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홀 심대현 팀장, "테라 콘솔 버전, 국내 콘솔 시장 키우는 계기될 것"
박광석 기자 (Robiin@inven.co.kr)
온라인 게임 '테라'의 콘솔 버전이 출시 후 약 3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여러 국산 MMORPG 중에서도 콘솔 버전으로 정식 런칭에 성공한 것은 '테라'가 처음이다.
대한민국은 한때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불릴 정도로 출중한 개발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콘솔 게임의 입지는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AAA급 국산 콘솔 게임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확답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블루홀은 '테라' 콘솔 버전으로 글로벌 콘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테라의 콘솔 프로젝트를 주도한 블루홀 테라 콘솔 포팅 TFT의 심대현 팀장은 "테라의 콘솔 진출은 다른 국산 콘솔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게 되는 계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식작인 '테라 콘솔 버전'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산 콘솔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그의 큰 포부를 바탕으로 한 대답이었다.
'국내 최초'로 콘솔 버전 MMORPG를 글로벌에 선보이고, 출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북미·유럽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그들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심대현 팀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박광석 기자(이하 박광석) -'테라'가 북미·유럽에서 PC MMORPG로서는 국내 최초로 콘솔 플랫폼에 이식,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팀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심대현 팀장(이하 심대현) - '테라' 콘솔 버전은 정말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런칭했다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하다. 또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덕분에 이렇게 게임을 소개할 수도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 테라 콘솔 버전 개발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우리가 자부할 수 있을만한 물건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박광석 - '국내 최초'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특히 어떤 점이 힘들었나?
심대현 - 국내에서는 MMORPG의 콘솔 포팅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찾기가 정말로 어려웠다. 경험자가 없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구세대 엔진을 현세대 콘솔에 적용하려다 보니 별도의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여기에 각 콘솔 플랫폼별로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콘솔은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면서 구조도 다르기에 PC 버전에서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가면 만족할만한 퍼포먼스가 나올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화 과정에도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팀원 모두가 힘을 합쳐 시간을 들이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박광석 - 그렇게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서까지 '테라'의 콘솔 버전을 개발하게 된 이유가 있나?
심대현 - PS3와 XBOX 360 시절, 테라의 북미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엔매스엔터테인먼트에서 콘솔 버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콘솔 유저가 주를 이루는 북미·유럽 유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PC 버전의 지역 확장을 계속하던 때였기에 플랫폼 확장에 대한 우선 순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후 2015년 말에 다시 테라 콘솔 버전의 제안이 들어왔다. 포팅 업체를 활용하면 블루홀에서는 큰 부담 없이 포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이 경우엔 포팅을 마치더라도 콘솔 버전의 서비스를 진행하고 업데이트를 추가할 때마다 포팅 업체와 계속 함께해야만 했다. 콘솔 기술력은 개발사로서 언젠가 꼭 갖춰야만 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기회에 한번 직접 시도해보자!'라고 생각한 것이 이번 개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박광석 - 콘솔 버전 개발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심대현 - 개발 프로젝트로 전환된 후 약 2년간,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콘솔과 MMORPG의 개발 경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테크니컬 리드를 구하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개발자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해당 기술을 보유한 해외의 기업을 찾아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었고, 초반에 대략적인 가닥을 잡아주는 컨설팅을 받게 됐다. 방향성을 잡은 이후 약 2년간의 시행착오을 거쳐 '테라'의 콘솔 버전을 개발할 수 있었다. 구체적인 기술과 관련된 내용은 지난 NDC를 통해 진행된 '테라 콘솔 버전 포팅' 강연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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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석 - NDC 강연처럼, 콘솔 포팅을 통해 얻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나?
심대현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답답하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 어렵고 답답한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지금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분들에게 여러가지 조언과 답변을 해드리고 있다. 같은 고충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우리가 가진 조금의 경험이라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콘솔 게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같은 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경험을 나누고,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이다.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으니 이러한 경험을 위한 기회를 점차 늘리면서 국내 콘솔 시장이 함께 확장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광석 - 콘솔 버전 테라는 PC 버전과 어떤 점이 다른가?
심대현 - 시험적인 프로젝트이다 보니 PC 버전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는 데에 집중하고 과도한 시도는 의도적으로 줄였다. 테라의 가장 큰 강점은 전투에 있기 때문에 개발팀 내부에서도 숙련된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패드의 맛을 살린 전투를 구현하기 위해 품을 들였다. 패드로도 다양한 스킬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R1 키를 활용한 스킬 체인 시스템을 구현했고, 앞으로는 유저가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춰 키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UI도 콘솔 버전의 화면에 맞춰 90% 이상 새롭게 작업했다. 해보고 피드백을 듣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됐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UI를 작업 중이고, 실제 북미·유럽 유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박광석 - '테라' 콘솔이 출시된 지 약 3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하지만, 무료 게임 특성상 해당 수치만으로 흥행을 단정하기는 힘들다. 공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가 있나?
심대현 - 테라 콘솔 출시 이후 UV 30만 명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매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PC 버전과 같은 지역을 두고 봤을 때 전혀 떨어지지 않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콘솔 서비스를 진행해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떻게 유저들을 끌어들여야 할지 PC와는 어떻게 다른지 계속 공부해야 하는 단계인데, 콘솔 버전 서비스를 진행하며 라이브 서비스 노하우를 계속 체득해나갈 생각이다.
박광석 - 테라 콘솔 버전이 북미·유럽 유저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심대현 - 다양한 MMORPG 중에서도 '테라'의 전투 방식은 콘솔 패드로 플레이하기에 적합하다. 패드로 옮겨진 논 타겟팅 전투와 테라 본연의 비주얼적 특징들이 북미 유저들의 취향에 잘 맞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라이브 서버 안정성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박광석 - 지난 3월에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프레임 드랍이나 서버 문제가 이슈가 됐었는데, 이러한 문제는 전부 개선됐나?
심대현 - PC와 달리 콘솔에서는 각 플랫폼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요청 사항들이 있는데, 이러한 심의기준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식으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현재 콘솔 버전은 PC와 다르게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익숙한 방식과 다른 환경이다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미리 테크니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2회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고, 정식 런칭 버전에서는 이때 발생한 문제들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라이브 서버에서 서버 이슈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테스트에서 보인 문제를 즉각 해결했기에, 정식 서비스 이후 많은 유저들이 믿고 찾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광석 - 힘들게 완성된 테라 콘솔 버전을 국내 유저들은 아직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심대현 - 블루홀의 자회사 엔매스가 있기 때문에 북미·유럽이 테라 콘솔의 첫 런칭 지역으로 선정됐을 뿐이지, 한국 빌드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는 소니 코리아와 퍼블리셔 등 다양한 접점이 새로 필요하고 복잡함이 배가 된다. 자회사인 엔매스와는 프로젝트가 어그러져도 '잘 안됐네'하고 끝낼 수 있지만, 국내 서비스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몇 가지 숙제들을 해결한다면, 실제로 국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고 확답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고 싶다.
박광석 - 앞으로의 테라 콘솔 버전 서비스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심대현 - 더 빠른 국내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일단 콘솔의 라이브 서비스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팀으로서는 이번 테라 콘솔 이외에도 블루홀의 다른 프로젝트를 콘솔화한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콘솔 타이틀을 만드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그리고 외부 충원을 통해서도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모아서 계속 콘솔 개발력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테라의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콘솔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들을 배우고, 계속 변화하는 콘솔 상황에 대응하며 오랫동안 서비스되는 게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광석 - 끝으로 국내 유저들과 현재 콘솔 버전 포팅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대현 - 일반 유저들이 봤을 때는 '그냥 테라잖아? 아무도 관심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봤을 때 '콘솔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개발사가 과연 말이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히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를 과감히 진행했고, 어렵지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포팅작이지만, 다음에는 직접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니, 유저들도 이런 관점에서 이번 시도를 더 길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테라 콘솔이 계기가 되어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여러 콘솔 게임들을 국내 시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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