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아이템으로 던전무쌍을 꿈꾸는 파밍왕에서부터 예쁜 건 뭐가 되었든지 수집해 창고 한 쪽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수집왕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무언가 뚜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게임의 부가적인 콘텐츠 중 하나인 '업적'은 으리으리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것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니라 사실상 한없이 관심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남들에게 자랑해도 '시간 낭비다', '그 시간에 아이템 파밍이나 하지' 이런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많은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자신만의 즐거운 게임 라이프를 위해 업적 정복에 힘을 쏟고 있는 유저가 있어서 화제입니다. 아룬의 영광 서버 '불멸의 혼' 유저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특수 업적을 제외한 모든 일반 업적을 100% 달성하며 많은 유저들의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직 업적 등급 실버에서 허덕이고 있는 기자에게는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인지라, 거의 완벽한 챔피언 등급을 달성한 그를 만나 최근 새롭게 단장한 업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Q. 우선 업적 100% 달성 축하합니다.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아룬의 영과 서버 불멸의 혼입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 유저로 오픈 베타부터 꾸준하게 궁수 캐릭터만 플레이했고, 실제 게임에서 보낸 시간은 409일 정도입니다. 직장인치고는 플레이 시간이 상당히 긴 편이죠?

다들 신규 클래스나 특정 직업의 밸런스가 좋아지면 부캐릭터를 육성하거나 주력 캐릭터를 갈아타기도 하는데, 전 궁수 하나만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궁수 클래스가 PVP 면에서는 그나마 무난한 편이지만, PVE 면에서는 늘 안 좋은 부분이 많았죠. 하지만 효율이나 강함을 떠나 캐릭터를 제2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애착을 가지고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길드 마스터로 있는 '저팔계콧구멍'이라는 길드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하면, 순수하게 지인 4명이서 만든 길드로 항상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 조용한 공중 정원에서 진행된 '불멸의 혼' 유저와의 데이트!




Q. 솔직히 업적이라는 부분이 비인기 콘텐츠인데, 관심을 둔 계기 같은 것이 있나요?

사실 궁수 직업 하나만 열심히 키워서, 파밍 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라다보니 맵 이곳저곳을 탐험하거나 테라에 존재하는 몬스터 처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해 보고 싶었죠. 무엇보다 업적이라는 건 현실 세계에서의 일기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제가 이 게임을 오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도 플레이하고 있을 경우, 지금까지 어떤 요소들을 경험해봤는지, 혹은 아쉽게 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업적은 최고의 메모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별다른 보상도 없는 업적 콘텐츠를 왜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최근 업적 등급이 생기고 나서는 인벤 쪽지나 게임 내 귓말을 통해 업적 관련 문의가 오기도 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힘이 납니다.




Q. 보통 어떤 질문들을 많이 받으시나요?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아마 네임드 사냥위치나 재생성 시간, 이와 관련된 팁이나 노하우 정도입니다.

업적 등급이 생기고 나서 업적 점수를 올려보려는 유저분들이 많기 때문에, 네임드 경쟁이 가장 치열할 수밖에 없거든요.



Q. 중형 네임드 업적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일부 하드 업적에 대한 팁이나 정보가 있나요?

이 업적의 경우 유저분들이 가장 고생을 하시는 게 랜덤한 재생성 시간을 가지고 있는 네임드입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고정된 네임드의 경우 경쟁률이 높긴 하지만, 명확한 정보를 토대로 기회를 노릴 수 있습니다. 반면 앞에서 언급한 랜덤하게 등장하는 네임드는 문자 그대로 언제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공대팟을 구성해서 사냥을 하시는 게 정보 공유나 업적 달성 측면에서 좋습니다.

이점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귀찮거나 파티가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마냥 운에만 기대서 언젠가 잡아보자는 식의 생각은 시간만 낭비할 뿐입니다.

특히 뉴엘레논 3종 네임드인 퀘스겔렌, 말카두스, 후즈라트가 가장 난이도가 높은데 보통 재생성 시간이 12~24시간 중 랜덤하게 결정됩니다. 여기에 채널도 하나라 정말 로또 번호가 맞아 떨어지는 기분으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수백 마리를 잡으면서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시간대 정보를 공유하면, 14시간, 18시간, 21시간이 지난 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았으니 참고하시면 좋을듯 합니다.




▲ 네임드 업적 대부분은 2013년에 완료했다고 한다



Q. 1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몬스터 처치를 수백 마리나...평소 업적에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했나요?

전체적으로 업적 달성에 투자한 시간을 따져보면, 제 총 플레이 시간 409일 중 적어도 2/3 정도 인듯합니다.

회사원이다 보니 점심, 오후 시간에는 플레이하기 어렵고, 대부분 출근 전, 퇴근 후 저녁, 주말에 많이 플레이하게 되더군요.




Q. 정말 많은 업적을 경험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이 있다면?

업적 전체로 봤을 때 과거 길드원인 '아'님이랑 중형 몬스터 네임드 처치 업적을 최초로 달성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네임드를 잡으려는 유저들에게 서버점검이 종료된 후 잡아야 하는 것 정도는 기본 상식인데, 아무래도 직장인이다 보니 그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항상 테라 서버 점검이 끝날 때 쯤이면 슬그머니 사라져서 근처 PC방으로 달려갔고, 소리 소문 없이 복귀하는...인터뷰를 상사가 볼 수 있어서 걱정은 되지만, 항상 목요일 9시 50분만 되면 사라지는 직원이 있었더랍니다.

어찌 되었던 해당 업적을 '아'님과 함께 진행했는데 둘이서 네임드 정보를 많이 주고받으면서 의지를 했습니다. 새벽마다 네임드를 발견하면 서로 전화해서 깨우고, 접속하고, 몇 개월 동안 그렇게 지낸 거 같습니다.




▲ 네임드 업적은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진행하는 게 가장 좋다



Q. 그중에서 일반 유저들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필수 업적 같은 것도 있나요?

필수 업적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일반적으로 최고 레벨을 달성하고 여유가 좀 있는 유저들의 경우 체계적인 파밍이나 캐릭터 육성을 위해 영구 능력치 증가 업적을 챙겨서 하는 편입니다.

최대 HP 증가, 몬스터에게 추가 피해, 피격 시 데미지 감소 등 증가 폭은 높지 않아도 유용한 능력치들이 많기 때문이죠.

반면 초보 유저들 입장에서는 당장 상위 던전에 도전할 수 있는 장비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아이템 파밍, 일일 퀘스트나 발키온 지령서 수행 등이 우선시 되어 업적에 신경 쓰기는 어려울 겁니다.

다만 골드가 부족해서 빠른 탈것을 마련하지 못한 경우 마을 방문 업적과 비석 확인 업적을 통해 이동 속도 275의 '번개 무늬 카미르'를 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기자 또한 가난했던 시절(사실 지금도 가난함) 업적으로 탈것을 구했다



Q. 그러고 보니 달성 업적창에서 일반 업적이 아닌 특수 업적은 몇 개 미완료 상태던데 어떤 것들이 남아 있나요?

일반적인 사냥과 탐험, 퀘스트, 던전, 생활 관련 업적은 100% 달성했지만, 특수 업적은 276개 중 251개만 완료했습니다.

특수 업적이란 최초 만렙 달성, 최초 던전 클리어, 축제 등 특정 기간이나 극소수의 유저들만 달성 가능한 목록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100%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한정된 인원만 완료되는 업적을 제외하고, 저의 업적 상태창에서 미달성으로 보이는 건 세 가지입니다.

그중에 가장 아까웠던 한 가지만 소개하면 2012년 2월에 진행된 발렌타인데이 이벤트인데, 출석 체크를 통해 보상으로 받는 우편에서 일정확률로 내용물을 획득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문제는 그 당시 확률이 극악이어서 4개의 관련 업적 중 1개 이상을 달성한 유저도 드물었죠. 물론 저도 실패했기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꼭 달성해야지" 라는 마음을 먹었는데, 매년 연례행사처럼 고정으로 진행되는 다른 축제나 이벤트와는 달리, 3년 가까이 빠진 업적을 메꿀 수 있는 발렌타이데이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업적이 삭제된 것도 아니라 이대로 방치된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Q. 특수 업적은 무조건 이벤트나 위업종류만 있나요? 가장 어려웠거나 오래 걸린 업적이 있다면?

제작이나 평판 관련 업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 업적 중 가장 오래 시간을 투자한 건 연맹 관련 업적인데, 약 1년 3개월 만에 마무리된 듯합니다.

그나마 연맹업적의 경우 개발 초창기에는 2주 단위로 연맹 순위에 따라 목표가 달성되었는데, 작년 여름 연맹 리파인 후 1주일 단위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1주일에 업적 한 개씩 달성이 가능해짐에 따라 완료까지 필요한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죠.

하지만 연맹이 3개로 분할되어 있다 보니, 세력별 연맹의 집행관, 3종 사령관, 4개의 정예 연맹원, 총 24개의 업적을 완료해야 했기에 난이도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웠습니다.

번외 업적으로 집행관을 밝고 올라서다(3개 연맹 집행관을 연맹전시 처치), 드래곤 슬레이어(연맹지 투명 네임드를 100마리 처치) 하는 업적들로 인해 특정 연맹의 세력이 너무 강하면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맹전 때 해당 집행관을 처치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기에 정말 1년 3개월 동안 연맹퀘를 단 하루도 빼지 않고 했습니다.




▲ 목록만 봐도 숨막히는 목표들로 꽉 채워져 있는 연맹 업적들!



Q. 워낙 업적 위주로 게임을 즐기시니 에피소드가 많을듯한데 어떤가요?

에피소드라기보다 최근 업적 리파인을 통해 등급이 생기면서 유저들의 참여율이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분 좋은 새로운 문화가 정착해 가는 걸 보며 뭔가 훈훈했습니다.

여전히 독점이나 분쟁, 이기적인 유저들도 보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공유 차원에서 함께 공대팟을 짜고, 네임드 정보를 공유하며, 사냥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전 타임에 네임드를 쓰러트린 유저분들이 칠판으로 해당 위치에 잡은 시간과 리젠 장소를 공지해서 다른 업적 러너들에게 도움이 주는 경우도 많고요.

어떤 면에서 업적 개선을 통해 블루홀에서 바라는 유저들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듯합니다. 뭔가 유저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테라라는 느낌말이죠.




▲ 다른 업적 러너를 위한 넉넉한 배려심을 가진 유저들도 많다



Q. 하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을듯합니다. 업적 관련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앞에서 언급했는데 한정된 인원을 제외하고는 달성이 불가능한 특수 업적이나 진행할 수 없는 업적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부분은 실제로 불만을 가진 유저도 많은 편인데, 세부적으로 신경을 못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약간 의문이 드는 것은 작년 8월 업적 리파인을 진행할 당시 특수 업적의 경우, 자신이 달성하지 못하는 업적 자체는 총개수에 반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맹이나 축제같이 상시 또는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업적을 제외하고, 최초 만렙 달성이나 최초 던전 정복 등 명확하게 완료 가능한 인원이 정해진 업적은 달성을 못할 경우 총 개수에 반영을 안 하고, 반대로 달성한 유저는 남보다 총개수가 1개 많아지고 하는 식이죠.

특수 업적도 총계수에서는 차이가 나도 100% 달성이 가능하도록 조치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점을 배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불멸의 혼 유저의 업적창, 제법 많은 수의 특수 업적이 완료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다


다음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업적에 관심을 두고 진행해온 유저라면 조금 덜하지만, 이제 막 업적 러너에 발을 내디딘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달성 불가능한 일반 업적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생활에 능통한 자' 같은 업적이죠. 그리고 업적 등급에 반영되는 기준이 너무 PVE 콘텐츠 위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PVP를 메인으로 즐기는 유저들 입장에서는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고,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등급을 위해 업적을 진행하려고 해도 뚜렷한 가이드 라인 제시되어 있지 않다 보니, 빨리할 수 있는 업적이라던가 유용한 업적, 효율적인 업적을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업적 난이도별 구분이나 미달성 업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카테고리 추가 등 편의성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업적 등급이 생기고 즐겨보려는 유저가 생기는 지금 업적 점수, 또는 등급에 따라 능력치나 특별 보상으로 동기 부여를 명확하게 해주면, 더 나은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함께 묵묵히 업적 러너의 길을 걸어온 저희 길드원들도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Q. 길드원들도 업적 러너의 길을 함께하셨다는데,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해 주세요

저희 길드원들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다들 지인이다 보니 친해서 말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말이죠.

특히 일반 업적 100%를 달성 하는 동안 항상 제 곁에서 함께 해준 아리묘, 제 아내에게 특별히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업적이라는 게 혼자 열심히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파티플레이를 요구하는 것도 많은데 집사람이 사제 캐릭터라서 가기 싫은 던전도 저 때문에 가야 했고, 피곤해도 남편 업적 달성시켜 준다고 거의 업적 셔틀로 이용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네요. 이렇다보니 아리묘 역시 업적 랭킹 5위의 챔피언을 달성했답니다.

그리고 아내는 테라가 아닌 다른 게임에서 만나 결혼했는데, 항상 같이 재미있게 여가생활로 즐기고 있답니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아기 생기고 다 자라면, 5인 테라 파티 한번 해보자고...




▲ 길드원 중 무려 3명이나 업적 점수 상위권에 랭크되어있었다



Q.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취재 가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오늘 인터뷰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챔피언 등급을 목표로 하는 신규 업적 러너를 위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요즘 업적 등급이 생기고 나서 경쟁이 치열한 편인데, 업적 선배로 말씀드리면 경쟁보다는 같이 공대팟도 꾸리고 도우면서 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쉽게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도 만날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블루홀에 업적 건의도 많이 했는데, 언젠가 업적에 대한 보상이나 즐길 요소가 강화되리라 믿습니다. 노력해 주시고, 테라를 즐기는 모든 유저분들도 화이팅입니다!




▲ 언제나 함께하는 좋은 친구들과의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