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게임 올드 팬이라면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5년, 16비트 게임 시절에 나온 '클락 타워'라는 게임을 기억할 것이다. 짜리몽땅한 체구에 자기 몸보다 더 큰 가위를 들고 쫓아오는 살인마를 상대로 탈출해야 하는 이 게임은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호러 영화의 감성을 충실히 담아내면서 지금까지도 여러 공포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4년, 이를 현세대 기기에 맞춘 '클락 타워: 리와인드'가 출시된다. 출시에 앞서 원작가 코노 히후미 프로듀서로부터 기술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던 와중에 어떻게 지금까지 회자되고 새롭게 출시되는 공포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지, 그 비결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 코노 히후미 PD


Q. '클락 타워'가 고전 호러 영화 '페노미나'에서 영향 받은 걸로 아는데, 원작을 기획할 당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 대학생 시절부터 호러 영화를 많이 봐왔다. 그러다가 나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호러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흘러흘러 이렇게 게임 기획을 하게 됐다.


Q. 그 당시에도 굉장히 독특한 게임으로 알려졌는데,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 클락 타워는 적으로부터 도망치는 그런 유형의 게임인데, 당시를 돌이켜보면 주인공이 적을 퇴치하는 그런 게임이 많았다. 그런데 사실 그때 아케이드 게임에도 팩맨 같이 적에게서 도망치는 그런 게임들이 있었다. 그걸 보고서 타 장르, 특히 호러에서도 그런 문법이 성립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주변 스태프들의 반대가 심하긴 했다. 아무래도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을 퇴치하게 되면 호러가 아니고 액션이 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피력하면서 반대를 무릅쓰고 살인마로부터 도망치는 그런 디자인을 하게 됐다.


Q. 시저맨이 지금까지도 호러팬들 사이에서 화자될 만큼 독특한 디자인의 캐릭터인데, 이 디자인을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 주인공이 죽을 때 고릴라라던가 무언가 크고 센 존재에게 죽으면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자기보다 작은 무언가에게 죽게 된다면? 아무래도 좀 더 굴욕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걸 맞고 죽는 게 이해가 되는 그런 게 필요해서 큰 가위를 넣었다. 척 봐도 강해보이는 적보다, 약한데 뭔가가 있는 그런 것이 기괴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Q. 주인공이 살인마에게 쫓기다가도 종종 삽으로 쳐서 위기를 모면하거나 몸싸움에서 가끔 이겨서 달아날 수 있지 않나. 또 시저맨이 좀 느릿느릿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

= 반격을 해도 격퇴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와는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시에 개발진 사이에서 좀비가 달려오는 게 무서운지 걸어오는 게 무서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빠르게 달려들어서 공격하는 좀비도 무섭긴 하지만 걸어오는 좀비는 왜 무서운가 고찰을 했다. 천천히 다가오니까 도망칠 수 있는 희망이 좀 더 있어보이는데 막상 도망칠 수 없는 순간이 되니까 더 큰 절망을 느끼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와 유사하게 작고 약해 보이는, 또 잘 하면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상대에게서 이리저리 피하다 결국 쉽게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더 큰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보았다.


Q. 물론 지금으로부터 한 30년 정도 된 작품이지만, 현 시점으로 보면 굉장히 단조로운 구성에 볼륨도 적은 편인데 오래도록 컬트적인 명작으로 꼽히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컬트적 인기를 끌었다 평가해줘서 감사하다. 솔직히 호러는 굉장히 광범위한 장르다. 제각각 좋아하는 스타일도 다 다르다. 인간이 무서운 호러라던가, 크리처가 등장하는 호러라던가, 좀비가 무서운 호러라던가 등등. 다 제각각 다르겠지만, 호러 게임을 만들 때 핵심은 크리에이터가 생각하는 최고의 공포가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주는 것이라 본다. 그래야 호러가 완성된다. 그리고 클락 타워는 그 시점에서 내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무섭다고 생각된 것들을 다 담았다. 결국 그런 주관, 철학이 뚜렷하게 잘 드러나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Q. 95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어느새 거의 30년, 일본 연호로 따지면 헤이세이에 레이와까지 두 시대를 건너뛰지 않았나, 그때 생각했던 이상적인 호러와 지금의 이상적인 호러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나 궁금하다. 또 이전처럼 주인공이 도망치는 유형의 호러 게임을 또 만들지 아니면 다른 유형의 호러 게임을 만들지 궁금하다.

= 아무래도 시장에 대한 스탠스와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AA, AAA를 겨냥한다고 하면 슈팅 요소가 좀 더 많아질 수박에 없는데, 그렇게 슈팅 요소를 넣게 된다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호러에서 멀어지지 않나 싶다. 결국 어떤 끔찍한 크리처라고 해도 타겟이 되어버리지 않나. 처음 볼 떄는 무섭고 끔찍하더라도, 사람이 무기가 주어진 순간에는 그 적을 어떻게 쓰러뜨릴 수 있을지 강구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공포를 느끼게 하려면 적이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쓰러뜨리지 못하는 적에게서 공포를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 표현의 방법에 대해서는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감성도 조금 달라질 것 같고.

사실 공포를 추구할 때,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까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너무 무서우면 접근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클락 타워'를 처음 만들 당시의 고민이 이런 점이었다. 어느 정도로 해야 사람들이 플레이할까, 그런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보면 아웃라스트처럼 정말 무섭고 끔찍한 게임도 있고, 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액션에서 다시 '공포'로 돌아왔는데도 많이 즐기고 또 매출도 좋더라. 이제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무서운 걸 받아들이는 느낌이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공포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신작도 보니까 약간 그런 과였다.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더욱 더 무서운 공포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 어디서든 불쑥 튀어나오는 살인마치고 다소 코믹하게 저지당하기도 하지만

▲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살인마의 가위를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을 때 더 절망감을 느낄 것이라고 보았다


Q. 원작이 나온지 29년 만에 또 클락 타워 리와인드가 나오는데, 원작 감독으로서 이번 리메이크 출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또 자시네게 있어 클락 타워가 어떤 게임이라고 생각하나?

=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쭉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표작인 것 같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현역 크리에이터인 만큼, 다른 것도 보여주고 싶은데 이 작품이 가장 먼저 따라오니까 압박감도 느껴진다. 추억도 깊은 작품이긴 하지만, 이제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Q. 당시에 클락 타워가 이렇게 오래도록 게이머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임이 되리라고 생각했나?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 이렇게 오래도록 이름이 알려지리라 생각 못했다. 발매 당시에는 3만 개 정도 팔렸던 거 같은데, 감회가 새롭다. 이걸로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시리즈가 나오기도 하지 않았나. 당시를 돌이켜보면 예산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그냥 막 한 번 해보자 싶었는데 어느새 이런 식이 됐다. 지금처럼 한 타이틀에 몇 억씩이나 들면 못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공포’를 게임으로 표현하는 여러 방법 중 한 가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제약, 거기서 느껴지는 공포. 그 디자인을 확립하고 증명한 것이 지금까지 여러 게이머들이 알아봐주시는 나 자신의 개성이지 않을까 싶다.


Q. 엔딩을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멀티 엔딩, 여기에 떄로는 어떤 엔딩은 볼 수 있고 어떤 엔딩은 못 볼 수 있는 랜덤성이 인기의 이유라 생각하는데, 당시에 이런 걸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 호러 영화 같은 세상에서 자신이 헤매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았다, 그곳에서 좀 더 몰입하게 하려면, 그리고 그 공포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간단하게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결과가 바로 직관적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낀다. 그러니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어떻게 될지 확신을 못하게,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최대한 체험하게 하고자 그런 디자인을 하게 됐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효율이 떨어지는 작업이다. 게임의 룰을 짤 때 그냥 랜덤하게 만드는 것은 별로 좋지 않으니 말이다. 단순히 무작위성, 랜덤 그런 것만으로는 안정적인 퀄리티의 경험을 줄 수 없고, 그래서 여러 가지 고심했다.


Q. '클락 타워'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나오게됐는데, 그 사이에 영감을 받은 게임도 많이 나온 것 같다. 이러한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이번 리와인드는 나 스스로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선소프트에서 이 게임을 만들고 싶다 말해줘서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 선소프트에서 제안을 해주신 점에 대해 우선 감사하다.

인디 게임계에서 이런 유사한 작품들이 많이 나온 느낌인데,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본다. 하나는 정말 자기가 좋아서 만드는 것이고, 혹은 이 시스템이 인디 게임에 좀 적합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슈팅이나 이런 요소들과 비교해보자면, 클락 타워에 비슷한 게임이 기술적으로도 좀 더 만들기 쉽다. 그러니 게임 개발에 처음 도전하는 인디 개발자들도 공부해서 만들어보기에 좋지 않을까. 다만 여기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호러'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꼭 이 문법을 따라하든 혹은 그렇지 않든, 자신의 개성과 호러 철학을 담은 게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공포 게임은 타 장르보다 그래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데 16비트 그래픽으로 이렇게 공포스러운 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어떻게 그 한계 속에서 공포를 담아내고나 했나?

= 지금 같은 포토리얼 시대에는 그래픽 퀄리티가 낮아지면 빛이 바래지는 느낌이다. 지금 시대라면 그에 맞는 기술과 에산이 필요하지 않을까.

클락 타워의 시대는 도트 시대였고, 그런 거친 표현으로 만든 결과물을 두고 유저 상상력에 의존하는 시대였다. 당시 예산이나, 기술력으로 보아도 정말 제약이 많았다. 지금과는 다르다. 지금의 리얼한 게임 시대에, 정말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흥을 못 느끼지 않을까.

앞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 게임을 만들다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하이엔드에 적합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픽이라던가,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그런 점에서 나이트 크라이는 예산이 부족했던 게임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Q. 나이트 크라이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하고 클락 타워 시리즈는 2편까지 담당하지 않았나. 예산이 더 확보되거나 여건이 되면 클락 타워 시리즈를 다시 제작할 생각이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선소프트는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다(웃음) 지금 게임을 개발하려면 정말 돈이 많이 든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휴먼 같은 게임사도 예산이 적었다. 약간 뒤에 나오긴 했어도 당대 공포 게임 양대 산맥인 바이오하자드, 사이런트 힐 같은 것은 우리의 다섯 배 이상 예산을 썼다고 들었다. 그러니 지금은 얼마나 예산을 받아올 수 있을지 또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Q. 클락 타워 같은 호러 게임 개발로 시작해 이후에도 여러 게임을 제작했는데, 그렇게 쭉 개발하면서 돌이켜보면 자신의 주특기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 호러, 로봇, 미스테리 등등, 뭐든 간에 내가 좋아했던 걸 다 게임으로 만들어봤던 것 같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직관적으로 조작하면서 나아가는 그런 유형의 게임은 내가 조금 약한 것 같다. 그보다는 로직적으로 잘 짜인 레벨 디자인이 요구되는 그런 유형의 게임이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철기를 만들 시기에 캡콤에서는 데빌 메이 크라이도 개발되고 있는데,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센스가 없으면 안 되는 게임이다. 기획자, 디렉터는 물론이고 프로그래머, 애니메이터 모두가 다 액션에 대한 센스가 필요하다. 근데 그건 나한테 없는 것이었다. '철기'는 액션이 있기는 하지만 로지컬, 로직에 의존한 게 많다.



Q. 휴먼이 지금 사라진 회사긴 하지만, 그때 그곳에 몸담고 있던 스다 고이치 등 여러 개발자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지 않나. 당시 그곳에서 클락 타워를 만들 시기를 돌이켜봤을 때 재미있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 휴먼은 당시 기준으로도 예산도 작고 인원도 적은 회사였다, 그래서 그래픽 퀄리티나 규모로 승부할 수 없으니, 정말 아이디어로만 승부를 봐야 했던 회사였다. 그래서 모두 다 어떤 아이디어가 정말 멋지고 기똥찰까, 개성적일까, 이런 것에 집중하다 보니까 별별 게임들이 많이 나왔다. 그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이유이지 않을까.

당시 개발 환경도 별로 안 좋았다. 회사에서 먹고 자는 게 당연했고, 회사 멤버들은 의자가 세 개 정도 늘어있으면 그걸 붙여놓고 자는 게 일과였다. 그 중 기억나는 일화라면, 파이어 프로레슬링 개발 당시에 커스터마이징 요소 때문에 디버깅이 굉장히 문제였다. 그래서 다른 개발팀도 와서 디버깅에 투입됐다. 회사에서 이래저래 고생하는 동안 가족들이 와서 사식을 넣어주고 그랬고. 모기도 엄청 많아서 밤샘으로 머리가 잘 안 돌아갈 때 모기약을 엄청 뿌렸더니 다음날 다들 냄새난다 투덜거리고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였다고 할까.


Q. 최근 제작에 참가한 게임 중 루트필름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자신만의 테이스트를 조금 줄인 느낌이다.

= 개발 프로듀서로 작업했다면 모르겠지만, 루트필름은 시나리오 디렉션 위주였기 때문에 그렇다. 게임 디자인, 시스템은 외주, 클라이언트에서 맡았기 때문에 내가 개입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조금 더 이런저런 걸 구현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원래 내가 기획했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개발자의 기획이니 내가 조절할 수밖에 없지 않나. 다만 그때 수확은 미노보시 타로라는 개발자와 친해졌다는 점이다. 그와는 언제 같이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자고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Q. 디버깅 작업할 때 개발자들이 정말 고생하는 것 같은데, 클락 타워 개발 당시 마지막까지 괴롭혔던 디버깅 작업이 어떤 것이었나?

= 가장 힘든 디버깅 작업은 철기 개발 떄 있었다. 10명이 모여야만 플레이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내가 컨트롤도 못하는데 개발팀 일원으로 디버깅팀과 5:5 한 판 했을 때 정말 엄청 얻어맞았다. 그거 말고도 컨트롤러 디버깅을 할 때 힘들었다. 악셀 페달까지도 쓰는 컨트롤러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때 미카미 신지 디렉터가 페달 내구도 실험을 하자고 부르면 참가자는 30분 동안 페달을 쭉 밟아야 했다.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Q. 랜덤 요소가 유저들이 체험하기에 좋은 요소는 아니라 했는데, 생각해보면 철기는 전투하다가 격추되는 순간에 탈출 못하면 세이브도 안 되는 괴이한 디자인을 보여주지 않았나. 향후로도 유저들에게 특이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나 궁금하다.

= 생각해보자면 2010년쯤에 게임이 유저에게 일순 친절해진 시기가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프롬소프트웨어의 작품이 흥하면서 점차 고난도 게임이 받아들여지는 모습이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 스태프들이랑 이야기해보니까 프롬소프트웨어 영향도 있지만, 유튜브의 영향도 큰 것 같다.

예전 종이잡지로 써있는 공략과 달리, 이제는 영상으로 보면서 즐기거나 혹은 영상 공략을 보면서 이를 따라하고 공략하는 그런 플레이가 일반화된 느낌이다. 그러니 유저를 괴롭히는 시스템을 좀 더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다만 철기 정도는 설정과 잘 엮인 이해가 가능한 시스템이라 생각하지만, 클락 타워는 좀 불편하고 불친절한 느낌이다. 지금 다시 낸다고 하면 좀 다르게 낼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내가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리와인드 개발진에게 들은 사실인데, 그 옛날 원작 그대로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도 불친절하고, 도전적일 거다. 이 게임을 만약 공략을 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플레이해서 다 클리어한다면, 정말 고생 많았다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나 자신에 대해 말하자면, 호러에 대해서는 게임 외에도 여러 가지로 작업을 해왔다. 테이블 RPG나 이것저것 만들어왔다. 언제까지 클락 타워만 내세울 수 없으니, 나 스스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하이엔드에 대응할 수 있는 예산이나 스태프를 확보해서 또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고, 이후에 80살이 되어서도 게임 개발자로 뛰고 싶다.

최근 왕년의 크리에이터들이 옛날 관성으로 게임을 만들어서 현세대 게이머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근 10년 동안 나 스스로 하이엔드 게임 제작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참가하고 또 최신 게임도 많이 해봤는데, 그때마다 정말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최신 기준에 맞는 게임을 만들고자, 또 나 스스로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인간이 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