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유비소프트 ⊙장르: FPS ⊙플랫폼: PS4, XBOX ONE, PC ⊙발매일: 2015년 10월 13일


어릴 적 PC방으로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가 즐겼던 '함께' 즐겼던 게임으로 많이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멀티플레이' FPS의 재미를 처음으로 알려준 게임. 바로 '레인보우식스'였죠. '레인보우식스'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많은 게이머가 즐겨봤던 타이틀일 겁니다. 이후 확장팩인 '로그 스피어'가 영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주면서 다른 FPS들에게 자리를 내줬지만요. 그리고 지난 E3에서 마침내 레인보우식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돌아온 '레인보우식스:시즈'를 게임스컴 현장에서 플레이해봤습니다. 지난번 E3에서 개발자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하지만 다른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은 그와 정반대로 지루해보여서 의문이 많았어요. 그래서 꼭 직접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시연은 유비소프트 비즈니스 부스내에서 이뤄졌습니다. 열 명의 기자들이 입장해서 서로 팀을 나눠 5:5 플레이를 해 보는 것이었죠. 내심 레인보우식스에 관심을 둘 정도면 FPS라면 빠삭한 사람들이 아닐까 좀 두려웠습니다. 전 FPS는 유독 3D 멀미를 심하게 겪는 편이라 다소 적응이 느린 편이거든요(물론 플레이를 하면서 그런 환상이 와장창 다 사라졌습니다).

자리에는 PC와 조이스틱의 사용법도 친절히 설명되어 있었고, 키를 둘러보고 마우스 감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바로 시연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레이븐'팀의 다섯 번째 요원으로 배정됐고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쏘면 되지."

조작법과 키버튼.

이...일단 시작했습니다.


- Battle, Start! -


대략적인 게임 설명이 끝난 후, 바로 첫 경기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고른 캐릭터는 드론을 사용해서 적의 위치와 주요 방해물, 그리고 탈취할 오브젝트를 찾아내는 역할이었어요. 시작 후 약 30초는 방어팀에게는 건물을 방어할 각종 저지물을 설치하는 시간이었고, 공격팀은 탈취해야 할 오브젝트를 찾아내고 루트를 짜는 시간이었어요.

드론 조종은 뭐, 그다지 어려울 것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점프하면 좀 많이 튀어 나가는 걸 주의하면 돼요. 무사히 제한 시간내로 오브젝트를 찾았고, 저를 포함해 2명은 로프를 사용해 2층으로 침투하고, 1층으로는 3명이 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이 시작되고 진입하고 보니 2층에 4명이 있더군요. "이 사람들아, 팀 오더를 들으란 말이야."

일단 시작된 거 뭐 별수 있나요. 사주경계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1층으로 내려갔고, 오브젝트가 있는 지하로 진입하던 중 교전이 벌어지며 아군이 부상을 당해 쓰러졌고 적들도 좀 쓰러졌습니다. 저는 살아남았는데 스코어를 보니 4:2더군요. 무난히 이길 것 같았어요. 부상당해서 끙끙거리는 아군을 도와주고 보니 3:1 상황. 이건 뭐 킬은 못했지만 어시스트라도 올렸으니 이기겠다 싶었는데, 이런 세상에. 적 중 FPS에서 '비매너vs전략'으로 논란이 되는 플레이를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캠핑충이라고 하죠?

연막을 깔아둔 탓에 잘 보이지 않는 시야로 접근하다 한 플레이어에게 연달아 3명이 넉다운당했고, 결국 저까지 쓰러져서 어이없이 패배했습니다. 에이 뭐, 그래도 전략이고 재미로 즐겨보는 거니까요. 아쉽지만 이번 판은 졌습니다.

여기 제 길인데...

다음 판은 방어전이더군요. 고른 캐릭터는 큰 역할은 아니었고, 그냥 점착폭탄을 사용하는 요원이었어요. 점착폭탄을 딱히 쓸 일이 없는 상황이라 그냥 총만 쐈죠. 그런데 방어전에서는 시작하기 전에 길을 봉쇄를 잘 해야 하더군요. 모두가 같이 열심히 길을 막고 적이 들어오는 루트를 지하로 유도했습니다.

예상대로 적들이 지하로 전부 몰려오더군요. 지하~1층 사이에서 교전에 크게 벌어졌고, 방패를 사용하면서까지 진입하던 적들은 아군의 수류탄에 한번에 많은 수가 죽었습니다. 저는 그 교전을 하다 중간에서 부상을 당했는데, 팀 오더가 저를 살려주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Cure Raven 5, Cure!!" 뭐 아무도 안 도와줘서 결국 사망하긴 했지만, 게임 플레이는 이겼습니다. 아군은 저 혼자 죽었더군요.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이겼으니 됐어요.

아무도 안도와줘서 혼자 수혈하고 기어올라가다, 아군이 제 몸 위에 철조망을 설치하면서 사망

마지막 판도 방어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기본 캐릭터를 사용해보기로 했어요. 별다른 역할은 없지만, 특수능력으로 방패를 들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이번에는 적들이 1층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면서 구역을 하나 둘 씩 폐쇄했고, 오브젝트가 2층에 있어서 지하와 1층은 1명, 2층에서는 3명이 남아 방어를 하고 있었습니다. 로프로 진입하기 용이한 구역은 한 명이 상주 대기하면서 적을 막기로 했죠. 다른 루트는 봉쇄하고요.

그런데 이거, 로그팀의 오더가 아주 좋았던 것 같아요. 갑작스레 2층에 모든 적이 로프로 진입을 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루트로 들어왔거든요. 세상에, 천장을 뚫고 들어왔어요. 마치 우리팀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달까. 치밀하게 벽도 부수고 반대편으로 천장으로 들어오는, 같이 플레이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완벽히 이해하지 않으면 구사할 수 없는 전략이었어요. 눈맵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요. 필사적으로 항전하긴 했지만, 결국 2:4의 상황이 됐고, 수류탄으로 제압당하면서 경기를 패배했습니다. 으, 플레이하고 나니 아쉽더군요. 조금 씁쓸했지만 패자는 말이 없는 법. "Good Game"과 함께 악수하면서 시연을 마쳤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플레이했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웠습니다. 화력지원/저격/돌격으로만 나뉘던 역할의 선택지는 요즘 FPS들에게 맞춰 더욱 다양해졌고, 기본적인 팀플레이는 레인보우식스의 기본을 충실히 잘 따랐고요. 제가 플레이한 전장은 조금 좁았지만, 정탐이 빠른 만큼 양측 모두 좀 더 치밀하게 플레이를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코어' 시스템에 눈이 좀 가더군요. 이거는 단순히 KDA로만 선정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킬 데스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제가 양 팀 통틀어 가장 플레이 스코어가 높았거든요. 적의 중요 시설을 찾아내거나, 아군을 도와주는 플레이로 점수를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평균 생존시간도 좀 긴 편이라 점수가 더 잘 나왔습니다.

내가 KDA가 좋지 못해도 팀에 충분히 기여를 했다는 걸 알려주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름의 자기만족(?)이랄까요. 괜찮아 보이는 시스템이더군요. 실제 침투에서는 정찰과 교란, 정확한 정보는 아주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잘 반영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다양한 캐릭터는 좋은데,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괜찮은 최신 시스템도 많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건 아니었어요. 캐릭터에 따라서 역할과 무기가 고정되어 버려서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 밸런스가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수류탄에도 버틸만한 중장갑으로 무장한 샷건 요원이 방패를 들고 뛰어 들어오면 말이 안되잖아요? 무슨 스페이스마린도 아니고. 그래도 좀 답답한건 짜증나더군요.

인터페이스는 화면을 가리는 부분이 적은데다가 필요한 정보는 확실히 눈에 띄도록 해 놓아서 FPS에는 잘 맞춘 것 같긴한데, 특수 능력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설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 그리고 기왕이면 다음에는 미니맵도 좀 보여주시고요.

타격감은 솔직히 좀 아쉽습니다. 살짝, 붕 뜬 타격감이랄까요? 확실히 쏜 느낌은 있는데 적이 맞은 것인지, 아니면 안 맞은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혔습니다. 수류탄도 솔직히 폭발감이 확 와 닿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타격감은 FPS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니 수정이 꼭 필요해 보였습니다. 싱글 미션과 캠페인 모드는 플레이할 수 없어서 아직 평가하긴 이른 것 같네요.

이번에 플레이한 '레인보우식스:시즈'는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전 아주 괜찮았어요"라고 답변하겠습니다. 모르는 사람들하고는 좀 어색하겠지만, 친구들끼리 모여서 5vs5나 4vs4 플레이를 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신 시스템과 트렌드속에 추억이 잘 살아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자, 이제 타격감만 더 좋게 잡으면 됩니다.

레인보우식스를 재미있게 즐기셨던 분이라면, 한번 기대를 해 봐도 좋은 타이틀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추억 속의 그 재미를 망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싱글플레이 모드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