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층에 위치한 중국의 게임박물관(GMC, video game museum of china)

중국 내 최초의 게임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중국이 게임을 후대에 알릴 중요한 산업으로 평가한단 의미가 있다.

게임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중국음수협게임박물관(中国音数协游戏博物馆)이다. 중국음악영상디지털출판협회는 2021년 박물관 건립을 결정, 2023년 베이징에 작은 아카이브를 임시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미디어인 YYS(游研社)가 자신들의 소장품을 기증하는 등 큰 도움을 줬다. 이후 올해 상하이시 쉬후이구에서 박물관이 정식으로 설립됐다.

협회는 중국민에게 전 세계 게임산업과 중국 게임산업의 역사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 주요 게임 뒤에 숨겨진 기술, 문화, 역사적 발전을 보여줌으로써 중국민이 게임에 대해 보다 포괄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게임박물관에 진열된 대부분의 전시품은 YYS가 아카이브를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수집한 것들이다. 이후 게임박물관 건립이 확정되자 YYS는 더 많은 전시품을 구매했다. 일부 전시품은 게임 수집가들의 기부, 게임사의 기증으로 마련됐다. 예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PS나 Xbox를 박물관에 제공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반드시 봐야 할 전시품으로 1972년에 제작된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를 꼽았다. 세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는 실제 기기뿐만 아니라 분해된 버전도 전시됐다. 박물관은 중요도를 알리듯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마그나복스 오디세이를 배치했다.

우리나라 유저에겐 생소할 수 있는 소련, 동독,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발한 1세대 게임기와 Apple II, RTS 80, Commodore PET 등 초기 개인용 컴퓨터들도 게임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아울러 100여 년 전 닌텐도가 만든 화투패와 마작패도 만날 수 있다.

▲ 마그나복스 오디세이

▲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발한 게임기들
(왼쪽부터) 소련(1978), 동독(1979), 중국(1980년대)


박물관 관계자는 "설립 당시 제한된 공간 내에서 더 많은 주제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전시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고민했다"며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물관은 2,000㎡의 부지 안에 1,000㎡ 규모의 상설전시실로 구성됐다. 1,000점 이상 주요 전시품이 배치됐으며 박물관은 총 5,000개 이상의 소장품을 자랑한다.

협회는 박물관이 중국의 게임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기대한다. 협회 관계자는 "비디오 게임 산업은 역사적으로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급속히 발전하여 대규모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과거에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본 인프라가 부족했지만, 이제는 관련 기술과 도구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생산 자료가 부족하지 않은 현재, 역사를 통해 미래의 방향을 더 잘 이해하고 중국 게임이 세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전시 공간을 넘어 교육 장소로 쓰일 수 있다. 예로 박물관 소장품 중에는 1970년대의 아타리 2600이 있다. 이 게임기는 당시 가장 진보된 MOS 6502 칩을 사용하여 칩 기술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는 '선검기협전' 시리즈의 개발 자료와 관련 제품도 소장 및 전시하고, 야오좡셴(姚壮宪, 선검기협전 개발자) 선생이 기증한 서명판 '선검기협전' 초판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국산(중국) 게임의 역사적 성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의 장인 정신을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음수협게임박물관'
▲ 우리나라 판교 성격의 도심에 위치한 중국 게임박물관(GMC)


전시장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게임의 기원에서 시작해 초기 콘솔의 발전, PC의 번영으로 이어져 중국의 게임산업으로 끝난다. 전시는 관람객의 게임산업의 배경을 이해하고, 문화적 함의를 탐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950-60년대에는 비디오 게임이 주로 고등 교육 기관과 군사 기관에서 소수만 사용되었지만, 컴퓨터 기술이 점차 확산되면서 비디오 게임이 대중의 오락 활동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1972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 '오디세이'가 등장했고, 아케이드 게임 '퐁'은 상징적인 큰 성공을 거두며 비디오 게임의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 도난 방지책이 궁금했었는데, "CCTV 성능이 좋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들었다

▲ 중국 역사의 놀이판과 현대의 보드게임을 배치함으로써, 역사적 연계성을 보여준다

▲ 강력한 리자몽과 엑조디아, 삼국지 등 다양하게 배치한 모습


▲ 현대의 유물이 된 아타리 2600

▲ 애플 초기 시리즈, '애플 1'은 비싸서 아직 못구했다고...

▲ 컨트롤러도 전시됐다


▲ 시간순으로 배치한 거 같지만, 묘하게 순서가 섞여 있다

▲ STAGE 2: 콘솔 게임의 전성기

1980년대부터 비디오 게임 산업은 전례 없는 치열한 경쟁을 맞이하며 콘솔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 닌텐도, 세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업체가 각자의 역사를 써나갔다

닌텐도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클래식 게임 캐릭터로 전 세계적인 게임 열풍을 일으켰고, 세가는 하드코어 게임과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으로 닌텐도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후 소니는 강력한 기술적 우위와 폭넓은 제3자 지원으로 급속히 성장하여 새로운 산업 거두로 자리 잡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온라인 서비스로 콘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유형은 점점 다양해지고, 게임 플레이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플레이어의 경험도 강화되었다.

▲ 역사 100년이 넘은 닌텐도가 가장 좋은 자리, 가장 많은 전시품을 자랑했다

▲ 화투패 제작사 시절의 닌텐도

▲ 닌텐도가 만들었던 마작패

▲ 별걸 다 만들었던 닌텐도, 게임보이 재봉틀도 만날 수 있었다

▲ 게임박물관의 센스가 돋보였던 배치, 코로그가 숨어있다

▲ 나란히 배치된 PS와 Xbox

▲ 현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PS1


▲ 게임사의 기증으로 마련된 기기, 사인을 기재해 의미를 남겼다

▲ STAGE 3: 컴퓨터 게임의 번영

초기의 간단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서부터 현재의 복잡하고 생동감 넘치는 3D 게임 대작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게임의 발전 과정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반영하고 있다. 초기의 컴퓨터 게임은 시청각적 표현이 미흡했지만,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와 독특한 상호작용 서사로 많은 플레이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픽 카드, CPU, 메모리 등 하드웨어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게임의 시청각적 매력이 강화되고, 서사는 더욱 정교하고 깊어졌으며, 게임 플레이는 점점 더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1980년대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PC의 세계적인 보급과 Windows 시스템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많은 컴퓨터 게임 대작이 등장하여 플레이어들에게 영원한 클래식으로 남았다.

그래픽 카드 기술, 특히 3D 가속 카드의 등장으로 게임 화면의 사실감이 혁신적으로 변화했으며, CPU 성능의 향상으로 더 복잡한 인공지능과 게임 로직이 가능해졌다. 하드웨어 기술의 각 발전은 더 크고 세밀하며 현실적인 게임 세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 80년대 게임기가 놓인 일반 중국 가정을 구현한 모습, 환경까지도 전시 대상으로 삼았다

▲ 90년대 중국 가정집에 보급된 컴퓨터들

▲ 패키지 게임의 중국판 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래픽 카드의 발전과 PC 게임의 발전은 결을 같이 한다

▲ PC 외에도 중국에 출시됐던 다양한 휴대용 게임기가 놓인 모습

▲ 스팀 덱으로 마무리되는데, 갑자기 건너뛴 듯한 느낌이 든다

▲ STAGE 4: 중국 게임의 발전

4 전시장은 중국 게임박물관의 정체성과 같은 곳이다. 중국 게임산업의 역사는 1970-80년대의 국산 가정용 게임기, 대만의 초기 게임기 소프트웨어 기업, 홍콩 게임 팀이 만든 초기 오리지널 게임, 그리고 1990년대 중국 대륙에서 등장한 최초의 자체 개발 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일 게임, 클라이언트 기반 네트워크 게임, 모바일 게임이 주류였던 여러 역사적 시기별로 중국 게임 시장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게임 시장이 주로 수입에서 자체 개발로 전환된 과정과, 수많은 중국 게임 개발자들의 노력, 그리고 중국민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게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중국민들이)국산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는 동안, 더 많은 우수한 중국 게임의 출현과 중국 게임 산업의 지속적이고 건강하며 고품질의 발전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중국 제작사가 직접 만든 초기 게임기들






▲ 당시의 다양한 도전을 살펴볼 수 있다


▲ 다양한 수입 게임도 전시되었는데


▲ 수입 게임으로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블레이드&소울'

▲ 위메이드의 '전기'(미르의 전설)

▲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가 중국 게임박물관에 전시됐다


▲ 초기 중국 자체 개발작의 상징인 '선검기협전', 오른쪽 야오좡셴 선생의 서명판이 보인다

▲ 현재의 게임사 미호요와, 게임 '검은신화: 오공'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 정부도 게임박물관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의미를 담은 라키비움(Larchiveum)을 지어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게임의 역사를 집대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중국 게임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 준비 자체가 게임산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거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중국 게임 역사의 물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공백을 발견, 채워가면서 다시 알게 됐다며 "한국의 게임박물관이, 한국 게임의 역사를 외부에 더욱 상세히 알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