타지16은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성향에 따라 플레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토리 콘텐츠에서도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매력적으로 완성된 전투 콘텐츠가 갖춰져 있기에, 스토리와 전투를 확실히 구분하고,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 기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만약 스토리보다 전투 콘텐츠를 중심으로 즐기되 캐릭터를 강화하는 요소들은 빠짐 없이 챙기고 싶다면, 맵에 표시되는 초록색 '+'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사이드 퀘스트, 그리고 모그리의 현상금 게시판을 꼼꼼히 챙기면 된다. 만약 클라이브의 방에 전시할 수 있는 수집형 요소인 '중요 아이템'을 전부 모으고 싶다면, 스토리에 관심이 없더라도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빠짐 없이 챙기는 것이 좋다.
'(성인 게이머 한정)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16을 플레이하고 느낀 소감을 요약하자면, 좋은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모두 파이널 판타지14를 만든 스퀘어에닉스 제3개발사업본부와 요시다 나오키 프로듀서의 색깔로 가득 채워진 게임이라는 점이다. 소환수와 몬스터들의 디자인, 메인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의 구성,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까지 파이널 판타지14에서 보여주었던 특징들이 게임 전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만약 기존에 14를 플레이해봤던 플레이어라면 여러 면에서 반가운 느낌도 들 것이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더 친숙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14를 포함하여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일절 플레이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플레이하더라도 파이널 판타지16은 누구나 입문하기 쉽고,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요소에 초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튜토리얼 안내문이 붙어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적 배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시 전 개발자 인터뷰에서 몇 번이고 강조됐던 것처럼, 파이널 판타지16은 누구나 입문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담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로서 앞으로도 그 입지를 분명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전에 공개된 정보들을 보고 기대감을 크게 부풀린 이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파이널 판타지16은 2023년 GOTY 후보에 다른 경쟁작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적극 활용한 매력적인 비주얼과 '스킬' 개념에 불과했던 시리즈 전통의 소환수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설정, 한 편으로 기분 좋게 마무리된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퀘스트를 제외하더라도 약 40시간에 달하는 넉넉한 볼륨, 그리고 엔딩을 보고 난 뒤에도 2회차 콘텐츠를 모두 섭렵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잘 짜여진 전투 콘텐츠까지. 파이널 판타지16은 시리즈를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한 번도 파이널 판타지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까지 불러오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타이틀이다.
-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장대한 서사시
- 눈이 즐거운 고퀄리티 배경, 컷신 비주얼
- 파고들수록 더 재미있는 호쾌한 전투 시스템
- 꼼꼼히 챙겨주는 서사 구조와 보조 기능들
- 반복 위주의 밋밋한 서브 퀘스트 구성
-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그친 소환수 전투
- 넓고 광활하지만 비어 있는 필드
리뷰 플랫폼: PS5 (프리뷰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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