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축제인가요? 네 축제 맞습니다, '명조 2.0'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쿠로 게임즈의 오픈월드 RPG, '명조'가 오는 1월 2일 2.0 버전을 선보입니다. 아마 서브컬쳐 게임을 줄곧 즐겨왔던 유저라면, 최근 몇 년 사이 저 '2.0'이라는 단어의 위력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 친숙하지 않은 유저를 위해 부연설명하자면, 확장팩 추가 혹은 MMORPG에서 신규 지역 추가 정도로 설명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한 임팩트를 기대하는 유저를 위해 쿠로게임즈는 2.0 이전부터 미리 사전 정보를 대거 풀어왔습니다. 신규 지역 리나시타를 비롯해, 그곳에서 만나게 될 여러 매력있는 캐릭터와 그곳에서 새로 보게 될 기믹까지 말이죠. 너무 빨리 이것저것 풀어버린 탓에 그간 명조가 꾸준히 지적받았던 번역 부분을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날것 그대로 튀어나와버리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금주', '검은 해안'과는 전혀 다른 '리나시타'의 화려한 모습은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습니다.
한국 매체 최초로 '명조'를 소개했던 인벤은 쿠로 게임즈의 초청을 받아 2.0 라이브에 앞서 미리 본사에 방문, PS5로 2.0버전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행운이 겹쳐서 원래 예정된 시연 시간을 훌쩍 넘겨서 쭉 플레이해보면서 느낀 '명조' 2.0은, 그야말로 고봉밥 그 자체이지 않나 싶습니다. 리나시타의 라군나가 카니발의 도시인 걸 생각하면, 곧 오게 될 2.0은 축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망고스틴은 잊어라, 직관적으로 다듬은 몰입감 있는 스토리
좀 과감하게 축제까지 언급해버린 만큼, 아마 '명조'에서 역린이 될 부분이 반작용으로 떠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명조'가 분명 모델링 퀄리티도 뛰어나고, 특유의 색감이 돋보이는 세계관도 잘 구현한 데다가 연출도 수준급인 건 확실하죠. 그렇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 만나게 될 부분이 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오죽하면 '망고스틴'이 명조를 대표하는 과일이 됐을까 할 정도로 말이죠.
물론 줄곧 해왔던 유저들은 그 이후 승소산 시점부터는 주역이 될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을 실으면서 점점 더 '명조'의 세계에 녹아들게끔 유도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전처럼 거대한 음모나 세계관 전체에 얽힌 얘기를 덜컥 내뱉던 화법이 아니라, 포인트를 짚으면서 몰입감을 갖춰나가는 소위 '빌드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부분까지 가고 '리나시타'까지 경험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2.0 업데이트 후에는 1장 3막까지만 밀면 바로 '리나시타'로 갈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죠.
그간 '명조'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스토리인데, 이 부분을 불쑥 꺼내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서 '명조'는 방대한 세계관을 먼저 확 꺼내버렸다고 말했는데, 초반에 그걸 어떻게든 이해하기 쉽게 축약하면서도 빠르게 풀어내려고 고유명사들을 따발총처럼 쏟아냈습니다. 아울러 여러 등장인물이 미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바로 합류, 몰입감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죠.
그 실책을 깨닫고 준비한 명조 2.0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이제야 명조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기반이 마련된 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각 세력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죠. 이미 특별방송을 통해서 일부 공개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말하자면 리나시타는 수호신을 모시는 수도회와 유력 가문들이 중심이 된 지역입니다. 10년 전 카니발에서 사건이 벌어진 뒤, 카니발이 철저히 금지됐지만 몬텔리 가문을 비롯한 일부 가문은 카니발을 재개할 것을 주장하죠.
결국 카니발이 재개되고, 방랑자도 몬텔리 가문의 차녀 카를로타의 초대장을 받고 리나시타에 오게 됩니다. 그런데 카니발을 준비하는 와중에 갑자기 공연을 하던 에코가 무단 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방랑자와 방랑자를 호위하던 젠니 그리고 수도회의 페비는 그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라군나 인근 지역을 수색하게 됩니다.
이렇게 글로 풀어쓰니 무언가 전형적인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그간 무언가 파고들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웠던 고유명사 투성이었던 '명조'의 스토리에 비하면 명료하게 잘 풀어낸 걸 확인할 수 있죠. 아울러 '명조'는, 이번에는 그런 요소들로 비비꼬기보다는 알기 쉬운 이야기를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서 어필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장리' 때부터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특유의 캐릭터 모델링과 연출력을 적극 활용한 것이죠.
그리고 그 캐릭터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핵심 캐릭터 몇몇을 지정하고 그때그때 그들과 엮어서 조금씩 풀어나가는 짜임새 있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돌이켜보면 클리셰적이라 오래 붙잡을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체험했을 당시에는 캐릭터들의 활약 특히 카를로타와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계속 컨트롤러를 잡고 있게 되더군요. 이번 2.0에서 방랑자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남랑자로 바꾸면 몰입감이 훨씬 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와의 첩보 로맨스 활극, 그 테마를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그 이야기의 볼륨도 상당히 풍성합니다. 거의 4시간 동안 메인스토리만 쭉쭉 밀었는데도 미처 다 끝내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죠. 여기에 얽힌 별 이야기나 이벤트 스토리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축제에 걸맞는 한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코도 함께 카니발! 축제의 도시 라군나 그리고 리나시타
금주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에코'가 갑자기 무단 행동을 했다는 이전의 발언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겁니다. 실제로 '리나시타'를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낯선 게 이 부분이었죠. 금주에선 추방자들도 에코부터 때릴 정도로 인류 공공의 적이었던 것들이 갑자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으니까요.
어쨌거나 '리나시타'는 금주, 그리고 금주가 속한 국가인 황룡과 달리 에코와 공존하는 곳입니다. 물론 그게 명식과 엮여서 폭주하는 '잔상'은 리나시타에서도 토벌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에코는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죠.
그 대표적인 에코가 최초 예고 티저에서 공개됐던 '케루브'입니다. 대왕쥐가오리와 비슷한 외형의 케루브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에코로, 로프를 걸면 평소에 넘나들기 어려운 고지까지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고도 이상을 날아간 뒤에 로프를 풀면 이전까지의 활강과는 다르게 고도의 높낮이 조절과 속도 조절까지 가능한 '비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곤돌라'입니다. 도시의 수로는 물론, 구름바다와 폭포까지 물과 관련된 다양한 지형이 있는 리나시타에서는 곳곳에 배치된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게 되죠. 단순히 지정된 경로를 가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조종해서 폭포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에코와 공명, 그간 체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믹이나 퍼즐을 풀고 곳곳을 탐험하는 것이 '리나시타'의 또다른 재미 포인트입니다.
물론 다양한 에코를 볼 수 있다는 말은, 유저가 맞서싸우면서 수집해야 할 에코가 늘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트효과가 추가되는 건 물론, 이전에 없던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특수한 스킬을 들고 온 에코들이 나오니까요.
이미 특별 방송에서 나온 몬텔리 가문의 금고를 지키는 경비 에코나, 잔성회의 '플로로'가 불러낸 '헤카테' 등 유저의 컨트롤을 시험할 보스들도 출현하죠. 특히 '헤카테'는 붉은 꽃잎 같은 이펙트와 춤추는 듯 우아한 패턴들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는 말은, 그만큼 집중해서 상대해야 하는 난적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화끈하게 패링하면서 맞부딪힐 때도 있고, 묘한 엇박 공격을 회피하기도 해야 하는 '헤카테'가 과연 춤사위를 보여줄지 1월 2일에 직접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총기 액션의 스타일리시함을 보여줄 '카를로타'와 낙공 스타일의 '로코코'
수집형 RPG의 대형 업데이트에서 신규 캐릭터 또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죠. 특히 명조는 2.0 업데이트에 앞서 리나시타에서 나올 캐릭터를 다섯 명이나 미리 공개할 정도로 캐릭터에 힘을 싣고 있죠.
이번 2.0에서 픽업으로 만나게 될 캐릭터는 5성 권총 응결 캐릭터 '카를로타'와 5성 인멸 권갑 캐릭터 '로코코'입니다. 그간 명조에서 직검, 대검, 증폭기 위주로 캐릭터들이 출시되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또 각자 독특한 액션으로 유저들에게 손맛을 전할 캐릭터들로 라인업이 구성됐습니다.
그중 '카를로타'는 명조에 특히 부족했던 권총캐의 액션을 한껏 끌어올린 캐릭터입니다. 여타 권총캐와 달리 조준사격이 없지만, 자신이 소지한 권총 외에도 여러 총기를 소환해 교대로 발사하면서 쉴새 없이 건카타식 액션을 선보이죠. 공명 스킬을 사용하면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총알의 비를 퍼붓고, 그 상태에서 다시 공명 스킬 버튼을 누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에게 강력한 낙하 공격을 먹이는 호쾌한 액션이 돋보였습니다.
공명 해방은 특이하게 컷신이 두 번 발동되는데, 처음 발동하게 되면 거울이 깨지는 컷신과 함께 장총으로 적에게 특수 탄환을 발사하게 됩니다. 그 탄을 다 발사한 뒤에는 여러 개의 장총을 소환하는 컷신 연출과 함께 강력한 일격을 먹이면서 마무리되죠. 이 모든 공격들이 다 위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간 권총캐에 부족했던 '패링'도 일반 공격 3타째와 공명 스킬에 붙어 있어 권총 액션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주목해봐야 할 캐릭터이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스토리에서도 방랑자를 초대한 장본인이자, 유력 가문의 아가씨 그리고 실력자로써 멋진 활약을 선보이는 만큼 2.0 버전에서 '카를로타'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죠.
또 한 명의 픽업 캐릭터, '로코코'는 우인 극단의 부선장으로, 가방 안에 있는 정체불명의 괴물 '펠로'를 활용해 전투를 펼치는 캐릭터입니다. 즉 권갑을 본인이 드는 게 아니고, 펠로가 권갑을 쥐고 어퍼컷을 날리거나 펠로가 든 가방을 휘두르고 내리찍는 식으로 싸우는 게 '로코코'의 전투 방식이죠. 가방을 통째로 활용해서 회오리를 일으키며 적을 몰이하는 공명 스킬과 게이지가 찼을 때 공중으로 올라서 펠로가 든 가방으로 바디프레스 낙공을 활용, 광역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주요 패턴입니다. 일견 무뚝뚝해 보이지만 방랑자에게 호감을 갖고 조금씩 접근해가는 '로코코'의 매력도 2.0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잔로딩 없이 쾌적, 패드의 조작감도 살아있는 PS5 버전까지 고봉밥 그자체 '2.0'
이번 2.0 버전에는 PS5도 나오는 만큼, 과연 그 완성도가 어떤지도 주요 포인트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적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어서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잔로딩이 거의 없어서 이리저리 파밍하러 워프하기에 좋았죠. 햅틱 피드백이나 어댑티브 트리거 같은 듀얼센스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전투 키 배정이 잘 되어있어서 명조 특유의 액션을 패드로 즐기는 감각은 확실했죠.
전투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지만, 평소에 대화를 확인하거나 선택지를 고를 때 PS5의 기본 설정과 다소 키가 다르게 배정되고 그게 일관성이 없던 게 낯설긴 했습니다. PS4까지야 O가 확인, X가 취소였던 게 PS5 게임은 X가 확인, O가 취소로 변경됐는데, 명조에서는 그 두 가지가 때때로 혼용되서 나왔기 때문이죠. 스크립트를 넘기는 거나 메뉴 선택은 X가 맞는데, 대화 선택지를 고를 때는 O를 눌러야 하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앞서 이래저래 띄워주긴 했지만, '명조'엔 아직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번역 문제죠. 그나마 스토리 부분은 이번에는 최대한 공을 들였는지, 몇몇 묘하게 번역된 단어들 빼면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이전에 비해서는 패러디를 살려보려는 시도도 좀 있었고요.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를 뒤튼 '그대가 나의 SERVANT인가?'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딥오션 수도회', '대낮 기사' 등은 실제로 게임에서 보았을 때 뭔가 좀 운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피드백 끝에 '깊은 바다 수도회'로 바뀌긴 했지만, 다른 부분은 어떨지 좀 더 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얽힌 별 임무나 서브퀘스트까지 보지는 못하고 메인 퀘스트 위주로 플레이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런 번역의 흠결이 생선 가시처럼 남아있는 게 너무도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명조' 2.0은 그간 쿠로 게임즈가 쌓아올린 연출과 그래픽, 캐릭터 디자인 노하우를 쏟아붓고 여태 지적받았던 스토리 퀄리티도 상당히 끌어올렸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죠. 우스갯소리로 다 해줬는데 번역만 못 받쳐준다,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수준이 다 고만고만하면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다 퀄리티가 괄목상대 수준으로 올라왔는데 어느 한 부분만 못따라오면 그 부분이 계속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만큼 이 부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에 최대한 고치고, 2.0 이후에도 꾸준히 고쳐서 '명조'의 아름답고 화끈한 액션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만한 임팩트를 기대하는 유저를 위해 쿠로게임즈는 2.0 이전부터 미리 사전 정보를 대거 풀어왔습니다. 신규 지역 리나시타를 비롯해, 그곳에서 만나게 될 여러 매력있는 캐릭터와 그곳에서 새로 보게 될 기믹까지 말이죠. 너무 빨리 이것저것 풀어버린 탓에 그간 명조가 꾸준히 지적받았던 번역 부분을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날것 그대로 튀어나와버리는 이슈가 있긴 했지만, '금주', '검은 해안'과는 전혀 다른 '리나시타'의 화려한 모습은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습니다.
한국 매체 최초로 '명조'를 소개했던 인벤은 쿠로 게임즈의 초청을 받아 2.0 라이브에 앞서 미리 본사에 방문, PS5로 2.0버전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행운이 겹쳐서 원래 예정된 시연 시간을 훌쩍 넘겨서 쭉 플레이해보면서 느낀 '명조' 2.0은, 그야말로 고봉밥 그 자체이지 않나 싶습니다. 리나시타의 라군나가 카니발의 도시인 걸 생각하면, 곧 오게 될 2.0은 축제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망고스틴은 잊어라, 직관적으로 다듬은 몰입감 있는 스토리
좀 과감하게 축제까지 언급해버린 만큼, 아마 '명조'에서 역린이 될 부분이 반작용으로 떠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명조'가 분명 모델링 퀄리티도 뛰어나고, 특유의 색감이 돋보이는 세계관도 잘 구현한 데다가 연출도 수준급인 건 확실하죠. 그렇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 만나게 될 부분이 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오죽하면 '망고스틴'이 명조를 대표하는 과일이 됐을까 할 정도로 말이죠.
물론 줄곧 해왔던 유저들은 그 이후 승소산 시점부터는 주역이 될 캐릭터 하나하나에 힘을 실으면서 점점 더 '명조'의 세계에 녹아들게끔 유도해왔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이전처럼 거대한 음모나 세계관 전체에 얽힌 얘기를 덜컥 내뱉던 화법이 아니라, 포인트를 짚으면서 몰입감을 갖춰나가는 소위 '빌드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부분까지 가고 '리나시타'까지 경험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2.0 업데이트 후에는 1장 3막까지만 밀면 바로 '리나시타'로 갈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죠.
그간 '명조'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스토리인데, 이 부분을 불쑥 꺼내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서 '명조'는 방대한 세계관을 먼저 확 꺼내버렸다고 말했는데, 초반에 그걸 어떻게든 이해하기 쉽게 축약하면서도 빠르게 풀어내려고 고유명사들을 따발총처럼 쏟아냈습니다. 아울러 여러 등장인물이 미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바로 합류, 몰입감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죠.
그 실책을 깨닫고 준비한 명조 2.0은, 좀 과장을 보태자면 이제야 명조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기반이 마련된 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각 세력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죠. 이미 특별방송을 통해서 일부 공개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말하자면 리나시타는 수호신을 모시는 수도회와 유력 가문들이 중심이 된 지역입니다. 10년 전 카니발에서 사건이 벌어진 뒤, 카니발이 철저히 금지됐지만 몬텔리 가문을 비롯한 일부 가문은 카니발을 재개할 것을 주장하죠.
결국 카니발이 재개되고, 방랑자도 몬텔리 가문의 차녀 카를로타의 초대장을 받고 리나시타에 오게 됩니다. 그런데 카니발을 준비하는 와중에 갑자기 공연을 하던 에코가 무단 행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방랑자와 방랑자를 호위하던 젠니 그리고 수도회의 페비는 그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라군나 인근 지역을 수색하게 됩니다.
이렇게 글로 풀어쓰니 무언가 전형적인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그간 무언가 파고들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어려웠던 고유명사 투성이었던 '명조'의 스토리에 비하면 명료하게 잘 풀어낸 걸 확인할 수 있죠. 아울러 '명조'는, 이번에는 그런 요소들로 비비꼬기보다는 알기 쉬운 이야기를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서 어필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장리' 때부터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특유의 캐릭터 모델링과 연출력을 적극 활용한 것이죠.
그리고 그 캐릭터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핵심 캐릭터 몇몇을 지정하고 그때그때 그들과 엮어서 조금씩 풀어나가는 짜임새 있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돌이켜보면 클리셰적이라 오래 붙잡을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체험했을 당시에는 캐릭터들의 활약 특히 카를로타와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계속 컨트롤러를 잡고 있게 되더군요. 이번 2.0에서 방랑자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남랑자로 바꾸면 몰입감이 훨씬 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귀족 아가씨와의 첩보 로맨스 활극, 그 테마를 만끽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그 이야기의 볼륨도 상당히 풍성합니다. 거의 4시간 동안 메인스토리만 쭉쭉 밀었는데도 미처 다 끝내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죠. 여기에 얽힌 별 이야기나 이벤트 스토리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축제에 걸맞는 한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코도 함께 카니발! 축제의 도시 라군나 그리고 리나시타
금주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에코'가 갑자기 무단 행동을 했다는 이전의 발언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겁니다. 실제로 '리나시타'를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낯선 게 이 부분이었죠. 금주에선 추방자들도 에코부터 때릴 정도로 인류 공공의 적이었던 것들이 갑자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으니까요.
어쨌거나 '리나시타'는 금주, 그리고 금주가 속한 국가인 황룡과 달리 에코와 공존하는 곳입니다. 물론 그게 명식과 엮여서 폭주하는 '잔상'은 리나시타에서도 토벌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에코는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죠.
그 대표적인 에코가 최초 예고 티저에서 공개됐던 '케루브'입니다. 대왕쥐가오리와 비슷한 외형의 케루브는 공중을 날아다니는 에코로, 로프를 걸면 평소에 넘나들기 어려운 고지까지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고도 이상을 날아간 뒤에 로프를 풀면 이전까지의 활강과는 다르게 고도의 높낮이 조절과 속도 조절까지 가능한 '비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곤돌라'입니다. 도시의 수로는 물론, 구름바다와 폭포까지 물과 관련된 다양한 지형이 있는 리나시타에서는 곳곳에 배치된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게 되죠. 단순히 지정된 경로를 가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조종해서 폭포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이외에 다른 에코와 공명, 그간 체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믹이나 퍼즐을 풀고 곳곳을 탐험하는 것이 '리나시타'의 또다른 재미 포인트입니다.
물론 다양한 에코를 볼 수 있다는 말은, 유저가 맞서싸우면서 수집해야 할 에코가 늘었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세트효과가 추가되는 건 물론, 이전에 없던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특수한 스킬을 들고 온 에코들이 나오니까요.
이미 특별 방송에서 나온 몬텔리 가문의 금고를 지키는 경비 에코나, 잔성회의 '플로로'가 불러낸 '헤카테' 등 유저의 컨트롤을 시험할 보스들도 출현하죠. 특히 '헤카테'는 붉은 꽃잎 같은 이펙트와 춤추는 듯 우아한 패턴들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렇다는 말은, 그만큼 집중해서 상대해야 하는 난적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화끈하게 패링하면서 맞부딪힐 때도 있고, 묘한 엇박 공격을 회피하기도 해야 하는 '헤카테'가 과연 춤사위를 보여줄지 1월 2일에 직접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총기 액션의 스타일리시함을 보여줄 '카를로타'와 낙공 스타일의 '로코코'
수집형 RPG의 대형 업데이트에서 신규 캐릭터 또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죠. 특히 명조는 2.0 업데이트에 앞서 리나시타에서 나올 캐릭터를 다섯 명이나 미리 공개할 정도로 캐릭터에 힘을 싣고 있죠.
이번 2.0에서 픽업으로 만나게 될 캐릭터는 5성 권총 응결 캐릭터 '카를로타'와 5성 인멸 권갑 캐릭터 '로코코'입니다. 그간 명조에서 직검, 대검, 증폭기 위주로 캐릭터들이 출시되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또 각자 독특한 액션으로 유저들에게 손맛을 전할 캐릭터들로 라인업이 구성됐습니다.
그중 '카를로타'는 명조에 특히 부족했던 권총캐의 액션을 한껏 끌어올린 캐릭터입니다. 여타 권총캐와 달리 조준사격이 없지만, 자신이 소지한 권총 외에도 여러 총기를 소환해 교대로 발사하면서 쉴새 없이 건카타식 액션을 선보이죠. 공명 스킬을 사용하면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총알의 비를 퍼붓고, 그 상태에서 다시 공명 스킬 버튼을 누르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적에게 강력한 낙하 공격을 먹이는 호쾌한 액션이 돋보였습니다.
공명 해방은 특이하게 컷신이 두 번 발동되는데, 처음 발동하게 되면 거울이 깨지는 컷신과 함께 장총으로 적에게 특수 탄환을 발사하게 됩니다. 그 탄을 다 발사한 뒤에는 여러 개의 장총을 소환하는 컷신 연출과 함께 강력한 일격을 먹이면서 마무리되죠. 이 모든 공격들이 다 위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간 권총캐에 부족했던 '패링'도 일반 공격 3타째와 공명 스킬에 붙어 있어 권총 액션을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주목해봐야 할 캐릭터이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나 스토리에서도 방랑자를 초대한 장본인이자, 유력 가문의 아가씨 그리고 실력자로써 멋진 활약을 선보이는 만큼 2.0 버전에서 '카를로타'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죠.
또 한 명의 픽업 캐릭터, '로코코'는 우인 극단의 부선장으로, 가방 안에 있는 정체불명의 괴물 '펠로'를 활용해 전투를 펼치는 캐릭터입니다. 즉 권갑을 본인이 드는 게 아니고, 펠로가 권갑을 쥐고 어퍼컷을 날리거나 펠로가 든 가방을 휘두르고 내리찍는 식으로 싸우는 게 '로코코'의 전투 방식이죠. 가방을 통째로 활용해서 회오리를 일으키며 적을 몰이하는 공명 스킬과 게이지가 찼을 때 공중으로 올라서 펠로가 든 가방으로 바디프레스 낙공을 활용, 광역으로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주요 패턴입니다. 일견 무뚝뚝해 보이지만 방랑자에게 호감을 갖고 조금씩 접근해가는 '로코코'의 매력도 2.0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잔로딩 없이 쾌적, 패드의 조작감도 살아있는 PS5 버전까지 고봉밥 그자체 '2.0'
이번 2.0 버전에는 PS5도 나오는 만큼, 과연 그 완성도가 어떤지도 주요 포인트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적화가 상당히 잘 되어있어서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잔로딩이 거의 없어서 이리저리 파밍하러 워프하기에 좋았죠. 햅틱 피드백이나 어댑티브 트리거 같은 듀얼센스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전투 키 배정이 잘 되어있어서 명조 특유의 액션을 패드로 즐기는 감각은 확실했죠.
전투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지만, 평소에 대화를 확인하거나 선택지를 고를 때 PS5의 기본 설정과 다소 키가 다르게 배정되고 그게 일관성이 없던 게 낯설긴 했습니다. PS4까지야 O가 확인, X가 취소였던 게 PS5 게임은 X가 확인, O가 취소로 변경됐는데, 명조에서는 그 두 가지가 때때로 혼용되서 나왔기 때문이죠. 스크립트를 넘기는 거나 메뉴 선택은 X가 맞는데, 대화 선택지를 고를 때는 O를 눌러야 하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앞서 이래저래 띄워주긴 했지만, '명조'엔 아직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번역 문제죠. 그나마 스토리 부분은 이번에는 최대한 공을 들였는지, 몇몇 묘하게 번역된 단어들 빼면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이전에 비해서는 패러디를 살려보려는 시도도 좀 있었고요.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를 뒤튼 '그대가 나의 SERVANT인가?'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딥오션 수도회', '대낮 기사' 등은 실제로 게임에서 보았을 때 뭔가 좀 운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피드백 끝에 '깊은 바다 수도회'로 바뀌긴 했지만, 다른 부분은 어떨지 좀 더 봐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얽힌 별 임무나 서브퀘스트까지 보지는 못하고 메인 퀘스트 위주로 플레이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런 번역의 흠결이 생선 가시처럼 남아있는 게 너무도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명조' 2.0은 그간 쿠로 게임즈가 쌓아올린 연출과 그래픽, 캐릭터 디자인 노하우를 쏟아붓고 여태 지적받았던 스토리 퀄리티도 상당히 끌어올렸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죠. 우스갯소리로 다 해줬는데 번역만 못 받쳐준다,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수준이 다 고만고만하면 눈에 띄지 않았겠지만, 다 퀄리티가 괄목상대 수준으로 올라왔는데 어느 한 부분만 못따라오면 그 부분이 계속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만큼 이 부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에 최대한 고치고, 2.0 이후에도 꾸준히 고쳐서 '명조'의 아름답고 화끈한 액션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