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장과 수입보다 절실한 것.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전설'로 불렸던 '솔로' 강근철이 MVP PK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프로게이머에 도전한다. 한때 프로게이머로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봤지만, 세계 무대에 서보고 싶은 마음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2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 다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어린 친구들이 득세하는 FPS 시장. 기존 카운터스트라이크 오리지날과 다르다는 글로벌 오펜시브를 해야 했지만, 새로운 도전에도 그는 당당했다. 30살이라는 나이와 현실적인 문제에 흔들리기보다 다시 한번 게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다시 잡은 마지막 기회인 만큼 그의 표정에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났다.

힘든 일부터 안정적인 직장 생활까지 해봤던 '솔로' 강근철. 그가 다시 한번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Q.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 부탁한다.

돌아온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게이머 '솔로' 강근철이라고 한다. 팀에서는 스나이퍼와 오더 역할을 맡고 있다.


Q. 프로젝트 KR을 그만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군대에 다녀와서 다양한 일을 해봤다. 돈을 쉽게 벌었다고 생각해서 힘들게도 벌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몸 쓰는 일부터 횟집 서빙, 옷 장사까지 여러 일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아는 형이 FPS 게임을 만드는 회사 개발팀 자리를 제안해줘서 다니게 됐다. '블랙 스쿼드'를 만든 NS 스튜디오에서 생활을 2년 정도 열심히 하던 중에 현 MVP PK에 있는 (편)선호 형 때문에 다시 프로게이머의 길을 걷게 됐다.


Q. 권유보다 본인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면?

지금 못하면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서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CS : GO의 시장을 살펴봤다. 예전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비교해서 확실히 시장 규모가 커졌더라. 더이상 시기를 미룰 수 없더라.



Q. 게임 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다가도 온라인 대회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일과 대회 준비를 병행했나?

평소에는 게임을 안 했다. 하기 시작하면 계속 하고 싶을 것 같아서 일에만 집중했다. 대회가 있으면 반짝 준비해서 나가는 정도였다. 출근하면 직장인처럼 일하고 퇴근하면 연습을 했다. 만약 야근을 하게 되면 대회 연습이라도 확실히 배제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오리지날은 우리가 한국에서 독보적인 1위였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는 안 했다. 군대 제대 이후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대회가 많았는데, 거의 다 우승했다. 대회가 끝나면 다시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대회에 출전할 당시 회사에서 많이 신경써줬다. 대부분 대회가 있으면 휴가를 쓰게 해줬다. 물론, 몰래 나간 대회도 있었는데, 아마 회사에서 알고도 모르는 척 해준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월드 챔피언십이 있었다. 당시 휴가가 없어서 대회에 나가도 되겠냐고 PD님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흔쾌히 허락해줬다. 정말 감사하다.


Q.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돌아보자면?

위메이드 폭스로 활동하던 시절에 세계 대회인 2010 WEM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팀은 항상 메이저 대회에 나가면 4강이나 준우승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는데,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당시 팀 상황은 굉장히 안 좋았다. 당시 우리가 위메이드 폭스 소속이었는데, 계약 연장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유명했던 스타크래프트 팀도 없어진다는 소문이 있었고 실제로 그해에 사라져버렸다. 이제부터 모든 대회를 석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무렵에 후원을 받지 못하니 정말 힘들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군대에 가게 됐다. 나한테는 정말 귀중한 2년이었는데, 그렇게 날아가 버리니 너무 아쉬웠다.


Q. 다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겠다는데 주변 지인들의 반대는 없었나?

지인들에게 말하면 모두 말릴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 잘 됐으면 좋겠고, 심지어 멋지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여자 친구도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말하며 믿어줬다. 회사다닐 때보다 만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는 한다. 시간이 남을 줄 알았는데, 팀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혼자 시간을 내기가 애매해졌다.

대회가 주말에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혼자 나가버리면 나머지 네 명의 연습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냥 개인 연습을 하고 팀 연습은 못 한다. 만약 네 명이 하더라도 다시 빠진 한 명에게 알려줘야 하니까 시간상으로 손해가 크다.



Q.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젝트 KR 출신 선수들이 뭉쳤다. 다시 함께 하게 된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다른 클랜 출신도 있지만, 다섯 명 전부 다 알고 지내던 사이다. 큰 형이 32살이고 길게 1~2년 정도 활동을 더 하려고 마음먹은 것 같다. 팀에서 가장 나이 어린 팀원이 27살이다(웃음). 지금은 '아재팀'이라고 불리는데, 내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가 17살이었던 걸 생각하니 더욱 신기하다. 지금 MVP 연습생 친구들 나이가 18살 정도 된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예전에 게임을 하던 생각이 나더라. 우리 팀은 PC방에서 함께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환경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Q. FPS 게임은 어린 선수들이 확실히 '샷'이 좋다는 말들이 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35살 정도 되면 몸이 굳어질지 모르겠는데, 아직까지 어린 친구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우리 팀의 연장자인 선호 형이 32살인데, 총은 어린 친구들보다 잘 쏜다. 그런 경우를 보면서 게임과 나이는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Q. 팀에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프로게이머들이 많다. 이들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을까?

팀원들끼리 잘 안 싸운다. 서로 성격을 잘 알다 보니까 그러려니 한다. 팀원들 사이가 쉽게 틀어지지 않는다. 팀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싸우더라도 금방 풀 수 있다. 서로 먼저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 점까지 이해해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정말 심하게 많이 싸웠지만, 지금은 욕을 하더라도 금방 풀어버리니 신기하더라.

게임 내적으로는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경력의 장, 단점이 크게 없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과 글로벌 오펜시브(CS:GO)는 완전히 다르다고 본다. 스타크래프트1과 스타크래프트2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요즘 국내에서는 오버워치가 FPS 중 가장 인기가 많다. 오버워치엔 없는 CS : GO 만의 장점을 뽑아보자면?

오버워치는 직접 플레이하는 게 재미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보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버워치를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누가 살았고 사망해서 몇 대 몇 대결 구도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경기를 보는데 확실히 긴장감이 흐른다.


Q. 앞으로 대회 일정과 각오에 대해 듣고 싶다.

지금 온라인 예선을 치르고 있다. 예선 조별 리그 2등 안에 들면 호주에서 하는 ZEN 리그에 참가할 수 있다. 빨리 아시아에서 '원탑' 자리를 가져가는 게 첫 목표다. 우리 팀이 다시 뭉친지 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전에는 아시아에서 1등을 했으면 좋겠다. 빨리 세계 메이저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끝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예전에는 세계 대회에 나가서 팬들에게 우리의 활약을 충분히 보여줬다. 지금은 대회에 못 나가고 있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빨리 세계 대회로 나가 많은 팬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싶다.



사진 = 박채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