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기사 : 디아블로의 시작점, 해골왕 레오릭은 히어로즈에선 어떤 모습일까?
이번에는 해골왕과 함께 공개됐던 디아블로 3편의 캐릭터 '성전사'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성전사는 디아블로 3편의 확장팩인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추가된 신규 직업으로, 커다란 방패와 도리깨로 무장한 전사형 캐릭터입니다. 방패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 기술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디아블로 2편의 직업군 중 하나였던 팔라딘의 기술 '축복받은 망치' 사용, 그리고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 근원거리 공격 기술을 구사한다는 설정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영혼을 거두는 자' 출시 직후, 성전사는 성역 대신 수도사를 먼저 구해내는 기행을 보였습니다. 공/방 그 어디에도 치우침 없는 능력치로, 당시 전투력이 가장 형편없다고 평가받던 수도사를 밀어낸 것입니다.
유일한 신규 직업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자 유저들의 진노가 파도쳤습니다. 이에 결국 2014년 4월 9일, 2.0.4 패치를 통해 피해 감소 15% 추가, 공격 기술 전반에 대한 계수 증가 등의 상향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후 2.0.5 패치에서는 피해 감소가 30%로 상향 조정되고 일부 기술의 피해량 계수가 또 한 번 증가되면서, 유저들이 기대했던 강력한 신규 직업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성공합니다.
흑역사를 딛고 일어나 떳떳한 직업으로 자리 잡은 성전사! 그가 이제는 히어로즈의 영웅으로서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기사와 마찬가지로 디아블로 3편에서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것을 토대로 히어로즈에서는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텐데요, 그전에 디아블로 세계관에 녹아 있는 성전사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디아블로 3편의 성전사는 수십 가지나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히어로즈에 등장할 성전사가 어떤 기술을 갖추게 될지는 사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설정해놓은 성전사의 역사와 세계관 속 위치를 살펴본다면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성전'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봅시다.
▣ 성전사 : 배경 이야기
2013년, 디아블로 3편의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 출시를 일 년 앞두고 신규 직업으로 '성전사'라는 캐릭터가 추가된다는 사실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 2편의 팔라딘(성기사)이 다시 등장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했었는데요, 성전사와 성기사는 엄연히 다른 존재입니다. 디아블로3 공식 홈페이지에서 읽어볼 수 있는 단편 소설 '여정의 끝'에는 성기사들이 성전사를 발견하자 이단자라는 비난과 함께 무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를 보면 성기사와 성전사는 이름뿐만이 아니라 종교적 입장도 다르다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 성전사 단편 소설 : 여정의 끝 읽어보기
자카룸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성기사와 성전사가 무력 충돌을 할 정도로 반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전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아무래도 자카룸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자카룸의 기원
디아블로 3편의 시점으로부터 약 300년 전,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시안사이라는 섬에 '아카라트'라는 고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사회의 끊임없는 분쟁에 환멸을 느끼고 눈 덮인 봉우리에서 수행 중이었는데요, 어느 날 명상 도중 장엄한 빛과 함께 힘의 물결이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우주와 현실, 인류가 지닌 잠재력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음을 깨닫습니다.
그는 인간이 강력한 빛의 존재가 되어 우주의 모든 것을 바로잡게 됨을 예견하고, 시안사이를 떠나 케지스탄의 고대도시들을 순례하기 시작합니다. 아카라트의 순례 목적은 인종이나 종교,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성한 빛을 일깨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순례가 끝나갈 때쯤에는 그를 따르는 제자와 추종자들의 수가 상당했지만, 아카라트는 교단을 세울 뜻이 없었으므로 충분히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며 케지스탄의 밀림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이후 아카라트는 세상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독실한 추종자들에 의해 아카라트의 사상은 케지스탄 곳곳의 거리에서 설교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내면의 빛'을 따르는 사람이란 뜻으로 자카룸이란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서서히 하나의 교단으로서 모습을 갖추어 갔습니다.
◆ 메피스토의 영혼석 수호를 맡다
한편, 아카라트가 순례를 했던 케지스탄 지역에서는 또 다른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호라드림'이 대악마 메피스토를 쫓아 케지스탄에 도착한 것입니다. 호라드림은 지옥에서 쫓겨나 성역으로 숨어들은 대악마 바알, 디아블로, 메피스토를 봉인하기 위해 대천사 티리엘이 결성한 마법단체였습니다. 이들은 케지스탄의 도심에서 인간들 사이에 숨은 메피스토를 찾아내어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티리엘이 세계석 조각을 빚어 만든 푸른빛 영혼석에 메피스토의 정수를 봉인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호라드림은 아직 잡히지 않은 디아블로와 바알을 계속해서 쫓아야 했기 때문에, 남아서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지켜줄 믿을만한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호라드림의 수장이었던 탈 라샤가 지목한 것이 바로 자카룸 교단입니다. 당시 자카룸은 작은 교단에 불과했는데, 오히려 교세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탈 라샤의 신망을 얻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전달받은 자카룸은 쿠라스트 지역의 밀림인 '트라빈컬'에 지하 사원을 짓고, 그곳에 영혼석을 보관하기로 결정합니다. 이곳이 바로 디아블로 2편의 3막에 등장하는 트라빈컬, 그리고 증오의 사원입니다. 자카룸이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사원에 안치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예상되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극은 아주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자카룸이 영혼석 보관을 위한 사원을 짓는 동안, 호라드림은 쌍둥이 바다를 건너 아라녹의 사막에서 바알과 격전을 치렀습니다. 지층이 무너질 정도의 격렬한 전투 끝에 바알을 제압하는데 성공하지만, 바알의 정수를 봉인할 호박빛 영혼석이 깨지는 바람에 탈 라샤의 몸으로 소실된 영혼석 조각을 대체하는 끔찍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 아닌 졸툰 쿨레입니다.)
호라드림은 바알의 영혼석이 가슴에 박힌 탈 라샤를 고대 왕의 무덤 깊숙한 곳에 가둔 뒤, 마지막 대악마인 디아블로의 흔적을 쫓아 서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근 십 년에 걸친 추격 끝에 칸두라스에서 디아블로를 봉인하는데 성공합니다. 호라드림은 디아블로의 영혼석을 탈산데 강 근처의 동굴 미로 속에 숨기고, 그 위에 호라드림 사원을 지어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사원 주변의 땅을 일구어 트리스트럼이라는 마을을 세우고 정착하게 됩니다.
◆ 성기사와 성전사단의 결성
호라드림에 의해 대악마 삼형제가 모두 봉인되자 성역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자카룸은 메피스토의 영혼석이 안치된 트라빈컬을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나갔습니다. 케지스탄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교단의 지도자들은 자카룸 내 계급을 나누어 각기 다른 임무를 맡게 하고, 쿠에헤간이라는 교회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기에 이릅니다.
아카라트의 가르침을 나누기 위해 모였던 자카룸이 케지스탄의 최상급 정치지배계급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날이 갈 수록 교단의 구조가 체계적으로 바뀌고 교권이 강력해지면서 자카룸의 포교 활동이 서쪽 대륙에까지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서쪽 대륙에서의 포교는 쉽지 않았습니다. 자카룸의 이름으로 파견된 선교사들이 강도나 몬스터들을 만나 살해당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카룸에서는 선교사들의 보호를 목적으로 성기사단을 육성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디아블로 2편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팔라딘'의 시초입니다.
한편, 자카룸 교단이 융성하는 와중에 교단 내부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성직자 아크칸입니다. 그는 자카룸의 근원이 악에 의해 타락할 것을 우려하여,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성전사'들을 육성했습니다. 성전사들은 성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신성력을 이용한 마법과 각종 무구들을 다룰 수 있었지만, 외부 포교 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카룸의 타락 근원을 찾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카룸이 이미 타락했거나, 타락할 것이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결성된 '무력단체'이다보니 자카룸 수뇌부에서 성전사들을 곱게 보았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아크칸은 성전사들을 계속해서 자카룸에 머물게 두지 않고, 타락의 근원을 정화할 방법을 탐색하라며 431명의 성전사들을 동쪽의 늪지대로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이후 200년 동안, 단 한 명의 성전사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자카룸의 타락
수백 명의 성전사들이 늪지대로 떠난 뒤 수십 년이 지나자, 아크칸의 우려대로 타락의 기운이 자카룸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교단에서는 성기사들에게 악의 세력을 정화하라며 원정 임무를 주었고, 이 과정에서 악마가 아닌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그리고 교단의 이름으로 무자비한 학살이 행해졌습니다. 성기사단의 살육이 계속되자 일부 성기사(디아블로2의 팔라딘)들은 교단의 뜻에 의문을 품고 기사단을 이탈하지만, 대다수의 인원은 이미 타락의 기운에 잠식되어 사실상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카룸이 타락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트라빈컬의 지하 사원에 안치된 메피스토의 영혼석 때문이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메피스토의 힘이 영혼석 바깥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악에 물들게 된 트라빈컬 의회의 대주교들이 자카룸을 메피스토의 뜻대로 움직여온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라자루스'가 있습니다. 훗날 레오릭을 이용해 디아블로를 부활시키는 장본인이지요.
성전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단편소설 '여정의 끝'에서도 자카룸 교단을 손아귀에 넣은 메피스토의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성전사 '아나진'이 자카룸의 성기사인 '암피'를 설득하기 위해 교단이 타락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의 말에 수긍하던 암피의 머릿속을 증오가 꿰차기 시작합니다.
「그가 본 것은 돌이었다. 어둠이 돌을 둘러싸고 있었다.
무언가 무너졌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일순간 사라졌다.
증오였다. 증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순수한, 눈먼 증오가.
암피는 성전사에게 칼을 겨누고, 그녀를 처음 본 이래 처음으로 목표가 명확해짐을 느꼈다.」
인간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피스토는 트라빈컬의 사원 안에 갇혀 있을 뿐이었지만,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트라빈컬과 쿠라스트 일대를 완전히 장악한 뒤엔 대주교 라자루스를 통해 디아블로를 부활시킵니다.
라자루스에 의해 부활한 디아블로는 아라녹 사막에 있는 고대 왕의 무덤에서 바알을 풀어준 뒤, 함께 바다를 건너 자카룸의 본산지인 트라빈컬에 들어섭니다. 본래대로라면 트라빈컬의 사원을 지키는 수많은 사제, 성기사들과의 격전이 벌어졌어야 했지만, 트라빈컬은 이미 메피스토의 지대한 영향 아래 놓인 상태였기 때문에 사원을 가로질러 들어가는 두 대악마를 막기는 커녕 신도들이 서로 칼부림을 하는 광경이 연출됩니다.
이후 트라빈컬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칸두라스에서부터 디아블로의 뒤를 쫓던 용사(디아블로 2편의 주인공)들이 목도한 장면에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한때 자카룸 교단의 최고의회 구성원이었던 대주교들은 그 누구보다도 타락의 정도가 심해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였으며, 유일하게 메피스토의 지배에 저항했던 당대 쿠에헤간 칼림은 대주교들에게 살해당해 눈과 뇌, 심장이 뽑혀 쿠라스트 전역에 뿌려져 있었습니다.
◆ 이백 년만의 귀환 - '성전'의 의미는?
메피스토에 의해 트라빈컬이 타락하고 자카룸의 성기사단이 분열되는 동안, 동쪽으로 보내졌던 성전사들은 아크칸의 뜻에 따라 자카룸의 타락을 근원적으로 정화시킬 방법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악마에 관련된 고대 서적들을 찾아 헤매고, 악의 기운이 느껴질 때면 주저없이 근원지로 이동해 악마 무리를 소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성전사들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기에 성전사들은 '일자전승'을 통해 최초의 성전사들이 부여받았던 '성전'을 멈추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자전승이라는 것은 선대 성전사가 사망하게 될 경우, 그의 제자가 스승의 이름과 갑주, 신념까지 물려받아 성전을 계속해서 수행해나가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대를 이은 성전 수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백 년이 지나도록 성전을 끝내지 못해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습니다. 트리스트럼 성당에 떨어진 별을 쫓아온 성전사가 신 트리스트럼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이들에 대한 정설은 이백 년 전 수백의 성전사가 늪지대로 떠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성전이 결국 끝을 맺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기사에서 살펴보았던 레오릭 왕과 역대 디아블로들의 역사, 그리고 성전사들이 트라빈컬을 떠난 뒤 자카룸 교단에 벌어진 일들을 토대로 추측건대, 성전사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애초에 완수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크칸은 교단 내부의 타락을 유일하게 감지했을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피스토의 마수를 이겨낼 수 있는 인간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도 직감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크칸이 성전사들에게 내려준 임무는 '정화 방법의 탐색'으로, 사실상 자카룸에서의 도피 명령이었다고 추측됩니다.
결과적으로 '정화 방법을 탐색'한다는 성전은 이백 년이 지나도록 완수하지 못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성전의 수행 자체로 성전사들은 자카룸의 명맥을 잇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디아블로 3편에서, 트리스트럼 성당에 떨어지는 별을 보고 '성전'을 수행하기 위해 나타난 것은 자카룸의 기사단이나 사제가 아닌 성전사였기 때문입니다.
▣ 성전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캐릭터
지금까지 성전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자카룸 교단의 기원과 성전사단의 결성, 그리고 이백 년만의 출현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성전사는 전작의 이야기 중심축 중 하나였던 자카룸 교단을 계승하는 신규 직업인 만큼, 팔라딘을 대신해 디아블로 2편과 3편을 잇는 교두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게임 내 기술 구성도 마찬가지로 팔라딘이 사용하던 대표 기술과, 성전사만의 독특한 고유 기술로 꾸려져 있어 전작의 향수와 신작의 세련미를 동시에 느껴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히어로즈에 등장할 '성전사'는 어떤 기술을 갖추고 전장에 나타날까요? 디아블로2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플레이해보았을 '해머딘'일지, 2014년을 강타했던 '샷건 성전'일지, 앞서 살펴본 성전사 이야기와 디아블로 3편의 성전사 기술을 토대로 구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히어로즈의 신규 영웅 성전사를 구상해보자!
성전사는 지난 기사에서 다뤘던 '해골왕 레오릭'과 달리 몬스터가 아닌 직업의 일종이므로, 사용하는 기술의 수가 수십 개에 달합니다. 때문에 히어로즈에 구현될 성전사 기술의 후보를 좁히려면 성전사가 어떤 역할로 설정될지를 먼저 결정해야만 합니다.
최초에는 성전사가 '지원가' 역할로 구현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히어로즈의 디아블로 세계관 영웅에는 지원가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전사가 팔라딘의 기술 중 축복받은 망치와 천상의 주먹, 방패 가격(차지) 등, 주요 전투 기술을 계승한 것으로 미뤄보아, 지원가보다는 근접 전사로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2015년 2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히어로즈 데이'의 개발자 질의응답에 따르면, 성전사는 방패를 사용한 튼튼한 탱킹력과 상대방의 군중제어기를 무시하는 특징이 있다고하니 사실상 근접 전사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원작 게임에서 대부분의 유저들이 즐겨했던 기술 조합이라고 해도, 블리자드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라면 히어로즈 영웅의 기술로 채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디아블로 3편의 부두술사 영웅인 '나지보'가 있습니다. 많은 유저들이(혹은 기자 혼자) '좀비곰'이나 중첩을 쌓아 한 번에 터뜨리는 '혼령 수확'을 주력기로 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히어로즈의 부두술사는 두꺼비 아빠 콘셉트로 출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히어로즈의 성전사는 어떤 기술들로 채워질까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토대로 근접 전사 역할의 성전사를 구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하 기술들은 디아블로3의 성전사를 기준으로 기자가 예상한 것으로 실제 게임상의 등장은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 고유 능력 : 진노
디아블로 3편의 성전사는 기술 시전에 필요한 자원으로 '진노'를 소모합니다. 진노는 적 대상을 가격할 때마다 차오르며, 비전투 중에는 천천히 회복됩니다. 성전사의 기술은 대부분 진노 소모량이 크기 때문에 효율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빠르게 닳는 진노를 어떻게 충당할지를 강구해야만 했습니다.
히어로즈에서도 마찬가지로 '진노'를 자원으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자원'으로만 쓰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성전사와 마찬가지로 디아블로 세계관 출신의 영웅인 소냐도 '분노'라는 고유 자원을 사용하지만, 분노를 소모할 때마다 소냐의 이동속도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성전사는 방패를 사용한다는 콘셉트에 맞게 진노 보유량이 많을 수록 받는 피해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노가 가득 차 있는 경우 '근접 전사'에 맞는 탱킹 능력을 갖추게 되고, 반대로 기술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진노 보유량이 얼마 되지 않는 경우 상대적으로 적의 공격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대신 성전사가 사용하는 공격 기술들의 피해량이 타 근접 전사에 비해 높게 설정된다면, 상황에 따라 딜러의 역할도 겸할 수 있는 영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군마 질주
군마 질주는 성전사가 일시적으로 천상의 군마를 타고 질주할 수 있는 기술로, 군마에 탑승한 상태에서는 몬스터들을 통과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룬 선택에 따라 경로상의 적들을 끌어당기거나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히어로즈에서도 원작 기술의 특징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성전사는 군중제어기를 보유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개발자의 이야기가 있었으므로 군마 질주의 룬 효과는 구현되지 않고, 적을 통과하며 피해를 주거나 지나온 길에 불길을 남겨 지속 피해를 입히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마 질주를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이동속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도주하는 적을 앞질러 퇴로를 막고 공격하거나, 반대로 적에게 둘러쌓인 상황에서 탈출기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군마'를 탄다는 특징을 이용해 일반적인 탑승물 소환 대신 Z키를 눌러 사용하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비슷한 형태로는 해머 상사의 '추진기'가 있습니다. 해머 상사는 탑승물 소환이 불가능한 대신 Z키를 눌러 4초 동안 이동속도가 60% 증가하게 되는데요, 탑승물과 달리 즉시 시전되므로 탈출기나 추격기로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축복받은 망치
축복받은 망치는 디아블로 2편의 팔라딘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공격 기술입니다. 광역기이면서도 대미지 속성이 저항력을 갖출 수 없는 '매직' 계열이었기 때문에 사냥에서 PVP까지 만능으로 쓰였습니다. 디아블로 2편 이후 12년만에 출시된 디아블로 3편에서는 '성전사'의 공격 기술 중 하나로 다시 구현되었습니다. 2개 시리즈에 걸쳐 거듭 출현할 정도의 기술이라면 히어로즈에서도 충분히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축복받은 망치의 특징은 소환된 망치가 시전자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경로상의 적 대상에게 피해를 주고, 연속해서 시전하면 망치의 개수가 늘어난다는 점인데요, AOS 장르인 히어로즈에서는 망치 개수가 적당해질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망치를 소환하고 있다가는 적당히 죽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축복받은 망치가 히어로즈에 구현된다면, 레가르의 '번개 보호막'처럼 시전 즉시 몸 주변에 둘러지고, 영웅이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서 원작의 특성을 더 살려 '추가 시전 시 피해량 증가' 정도의 옵션이 추가되지 않을까요?
■ 축복받은 방패
축복받은 방패는 성전사가 방패를 던져 공격하는 중거리 형태의 기술입니다. 적중당한 대상 주변에 또 다른 적이 있다면 자동으로 방패가 튕기면서 공격을 하므로, 주변에 적이 많을 수록 강력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히어로즈에서도 이와 같은 특징을 그대로 살려, 성전사가 다수의 적들에게 '축복받은 방패'를 시전할 경우 근접 전사임에도 암살자 수준의 피해량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반적으로 군중제어기를 보유하지 않은 근접 전사는 팀파이트 기여도가 무척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자신을 어필해야하는데요, 성전사의 경우 다수의 적에게 꾸준히 피해를 누적시키는 형태가 된다면 위협적인 군중제어기가 없이도 적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궁극기1 : 아카라트의 용사
아카라트의 용사는 성전사의 변신 기술로, 변신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모든 군중제어기에 면역이 되고 공격력과 진노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디아블로 3편에서는 대부분의 성전사 플레이어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며, '아카라트의 용사'를 위한 전용 세트 아이템까지 구현되어 있습니다.
히어로즈 데이에서 언급된 '군중제어기를 무시하는 성전사'는 아카라트의 용사 기술을 두고 한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히어로즈에서도 역시 아카라트의 용사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적들의 군중제어기를 무시하게 되고, 진노 회복량과 기술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줄어들어 생존해 있는 동안 상당량의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량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기술을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군중제어기 면역'이라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궁극기를 사용해도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 궁극기2 : 천벌의 검
천벌의 검은 성전사의 고유 기술 중 하나로, 제자리에서 하늘 높이 도약한 뒤 대상 지점에 번개와 함께 나타나 피해를 입히는 기술입니다. 시전 위치에서 대상 지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모든 공격과 장애물을 무시하기 때문에 디아블로 3편에서는 탈출기로도 사용됐습니다.
또한, 디아블로 3편의 단편소설 '여정의 끝'에서 성전사 아나진이 사용하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고, 아나진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불길이 솟구쳐 구름처럼 부풀어 올랐다. 성전사는, 흔적도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하늘에서 순수한 힘과 광채가 담긴 번개가 내리쳤다. 아나진이 번개와 함께 내리꽂혔다. 성기사는 자신에게 닥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천벌의 검은 어떤 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대상 지점에 지속 피해를 주기도 하고 기절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히어로즈에서는 대상 지점에 떨어진 성전사 근방의 적들을 튕겨내는 효과로 구현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도약한 뒤 강하까지 1.5초 정도의 대기시간이 있는 대신, 적들이 성전사의 강하 위치를 알 수 없다면 말이죠.
물론 성전사는 군중제어기가 없는 근접 전사로 설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궁극 기술로 천벌의 검을 선택할 경우 '아카라트의 용사'를 통한 군중제어기기 면역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므로 진형 파괴 기술이 하나 정도는 주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디아블로의 영웅들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히어로즈의 전장에 합류하기 위해 개발 중인 디아블로3 영웅 '성전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현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신의 영웅들이 전체 영웅수의 반을 넘는 상황에서, 디아블로 세계관의 캐릭터들이 히어로즈의 전장에 참전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올해 2월에 열린 '히어로즈 데이'에서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성전사는 군중제어기 면역, 해골왕은 죽어서도 아군에게 도움을 주는 콘셉트로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다음에 소개할 영웅은 디아블로 1편과 3편에 등장하여 많은 유저들에게 익숙한 '도살자'입니다. 도살자 역시 이번 '히어로즈 데이'를 통해 개발 중인 영웅 콘셉트가 공개되었는데요, 현재 개발 중인 도살자는 디아블로 1편의 모습을 기반으로 하여 일반 공격에 특화된 근접 암살자라고 합니다. 과연 히어로즈에서의 도살자는 어떤 식으로 구현될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디아블로 1편부터 3편까지 도살자의 흔적과 비화 등을 살펴보고, 근접 암살자 영웅 도살자를 구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