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은 잠입' 이선우, "격투 게임 흥행,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이시훈 기자 (desk@inven.co.kr)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7월에 펼쳐진 세계 최고의 격투 게임 축제 Evolution Championship Series(이하 EVO)는 475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ESPN을 통해서 경기를 지켜봤다. 12월에 펼쳐질 캡콤 프로투어 또한, 그 규모와 열기를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성대하게 개최될 예정이다.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서 전 세게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을 주름잡는 선수가 있다.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의 '인생은 잠입' 이선우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선우는 스트리트파이터 종목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정점에 올랐다. 화려한 플레이와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이선우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투 게임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하지만, 언제나 꾸준했던 이선우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왔다. 이선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2017 EVO에서 조기 탈락을 하는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연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이선우는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가장 약한 캐릭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한국인 캐릭터 '주리'를 사용해서 캡콤 프로투어의 일환인 2017 마닐라컵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슬럼프를 극복했다. 우승 직후 태극기 세러머니를 즐겨 하며 남다른 애국심을 표현했던 이선우는 인터뷰에서 "한국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격투 게임 e스포츠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편이지만, 격투 게임에 인생을 바친 이선우 같은 프로 게이머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입지가 좁을 것 같지는 않다. 남다른 애국심과 위대한 포부를 가진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 이선우는 "격투 게임 흥행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트파이터5를 주 종목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 '인생은 잠입' 이선우입니다.
Q. '인생은 잠입'이라는 닉네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잠입 액션 게임 '메탈기어솔리드'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거기서 따온 닉네임입니다. 약간 중2병 같은 느낌이죠. 당시에 무엇을 좋아하면 '인생은~' 라는 식으로 별명을 붙이곤 했거든요. 사실 그때 지은 닉네임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해외에서 'infiltration'이라고 계속 불러줘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결혼에 성공하면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됐습니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6월에 결혼해서 이제 결혼 3개월 차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이 많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Q. 2017 EVO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필리핀에서 펼쳐진 마닐라컵 2017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하네요.
저에게 정말 의미가 큰 대회였습니다. 마닐라컵은 캡콤 프로투어의 일환인 아시아 랭킹 대회였어요. 제가 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기서 우승해야 12월에 열리는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대회를 우승하면서 포인트를 많이 얻었어요.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캐릭터인 '주리'를 사용해서 처음 우승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컸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한국인 캐릭터 주리로 우승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비주류 캐릭터로 평가 받는 '주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의 메인 캐릭터였던 '내쉬'가 너프를 심하게 당하면서 제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 주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주리는 대표적인 '최약캐'였죠. 프로게이머인데,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내가면서 이 캐릭터를 고집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캐릭터가 약하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선수가 국적에 맞는 캐릭터를 사용해서 이기는 것도 멋지잖아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인 캐릭터가 적어서 한국인 캐릭터인 주리에게 더 애착이 갔어요. 그리고 저처럼 한국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기도 했어요.
Q. 한국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대회에서 보여주는 태극기 세레머니를 보면 애국심이 상당한 것 같아요.
태극기 세레머니를 하는 사진이 많이 찍혔는데, 사실 대회에 태극기를 일부러 들고 가지는 않아요. 이기고 나면 옆에서 슬쩍 태극기를 건내줘요. 아마 우승하는 선수의 국적에 맞는 국기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기분 좋게 태극기를 등에 메고 우리나라 선수가 해외에서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보여줍니다. 스스로 한국의 프로게이머라는 자부심도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잖아요. 거기에 일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Q. 비주류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평소에 게임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이제 가장이기도 하고 해외 경기가 많아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를 다룰 수 있어서, 이미지 트레이닝한 것을 조금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숙련도를 발휘할 수 있어요.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면 대회에서 어려운 상성을 만나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대회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선수로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이미지 트레이닝 위주로 연습하면, 숙련도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 점이 저도 아쉬워요. 그래서 해외를 가더라도 조금의 시간이라도 생기면 연습을 하려고 노력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상상한 것을 실제 게임을 통한 연습으로 숙련도를 최대한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Q. 현재 스트리트파이터에서 주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중동 캐릭터인 '라시드'가 강하면서 인기가 많고, 2017 EVO에서 토키도 선수가 우승할 때 사용한 고우키도 강력합니다. 또한, '칙칙이'라는 별명의 미국 캐릭터 '발로그', 일본 캐릭터 '이부키'도 요즘에 정말 강해서 스페셜리스트가 많아요.
Q. 본격적으로 격투 게임 선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9년에 스트리트파이터4 한글판을 재밌게 했습니다. 렉이 없어서 온라인 게임인데 오락실 느낌이 났어요. 집에서도 재밌게 할 수 있어서 진지하게 스트리트파이터4를 시작했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4 붐이 일어나면서 대회도 많아졌고,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여기에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덧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대회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미디어에 노출될 때는 진지하고 조용한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개인 방송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밌는 것을 좋아하고 시끌시끌한 성격이에요. 개인 방송의 특성상 해외 시청자들은 저의 숙련된 플레이를 좋아해서 조용하게 방송해도 되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소통하고 재밌게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저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과하지 않은 방향으로 재밌게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85년생이면 한국의 프로게이머로서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네요.
나이가 많아서 힘든 점은 전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PC 게임 선수들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어린 편이라고 생각해요. 4, 50대가 되도 체력만 된다면 계속 선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설적인 선수인 일본의 우메하라 선수는 40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요. 그런 선수들은 피지컬이 엄청나요. 저도 아직 반응 속도나 체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격투 게임이라고 해서 피지컬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정확한 컨트롤과 빠른 입력이 필요한 게임이죠.
Q. 그렇다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누군가요?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일본의 토키도 선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기도 하고 생각이 비슷한 면이 많아서, 존경하면서도 앞서나가고 싶습니다.
Q. 국내에서 소수인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는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에 뛰어들어서 판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스폰서도 빨리 얻습니다. 워낙 마이너한 장르잖아요. 저는 프로게이머라고 불리는 것도 좋지만, 스폰서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스트리트파이터5 홍보도 많이 합니다.
저는 말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말해요. 격투 게임은 재밌는 게임이고, 여러분이 직접 하지는 않아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저처럼 이 판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진 스트리트파이터라는 게임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 대회는 대부분 해외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 점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대부분 해외 대회라서 힘든 점이 많습니다. 시차가 항상 다르기 때문에 시차를 맞추기 위해서 잠도 많이 자야 해요. 음식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고요. 한국에 돌아오면 바로 밥 생각부터 나요. 해외에 한 번 나가면 비행기를 12시간 이상 타고, 남미의 경우에는 26시간 이상 비행한 적도 있어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방송을 통해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과 중계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힘을 많이 얻습니다.
Q. 한국의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은 여전히 좁은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을 넓힐 수 있을까요?
2009년부터 격투 게임 e스포츠가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캡콤 프로투어 관련 대회만 해도 수십 개가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캡콤이 비장의 카드로 스트리트파이터5를 빠르게 출시한 것 같아요. 스트리트파이터5는 전작보다 직관성이 뛰어나고 템포가 빨라서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작이 출시되면서 대회의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스피릿제로같은 좋은 팀이 노력해준 것도 있고,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도 주효했어요. 지금 해외 대회 중계를 보면 한국어 채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이대로 게임의 완성도 높은 상태로 지속된다면, 메이저 종목은 될 수 없어도 e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라고 하면 여전히 오락실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공중파 방송에 나오는 스트리트파이터는 스트리트파이터2에요. 스트리트파이터2는 단순하면서 재밌고 각자의 추억이 있는 게임이라서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PC 게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신작 스트리트파이터5를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리트파이터5가 미디어에 노출되면 스트리트파이터를 알았던 사람들이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앞으로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잠입 선수가 생각하는 스트리트파이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직관성이 뚜렷한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어려운 게임이지만, 비교적 단순한 편이에요. 특히, 스트리트파이터5로 넘어오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많이 좁혀졌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4에서는 역전도 잘 안나오고,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절대 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데미지가 높아져서 역전도 잘 나오고, 간혹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에게 패하는 경우도 나와요. 화끈하고 긴장감이 넘치죠.
Q.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좁아지면, 운적인 요소로 경기 결과가 결정되지 않을까요?
운적인 요소가 심해지긴 했어요. 전설적인 선수들도 예선에서 무명 선수에게 져서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이 많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시즌이 바뀌고 시스템과 캐릭터가 추가되면 게임이 점점 더 복잡해질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프로 선수들에게 욕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일단 시간을 투자해서 판을 키우고 천천히 맞춰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막상 당하면 욕이 저절로 나오곤 해요(웃음).
Q. 스트리트파이터5는 전작보다 낮이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격투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유저들에게 게임을 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해요. 게임이 단순해졌기 때문에, 막상 플레이해보면 쉽고 재밌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캡콤이 대회를 많이 열면서 게임을 최대한 노출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게임을 잘 몰라도 대회가 있으면 보게 되고, 보는 재미가 있고 선수들 사이에 스토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게임을 직접 사서 플레이하게 될 거예요. '계속 보여주면서 하고 싶게 만들어라' 이것은 저 같은 선수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게임사와 방송국이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미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위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기존 유저들도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신규 유저가 들어왔을 때, 냉대하며 짓밟으면 유저 풀이 넓어질 수 없어요. 신규 유저들을 잘 보듬어주며 일단, 유저 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신규 유저들도 격투 게임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출발한 뒤 서로 수준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격투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야 해요. 그 점이 굉장히 어렵지만, 몇 년 안에 잘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워낙 재밌는 게임이 많아서 쉽게 게임을 갈아타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래서 게임 하나를 몇 년 동안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격투 게임은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기존 유저들도 충분히 신규 유저를 받아주고 도와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맞아야 격투 게임의 유저 풀이 넓어질 거예요.
Q. 작년에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해외 활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년까지만 해도 목표는 매년 같았어요. 열심히 해서 커리어를 쌓고 상을 받는 것이었죠. 그러면 '잠입'이라는 선수가 격투 게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격투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이 되면서 목표가 많이 바뀌었어요.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성적을 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됐습니다. 그래서,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가기 위한 확실한 포인트를 쌓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꼭 진출해서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많이 답답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우승을 차지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부탁이 있다면, 자국 선수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회 중계 채팅창을 자주 보는데, 한국 선수가 지면 "그럴 줄 알았다.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을 이길리가 없지"라는 말을 많이 봐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슬픕니다. 경기를 위해서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을 써주면 실제로 힘이 나고 경기력이 올라가요. 열심히 할 테니 비난보다는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 같이 '원기옥'을 모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꼭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서 전 세게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을 주름잡는 선수가 있다.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의 '인생은 잠입' 이선우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선우는 스트리트파이터 종목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정점에 올랐다. 화려한 플레이와 기복 없는 꾸준함으로 이선우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격투 게임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하지만, 언제나 꾸준했던 이선우에게도 '슬럼프'라는 것이 찾아왔다. 이선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2017 EVO에서 조기 탈락을 하는 등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연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이선우는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가장 약한 캐릭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한국인 캐릭터 '주리'를 사용해서 캡콤 프로투어의 일환인 2017 마닐라컵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슬럼프를 극복했다. 우승 직후 태극기 세러머니를 즐겨 하며 남다른 애국심을 표현했던 이선우는 인터뷰에서 "한국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격투 게임 e스포츠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편이지만, 격투 게임에 인생을 바친 이선우 같은 프로 게이머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입지가 좁을 것 같지는 않다. 남다른 애국심과 위대한 포부를 가진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 이선우는 "격투 게임 흥행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트리트파이터5를 주 종목으로 활동하고 있는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 '인생은 잠입' 이선우입니다.
Q. '인생은 잠입'이라는 닉네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잠입 액션 게임 '메탈기어솔리드'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거기서 따온 닉네임입니다. 약간 중2병 같은 느낌이죠. 당시에 무엇을 좋아하면 '인생은~' 라는 식으로 별명을 붙이곤 했거든요. 사실 그때 지은 닉네임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해외에서 'infiltration'이라고 계속 불러줘서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최근 결혼에 성공하면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됐습니다.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나요?
6월에 결혼해서 이제 결혼 3개월 차입니다. 결혼 준비 과정이 많이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Q. 2017 EVO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최근 필리핀에서 펼쳐진 마닐라컵 2017 스트리트파이터5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소감이 궁금하네요.
저에게 정말 의미가 큰 대회였습니다. 마닐라컵은 캡콤 프로투어의 일환인 아시아 랭킹 대회였어요. 제가 포인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여기서 우승해야 12월에 열리는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대회를 우승하면서 포인트를 많이 얻었어요.
앞으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캐릭터인 '주리'를 사용해서 처음 우승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컸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한국인 캐릭터 주리로 우승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비주류 캐릭터로 평가 받는 '주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의 메인 캐릭터였던 '내쉬'가 너프를 심하게 당하면서 제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 주리를 찾았어요. 하지만, 주리는 대표적인 '최약캐'였죠. 프로게이머인데, 대회에서 성적을 못 내가면서 이 캐릭터를 고집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캐릭터가 약하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선수가 국적에 맞는 캐릭터를 사용해서 이기는 것도 멋지잖아요.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인 캐릭터가 적어서 한국인 캐릭터인 주리에게 더 애착이 갔어요. 그리고 저처럼 한국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기도 했어요.
Q. 한국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대회에서 보여주는 태극기 세레머니를 보면 애국심이 상당한 것 같아요.
태극기 세레머니를 하는 사진이 많이 찍혔는데, 사실 대회에 태극기를 일부러 들고 가지는 않아요. 이기고 나면 옆에서 슬쩍 태극기를 건내줘요. 아마 우승하는 선수의 국적에 맞는 국기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기분 좋게 태극기를 등에 메고 우리나라 선수가 해외에서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떳떳하게 보여줍니다. 스스로 한국의 프로게이머라는 자부심도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잖아요. 거기에 일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Q. 비주류 캐릭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를 잘 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평소에 게임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해요. 이제 가장이기도 하고 해외 경기가 많아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캐릭터를 다룰 수 있어서, 이미지 트레이닝한 것을 조금만 연습하면 어느 정도 숙련도를 발휘할 수 있어요.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면 대회에서 어려운 상성을 만나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대회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선수로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이미지 트레이닝 위주로 연습하면, 숙련도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 점이 저도 아쉬워요. 그래서 해외를 가더라도 조금의 시간이라도 생기면 연습을 하려고 노력해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상상한 것을 실제 게임을 통한 연습으로 숙련도를 최대한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Q. 현재 스트리트파이터에서 주류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중동 캐릭터인 '라시드'가 강하면서 인기가 많고, 2017 EVO에서 토키도 선수가 우승할 때 사용한 고우키도 강력합니다. 또한, '칙칙이'라는 별명의 미국 캐릭터 '발로그', 일본 캐릭터 '이부키'도 요즘에 정말 강해서 스페셜리스트가 많아요.
Q. 본격적으로 격투 게임 선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9년에 스트리트파이터4 한글판을 재밌게 했습니다. 렉이 없어서 온라인 게임인데 오락실 느낌이 났어요. 집에서도 재밌게 할 수 있어서 진지하게 스트리트파이터4를 시작했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4 붐이 일어나면서 대회도 많아졌고,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여기에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활동을 시작했고, 어느덧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대회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미디어에 노출될 때는 진지하고 조용한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개인 방송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밌는 것을 좋아하고 시끌시끌한 성격이에요. 개인 방송의 특성상 해외 시청자들은 저의 숙련된 플레이를 좋아해서 조용하게 방송해도 되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소통하고 재밌게 웃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저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과하지 않은 방향으로 재밌게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85년생이면 한국의 프로게이머로서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네요.
나이가 많아서 힘든 점은 전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다른 PC 게임 선수들의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어린 편이라고 생각해요. 4, 50대가 되도 체력만 된다면 계속 선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설적인 선수인 일본의 우메하라 선수는 40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요. 그런 선수들은 피지컬이 엄청나요. 저도 아직 반응 속도나 체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격투 게임이라고 해서 피지컬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정확한 컨트롤과 빠른 입력이 필요한 게임이죠.
Q. 그렇다면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누군가요?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일본의 토키도 선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기도 하고 생각이 비슷한 면이 많아서, 존경하면서도 앞서나가고 싶습니다.
Q. 국내에서 소수인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에 격투 게임 프로게이머는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에 뛰어들어서 판을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스폰서도 빨리 얻습니다. 워낙 마이너한 장르잖아요. 저는 프로게이머라고 불리는 것도 좋지만, 스폰서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스트리트파이터5 홍보도 많이 합니다.
저는 말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말해요. 격투 게임은 재밌는 게임이고, 여러분이 직접 하지는 않아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저처럼 이 판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30년 이상 이어진 스트리트파이터라는 게임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 대회는 대부분 해외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 점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대부분 해외 대회라서 힘든 점이 많습니다. 시차가 항상 다르기 때문에 시차를 맞추기 위해서 잠도 많이 자야 해요. 음식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고요. 한국에 돌아오면 바로 밥 생각부터 나요. 해외에 한 번 나가면 비행기를 12시간 이상 타고, 남미의 경우에는 26시간 이상 비행한 적도 있어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항상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방송을 통해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과 중계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힘을 많이 얻습니다.
Q. 한국의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은 여전히 좁은 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격투 게임 e스포츠 판을 넓힐 수 있을까요?
2009년부터 격투 게임 e스포츠가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캡콤 프로투어 관련 대회만 해도 수십 개가 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캡콤이 비장의 카드로 스트리트파이터5를 빠르게 출시한 것 같아요. 스트리트파이터5는 전작보다 직관성이 뛰어나고 템포가 빨라서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작이 출시되면서 대회의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중계를 담당하고 있는 스피릿제로같은 좋은 팀이 노력해준 것도 있고,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도 주효했어요. 지금 해외 대회 중계를 보면 한국어 채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이대로 게임의 완성도 높은 상태로 지속된다면, 메이저 종목은 될 수 없어도 e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라고 하면 여전히 오락실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끔 공중파 방송에 나오는 스트리트파이터는 스트리트파이터2에요. 스트리트파이터2는 단순하면서 재밌고 각자의 추억이 있는 게임이라서 미디어에 계속 노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PC 게임으로도 플레이할 수 있는 신작 스트리트파이터5를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켜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리트파이터5가 미디어에 노출되면 스트리트파이터를 알았던 사람들이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앞으로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Q. 잠입 선수가 생각하는 스트리트파이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직관성이 뚜렷한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어려운 게임이지만, 비교적 단순한 편이에요. 특히, 스트리트파이터5로 넘어오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많이 좁혀졌습니다. 스트리트파이터4에서는 역전도 잘 안나오고,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절대 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데미지가 높아져서 역전도 잘 나오고, 간혹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에게 패하는 경우도 나와요. 화끈하고 긴장감이 넘치죠.
Q.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좁아지면, 운적인 요소로 경기 결과가 결정되지 않을까요?
운적인 요소가 심해지긴 했어요. 전설적인 선수들도 예선에서 무명 선수에게 져서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이 많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시즌이 바뀌고 시스템과 캐릭터가 추가되면 게임이 점점 더 복잡해질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프로 선수들에게 욕을 먹을 수 있지만, 저는 일단 시간을 투자해서 판을 키우고 천천히 맞춰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막상 당하면 욕이 저절로 나오곤 해요(웃음).
Q. 스트리트파이터5는 전작보다 낮이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격투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유저들에게 게임을 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해요. 게임이 단순해졌기 때문에, 막상 플레이해보면 쉽고 재밌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캡콤이 대회를 많이 열면서 게임을 최대한 노출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게임을 잘 몰라도 대회가 있으면 보게 되고, 보는 재미가 있고 선수들 사이에 스토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게임을 직접 사서 플레이하게 될 거예요. '계속 보여주면서 하고 싶게 만들어라' 이것은 저 같은 선수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게임사와 방송국이 해결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이미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위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기존 유저들도 마인드를 바꿔야 합니다. 신규 유저가 들어왔을 때, 냉대하며 짓밟으면 유저 풀이 넓어질 수 없어요. 신규 유저들을 잘 보듬어주며 일단, 유저 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신규 유저들도 격투 게임은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출발한 뒤 서로 수준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격투 게임 커뮤니티가 활성화돼야 해요. 그 점이 굉장히 어렵지만, 몇 년 안에 잘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워낙 재밌는 게임이 많아서 쉽게 게임을 갈아타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래서 게임 하나를 몇 년 동안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격투 게임은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 점을 인정하고 시작하면, 기존 유저들도 충분히 신규 유저를 받아주고 도와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맞아야 격투 게임의 유저 풀이 넓어질 거예요.
Q. 작년에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해외 활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년까지만 해도 목표는 매년 같았어요. 열심히 해서 커리어를 쌓고 상을 받는 것이었죠. 그러면 '잠입'이라는 선수가 격투 게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격투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이 되면서 목표가 많이 바뀌었어요.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성적을 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됐습니다. 그래서,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가기 위한 확실한 포인트를 쌓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캡콤 프로투어 결승전에 꼭 진출해서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Q. 스트리트파이터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많이 답답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의미 있는 우승을 차지하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한국 팬들에게 부탁이 있다면, 자국 선수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회 중계 채팅창을 자주 보는데, 한국 선수가 지면 "그럴 줄 알았다. 한국이 일본이나 미국을 이길리가 없지"라는 말을 많이 봐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슬픕니다. 경기를 위해서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을 써주면 실제로 힘이 나고 경기력이 올라가요. 열심히 할 테니 비난보다는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 같이 '원기옥'을 모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꼭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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