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의 게임기 시장에서 대표적인 일본산 RPG로 알려져 있는 파이널 판타지(이하 파판)는 요람이었던 패미콤을 벗어나서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게임기로 발매되고, 심지어 영화로까지 제작될 정도로 성장하여 대중화된 게임 컨텐츠 코드라고 할 수 있다.
파판이 처음 발매되었을 당시 스퀘어-에닉스로 합병되기 이전의 에닉스사에서 발매한 드래곤 퀘스트라는 거대한 벽으로 인해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일부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비운의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3편까지 발매되면서 크리스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메인 스토리와 파판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특유의 시스템 등으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되었다.
파판 시리즈는 패미콤을 통하여 3편까지 발매가 되었고, 당시 차세대 기종 중 하나인 16비트 콘솔인 슈퍼패미콤으로 4편이 나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사랑과 우정, 믿음과 배신 등 인간군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단순히 레벨업-보스격파-엔딩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1회 플레이용 일본산 RPG에서 좀 더 벗어나서 숨겨진 보스 또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지만 발견할 수 있는 파고들기용 요소와 같은 잔재미를 추가하여 드래곤퀘스트와 함께 일본 콘솔 RPG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되었다.
그 후 6편까지 슈퍼패미콤을 통해 발매되었고, 7편부터 9편까지는 플레이스테이션1, 10편 이후는 플레이스테이션2와 같이 3편 단위로 플랫폼을 바꿔가며 꾸준히 발매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발매되었던 파판7은 영문판 및 PC용으로 발매되어 전세계적으로 파판 시리즈의 입지를 급부상시킨 인기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파판 시리즈는 가정용 콘솔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11편은 온라인용 MMORPG로 발매되어 여러 개의 확장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서비스되고 있으며, 게임 내 일어-영어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형문 시스템을 지원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파판의 세계관 또는 캐릭터 등 일부 컨텐츠를 이용하여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등장했다.
그런 파판의 세계를 바탕으로 제작된 또 하나의 게임이 지난 12월 18일 일본에서 출시됐다(한국에서는 2009년 1월 정식 발매). 디시디아 파이널 판타지(Dissidia Final Fantasy, 이하 디시디아)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파판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드라마틱 프로그레시브 액션이라는 다소 황당한 장르의 PSP용 게임이다.
발매 전까지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단순히 등장하는 캐릭터와 일부 스크린샷 정도만 공개되었기 때문에, 처음 스크린샷을 봤을 때는 파판 역대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팬서비스 차원의 대전액젼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었을 뿐 어떤 게임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스퀘어에닉스가 테크모를 흡수하여 대전액션 부문을 강화하려다가 코에이와 테크모가 합병되는 바람에 실패했기 때문에, 스퀘어에닉스의 약점 중 하나인 3D 대전액션으로 발매될 디시디아는 실패작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자 역시 파판 시리즈의 팬중 한 명이었고 RPG로 등장하여 멋진 스토리를 보여줘야 할 파판이, 주인공들의 드림매치라는 이유로 어설픈 대전액션을 제작했다가 20년 기념작이 20년 전통에 먹칠을 하는 졸작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한 번 파판의 팬이 된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해야 할까. 게임 자체의 품질에 의문 반 걱정 반을 안고도 팬이니까 사야지라는 반쯤 의무감에 힘입어 과감하게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기왕 지르는거 기존 시리즈의 명곡들을 모았다는 OST 초회판까지 보너스로 질렀다. 1월에 한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될 예정이긴 했지만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구입해 버린 것이다.
원래는 디시디아 전용 컬러로 디자인된 한정판 PSP 합본 패키지를 구입하려 했지만 구형이라고는 해도 멀쩡하게 구동되는 2년 넘게 쓴 PSP도 건재했고, 최근의 환율 인상으로 인해 가격을 확인한 후 환율로 계산을 해 본 순간 손이 떨리고 지갑에 찬바람이 부는게 느껴져서 차마 그것만은 손을 댈 수 없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림의 시간은 흘러서 게임 패키지가 손에 들어왔다. 파판 전통의 케이스답게 흰색 바탕에 로고만 달랑 그려져 있는 패키지였다. 일단 뚜껑을 열고 게임 내의 매뉴얼을 읽어보니 예상대로 대전게임은 맞지만 기존 파판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고 그런 시스템을 이용하여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형태의 게임이었다.
◆ 우선 게임을 시작하고 보자
아무리 매뉴얼을 읽어 보면 뭘하나, 직접 게임을 해봐야 알지라고 중얼거리며 UMD를 PSP에 집어 넣고 구동을 시키자 게임 패키지와 동일하게 흰색 바탕의 로고만 달랑 뜨고, 선택할 수 있는 메뉴라고는 새로 시작하는 New Game과 저장한 게임을 불러오는 Load Game만 있었다. 너무나 황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New Game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하니 매우 그립고 정겨운 음악이 귓가를 울렸다.
게임을 시작해서 제일 먼저 처음에 온라인 플레이용으로 사용할 닉네임 및 하루 플레이 타임등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것들은 온라인 대전 플레이를 할 때 접속하기 위한 닉네임이자 하루의 플레이타임에 따라서 게임 내의 컨텐츠가 다르게 적용되는 구조였으며, 이런 부분에서 온라인의 중요성과 유저 편의 기능을 고려하여 기존의 콘솔 게임과 같이 만들어 내놓으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일본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기존 시리즈에 등장하는 역대 주인공들과 라이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시리즈별로 2명씩 총 20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당연히 파판의 전통답게 숨겨진 캐릭터도 있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의 손에 의해 그려진 파판의 캐릭터들을 최대한 원작 일러스트를 살리는 형태로 3D로 구현되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게임 제작 기술력의 발전에 다시 한 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게임 내에서 지원하는 온라인 매뉴얼 기능은 패키지에 포함된 책자의 그것을 가볍게 능가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처음부터 모든 매뉴얼을 제공하여 혼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정한 컨텐츠를 접하게 될 때마다 활성화되어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디시디아의 온라인 매뉴얼은 많은 온라인 게임에서 지원하는 튜토리얼의 일환으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도움말 기능과 흡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이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 편의 기능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콘솔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튜토리얼 역할을 하는 것은 스토리 모드 중에서도 프롤로그였다. 스토리 모드라고 하면 다른 주인공들도 등장해야 하는데 파판1의 주인공이었던 빛의 전사(Warrior of Light) 하나만 달랑 나와서 뭔가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프롤로그에서 디시디아의 배경과 줄거리를 간략한 동영상으로 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게임 진행에 관하여 다양한 시스템을 소개해 주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초의 주인공이 스토리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간단한 튜토리얼 시나리오를 끝내자 시나리오 모드가 해금되면서 10명의 주인공들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각 시나리오마다 난이도가 다르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장 낮은 난이도의 시나리오인 파판7의 클라우드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시리즈 중에서 7편이 다양한 기종으로 가장 많은 외전격인 게임이 등장할 정도로 인기 있는 시리즈였기 때문일까, 난이도를 낮춰서 처음부터 접할 수 있게 흥미를 유도하는 제작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시나리오 구성이었다.
하지만 난이도가 가장 낮으니 제일 쉽겠지 하는것도 잠시, 시나리오 내의 챕터를 하나하나 클리어 나가다가 만나게 된 고레벨의 라이벌 캐릭터인 세피로스에게 수 없이 좌절을 맛봐야 했다.
기자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상성 자체부터 최악이었다. 강력한 한 방을 주 공격 방법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에 비하여 빠른 연타와 연속공격을 주로 하는 블레이드 마스터인 세피로스와 붙을려니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셀 수 없는 재도전과 시스템 매뉴얼의 정독 및 각종 공략 팬사이트 등에 힘입어 반나절여만에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겨우 하나의 고비를 넘어서고 시스템에 적응하게 되니 그 다음부터는 어렵지 않게 스토리 모드의 진행을 할 수 있었다. 10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각각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라이벌들에게서 주인공들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 내는 형태로 시나리오가 진행된다.
◆ 쉽고 편한 전투 조작법
디시디아의 전투는 대전액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 알맹이는 파판의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 파판의 전통적인 턴제+리얼타임의 전투를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3차원에서 전투로 바꿔 놓은 것이다.
조작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한 편으로, 일반 대전액션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커맨드 입력 방법이 아니다. 단순히 상하좌우와 공격버튼 각각 하나씩만 동시에 눌러 주는 것으로 각종 마법이나 공격 스킬이 발동된다. 그뿐 아니라 그 방향키 조합 역시 자신의 입맛대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 액션에 취약한 액션치라도 전투를 하는 데는 크게 부담이 없다.(후반부의 컨트롤 하나로 승패가 왔다갔다 하는 대인전이나 고레벨 전투라면야 조금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조작법도 부담되는 사람이라면 기존 파판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하여 액션 커맨드 입력이 아닌, 기존 RPG에서의 명령어 선택 입력 방식도 게임 내에서 지원한다.
여기에서 3차원 맵에서의 캐릭터의 이동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에 따른 대답은 CPU 마음대로라고 간단하게 답을 낼 수 있다. 인공지능에 따라 상대방 캐릭터와 거리를 맞추면서 이동을 하고, 필요할 때 마다 전투 명령어만을 선택해 주면 알아서 전투를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중후반 이후가 되면 섬세한 조작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직접조작 형태로 바뀔 것이고 그 때가 되면 조작에 대한 부담도 상강히 줄어들어서 액션치라도 게임에 대해 충분히 적응을 할 수 있게 된다.
◆ 캐릭터의 성장과 나만의 캐릭터 조합
디시디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최고 레벨은 100레벨로, 기존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투를 하면서 얻는 경험치가 일정 수치에 도달하면 레벨업을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단순히 전투에 승리하면 레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 중에 공격을 맞추기만 해도 경험치를 얻기 때문에, 전투 중에 레벨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레벨업을 하면 각 캐릭터만의 고유한 어빌리티를 익히게 된다. 일부 캐릭터간 공통되는 어빌리티도 없진 않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기본 조작에 해당하는 어빌리티이고, 캐릭터의 공격 능력과 관련된 어빌리티는 캐릭터마다 전부 다르고 각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어빌리티에는 수치가 정해져 있으며, 캐릭터마다 일정 수치의 어빌리티 합계 포인트 내에서 어빌리티를 조합하여 캐릭터의 스킬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런 조합 방식으로 인해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조종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스킬 구조로 편성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디시디아의 장점이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도록 심도 깊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 디시디아의 전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캐릭터간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은 3차원의 원통 또는 직육면체에 가까운 지형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이다. 전장 안에는 언덕이나 기둥과 같은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전투로 인해 파괴되는 것도 존재한다.
전장의 장애물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기둥 뒤에 숨어서 피하는 것도 가능하며, 상대방이 기둥 뒤에 숨어 있다면 그 기둥을 부숴 버릴 수도 있다.
또한 벽을 타고 달린다던가 하는 행동도 가능해지면서 스피디한 전투를 진행할 수 있게 되고, 리플레이 영상에서 멋진 장면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전투 자체는 일반 대전 액션과 동일하게 마법이나 직접 공격을 상대방에게 맞추면 대미지를 준다고 할 수 있지만, 대미지의 구조가 단순히 HP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HP는 용기를 뜻하는 Brave와 체력을 뜻하는 HP 2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수치는 최대 9999이고 각각의 수치를 감소시키기 위한 Brave 공격과 HP 공격을 캐릭터가 할 수 있다.
Brave 수치는 현재 캐릭터의 용기를 뜻하는 수치로, Brave 공격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Brave 수치를 낮춘 만큼 자신의 Brave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HP 공격은 상대방의 HP에 직접적인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공격으로, 현재 캐릭터의 Brave 수치만큼 HP에 대미지를 주게 된다.
즉 자신의 캐릭터의 HP가 10밖에 남지 않았는데 Brave 수치가 1000이고 상대방의 HP가 999라면 HP공격 한 방만 맞추면 상대방이 KO되면서 일발 역전이 가능해진다.
또한 HP공격을 사용하면 지금까지 모아 둔 Brave 수치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 Brave가 0이 되는데, 이 때 상대방의 Brave 공격을 맞으면 용기가 사라지는 Brave Break가 되면서 상대방은 대량의 Brave 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래서 일부러 상대방의 약한 HP 공격을 맞은 후에 역습으로 Brave를 날려 버리는 전법도 이용된다.
그렇다면 캐릭터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은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캐릭터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Brave 공격을 했을 때 적용되어, 공격력이 높을수록 Brave 공격시 상대방의 Brave를 감소기키는 수치가 증가하게 되고 방어력이 높아지면 상대방의 Brave 공격에 의해 감소되는 Brave 수치가 줄어들게 되는 구조이다.
◆ 진정한 시작은 만렙부터
최고 레벨에 도달한 다음부터 본격적인 컨텐츠 파고들기가 시작되는 요즘 게임들의 특징이 디시디아에도 적용되어 있다. 최고 레벨인 100에 도달하는 것은 일반 RPG 게임과 마찬가지로 전투만 반복하는 것으로 시간만 투자하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최고 레벨에 도달한 다음부터이다.
게임 내에는 수 많은 장비품들이 등장한다. 이런 장비품들을 중에는 상점에서 판매하는 평범한 것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고, 나머지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기존 파판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특수한 조건을 달성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최고 레벨에 도달한 직후에 시작되는 것이 바로 아이템 파밍이다.
온라인 대전성을 강화해 놓은 디시디아의 특성상 온라인 전투에서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하여 강력한 장비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CPU와의 전투로 최고 레벨에 도달하였다면 이번에는 사람과의 전투를 위하여 끝 없는 아이템 파밍의 가시밭길로 뛰어 들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숨겨진 컨텐츠의 분량은 상당히 많아서, 디시디아 발매 전 개발자의 언급에 따르면 하루 3~4시간 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모든 컨텐츠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상당한 분량이다.
◆ 복잡하고 깊은 만큼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
디시디아는 조작법도 간단하고 캐릭터 키우기도 쉽고 스토리도 꼬여 있지 않아서 난이도가 낮은 게임인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파고들기에는 부담이 큰 게임이기도 하다.
일단 언어 문제를 첫 번째로 들을 수 있다. 아무리 게임 매뉴얼을 한글로 번역하고 공략본을 제공한다고 해도 게임 내의 언어가 모조리 일본어로 되어 있으니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공략본만을 따라하다가 게임이 제공하는 컨텐츠의 반도 즐기지 못하고 게임을 접게 되어버린다.
영어 버전으로 발매된다면야 그나마 게임을 할 수 있는 유저폭이 늘어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일본어로 되어 있으니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은 노릇이다. 특히 게임 내에서 가장 편리한 기능이라고 칭송받는 온라인 매뉴얼 역시 깡그리 일본어로 되어 있으니 게임 패키지에서 제공하는 한글 매뉴얼의 효용성은 말 그대로 초보용 조작 가이드 수준에 불과하다.
파판 20년 기념작으로 발매될 정도로 주목을 받은 게임이라면 파판의 팬층을 늘리기 위해서 발매 일정을 조금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한글로 나와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복잡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기존 파판 시리즈에 등장했던 핵심적인 시스템들을 전부 압축하여 하나의 게임에 집어넣은 까닭에, 기존 시리즈를 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시스템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방대한 컨텐츠 중 하나인 각종 어빌리티/악세사리/장비품의 무한에 가까운 조합 방법은 기존의 RPG에서 제공하던 최강장비라는 개념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파판의 이름만 듣고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게 만드는 막막함을 안겨 준다.
세 번째로 들 수 있는 문제는 CPU의 인공지능을 들 수 있다. 어느 대전 게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인공지능의 헛점에 대한 문제점 역시 디시디아에서 그대로 등장한다. 특정한 캐릭터가 사용하는 스킬 조합이 너무나 강력하여 CPU는 절대 피하지 못하는 패턴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인공지능의 구멍으로 인해 특정 캐릭터의 레벨업은 매우 빠르지만 그렇지 못한 캐릭터는 레벨업에 오랜 시간이 걸려서, 모든 캐릭터를 즐기게 한다는 게임 자체의 목적을 특정 캐릭터 편중 현상이 벌어지게 하여 게임의 수명을 줄이는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 그렇지만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
이런저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역시 디시디아 파판은 말 그대로 파판의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이다. 일부 최근 작품을 제외한 과거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모조리 등장하고, 그 외의 조연들 역시 온라인 매뉴얼 등에서 깜짝 출현을 한다.
또한 주인공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목소리 역시 일본의 A급 성우들을 대거 고용하여 기존 시리즈에서도 강력했던 캐릭터들의 개성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 물론 악역들 역시 주인공들과 동급의 카리스마를 자랑할 정도로 화려한 성우진이 포진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원작에서 사용했던 각종 스킬들을 디시디아 내에서 전부 구현했기 때문에, 도트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마법이나 검기들이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일신되어 보는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정말로 20주년 기념이라는 단어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파판의 역사가 하나의 게임에 모두 담겨 있다.
시스템에 적응하고 이 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 기자는, 현재 밤이나 낮이나 출퇴근 시간이나 잠자기 전이나 빈 틈만 있으면 디시디아를 플레이하고 있을 정도로 푹 빠져 있다. 심지어는 지인들에게 강추 게임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기자에게 디시디아에 대해 평가를 내려 보라고 한다면 단 한 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파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파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파판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는 종합선물셋트라고 말이다.
Inven Fact - 이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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