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공개된 '4GROUND9'는 스타일리시한 비주얼로 주목받았던 '엑소스 히어로즈'의 개발진이 새롭게 설립한 개발사, '너디스타'의 신작 수집형 RPG입니다. 싱가포르의 게임 개발 및 유통 기업 가레나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면서 공개된 이 작품 역시도 개성 있는 캐릭터 디자인과 아트를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죠.

그 뒤 잠잠하게 개발 중이던 '4GROUND9'은 오는 12월 7일부터 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하는 국내 최대 서브컬쳐 이벤트, 'AGF 2024'에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AGF 2024 현장에서 최초로 시연 빌드를 공개하면서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기 위해 준비 중인 '4GROUND9'이 어떤 게임인지, AGF 2024에 앞서서 개발사 너디스타를 방문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너디스타 최영준 디렉터(좌), 손민석 AD(우)


레트로 퓨처리즘과 일상의 수집형 RPG
디스토피아가 아닌 이색적인 근미래의 활극, 4GROUND9


Q. 4GROUND9이라는 게임의 제목이 굉장히 특이한데, 어떤 의미인가?

최영준 = 작중 주요 무대는 '비어헤이븐'이라는 근미래적인 배경의 거대 도시인데, 비유하자면 '설국열차'의 세로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도시가 아래부터 시작해서 언더그라운드, 미드그라운드, 에어그라운드 세 지역으로 나뉘어있다. 주인공 일행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세 그라운드의 캐릭터들과 만나게 될 텐데, 그러면서 그 세계에 없던 이상향인 네 번째 그라운드로 나아가자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뒤에 9라는 숫자는 스토리와 연결된 부분이라 직접 플레이하면서 확인하는 게 좋을 거 같다.


Q. 최근 서브컬쳐 게임에도 도시풍의 느낌을 담는 경쟁작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데, 그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꼽자면?

손민석 = 아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을 두고 '레트로 퓨처리즘'이라는 전문 용어가 있더라. 그래서 이 부분을 우리가 강조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상해온 미래에 레트로 영역을 가미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에서 80~90년대의 느낌을 조금 더 집어넣었다. 그렇게 했을 때 익숙한 추억 속에 상상력도 살아있는, 새로운 아트스타일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그 시대의 비주얼 디자인이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또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위트도 있었고. 그런 느낌을 미래적인 세계에 잘 섞어내면 위트있고 재미난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Q. 앞서 설국열차를 비유하기도 했는데, 세계관의 분위기나 디자인의 기조를 조금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손민석 = 레트로, 미래, 이 두 가지가 상반된 개념이지 않나. 그 두 상반된 느낌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고민한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단계였다. 그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는 뉴스스탠드 아닌가 싶다. 8, 90년대 느낌이 나면서도 그 안에서 취급하는 건 또 미래적인, 그 특유의 느낌을 담았다고 할까.

캐릭터 디자인으로 말하자면 주인공 '비트'가 가장 좋은 예시다. 기계 의족을 달고 있는데, 그 의족의 디자인을 구현할 때 80년대 클래식카에서 많이 영감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전투할 때 가면을 쓰면서 변신하는데, 그때는 또 전대물의 감성을 살리고자 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변신한 슈트의 디자인은 마블 영화의 아이언맨 수트처럼 최신의 느낌을 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그렇게 레트로와 미래라는 상반된 감성을 잘 섞어서 색다르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4GROUND9의 기조다.

아까 설국열차 얘기도 있고, 클래식이 섞인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어서 우리도 그런 무드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어떤 외력으로 인해 파괴된 세계나 그 외력에 저항하는 그런 느낌보다는, 조금 특별하면서도 어쩌면 있을 법한 근미래적이고 위트 있는 일상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

최영준 = 우선 주인공이 속한 단체부터 그런 느낌이다. 중소 심부름센터 '문라이트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들이니까. 그들이 어디 멸망한 세계관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런 것도 아니고, 마왕 혹은 세계를 다 파괴해버릴 어떤 힘에 맞서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각자 개성 있는 인물들이 제각각 도시 속에서 일상을 누비면서 겪는 여러 일들이 '4GROUND9'에서 풀고자 하는 모습이다.


Q. 이전부터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아트로 눈길을 끌지 않았나. 이번에는 배경이 좀 달라지긴 했는데, 어떻게 스타일리시함을 살리고자 했나 궁금하다.

손민석 = 멋지고 예쁜 것 이상으로 개성을 불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다가 디자인에서는 앞서 말했던, 상반된 요소 혹은 전혀 다른 느낌의 요소들을 섞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캐릭터는 일본 소년만화 스타일의 느낌을 참고했다면, 이를 뒷받침할 UI는 8~90년대 미국 카툰풍으로 빚어내는 등, 색다른 스타일을 융합해서 독특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앞서 언급했던 레트로와 퓨처리즘의 조합은 말할 것도 없고.

또 하나 얘기하자면 동서양의 조화라고 할까. 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특히 조선 시대의 느낌을 조미료처럼 넣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엑소스 히어로즈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런 느낌을 처음에 많이 넣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과해서 개발 초기부터 잡아뒀던 기조와 엇나가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 부분 중 일부는 덜어내고, 다른 요소와 섞어내는 그런 식으로 조율을 이어나갔다.



Q. 심리스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도시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그래픽과 연출에 꽤 힘을 준 느낌이다. 최적화 사양은 어느 정도로 맞추고 있나?

최영준 = 기준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오픈월드 게임 혹은 고퀄리티 서브컬쳐 게임들이고, 그보다는 좀 더 최적화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현재 내부 테스트는 갤럭시 S21를 기준으로 잡고 하고 있다.


Q. 근미래적인 도시의 특별한 일상을 이야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갈 유저의 분신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어떤 일을 하는지 좀 더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최영준 = 유저는 일종의 심부름센터인 '문라이트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리고 주인공 비트를 비롯해 루아이, 조아 등 직원들이 그곳에 속해있는데, 여러 의뢰를 받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되는 게 시즌1의 주요 내용이다.

심부름센터로 팀업을 한 이유는, 아무래도 여러 영역에서 이야기를 풀기 좋아서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이고 언더그라운드부터 에어그라운드까지, 폭넓게 돌아다니면서 여러 팀과 엮기도 좋다고 생각했다. 문라이트 익스프레스 외에도 언더, 미드, 에어 각 구역에서 특색 있는 팀과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니 기대 부탁한다.

손민석 =초기에 이 게임의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나가야 할지 나, PD, 디렉터 셋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우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목과 연관짓는 내용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에 봤던 '블루문 특급'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참고차 드라마 내용을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브루스 윌리스하고 시빌 셰퍼드가 의뢰 받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코믹 로맨스다. 하나의 큰 줄기가 되는 메인 스토리보다는 그때그때 받는 의뢰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런 식으로 진행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문라이트 익스프레스라는 심부름 센터 이름도 블루문 탐정소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엔딩까지 다 끝나고 쿠키 에피소드들이 나오는 게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전개하는 것도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어쨌거나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 좀 더 가볍고 위트 있는 내용으로 풀고자 하는 것이 우리 게임의 핵심이다.


Q. 그런데 보통 수직적인 구조의 세계관하면 아무래도 무거운 주제를 떠올리게 되지 않나. 언더, 미드, 에어 각 지역의 분위기나 특색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최영준 = 아마 처음에 '설국열차'를 얘기해서 더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좀 분위기가 극적으로 다르다는 걸 말하고자 했던 거지, 빈부격차나 계급격차 이런 무거운 테마를 담는 그런 건 아니다. 그보다는 서로 전혀 느낌이 다른 지역이다, 이렇게 봐주는 게 더 적합하다고 할까.

손민석 = 디자인과 세계관을 구상할 때 가장 핵심인 '나비 인더스트리'라는 회사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비어헤이븐이라는 지역 자체가 그 회사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처음 자리잡은 곳이 언더그라운드고, 점차 위쪽으로 나아가서 미드, 에어그라운드까지 가게 됐다고 설계했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는 흔히 말하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다. 이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두운 코엑스라고 해야 하나. 상권이나 이런 것도 당연히 있고, 나름의 생활도 있다. 사이버펑크 느낌에 좀 더 가까우면서도 퇴폐적이고 범죄적인 것보다는 일상, 레트로를 좀 더 추구했다고 할까.

미드그라운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상이다. 나비 인더스트리가 세웠던 타워를 중심으로 흔히 생각하는 '도시'의 모습이 레트로 퓨처리즘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설계가 되어있다. 아마 이 부분은 최초 공개 당시에 나온 아트워크를 통해 이미 드러난 터라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에어그라운드는 현재 좀 더 비주얼적으로 작업 중인데, 우리가 흔히 SF하면 떠오르는 미래적인 느낌이 더 강한 곳이다. 그 각각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매니악하지 않게, 대중적으로 어필할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더 가볍고, 더 몰입감 있게
입체적인 캐릭터와 도시에 스토리/성장의 투트랙 전략



Q. 최근 수집형 RPG의 화두가 그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캐릭터를 어떻게 어필하느냐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최영준 = 일단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비주얼'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아트팀이 잘 하고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 다음에 유저들이 보게 될 성격이나 여러 내면적인 부분,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표현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는 예전 엑소스 히어로즈에서 있던 '메모리얼 사가', 즉 캐릭터 스토리를 빌드업했을 때의 경험을 복기해서 다듬어가고 있다. 4GROUND9에서는 다른 명칭일 거고, 또 세계관에 맞춰서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예정이지만 현 단계에서 말하자면 그렇다. 그리고 요즘 수집형 RPG에서 등장하는 SNS적인 요소도 더해서, 캐릭터와 교류하는 느낌을 살리고자 한다.

손민석 =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벼운 느낌의 캐릭터와 깊이 있는 캐릭터가 잘 조화된 느낌이다. 문라이트 익스프레스의 인원들은 말투나 그런 것도 접근하기 쉽도록 조금 가볍고 친근하게 풀어냈고, 그 캐릭터성도 바로 척하면 척일 정도로 또렷하게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초중반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은 점차 깊이 알아가면서 공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서 완급과 톤을 조율하는, 그런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Q. RPG에서 전투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인데 4GROUND9의 전투의 특징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나?

최영준 = 기본적으로 5명 파티로 구성되는데, 그 중 3명이 필드에서 전투하게 된다. 턴제는 아니고 실시간으로 전투가 진행되는 방식이며, 유저는 필드에 있는 세 캐릭터 중 한 명을 골라서 적 타게팅이나 전투 스킬, 태그, 기상 액션 등을 그때그때 조작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파티원이 같이 싸우는 여타 RPG처럼 다른 캐릭터의 기본 공격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그로기 게이지를 채워서 적을 그로기시킨 뒤에 추가타로 콤보 게이지를 쌓아 콤보 스킬을 먹이거나, 인연 캐릭터 간 태그시 발동하는 스킬인 '체인스트링' 등 수집형 RPG의 특징 중 하나인 덱 짜는 묘미도 살리고자 했다. 여기에 대전액션 게임을 하는 듯한 박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카메라 워크에도 신경을 썼다.


Q. 요즘 수집형 RPG, 특히 필드를 등신대 3D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게임 다수가 가로 화면인데 세로 화면을 채택한 게 특이하다. 물론 가로 화면도 지원하지만, 세로 화면을 베이스로 한 이유가 있나?

최영준 = 아무래도 수집형 RPG의 트렌드가 아무래도 좀 더 라이트해지는 방향이라서, 그에 맞는 양식이 세로 화면이라고 생각했다. 컨셉적으로도 아무래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언더, 미드, 에어의 수직적인 느낌이 더 강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도 세로 화면이 좀 더 결에 맞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SNS 기능도 있는데, 통상 SNS가 세로 화면 베이스이지 않나.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세로 화면을 채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예 할 게 없는 그런 게임은 아니고, 또 세로 화면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유저도 있으니 가로 화면도 지원하는 식으로 개발을 했다.



Q. 도시라는 공간을 디자인적으로 심도 있게 구현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관건 아닌가. 이 부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최영준 = 수집형 RPG에서 세계관과 캐릭터, 이야기의 매력을 어떻게 콘텐츠적으로 엮어서 표현하고 담아내야 할까에 대한 질문 같다. 이 부분은 엑소스 히어로즈 때도 정말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우선은 앞서 말했던 각 캐릭터별 스토리가 코어 중 하나다. 어떤 캐릭터를 통해 보는 과거 혹은 미래의 이야기, 아니면 그 캐릭터와 연결된 또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는 콘텐츠들이 이전에 엑소스 히어로즈에서도 있었는데, 이 부분을 4GROUND9에 맞춰서 새롭게 다듬고 있는 중이다.

여러 콘텐츠를 접할 때 통상 핸드폰을 통해서 진입하게 되는데, 그때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서 그 안에 여러 미니 게임들을 넣었다. 본게임보다 그 게임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묘한 기대감(?)도 있다.

이렇듯 이번에는 세계관도 달라졌으니, 그때와 좀 다르게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와의 일상적인 유대감을 좀 더 강화하고자 했다. 앞서 SNS를 언급했는데, 인게임에서는 '나비챗'이라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손민석 = 나비챗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AI를 연동해서 유저들과 캐릭터가 교감하는 SNS로 만드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그냥 정해진 것만 올라오거나 정해진 응답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가 진짜로 그 도시 안에서 살아숨쉬고 유저와 유대하는 그런 느낌을 주고자 했다. 처음에는 과연 이게 될까 싶었는데, AI가 점차 발전하고 또 우리 스스로도 여러 가지로 연구하면서 이제 가시권 안에 들어오고 있다.

그외에도 인게임 데이터, 일러스트 제작, 이런 프로세스에서 AI를 일부 사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유저도 캐릭터를 생성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그런 방향까지 보고 있고,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


Q. 어찌 보면 AI는 수집형 RPG를 얘기할 때 터부시되는 요소 아닌가.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나 조금 더 자세히 풀자면?

손민석 = 그 말처럼 정말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인식이 박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디자인은 사람의 영역이다. 그 이상으로 가지 않고 있고, 그 선과 철학은 확고하다. 보통 '딸깍'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그 정도로는 원하는 디자인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무조건 사람이 해야만 그 퀄리티, 특색이 살아난다.

한편으로는 우리 같은 중소 기업이 원체 거대 회사들의 게임이 잘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공법으로 따라기엔 벅차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해서 퀄리티를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업데이트를 꾸준히 퀄리티 있게 이어가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생산성을 높일 수단이 필요했고, AI는 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 정도에 불과하다.

최영준 = 엑소스 히어로즈를 서비스할 때, 업데이트를 준비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리소스를 재사용하거나 하면 유저들 입장에선 재탕이라는 소리가 나오면서 김이 새지 않겠나. 그런 딜레마를 겪었었는데,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 좀 더 새롭고 색다른 느낌을 업데이트마다 전해주고 싶었다. 물론 AD의 말처럼, AI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다. 어디까지나 핵심은 휴먼 파워다.


Q. 통상 수집형 게임은 어느 시점이 되면 분재화되지 않나, 4GROUND9의 숙제 시간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 또 주요 콘텐츠를 꼽자면?

최영준 = 아직 확정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숙제는 30분 내로 끝내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좀 더 집중하는 그런 일반적인 수집형 RPG의 그림을 따라가고 있다.

예전에는 핸드폰 게임을 줄창 붙들거나 계속 돌려두는 게 트렌드였는데, 요즘은 좀 길어지면 많이 힘들지 않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초반에 아무 것도 없으면 또 허전해서 안 하게 되니, 출시 초에 어느 정도 할 거 마련해둔 뒤 궤도에 오르면 짧게짧게 그리고 종종 큰 이벤트 때 소위 푹먹하는 그런 추세인 것 같다. 이 트렌드에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콘텐츠라고 하면 일단 메인스토리와 성장 콘텐츠가 분리가 되어있다는 점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메인스토리는 MMORPG를 했다면 친숙한, 어느 지점에서 의뢰를 받고 이를 수행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필드에서 펼쳐지는 방식이다.

성장 콘텐츠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핸드폰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콘텐츠다. 그 중 주요 콘텐츠를 꼽자면 '스위핑'이다. 덱을 짜서 쭉 전투를 이어가면서 스테이지를 돌파해나가는 콘텐츠다.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상을 획득하는 넷마이닝 등 방치형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도 있다. 이외에도 레이드 보스전인 코드, 타워형 던전인 인피니티 서킷, PVP 등 수집형 RPG 유저들에게 친숙한 콘텐츠를 우리 게임의 컨셉과 디자인, 캐릭터 밸런스 등 여러 요소에 맞춰서 다듬어가고 있다.


AGF 2024에서 첫 선 보일 '4GROUND9'
내년 초 테스트, 하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


Q. 수집형 RPG가 게임의 만듦새는 물론 운영과 소통까지도 중요해졌는데,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최영준 = 아직 이 과정을 말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아 조심스럽다. 잘 해야겠다는 각오도 있고, 피드백을 잘 듣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기본은 항상 상기하고 있다. 그 이상의 청사진을 이야기하기엔 공개한 것도 적고, 유저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없어서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기본을 망각하지 말자는 것만은 확실하다.

손민석 = 어찌 보면 앞서 말했던 AI툴이 우리가 제시하는 비전을 함축했다고 보면 되겠다. 앞서 유저가 만드는 캐릭터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제4의 벽을 허물고 유저와 소통하는 데드풀 같은 캐릭터, 혹은 인게임 캐릭터가 여러 외부 채널로 소통하는 등 유대감과 접점을 다져가는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것을 넘어, 유저가 창작해나가고 유저와 함께 한다는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Q. AGF 2024에서 시연하게 될 텐데, 해당 빌드는 어느 정도 분량인가?

최영준 : 아무래도 시연장에서 길게 플레이하긴 어렵지 않나. 그래서 2~30분 정도 플레이할 수 있는 빌드로, 게임플레이 전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압축했다. 메인스토리도 그에 맞춰서 축약했으며, 어떤 전투 시스템이고 주요 콘텐츠가 무엇인지 유저들이 쭉 미리 훑어볼 수 있게끔 준비했다.

▲ AGF 2024 가레나 부스에서 4GROUND9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Q. AGF 2024에서 유저들이 처음으로 실물을 보게 될 텐데, 그 시연 시간 동안 유저들이 이것만은 봐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최영준 = 다른 무엇보다 과연 우리 게임을 보고 첫인상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말한 것처럼 이번이 처음으로 유저들에게 실물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카메라 연출, 특히 전투에서 카메라 연출을 정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이 부분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스토리를 많이 못 풀어내서 그 부분을 보여드리지 못한 게 아쉬운데, 이 부분은 나중에 CBT 그리고 출시 때 만족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


Q. AGF 2024 이후에 다시 테스트 및 출시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텐데, 대략적으로 어떻게 잡고 있나?

최영준 = 내년 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2~3월에 테스트를 준비하고자 한다. 클로즈 베타테스트 이후에 오픈 베타테스트도 진행하고자 하며,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Q. 4GROUND9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최영준 = 유저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행복하게 우리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