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환경의 취재나 외부 일정 중에 언제 한번은 참 궁금하더라. 왜 e스포츠와 관련된 국제 대회, 아니 글로벌 대상이 아니더라도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국내 대회 또한 조립 PC를 채택하지 않는 걸까? 완전히 동일한 구성을 찾아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일반적으로 '브랜드 완본체 PC vs 조립 PC' 했을 때 대부분 조립 PC 쪽의 가성비가 좋을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 또한 완본체 PC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으나, 몇 년 전 그래픽카드 대란 당시 조립 PC와 글로벌 브랜드 완본체 PC 간의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던 그 시기에 HP OMEN 45L을 써보고는 생각이 확 바뀌었다. 가격이나 성능 등의 숫자로 표기되는 것들로 봤을 땐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지만 그 이상의 편리함과 안정감 그리고 디자인을 포함하여 느껴지는 브랜드의 가치라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45L을 사용해 본 뒤로 컴퓨터를 못 바꾸겠더라. 그냥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로 뭉개다가 망가질 때쯤 적절한 시기에 원하는 사양으로 HP OMEN 제품을 살 것 같다. 예전에 리뷰했던 HP OMEN 45L은 집에 들이기엔 거대하고 무겁고 사양도 너무 좋은 만큼 가격 또한 쳐다보기 어려웠는데, 올해 여름 출시된 'HP OMEN 35L'은 가격 빼고 모든 것이 적당하다. 가격은 좀 더 저렴했으면 좋겠긴 한데 어쨌건 45L 가격의 반 정도 되니 많이 줄이긴 했다.
아울러 이번에 소개할 HP OMEN 35L은 얼마 전 LCK T1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리그 오브 레전드 2024 월드 챔피언십', 그러니까 롤드컵 대회에서 공식으로 사용된 i7 + 4070 SUPER 기반의 게이밍 PC다.
제품 정보
HP OMEN 35L
CPU: 인텔코어 i7-14700F
GPU: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70 SUPER GDDR6X 12GB AI Up to 586 TOPS (HP OEM)
운영체제: Freedos / 윈도우 11 (선택 가능)
CPU 쿨러: 240mm 2열 수냉 쿨링 시스템
저장장치: 1TB Gen4 PCIe 4.0 TLC M.2 NVMe SSD
시스템 메모리: RGB DDR5 32GB(16GB 듀얼 채널)
메인보드 칩셋: Z790 칩셋(HP OEM)
파워 서플라이: 1000W Gold 80 + 인증 모듈러 파워 서플라이
RGB Effect: HP OMEN Gaming Hub RGB Control
I/O 단자:
상단) 1x 오디오 콤보 잭 / 2x USB TypeA 5Gbps / 1x USB Type-C 10Gbps
후면) 2x USB Type-C 10Gbps / 2x USB Type-A 10Gbps / 2x USB Type-A 5Gbps /
RJ-45(기가비트 이더넷) / 1x 헤드셋, 마이크, 외부 오디오 잭
그래픽) 1x HDMI / 3x DP
이더넷: Wi-Fi 7 BE200 + 블루투스 5.4
크기 및 무게: 210 x 408 x 410 (mm) / 14.5kg
보증 기간: 3년 무상 보증 및 방문 출장 서비스
가격: 3,079,000원 (2024.11.08, 온라인 공식 판매처 기준)
HP OMEN 35L은 제품 나름의 상징적인 의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HP OMEN의 부품들로 제작된 최초의 '진짜 브랜드 PC'라는 부분. HP OMEN 35L로 등록된 제품을 확인했을 때, 최대 인텔코어 Ultra 9 285K + RTX 4090이라는 하이엔드 구성도 가능하지만 국내 공식 판매점에 등록된 제품은 i7-14700F + RTX 4070 SUPER에 윈도우 11 탑재 유무로 2가지만 취급되고 있다.
해당 제품의 특장점 중 하나는 손쉬운 제품 분리에 있다. 드라이버 등 별도의 도구 없이 케이스를 열고 닫을 수 있으며 먼지가 잘 껴서 주기적으로 청소해 줘야 하는 상단 필터 또한 쉽게 분리할 수 있어 관리가 쉽다. 평소 PC에 대해 관심이 많고 관리를 잘 하는 습관이 들어있는 참된 IT인이라면 혀를 차겠지만, 내게는 컴퓨터 먼지 청소가 화장실 청소보다 더 귀찮다. 어느 정도 아는 것과 습관이 들어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이런 식으로 분리가 쉬우면 자주 털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항상 HP OMEN 완본체 PC 리뷰를 하며 느끼는 건데 비슷한 수준의 각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으로 테스트를 할 때 보다 결괏값 수치가 높고 게임 플레이에 있어 굉장히 안정적이다. 제아무리 하이엔드급의 제품이라고 한들,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에 낀 시금치처럼 뭔가 불편한 요소들을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주파라던가, 혹은 특정 게임을 돌릴 때만 급작스레 프레임이 튄다거나.
"~덕분이다"라고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로벌 대기업의 짬에서 나오는 시스템 최적화라던가 혹은 자체 쿨링 시스템 덕분이지 싶다. 아니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덕분일지도. HP OMEN 또한 다년간의 노하우를 축적하여 자사 제품에 'OMEN Gaming Hub' 통합 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PC 살 때도 이것저것 검색해 보면서 참 고생 많이 했는데, 사용하다가 작은 불편함부터 시작하여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면 눈앞이 캄캄하다. PC를 잘 아는 사람이야 어찌저찌 해결이 될 텐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컴퓨터를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HP OMEN 35L으로는 그런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무려 3년 무상 보증 및 방문 출장 서비스를 지원한다.
제품 사진
마치며
롤드컵이라는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식 PC인만큼, 게임 테스트에 있어 더 높은 해상도에서 얼마나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를 체크하기보다는 FHD 해상도로 고정을 하고 얼마나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냐에 집중하며 게임 플레이를 했다.
i5에서 i7 사이, 그리고 RTX 4060에서 RTX 4080 사이. 가장 현실적이며 게임하기 충분히 좋은 사양인 만큼 결괏값 자체에도 익숙하다. i7-14700F + RTX 4070 SUPER를 탑재한 HP OMEN 35L의 성능은 확실히 동급 시스템 대비 수치가 좋은 편이었다.
다만 퍼포먼스 대비 가격이 부담스러운 편이다. 글로벌 대기업 완본체 PC인만큼 든든한 파워서플라이 출력 등을 필두로 구성 자체를 넉넉하게 했다는 것,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HP OMEN 완본체 PC에는 수치적으로 보이지 않는 제품 완성도와 3년간의 무상 보증 및 출장 A/S의 메리트 등이 훌륭하다는 점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예산이라면 조립형 PC에서 RTX 4080까지 바라볼만할 정도로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HP OMEN 35L은 마치 요즘 불티나게 잘나가고 있는 유명 셰프들의 식당 같다. 흑백요리사를 봤다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한 끼에 20만 원"이라는 단어만으로 접근했을 땐 음식에 금이라도 발랐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직접 사용해 보면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HP OMEN 35L을 사양으로만 본다면 확실히 아쉬운 건 맞다.
HP OMEN 35L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오직 게임 혹은 고사양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은, 그러니까 컴퓨터를 한번 사고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뭐 어쨌건 글로벌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 롤드컵에서 정상에 선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한 시스템이니까. 아울러 비록 해외 경쟁사의 예시지만 리스 개념으로 완본체 PC를 취급하기도 하던데. HP OMEN 또한 이렇게 운영되면 이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