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에서 QA는 품질을 검수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공격했을 때 프로그래밍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건물 벽이 모두 제대로 막혀있어 캐릭터가 오갈 수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QA다. 모든 게임사는 정식 출시 전 고도의 QA 작업을 거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QA에 활용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지만, 많은 부분 사람이 직접 체크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다.

BIC(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에 참가한 팀 대환장게임즈는 QA 자체를 게임으로 만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게임인재원에서 모인 학생들이 올해 1학기 미니 프로젝트로 시작한 게 시작이다. 조준영 팀장은 게임 대환장게임즈의 장르를 '버그 리포트 시뮬레이션'이라 정의했다.

▲ 대환장게임즈 조준영 팀장

팀명 대환장게임즈에 대해 조 팀장은 "원래는 게임인재원에서 최고로 잘하는 사람끼리 모였다고 해서 '인재원 어벤저스'였는데, 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환장하겠더라"며 "일부러 버그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짜 버그가 생기고... 환장할 거 같아서 게임 이름을 대환장게임즈, 팀명도 대환장게임즈로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준영 팀장은 과거 펄어비스에서 현장 실습으로 6개월간 QA를 맡은 경험이 있다. 당시 다양한 버그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사의 실제 QA를 게임의 퍼즐 요소로 활용했다. BIC 현장에서 조 팀장은 "유저들이 버그를 맞췄을 때 기뻐하는 모습, 무엇이 틀렸는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 게임을 시작하면 받는 기분 좋은 메시지

▲ 아 뭐야, 캐릭터가 왜 다섯 개야

▲ 이걸 리포트로 작성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 과정은 버그를 잡는 게 중요하다. 팀 대환장게임즈는 개발로 일부러 버그를 만들어야 한다. 조준영 팀장은 "게임 플레이를 위한 버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진짜 프로그래밍적으로 버그가 발생해 종종 어려움을 겪었다"며 "의도적으로 게임을 망가뜨려야 하는 게임이다 보니, 의도치 않은 버그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그대로 가져가야 할지, 고쳐야 할지가 항상 회의 주제였다"고 소개했다.

의도치 않게 발생한 버그를 실제 게임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예로 몬스터가 피격당할 때 사운드가 이상하게 나오는 이슈가 있었는데, 이것을 게임 내 요소로 적용했다.

대환장게임즈는 게임이니만큼 실제 QA보다 간소화되어 있다. 조 팀장은 "실제 QA는 거의 무한한 작업인데, 게임에 맞게 일부 한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유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이를 맞추도록 해 QA 게임의 접근성을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 웹툰 작가 출신 팀원이 컷씬을 담당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버그를 발견하면, 발생 원인과 대상, 현상을 논리적으로 연결해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게임은 유저가 무엇을 먼저 입력하든 리포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해 플레이어가 보다 능동적으로 QA 테스트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조 팀장은 "유저들이 QA라는 역할 자체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강조했다.

BIC 버전에서 게임 대환장게임즈는 출시 3일 전의 QA 담당자를 플레이하게 된다. 세 번의 야근 안에 모든 버그를 찾는 게 목적이다. 야근을 통해 버그를 찾지 못하면 결국 날이 밝아 스테이지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조 팀장은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 오히려 무한히 야근을 하는 게 QA의 애환을 표현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재밌는 의견인 거 같아 야근은 무한하게 할 수 있도록 남겨뒀다"고 전했다. 다만, 무한 야근은 정식 출시 버전에선 조정될 수 있다.

팀 대환장게임즈는 계속 게임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현재 RPG 장르 QA 말고도 타이쿤류 QA, 퍼즐 게임 QA, 슈팅 게임 QA 등을 고려하고 있다. 기존 게임 장르만큼 QA 게임의 확장성이 있는 셈이다. 게임 대환장게임즈는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를 시작으로 스팀(Steam)에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