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콘 하나로 즐기는 '쉬운' 라운드
닌텐도 스위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조이콘을 활용해 정말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조이콘을 쥐고 흔드는 것만으로 춤을 추거나, 카트를 운전하거나, 북을 치거나, 테니스를 하는 등 그야말로 아주 직관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 역시 그런 장점을 아주 잘 살려냈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은 게임 방법에 스윙 조작이 합쳐져 높은 접근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았다. 즉,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좀 더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해 타임 어택과 골프를 합친 스피드 모드를 선보였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워낼 수 있는 어드벤처 모드도 지원한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기본’이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라운드의 즐거움을 이 더운 여름 시원하게 집 안에서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임명 :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 | 개발사 : Camelot |
---|
관련 링크: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 오픈크리틱 페이지
진짜 골프를 치는 듯한 스윙 조작
조작은 두 가지를 지원한다. 평범하게 조이콘을 누르거나 밀어서 활용하는 방법과 실제 골프 클럽을 사용하듯 휘두르는 스윙 조작. 그리고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스윙 조작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특히 스윙 조작은 여럿이서 함께 즐기는 다인 플레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일단, 단순히 자리에 앉아서 TV 화면을 바라보며 조이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기에 매우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야말로 남녀노소 모두가 아무런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조이콘을 잡고 실제 골프를 치듯 팔을 내려 클럽 헤드를 공에 맞춘 뒤 버튼을 하나 누르고 휘두르면 끝이다. 간단하면서도 실제 골프를 치는 듯한 자세와 얼추 비슷하기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도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당장 주말 동안 본가에 내려가 평소 골프를 즐기시는 부모님과 함께 플레이를 몇 번 해봤는데, 닌텐도 스위치 자체를 처음 만져보심에도 초반 3홀 정도가 지나자 금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어머니의 경우 연속 버디로 나와 대학생인 남동생을 손쉽게 꺾기도 했다.
물론, 실제 골프와는 완전히 다르기에 자주 하다가는 실제 골프를 칠 때 자세가 다 망가지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하셨다. 그렇지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자꾸 해보니까 별로 어렵지 않고 쉬웠다며, 만약 집에 스위치와 타이틀이 함께 있으면 꾸준히 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후기’도 전했다.
스윙 조작의 경우 일반 조작에 비해 정확도나 세밀함은 많이 뒤처진다. 일반 조작은 스핀의 방향, 공이 날아가는 높이 등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윙 조작은 직접 조이콘을 휘둘러서 공을 치는 방식이기에 방향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손쉽게 조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스윙 조작이 그저 운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되는 건 아니다. 연습 스윙을 제공하기에 원하는 비거리를 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힘과 스피드가 필요한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세밀한 수준은 아니라 영 이상한 거리로 공이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퍼팅의 경우 아무리 연습 스윙을 하더라도 실제 스윙 시 공을 원하는 거리만큼 보내는 것이 정말 매우 어려웠다. 10번을 치면 성공하는 건 한 두 번 정도랄까. 그 정도로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대중성이다. 스윙 조작이 아주 완벽하다거나 섬세한 조작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직 버튼 하나와 휘두르는 것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즉,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 스포츠 게임이 아주 직관적인 방식을 지원하면서 그야말로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연인과, 친구와 함께하는 게임.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는 이를 오로지 멀티 플레이 지원과 ‘스윙 조작’, 두 가지만으로 잡아냈다. 물론 아기자기한 캐릭터, 깔끔한 그래픽 등은 당연히 힘을 보탰고.
버튼 조작을 사용할 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스윙 조작이 좀 더 캐주얼한 플레이를 지원한다면, 버튼 조작은 훨씬 ‘게임다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공이 떨어질 위치에 따라 스핀을 다르게 준다거나, 파워게이지를 달성한 뒤 캐릭터가 공을 치기까지 공의 방향이나 높이를 조정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좀 더 세밀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버튼 조작을 사용할 경우, 스윙 조작에서 오던 다이나믹함이나 생동감은 느끼기 어렵다.
다양한 게임 모드..?
평범한 골프 라운드 모드와 스피드 모드, 그리고 어드벤처 모드까지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모드는 크게 세 가지다.
문제는 이 모드들이 다회차 플레이를 할 만큼 매력적이거나 재미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한 번의 플레이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골프의 특성상, 매 회차 플레이타임이 길어지는 것도 이러한 단점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타임 어택 방식으로 동시에 모두가 시작해 가장 먼저 샷을 넣는 사람이 우승하는 스피드 골프는 기존 골프 게임들에서 만날 수 없었던 모드인 만큼 다이나믹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내가 골프를 하는 것인지 레이싱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정신이 없다’.
당장 내가 친 공의 흐름조차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골프 게임의 재미, 그리고 실제 골프 중계의 재미는 공의 흐름을 보는 데서 오는 것도 꽤 크지 않나. 공중에서 공이 그리는 궤적, 지면에 떨어진 공이 굴러가는 위치, 그리고 그 공이 마침내 서는 곳까지 이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오는 짜릿함은 얼핏 지루할 수 있는 골프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스피드 모드에서는 공을 치고 난 뒤 캐릭터가 일단 달려나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공을 다시 쳐야 하기에 공이 어디로 갔는지, 어느 방향으로 꺾였는지, 도대체 얼마나 굴러갔는지 제대로 확인할 시간도, 시야도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컵 쟁탈전에서 이러한 부분은 더 크게 느껴진다. 수많은 함정과 조여오는 시간의 압박 속에 제대로 공을 확인하고 심도있게 클럽을 휘두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즉, 모드 자체가 재미는 있을 수 있지만, 이게 과연 골프로서 재미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 캐릭터를 밀어내고, 함정을 피해 달려가거나 공을 치는 부분은 오히려 레이싱에서 자주 느낄 수 있던 재미에 가깝다.
결국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오는 진짜 재미를 느끼려면 기본 모드나 어드벤처 모드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모드들은 딱 한 두 번의 플레이를 하고 나면 다음 회차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느낌을 크게 주지 못한다.
물론, 여럿이서 함께하는 멀티 플레이의 경우에는 예외다. 하지만 멀티 플레이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은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라는 게임이 주는 재미보다 여럿이 함께 게임을 하면서 오는 소셜적 만족감에 더 가깝다.
혼자 스토리를 즐기는 어드벤처 모드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너무 ‘길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마리오 월드를 탐험한다는 설명 그대로 슈퍼 마리오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이곳저곳 등장하고, 나만의 Mii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은 당연히 있다. 하지만 하나의 코스를 열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게임이 너무 많고, 길다.
다른 모드들은 게임이 진행되는 홀을 정할 수 있지만, 어드벤처 모드는 그렇지 않다. 무조건 정해진 긴 홀을 플레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플레이가 강제되기도 한다. 즉, 장시간의 플레이를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다 보니 당연스럽게 ‘지루함’이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게임적인 재미를 위해 성장이라는 모토의 어드벤처 모드, 그리고 다이나믹함을 가져온 스피드 모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진짜 원하는 만큼의 골프다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건 돌고 돌아 ‘기본 모드’뿐이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여러 코스를 열기 위해 강제로 어드벤처 모드를 진행해야 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다양한 코스를 플레이하면서 오는 랜덤성 역시 골프 게임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를 위해 ‘풍속’이라는 또 하나의 랜덤성이 제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같은 코스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결국 좀 더 다양한 코스에서 기본 모드를 즐기려면 무조건 어드벤처 모드를 진행해서 그 코스들을 오픈해야 한다. 그런데 굳이, 코스가 많지도 않은데 이런 식으로 제한을 뒀어야 했나 싶다. 그냥 기본 모드만 즐기고 싶은 플레이어에게도 선택지를 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는 손쉬운 조작을 통해 접근성을 확 높였고, 이를 통해 대중성 역시 잡은 작품이다. 스포츠 게임이라는 건 그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다. 모두가 알고 있는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들었기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장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마리오 골프 슈퍼 러시가 조이콘을 휘두르기만 하면 되는 ‘스윙 조작’을 활용한 것은 아주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 클럽을 양손으로 잡고 스윙하는 자세는 골프 하면 누구나 떠올릴 모습이지 않나. 이러한 쉽고 재미있는 조작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모두 사로잡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피드 모드 역시 이러한 높은 대중성에 발을 담그고 있다. 정형화된 골프 모드만을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선택지를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골프가 지겹다면? 좀 더 짜릿하고 급박한 스피드 모드를 즐기면 된다.
다만 그래서인지 심도있는 ‘골프’의 재미를 느끼기엔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게임 자체가 엄청나게 극적이거나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기에 그만큼 지루함 역시 빠르게 느껴진다.
또한 어드벤처 모드를 비롯해 전체 모드를 다인 플레이로 몇 번 즐기고 나면, ‘또 즐겨볼까’라는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어 버린다. 그만큼 모드 자체가 많지 않고, ‘골프’라는 스포츠의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 지루함을 깰 만큼 독특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즉,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용도로서는 아주 잘 만들어진 좋은 스포츠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골프’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글쎄, 아주 뛰어난 게임이라고 보기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