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 MMORPG '테라'의 개발사,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모바일게임 2종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는 테라 IP를 활용한 자체개발작 '엘린원정대', 또 하나는 누비아일랜드라는 모바일게임 개발사와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미니돔(MINIDO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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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스튜디오가 모바일게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사실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업계에는 일찌감치 떠돌던 얘기였다. 또, 예고가 없었다 해도 크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바일게임 사업을 한 번쯤은 고려하고 있는 추세니까 말이다.

기자를 놀라게 한 건 바로 '공동개발'이었다. 대규모 PC MMO는 거뜬히 개발했던 블루홀이, 그것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개발사와 함께 모바일게임을 위해 힘을 합쳤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어떤 개발사이기에 업계에서 한가닥하는 블루홀 스튜디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미니돔'의 스크린샷과 세부 정보가 공개되자마자 블루홀 스튜디오로 달려가 누비아일랜드의 윤상웅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미니돔' 개발사 누비 아일랜드의 윤상웅 대표



누비아일랜드라...낯설지 않은 이름인데,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누비아일랜드는 총 9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3년 차 모바일게임사다. 기억할런지 모르겠으나, 2012년에 3D AOS '셀레스티얼 리그'를 만든 개발사다. 흥행 성적은 아쉬웠으나, 당시 흔치 않았던 3D 게임과 모바일 AOS를 만들어 낸 개발력을 갖춘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런 개발력은 PC나 콘솔 쪽에서 일해왔던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 자신만 하더라도 유비소프트에서 일하며 콘솔게임을 만들었고, 해외에서 게임을 만들던 외국인 친구도 우리 회사에 속해 있다. 개발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포스터나 유명 PC온라인게임 원화를 그려왔던 직원도 있다.

다들 아이디어가 넘치고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탐구하고 구현하는 데 거침없는 사람들이다. 3년 전 창업할 때도 눈여겨 봤던 것이 마음가짐이었다. 개발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스타트업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멘탈과 여유로움을 가진 젊은이로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만 모여서 그런지 분위기가 참 좋다. 다들 게임 개발을 일로 여기지 않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

▲ 뉴비(Newbie)의 마음가짐과, 한적한 섬에 있는 듯한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만났다는 뜻


유비소프트에 있었던 경력이 눈에 띈다. 고퀄리티 콘솔게임을 개발해 왔으니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모바일게임이 성에 차진 않을 거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콘솔게임을 개발했던 경험이 지금 크게 도움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콘솔게임 개발과 지금의 스마트폰 개발은 굉장히 유사한 점이 많다. 그때 콘솔 기기의 성능이 지금의 스마트폰 성능이기 때문이다. 초중반의 콘솔게임은 지금만큼 개발환경이 좋지도 않았고, 성능도 낮았다. 스마트폰 역시 전체 성능은 좋을 지 몰라도 게임개발은 좀 다르다. 게임 전용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에 한계가 있다.

그래도 지금이 그 때보다는 낫다. 지금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만드는 사람도 많다. 아직 게임 기기로서의 가치를 얻진 못했지만, 스마트폰의 성능도 계속 발전 중이다. 개발 환경의 발전이 더뎠던 콘솔보다는 훨씬 입지가 좋다. 콘솔 게임 개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해서 스마트폰 환경이 불만족스럽지도 않고, 적응이 어렵지도 않다.


스마트폰 개발 환경에 쉽게 적응했다지만, 전작인 '셀레스티얼 리그'는 사실 당시 모바일 시장에 잘 맞지 않은 게임이었다. 개발력은 좋았으나,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듯 하다.

맞다. 오로지 내가 재밌어할 만한 것만 생각하다 보니 정작 시장이 뭘 원하는지 몰랐다. PC와 콘솔유저가 서로 다르듯, 모바일유저도 그만의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게임 콘텐츠의 크기와 조작, 인터페이스, 레벨링 등 모두를 모바일에 맞춰 기획해야 한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그래서 이번 '미니돔'은 시대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만들고 있다.

▲ 3.99달러라는 가격과 시장에 흔치 않은 장르로 아쉬운 성적을 보인 '셀레스티얼 리그'
허나 이 게임이 없었다면 지금의 3D기술력과 게임 기획력도 없었을 거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미니돔' 은 어떤 게임인지 살짝 알려줄 수 없겠는가.

미니+킹덤의 합성어로, 기사단을 꾸리고 운영하면서 왕국을 발전시키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누구든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만, 하면 할 수록 전략성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하드코어 유저도 지루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라이트부터 코어까지 다양한 유저층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다.

기사단은 전투 외에도 교육, 탐험, 아이템 제작, 교체멤버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유 기술 및 상성, 클래스를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과, 한 기사단 안에 일정 수 이상의 같은 계열 캐릭터를 배치했을 때 주어지는 보너스인 '클래스 콤보' 등으로 전략의 범위를 확대했다.

게임의 기본 진행은 당연히 PvE콘텐츠인 캠페인 모드다. 모험을 통해 경험치를 얻어 기사단을 성장시키고, 각 지역을 탈환해 왕국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여기에 탈환전과 방어전이라는 PvP콘텐츠도 자연스레 접하게 되며 경쟁의 묘미와 전략 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초반은 성장 중심으로 플레이하겠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 수록 타 유저와의 경쟁이 중요해진다.

최근 모바일게임 트렌드에 맞춰 전투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보는 맛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3D그래픽으로 구현한 귀여운 기사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싸우는 장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스킬 이펙트나 모션 등 타격감을 눈으로 느낄 수 있게 많이 신경썼다. 여기에 쿼터뷰와 횡스크롤 뷰를 모두 지원해 취향대로 관전할 수 있게 해놨다.

▲ 3D로 구현된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친근감을 한층 더했다

▲ 어떤 클래스 위주로 기사단을 구성할 것인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정신력을 많이 쏟아야 하는 전략성 게임인데, PvP시스템까지 있으면 유저가 금방 피곤해할 것 같다.

미니돔의 PvP콘텐츠는 그렇게 크게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게임 자체가 짧은 시간 안에 훈련과 강화, 전투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끔 일어나는 타 유저의 침략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 거다. 비슷한 수준의 유저와 겨루는데다 컨트롤도 필요없고, 승리 시 보상이 꽤 두둑하기 때문에 부담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라 보면 된다.

물론 형태가 어찌됐든, PvP콘텐츠라면 스트레스 받는 유저가 많다는 건 안다. 허나 경쟁심은 게임플레이를 오래 지속하는 동기도 된다. 경쟁심은 자극하면서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PvP콘텐츠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부에서 타 유저의 침략 빈도나 스트레스 정도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플레이를 저해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PvP 중점이라면 더더욱 과금요소도 신경써야 할 것이다. 너무 격차가 벌어지면 비과금유저는 플레이 의욕을 잃게 될테고, 또 너무 격차가 없으면 과금 욕구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과금 여부나 정도가 경쟁에 크게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은 동의한다. 미니돔은 무과금 유저도 충분히 상위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 놨다. 과금 전용 아이템 및 콘텐츠도 없고, 단판 식의 플레이와 전략의 요소로 되려 무과금 유저가 과금유저를 제압할 수도 있다. 물론 과금하면 시간이 절약되거나 좀 덜 번거로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 것이다.


'미니돔'은 시장을 많이 고려한 작품이라 했다. 전작과는 다르게, 흥행에 성공할 거란 감이 오는가?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잘 만든 게임이라는 자신이 있다. 과거보다도 더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이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만 해도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혼란기였는데, 최근은 그래도 전략이나 육성 등 심도 있는 게임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는 추세다. 대충 시대의 흐름도 눈에 보이고.

전작만 하더라도 내부 테스트 단계부터 힘들었다. 개발력은 인정받았지만 유저가 원하는 재미를 담지 못했기 때문에 썩 좋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허나 '미니돔'은 내부 테스트도 굉장히 수월하게 이뤄지고,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 간편한 조작과 심도있는 전략 콘텐츠를 마련해 다양한 유저층을 만족시킬 계획

▲ 자동 전투라도 지루하지 않게 이펙트나 모션 등으로 보는 재미를 살렸다


블루홀 스튜디오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협력하고 있는가?

블루홀 스튜디오와는 초기 기획단계부터 회의를 해 왔다. 블루홀 스튜디오의 김강석 대표가 모바일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고, 사업적인 고민도 많이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나 개발 방향 등 많은 부분에 도움을 줬다. 블루홀 이전에도 여러 게임사를 만나 봤지만, 블루홀만큼 세밀한 부분까지 같이 고민해주고 빨리 결정해주는 기업이 없었다. 블루홀의 RPG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도 수월하게 진행했다.

다만 공동으로 진행하는 건 기획 부분이고, 개발은 전적으로 우리 몫이다. 블루홀도 피드백 정도만 제공해 줄 뿐, 개발 방향 수정과 같은 간섭은 일절 하지 않는다. 기획은 공동, 개발은 누비 아일랜드가, 블루홀은 출시 즈음의 QA나 운영과 같은 부분을 책임지기로 합의한 상태다.


테라와 같은 대규모 PC MMORPG를 개발할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블루홀이 누비아일랜드에 개발을 전적으로 맡긴 이유가 뭘까?

지금은 대표로 앉아 있지만, 나도 한 사람의 개발자다. 지금도 PD로서 기획, 레벨디자인 및 사운드 등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비아일랜드의 직원들도 콘솔이나 PC온라인 게임 등을 개발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인재들이다. 블루홀도 누비아일랜드의 개발력을 믿기 때문에 이를 믿고 적극 지원해준다.


'미니돔'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낼 것 아닌가. 그렇다면 회사의 이미지도 참 중요한 법이다. 누비아일랜드를 어떤 회사로 생각해 줬음 좋겠나?

솔직히 말하자면 시장에 휘둘려 극단순한 캐주얼게임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와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를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넓게 구현하려 노력한 지난 날로 지금의 개발력과 기획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누비아일랜드 설립 3년 째다. 학생으로 치면...거의 졸업반이나 다름없다. 이젠 신생이란 딱지를 떼고 시장에 당당히 부딪혀 봐야 할 때라 생각한다. 미니돔 이후에 나올 우리만의 코어한 모바일게임을 접한 유저가 '누비아일랜드의 게임은 정말 재밌다, 믿고 할 만 하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