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는 나를 위한 게임을 할 때" 이제동-신동원의 해외 활동 이야기
김홍제 기자 (koer@inven.co.kr)
프로게이머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소개해 드릴 두 선수는 10대 후반부터 이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 뛰어들었고, 정상에도 올라봤으며 지금도 계속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 이후 많은 국내 팀 소속 선수들이 해외 행을 선택했었습니다. 이적 후 잘 적응하며 성공한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혼자 모든 걸 관리해야 하는 해외 생활에 도태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죠.
하지만 이제동과 신동원은 달랐습니다. 스타1 시절부터 연습이나 자기관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철두철미 했던 탓이었을까요? 두 선수는 현재 미국에서 머물고 있으며 해외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제동과 신동원. 그들이 해외 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Q.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간단히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신동원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인사드릴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기쁘네요. 미국으로 건너온 지 1년쯤 됐는데, 여기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2 리그 경기를 다 챙겨보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제동 : 국내 매체와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고 긴장되네요(웃음).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두 선수 모두 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죠?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신동원 :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ROOT 게이밍 숙소에서 지내고 있어요. 평소에 연습하면서 해외 대회 일정이 많다 보니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빨리 가요.
이제동 : 저도 샌프란시스코에 살아요. 동원이랑 차로 40분 정도 거리로 가까워요. 제가 있는 곳은 EG 숙소인데, 스타2 선수는 저 혼자고 도타2 선수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해외 대회 일정이 많다 보니 숙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세계 곳곳에 떠돌며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번 MSI MGA 2015 대회가 끝나면 WCS 경기를 치르러 폴란드로 떠나요.
Q. 그럼 영어 실력도 굉장히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요?
신동원 :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어를 정말 못하는 편이었어요. 해외팀을 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했는데, 큰 도움은 안되더라고요(웃음). 1년쯤 미국에 있으니까 기본 회화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같은 팀 외국 선수들이 영어를 좀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선수들은 아무래도 개인주의가 강해서 제가 영어를 틀리게 말해도 적극적으로 알려주려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탁했죠. 틀린 부분들이 있을 때마다 고쳐달라고요. 지금은 팀원 모두가 제 영어 선생님이에요.
이제동 : 영어 공부를 딱히 하진 않았어요. EG에 입단한 건 2012년 말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했거든요. 미국에 완전히 들어온 건 올해 초에요. 해외에 많이 다니고, 외국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영어가 많이 늘었다기보다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눈치도 빨라졌고(웃음), 리액션도 커지고요.
Q. 신동원, 이제동 선수 모두 국내에서 활동할 때 팀을 대표하는 저그였어요. 그런데 해외팀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뭔가요?
신동원 : 프로리그 14시즌 후반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팀에서도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저는 경력도 오래된 편이고, 왠지 지금이 아니면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이런 좋은 기회를 언제 또 누려보겠어요(웃음).
이제동 : 원래 해외팀에 갈 생각은 딱히 없었어요. 당시 EG에 완전 이적이 아니라 임대로 갔었고요. 100% 내 의지가 아니라 약간 등 떠밀려서 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잘 맞기도 하고, EG로 이적한 뒤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도 터득한 것 같아요. EG에 있으면서 추억도 많이 쌓았고, 한국에서 활동하면 느끼지 못할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Q. 10대 후반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해서 수년간 국내 게임단에 있었어요. 그러다 해외팀에 합류했을 때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뭔가요?
신동원 : 처음 ROOT 게이밍과 접촉했을 때 오너인 'Catz'와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저한테 정말 많은 배려를 해준다고 느꼈고, 생활도 정말 좋았어요. 작년 11월에 미국으로 갔는데, 당시 제가 '내년 6~7월에 한국 다녀와도 되냐'고 하니까 'Catz'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KeSPA 소속팀이 아니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요.
스스로 자기 관리만 잘하면 해외팀이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해외로 이적했다가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저는 성격상 스스로 나태해지는 걸 참지 못해요.
이제동 : 화승 오즈 시절에 아마 모든 팀 중 우리가 연습이 제일 엄격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런 곳에서 수년간 연습하며 무의식중에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이 많이 배어 있어요.
그래서 해외 팀에서도 프로게이머로서 최소한의 자기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따로 마음먹지 않아도 그동안의 습관, 노하우다 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죠.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는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고, 평소에 연습하는 자세, 노하우, 수면시간도 철저히 지키고 있어요.
Q. 프로게이머들은 승부욕이 정말 강하잖아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한국 무대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신동원 : 굳이 한국에서 있지 않아도 해외 대회나 WCS 그랜드 파이널처럼 큰 무대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아직 1년도 채 안 돼서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네요.
이제동 :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국내와 해외, 모두 장,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 팀은 정말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겪어봤잖아요. 사실 외국 문화를 경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최고의 무대인 한국에서 국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더라고요. 예전에는 팬들이 원하는 '프로게이머 이제동'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정말 지쳤어요.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한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는 정말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Q. 두 선수 모두 어느새 20대 중반이네요. 프로게이머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데, 언제까지 활동할 것 같나요?
신동원 : 프로게이머가 수명이 긴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활동하는 동안은 최대한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제동 : 제가 어느 순간부터 예전처럼 연습을 정말 많이 하면 눈이 아프기 시작했어요(웃음). 모니터를 못 볼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언제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정해놓고 있진 않지만,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Q.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공허의 유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선수가 생각하는 공허의 유산은 어떤가요?
신동원 : 아직 제대로 해보진 않았는데, 팀원들이 하는 걸 옆에서 많이 지켜보고 있어요. 저는 블리자드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최근 패치를 통해 프로토스의 시간 증폭, 저그의 애벌레 펌핑, 테란의 지게 로봇이 없어지면서, 예전처럼 마이크로적인 컨트롤을 더 요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밸런스 패치노트가 나오면 다 정독하면서 읽어보는 편인데,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이제동 : 아직 정식 발매된 게임이 아니고, 군단의 심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다만, 저한테는 재미가 있는 게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Q. 국내 팬들은 이제동 선수의 국내 무대 복귀를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동 : 팬들이 제가 해외에서 활동해도 항상 응원해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한국에 복귀하는 걸 원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현재 EG에서의 대우나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언제 한국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직접 말씀을 드리긴 힘들지만, 기회가 생기면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해외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가장 바뀐 점이 있다면 뭔가요?
신동원 : 예전에는 게임을 정말 죽기 살기로 했는데, 요즘에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잘 풀리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제일 좋네요.
이제동 : 해외에서는 토너먼트식 단기 대회를 많이 하니까 컨디션 조절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리고 동원이랑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진짜 죽기 살기로 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죠. 승부욕이 떨어진 건 전혀 아니지만, 지금은 대회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음 대회를 바로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자책도 많이 하고 아쉬워하는 게 컸는데 그게 모두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이란 걸 알게 됐죠. 그리고 해외로 온 뒤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가지고 있어요. 마인드에 있어서 한국인의 장점과 미국인의 장점이 섞였다고 할까요?(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대회는 뭐가 있을까요?
신동원 : 올해 6월 말 때쯤, WCS 시즌2 파이널을 위해 캐나다에 갔을 때가 제일 생각나요. 원래 체력이 좀 약해서 마지막 날은 정말 힘이 없었는데, 우승해서인지 정말 피곤하지도 않고,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이제동 : 2013년 WCS 그랜드 파이널을 잊을 수 없어요. 해외 팬들의 환호가 정말 인상적이었죠. 팬들도 진짜 많았고요. 2013 드림핵 발렌시아도 기억에 남네요. 당시 스페인에 처음 갔었는데, 드림핵은 항상 애프터 파티가 있거든요? 그때 술을 정말 많이 마셨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바닷가 바로 앞이었는데, 스페인이 왜 정열의 나라라고 부르는지 알게 됐어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스페인에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Q. 세계 곳곳으로 해외 대회를 많이 다녔는데, 팬들에게 여행할만한 곳을 추천하자면?
신동원 : 보통 대회 일정이 빡빡하면 관광을 거의 못해요. 그래서 요즘은 티켓을 하루 늦춰서 관광을 꼭 하려고 하는 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를 추천해요.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이 정말 멋졌어요. 그리고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제동 : 유럽을 한 번쯤은 다녀오는 게 무조건 좋은 것 같아요. 충분한 가치가 있어요. 말로 모든 걸 설명하긴 힘들지만, 느끼는 게 정말 많으실 거예요. 강추합니다.
Q.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얼굴을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신동원 : 가끔 한국 커뮤니티를 보는데 생각보다 제 경기를 지켜봐 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힘이 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큰 대회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동 : 인터뷰를 끝내고 보니 제가 국내 팬들을 많이 생각 안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네요(웃음). 전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고,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해외 대회에서만 얼굴을 비치고 있는데, 예전부터 응원해주셨던 팬들에게도 진짜 감사하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 이후 많은 국내 팀 소속 선수들이 해외 행을 선택했었습니다. 이적 후 잘 적응하며 성공한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혼자 모든 걸 관리해야 하는 해외 생활에 도태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죠.
하지만 이제동과 신동원은 달랐습니다. 스타1 시절부터 연습이나 자기관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철두철미 했던 탓이었을까요? 두 선수는 현재 미국에서 머물고 있으며 해외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제동과 신동원. 그들이 해외 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Q.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간단히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신동원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한국 팬들에게 인사드릴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기쁘네요. 미국으로 건너온 지 1년쯤 됐는데, 여기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스타2 리그 경기를 다 챙겨보고 있어요. 미국에서도 잘 지내고 있답니다.
이제동 : 국내 매체와 인터뷰가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고 긴장되네요(웃음).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말할 기회가 없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Q. 두 선수 모두 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죠?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신동원 :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ROOT 게이밍 숙소에서 지내고 있어요. 평소에 연습하면서 해외 대회 일정이 많다 보니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빨리 가요.
이제동 : 저도 샌프란시스코에 살아요. 동원이랑 차로 40분 정도 거리로 가까워요. 제가 있는 곳은 EG 숙소인데, 스타2 선수는 저 혼자고 도타2 선수들과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해외 대회 일정이 많다 보니 숙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세계 곳곳에 떠돌며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번 MSI MGA 2015 대회가 끝나면 WCS 경기를 치르러 폴란드로 떠나요.
Q. 그럼 영어 실력도 굉장히 많이 늘었을 것 같은데요?
신동원 :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어를 정말 못하는 편이었어요. 해외팀을 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했는데, 큰 도움은 안되더라고요(웃음). 1년쯤 미국에 있으니까 기본 회화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같은 팀 외국 선수들이 영어를 좀 가르쳐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 선수들은 아무래도 개인주의가 강해서 제가 영어를 틀리게 말해도 적극적으로 알려주려 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탁했죠. 틀린 부분들이 있을 때마다 고쳐달라고요. 지금은 팀원 모두가 제 영어 선생님이에요.
이제동 : 영어 공부를 딱히 하진 않았어요. EG에 입단한 건 2012년 말인데, 그동안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했거든요. 미국에 완전히 들어온 건 올해 초에요. 해외에 많이 다니고, 외국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영어가 많이 늘었다기보다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눈치도 빨라졌고(웃음), 리액션도 커지고요.
Q. 신동원, 이제동 선수 모두 국내에서 활동할 때 팀을 대표하는 저그였어요. 그런데 해외팀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뭔가요?
신동원 : 프로리그 14시즌 후반에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팀에서도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저는 경력도 오래된 편이고, 왠지 지금이 아니면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어요.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이런 좋은 기회를 언제 또 누려보겠어요(웃음).
이제동 : 원래 해외팀에 갈 생각은 딱히 없었어요. 당시 EG에 완전 이적이 아니라 임대로 갔었고요. 100% 내 의지가 아니라 약간 등 떠밀려서 간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잘 맞기도 하고, EG로 이적한 뒤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도 터득한 것 같아요. EG에 있으면서 추억도 많이 쌓았고, 한국에서 활동하면 느끼지 못할 많은 것들을 느꼈어요.
Q. 10대 후반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해서 수년간 국내 게임단에 있었어요. 그러다 해외팀에 합류했을 때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뭔가요?
신동원 : 처음 ROOT 게이밍과 접촉했을 때 오너인 'Catz'와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저한테 정말 많은 배려를 해준다고 느꼈고, 생활도 정말 좋았어요. 작년 11월에 미국으로 갔는데, 당시 제가 '내년 6~7월에 한국 다녀와도 되냐'고 하니까 'Catz'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KeSPA 소속팀이 아니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요.
스스로 자기 관리만 잘하면 해외팀이 최고의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해외로 이적했다가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저는 성격상 스스로 나태해지는 걸 참지 못해요.
이제동 : 화승 오즈 시절에 아마 모든 팀 중 우리가 연습이 제일 엄격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런 곳에서 수년간 연습하며 무의식중에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습관들이 많이 배어 있어요.
그래서 해외 팀에서도 프로게이머로서 최소한의 자기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따로 마음먹지 않아도 그동안의 습관, 노하우다 보니 몸이 기억하고 있는 거죠.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는 컨디션 관리 잘하고 있고, 평소에 연습하는 자세, 노하우, 수면시간도 철저히 지키고 있어요.
Q. 프로게이머들은 승부욕이 정말 강하잖아요.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한국 무대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신동원 : 굳이 한국에서 있지 않아도 해외 대회나 WCS 그랜드 파이널처럼 큰 무대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아직 1년도 채 안 돼서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네요.
이제동 :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국내와 해외, 모두 장, 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 팀은 정말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겪어봤잖아요. 사실 외국 문화를 경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최고의 무대인 한국에서 국내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더라고요. 예전에는 팬들이 원하는 '프로게이머 이제동'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정말 지쳤어요.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한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는 정말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Q. 두 선수 모두 어느새 20대 중반이네요. 프로게이머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데, 언제까지 활동할 것 같나요?
신동원 : 프로게이머가 수명이 긴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활동하는 동안은 최대한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제동 : 제가 어느 순간부터 예전처럼 연습을 정말 많이 하면 눈이 아프기 시작했어요(웃음). 모니터를 못 볼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관리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언제까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정해놓고 있진 않지만, 조금 걱정이 되긴 하네요.
Q.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공허의 유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어요. 두 선수가 생각하는 공허의 유산은 어떤가요?
신동원 : 아직 제대로 해보진 않았는데, 팀원들이 하는 걸 옆에서 많이 지켜보고 있어요. 저는 블리자드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최근 패치를 통해 프로토스의 시간 증폭, 저그의 애벌레 펌핑, 테란의 지게 로봇이 없어지면서, 예전처럼 마이크로적인 컨트롤을 더 요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밸런스 패치노트가 나오면 다 정독하면서 읽어보는 편인데,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이제동 : 아직 정식 발매된 게임이 아니고, 군단의 심장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해보진 못했어요. 다만, 저한테는 재미가 있는 게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Q. 국내 팬들은 이제동 선수의 국내 무대 복귀를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동 : 팬들이 제가 해외에서 활동해도 항상 응원해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시 한국에 복귀하는 걸 원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현재 EG에서의 대우나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언제 한국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직접 말씀을 드리긴 힘들지만, 기회가 생기면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해외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가장 바뀐 점이 있다면 뭔가요?
신동원 : 예전에는 게임을 정말 죽기 살기로 했는데, 요즘에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잘 풀리는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제일 좋네요.
이제동 : 해외에서는 토너먼트식 단기 대회를 많이 하니까 컨디션 조절 방법을 터득했어요. 그리고 동원이랑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진짜 죽기 살기로 했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죠. 승부욕이 떨어진 건 전혀 아니지만, 지금은 대회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음 대회를 바로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자책도 많이 하고 아쉬워하는 게 컸는데 그게 모두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동이란 걸 알게 됐죠. 그리고 해외로 온 뒤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가지고 있어요. 마인드에 있어서 한국인의 장점과 미국인의 장점이 섞였다고 할까요?(웃음).
Q.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대회는 뭐가 있을까요?
신동원 : 올해 6월 말 때쯤, WCS 시즌2 파이널을 위해 캐나다에 갔을 때가 제일 생각나요. 원래 체력이 좀 약해서 마지막 날은 정말 힘이 없었는데, 우승해서인지 정말 피곤하지도 않고, 날아갈 것 같았어요.
이제동 : 2013년 WCS 그랜드 파이널을 잊을 수 없어요. 해외 팬들의 환호가 정말 인상적이었죠. 팬들도 진짜 많았고요. 2013 드림핵 발렌시아도 기억에 남네요. 당시 스페인에 처음 갔었는데, 드림핵은 항상 애프터 파티가 있거든요? 그때 술을 정말 많이 마셨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바닷가 바로 앞이었는데, 스페인이 왜 정열의 나라라고 부르는지 알게 됐어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스페인에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Q. 세계 곳곳으로 해외 대회를 많이 다녔는데, 팬들에게 여행할만한 곳을 추천하자면?
신동원 : 보통 대회 일정이 빡빡하면 관광을 거의 못해요. 그래서 요즘은 티켓을 하루 늦춰서 관광을 꼭 하려고 하는 편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를 추천해요.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이 정말 멋졌어요. 그리고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도 인상적이었고요.
이제동 : 유럽을 한 번쯤은 다녀오는 게 무조건 좋은 것 같아요. 충분한 가치가 있어요. 말로 모든 걸 설명하긴 힘들지만, 느끼는 게 정말 많으실 거예요. 강추합니다.
Q.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얼굴을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신동원 : 가끔 한국 커뮤니티를 보는데 생각보다 제 경기를 지켜봐 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정말 힘이 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도 큰 대회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동 : 인터뷰를 끝내고 보니 제가 국내 팬들을 많이 생각 안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네요(웃음). 전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고,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해외 대회에서만 얼굴을 비치고 있는데, 예전부터 응원해주셨던 팬들에게도 진짜 감사하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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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디플러스 기아, '베릴' 조건희 복귀로 5인 로스터 확정 [18] | 김병호 (Haao@inven.co.kr) | 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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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T1, '제우스' 떠나고 '도란' 왔다 [341] | 김홍제 (Koer@inven.co.kr) | 11-19 |
▶ [뉴스] 후보 공개 'TGA2024'... 스텔라 블레이드 2부문 노미 [17] | 강승진 (Looa@inven.co.kr) | 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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